공유

제394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기다리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었으니 수현은 분명 그녀의 사랑에 감동받을 것이다.

오 년 동안, 수현의 부모님도 그녀에게 감동받았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싫어하면서 은인에게 갖추어야 할 태도를 취했다. 친근함은 정말 조금도 느껴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수현 대신 그의 부모님을 감동 시켰다.

이번 경매도 선희가 원하던 물건이 전시되었기 때문에 두 장의 초대장을 가져왔었다. 소영과 수현이 함께 가라고 말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건 선희가 그녀와 수현을 위해 만든 기회라는 것을.

여기까지 생각한 소영은 앞으로 다가가 침실의 문을 노크했다. 하지만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문밖에 서서 말했다.

“수현 씨, 저녁에 열리는 경매에 갈 거야?”

수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자 멈칫했다.

진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원하던 물건을 떠올리니 아무리 귀찮아도 결국 효심 깊은 아들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래.”

그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

그가 가겠다고 하자 문 밖에 서 있던 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겠다고 하니 참 다행이었다.

“그러면 내가 저녁에 찾아갈게. 경매에 입을 옷을 준비해야 해서.”

“응.”

경매에 함께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영은 너무 행복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수현이 그녀와 함께 가주겠다는 건 그녀에게 아직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영은 돌아간 후, 급하게 디자이너를 찾아서 자신에게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스타일로 꾸며달라고 했다.

저녁이 되었을 무렵, 그녀는 15cm에 가까운 힐을 신고 수현을 찾으러 갔다.

오늘 자선 경매는 고선 그룹이 개최한 것이다.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 서원은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번 경매도 그중 하나였다.

이 소식을 퍼뜨리자 현장엔 많은 상류층 사람들이 왔었다.

오늘 저녁의 피날레는 아무 신비로운 서프라이즈였다.

심지어 고고학계 전문가들도 경매에 참석했다.

차에서 내릴 때 소영은 너무 높은 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95화

    소영은 그가 자신을 돌려보내라고 할 줄은 몰랐다.그녀의 입술엔 핏기가 가셨다. 소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어렵게 수현 씨랑 여기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나 정말 오랜만에 수현 씨랑 밖에 나왔어. 그러니까 제발 날 내치지 말아줘, 응?”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억울한 표정으로 수현을 보았다.하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영을 보았다.“내가 수현 씨 구했다는 것 때문에 수현 씨가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 잊어버리려고 시도하면 어때? 난 그냥 수현 씨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야, 응?”이 말을 할 때 머리를 썼었다.겉으론 수현에게 자신을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잊으라고 했지만 실은 그에게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거였다.일부로 은인이라는 점으로 그의 죄책감을 자극하려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정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마지막 카드 외엔.만약 이것도 쓸모가 없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다행인 건 이 일에 대해 수현은 늘 그녀에게 고마움을 품고 있었다. 그는 한참동안 소영을 차갑게 보다가 팔을 움직였다.“다음부턴 안 돼.”이 말을 듣자 소영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뿜을 뻔했다. 그리고 얼른 수현의 팔짱을 끼었다.“고마워, 수현 씨.”역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도 그를 구했다는 얘기만 언급하면 마음이 약해진다.수현이 마음 속으론 그녀만 아니었어도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할 거니까.그의 두 번째 생명은 그녀가 주었다고 말이다.이 일에 마음 약해지지 않는다면 또 어떤 일에 마음 약해질까.소영은 수현의 팔짱을 끼고 아까 그 여자들을 한눈 쏘아보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걸어갔다.그녀가 간 후, 아까 소영을 비웃다가 그녀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본 여자들은 어처구니 없어서 모여 수다를 떨었다.“어머, 잘난 척하는 모습을 봐요.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일 수현 씨랑 결혼하는 줄 알겠어요.”“오 년 동안 쫓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96화

