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대표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여긴 장씨 그룹 회의실이니 그만 돌아가주세요…….”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최근 뉴스 헤드라인의 여주인공을 바라보았다.도예나는 사람들의 당황해하는 시선을 무시한 채 또각또각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이지원에게 곧장 다가가 단번에 이지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이지원은 멀쩡히 앉아있다가 갑자기 잡힌 옷깃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도예나는 주먹에 힘을 주어 이지원의 명치를 향해 힘껏 날렸다.“악…… 아, 아파 죽겠어!”이지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땀을 비처럼 쏟아내는 그녀의 얼굴색이 창백해졌다.“도예나! 지금 내 딸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장지원이 화를 내며 이지원을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경호원, 당장 이 사람 내쫓아요!”“잠깐만.”장서원이 걸어가 도예나의 앞을 막아섰다.“오빠, 지금 뭘 하는 거예요?”장지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우리 지원이가 아파 죽으려고 하는데 외부인을 감싸고도는 거예요?”돌발 상황에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그들은 수많은 기사의 여주인공이 왜 갑자기 회의실에 들이닥쳐 장씨 그룹 미래 후계자를 한 방 때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모두 오해야.”장서원이 도예나를 감싸며 말했다.“지원이도 크게 다친 건 같지 않으니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도록 해.”이지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삼촌, 저 지금 허리를 펼 수도 없어요. 온몸이 나른하다고요!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예요! 도예나 이 미친 사람이 다짜고짜 쳐들어와 저를 때렸으니 당장 고의 상해죄로 신고할 거예요!”그리고 이지원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장서원이 차가운 눈길로 핸드폰을 빼앗으려는데 도예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장서원의 뒤에서 걸어 나와 서류를 회의실 책상 위로 던지며 말했다.“장 대표님, 이지원 씨. 이 서류가 뭔지는 다 아시죠?”장지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류를 확인
“다 꺼져.”장지원은 얼굴이 한껏 어두워진 채 벌컥 화를 냈다.그러자 회의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물건을 챙겨 나갔다.장 노인도 화가 많이 나 있다.지금껏 살아오면서 생전 이런 일은 처음으로 겪어본다.장 노인은 화를 그만 참지 못하고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쳤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이지원은 짤록한 허리를 부축하고 이를 갈며 말했다.“방금 저 천한 X은 예성과학기술회사 대표 도예나라고 하는데 이번 프로젝트 합작 상대이기도 합니다. 옐리토스 그룹과 합작한 프로젝트인 칩 설계도 모두 도예나가 책임졌고요. 근데 완성된 칩을 상납한 후, 심사에서 매우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고객 정보를 훔치고 고객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일단 이 칩이 이대로 상장되면, 우리 측 모든 참여자는 책임 추궁을 당할 것입니다.”“맞아요! 정보를 훔치기 위해 칩에 다른 코드를 끼워 넣었어요! 이건 범죄 행위나 다름이 없어요.”장지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이 일이 알려지면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불신을 심어줄 수 있기에 주 대표는 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한 거예요. 근데, 그 미친 X이 감히 장씨 그룹에 쳐들어와 난리를 피울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 참,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지 무식한 건지!”“정말로 지가 강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지! 모두가 자기한테 양보해야 한다고 천진난만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이지원은 분노에 마지 못해 말했다.“못난 오리 새끼에서 지가 백조라도 된 줄 아나!”“지원아, 함부로 말하지 마.”장서원은 이지원을 보며 말했다.“예나 씨가 왜 들어오자마자 너한테 손을 댔는지 그건 왜 설명하지 않아?”“그건 그 X이 미친X 이라 그런 거죠! 내가 만만해 보이니 날 괴롭힌 거예요.”이지원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언성을 높였다.“엄마, 할아버지, 저 너무 억울해요! 제 편에 서서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그러자 장서원은 즉시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다.“예나 씨가 어떤 사람인지
“지원이가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네 아빠가 더 잘 알고 있어.”장지원이 담담하게 말했다.“오랫동안 혼자 지냈으니 새 사람을 만나는 것도 당연한데, 도예나는 너무 어리지 않아요? 게다가 유부녀 이기도 한데, 그런 여자를 우리 가문으로 들이면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 되는 거예요. 큰 오빠, 그런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마세요.”장 노인은 분노하여 말했다.“다시 그 여자랑 엮게 된다면 우리 집에서 나가!”장서원은 이마에 핏줄이 펄쩍 뛰었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금껏 애지중지하며 예뻐 했던 조카를 보고 늘 양보만 해야했던 여동생을 보고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보았다.‘그래! 인제 말해야겠다!’장서원은 천천히 입을 열어 한 글자씩 말했다.“예나 내 딸이에요. 내 친 딸이에요.”‘뭐?’‘뭐? 뭐가 어떻게 된 거라고?’‘말이 돼?’‘무슨 소리 하는 거야?’회의실 안의 다른 네 사람은 그대로 멍해졌다.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장지원이었다. “그