    “우산 챙겼어요?”두 아이와 함께 뒷좌석에 앉은 윤아가 물었다.이 말을 듣자 진 비서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뇨, 오늘 비가 올 줄 몰랐어요.”윤아는 주위를 둘러본 후 결정했다.“앞에 24시간 편의점 하나 있어요. 기사님, 조금 있다가 길옆에 차를 세워 주시겠어요?”처음엔 가랑비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젠 소나기로 되었다.앞이 잘 보이지 않아 경매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경매장에는 사람들이 아주 적었다.진 비서가 초대장을 꺼내자 입구에서 맞이하는 사람의 태도는 순간 공손해졌다.“절 따라오시죠.”윤아가 이번 경매에 참석한 건 선우를 대신해서였다. 선우의 신분과 지위라면 응당 중심 지역의 자리였다.그래서 직원은 그들은 VIP석으로 안내했다.하지만 너무 늦게 왔기 때문에 경매는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만약 VIP 자리에 앉으려면 사람들 앞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윤아는 잠시 고민한 후 직원에게 말했다.“뒤쪽으로 안내해줘요.”“네? 그건 안 됩니다. 두 분께선...”윤아는 그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늦게 왔는걸요. 그리고 뒤에 앉는다고 경매에 참여하는데 차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그건 그렇지만 VIP분들을 제일 뒷자리로 모셨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겨서 책임을 물으면 곤란하게 될 거다.“가죠.”그러나 윤아는 어느새 뒷좌석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우진도 그녀를 뒤따라갔다.직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뭐라 더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매니저한테 보고를 올렸다.윤아와 우진이 자리에 앉았을 땐 이미 첫 번째 경매품의 경매가 끝난 후였다.우진은 자리에 앉기 바쁘게 수첩을 윤아에게 건넸다.“선우가 원하던 물품은 앞쪽에 있진 않네요.”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이런 물품은 보통 피날레로 가죠.”“아...”윤아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피날레면 우리 이선우 대표님 오늘 피 좀 보시겠는데요.”그녀의 농담에 우진이 웃음을 터뜨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윤아 님. 저희 대표님한테 이 정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97화

    윤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잠시 후 우진은 머쓱한 듯 자신의 머리를 쓱쓱 만졌다.너무 마음을 놓아버린 탓일까, 저도 모르게 말실수를 해버렸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곱씹으며 후회하고 있었다.그래도 다행히 몇 분 후 윤아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깨줬다.“비서님. 다음 경매품은 저 대신 값을 불러주세요.”“다음이요?”우진은 곧바로 수첩을 펼쳐 다음 경매품이 고급스러운 옥 팔찌임을 확인했다.“윤아 님. 이게 마음에 드세요?”우진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탓이 어리둥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 윤아가 옥을 좋아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다행인 것은 이선우가 사전에 그에게 윤아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이 있거든 그녀를 도와 얼마를 부르던 무조건 낙찰받도록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돈은 선우의 계좌에서 나가도록 하라고 말이다.윤아는 싱긋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네. 알겠습니다.”우진은 다음 경매품이 나올 때쯤에 잔뜩 긴장한 채 자리를 잡았다.다음 경매품이 아마 오늘 밤의 피날레인듯했다. 윤아는 사뭇 진지하게 기다리는 우진을 보며 당부했다.“다들 한바탕 하기까지 기다렸다 값을 불러요.”우진이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장내에는 어느새 줄줄이 값을 부르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옥 팔찌의 가격은 빠르게 6억 원에 치달았다.6억 원이라는 가격에 값을 부르던 사람들도 주춤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남은 사람은 둘 밖에 없었다.그때 윤아가 우진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에 우진이 막 팻말을 들어 값을 부르려 했는데 마침 그때 앞쪽 VIP 석에서 누군가 선수를 쳤다.“8억.”우진도 8억을 부르려 했는데 저쪽에서 먼저 외칠 줄은 몰랐던 탓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선우의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그도 만만치는 않았다. “9억.”옆에 있던 윤아가 입을 열기도 저에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우진.윤아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우진의 활활 타오르는 열정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닫았다.강소영은 호기롭게 값을 불렀다가 그에 따라붙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98화

    윤아가 그에게 선우의 말을 그렇게까지 하면서 따를 필욘 없다고 말하려 했으나 우진이 이미 팻말을 든 후였다.“10억.”재벌인 그들에게 10억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숫자는 아니었지만 소영은 이 옥 팔찌를 위해 그렇게까지 나서는 이가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하필이면 그녀가 수현과 함께 있는 이 때에 말이다. 대부분 사람은 그녀의 체면을 위해 이렇게까지 경쟁하진 않았을 것이다.설마...날 무시하는 건가?소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11억.”우진도 지지 않았다.“12억.”윤아:“...”그녀 잘못이다. 물건이 마음에 든다는 걸 티 내지 말았어야 했는데.현장은 어느새 수군대는 사람들로 술렁거렸다. 아마 옥 팔찌 하나로 이렇게까지 치열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12억까지 왔는데 소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팻말을 들었다.“13억.”우진은 그에 더 따라붙으려 했지만 윤아가 말린 탓에 팻말을 들 수 없었다.“됐어요. 비서님.”“하지만 윤아 님. 대표님...”윤아는 차분히 그를 보며 말했다.“이제 갖고 싶지 않아졌어요. 정말 그를 대신해 제가 좋아하지 않는 물건을 사줄 생각이에요?”그녀의 말에 우진이 멈칫했다.선우를 대신해 윤아의 환심을 사려 했으나 이젠 선우도 없는데 고집을 부리다 윤아의 눈 밖에 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 얻은 게 하나도 없는 꼴이지 않은가.생각 정리를 마친 우진은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알겠어요. 하지만 후에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꼭 말씀해주세요.”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머리를 끄덕였다.그러나 우진은 그녀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도 이젠 티를 내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어휴.여자의 환심을 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는 새삼 대가 없는 사랑을 퍼붓는 선우가 어떻게 몇 년을 견지해왔는지 참 대단해 보였다.소영은 그렇게 13억에 팔찌를 낙찰받았다. 주위에서 수군대는 소리에 그녀는 기세가 등등해졌다.13억. 그녀의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내일이면 아마 모두가 그녀가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399화

    소영은 손에 들고 있던 경매 수첩을 펼쳐보고는 조심스레 수현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수현 씨. 어머님이 말한 그 물건이 곧 나올 거야.”“응.”수현은 차갑게 대꾸하고는 다시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소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에 들어서서부터 수현은 줄곧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목적이 분명해서 원하는 물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경매에 그다지 관심도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관심이 없다 해도 예전엔 이렇게까지 핸드폰을 보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대체 뭘 보길래 그렇게 눈을 못 떼는 것인지.소영은 궁금한 마음에 그의 핸드폰 화면을 한 눈 보았다가 깜짝 놀라 그대로 몸이 굳고 말았다.두 아이??수현이 지금 두 아이를 보고 있다고?소영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그의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핸드폰 화면은 이미 꺼져있었다.이윽고 그녀를 향하는 수현의 싸늘한 시선.“뭘 봐?”소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너한테 얘기 좀 해주려고.”“알았어.”수현은 핸드폰을 거두고 딴 데 정신 팔지 않고 정면을 주시했다. 그러자 소영도 자세를 바로 하고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소영.‘수현 씨가 언제부터 아이들 사진을 보기 시작했지?’예전에 그의 핸드폰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요즘은 일에만 미쳐있는 사람이 어떻게 어린아이 사진을 본단 말인가?짧은 찰나에 소영은 방금 자신이 봤던 화면을 떠올리고는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혈색이 줄고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화면 속 그 아이들, 수현과 아주 많이 닮았다.수현이 최근 술에 찌든 생활을 한 바람에 적지 않은 여자들이 호시탐탐 그를 노리며 그가 취한 틈을 타 어떻게든 그와 엮여보려 안달이긴 했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성형시키기까지 하는 악랄한 인간들이다. 소영은 그런 인간들이 대체 무슨 수로 수현에게 다가간 것인지, 또 어떻게 그런 음침한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400화

    결국 그 물품을 가져간 건 이름 없는 신비의 인사였다.모두 그 신비의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해했으나 그 추리가 차씨 집안까지 다다를 줄은 몰랐다.윤아는 뭔가 떠오른 듯 옆에 있던 우진에게 물었다.“그 차씨 집안...”우진은 그녀와 마음이 통한 듯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윤아 님. 바로 예전에 윤아 님을 캐내던 그 집안이에요.”정말로 그 차씨 집안이라니.현장의 분위기를 보며 윤아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새로 온 후계자가 꽤 인내심이 있는 모양이네요.”“네.”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인내심이 있네요. 게다가 패기도 있고요. 이번 피날레도 손에 얻겠죠.”현장은 이미 값을 부르기 시작했다.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오늘 기세로 보아 얼마를 들여야 얻을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히네요.”희귀아이템이다 보니 경매 최저 가격도 굉장히 높았다. 게다가 값을 부르는 사람들도 줄줄이 나오니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써 80억에 치솟았다.80억, 100억.경매장에서 외치는 숫자들은 돈이 아니라 그저 숫자에 불과한 듯했다.“120억!”사회자가 감탄하며 서둘러 누군가의 이름을 외쳤다.“저희 진 대표님이 120억을 외쳤습니다. 더 높은 가격 있나요?”수현과 같은 성씨를 듣자 우진이 저도 모르게 윤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윤아는 마치 듣지 못한 사람 마냥 태연하게 앉아있었다.윤아의 평온한 표정과 달리 우진은 마음이 불편했다.여긴 해외가 아니라....한국이다.그것도 남성의 옆 도시 수원이다.수원이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런 값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심지어 그중에서도 성이 진 씨인 사람은... 없지 않은가.우진은 자신도 아는 걸 영리한 윤아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정말 이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하긴, 벌써 5년이나 흘렀으니 그럴 만도. 5년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무언가를 흐릿하게 만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우진은 마음을 놓고 다시 경매에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401화

    비는 내릴수록 거세져 어느새 복도를 반이나 적셨다.윤아는 목도리를 정리하며 몸을 움직였다.한국 날씨가 이렇게 추운 줄은 몰랐는데...윤아는 몸은 바로 섰지만 정신이 흐릿함을 느꼈다. 오늘 밤 진 대표님 그 한마디 때문에...이번에도 예전과 같이 같은 성씨를 들어도 크게 동요하진 않았지만 사실 윤아도 알고 있었다. 오늘 밤의 그 ‘진 대표’는 그전에 들었던 이름들과 다르단 걸.이곳은 한국이다. 그리고 수원이다. 그 성씨에 120억을 외칠 수 있는 데다 초대를 받아 올 만한 사람, 딱 한 명이다.진수현...못 본 지 5년이다.윤아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방향을 틀어 걸음을 옮겼다.“윤아 씨.”몇 걸음 가기도 전에 그녀는 훤칠한 남성의 부름에 걸음을 멈췄다.윤아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색 슈트에 구김 없는 넥타이까지. 그는 윤아가 고개를 들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차서원입니다.”차서원?아까 그 진우진 비서님이 말했던 그 차씨 가문 후계자?윤아가 멍하니 있자 서원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절 못 알아보시는 건가요? 이래 봬도 윤아 씨에게 몇 번이나 스카우트 제안을 했던 사람인데. 못 알아보시면 너무 서운할 것 같은데요?”“그건 아니고요.”윤아가 그의 악수를 받아주며 말했다.“서원 씨가 이곳에 있는데 좀 신기해서요.”사실 윤아는 차성그룹의 신임 후계자의 얼굴을 모른다. 그때는 너무 바빠서 볼 새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렇다고 아는 척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앞으로 수원에 회사를 차릴 거니 다른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서원은 부드러운 손의 촉감에 잠시 멈칫하더니 금방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그는 윤아를 몇 초 정도 훑어보고는 물었다.“왜 나와 계시죠?”“너무 오래 앉았더니 바람 좀 쐬고 싶어서요.”“그렇군요.”서원은 눈썹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아 참. 윤아 씨. 저번 스카우트 제안을 몇 번이고 거절한 이유가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402화

    그의 비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농담 한건데 그게 왜 자신의 탓이 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한 편, 윤아는 서원이 떠나간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몸에 둘렸던 그의 외투를 벗었다. 그를 뒤따라 가려 했지만 이미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후였다.윤아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경매장 입구의 관리원에게 그의 외투를 맡겼다.“안녕하세요. 혹시 이 외투 좀 차서원 씨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요?”조금 전 윤아와 서원이 대화를 나눌 때 입구의 관리원들도 이곳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농담거리를 주고받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서원은 사람 홀리기 좋아하는 데다 방탕한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여자가 많은 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홀릴 줄은 몰랐는데 미인에게 자신의 외투까지 벗어줄 줄이야.관리원인 그들이 윤아의 외투를 어찌 감히 받겠는가. 그것도 차서원이 그녀에게 준 걸 말이다. 이건 분명 윤아와 잘 되고 싶어 하는 시그널이라는건 그들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아뇨아뇨. 아가씨, 이건 차서원 대표님이 윤아 아가씨께 드린 거잖아요. 그래도 직접 돌려드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윤아:“하지만 그분이 어디 갔는지 몰라서요.”관리원:“아까 차서원 대표님과 연락처를 주고받지 않았나요?”윤아:“...”윤아가 아직도 제자리에 서 있자 옆에 있던 관리원이 설명했다.“저희가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요. 현장 관리원인 저희는 평소 차서원 대표님을 만날 기회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이 외투를 받아도 돌려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그의 설명을 들으니 윤아도 납득이 된 듯 말했다.“그렇군요. 감사해요.”윤아는 더는 그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그녀는 경매장을 한 눈 보고 또다시 로비 쪽을 보면서 그들에게 말했다.“밖에서 좀 쉬어도 괜찮을까요?”그녀의 말에 관리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했다.“그럼요. 제가 바래다 드리죠.”반대편까지 가려면 우산이 필요했기에 관리원은 우산을 들고 그녀를 안내했다.싱긋 웃으며 말하는 윤아.“감사해요.”윤아는 예쁜 외모와 더

최신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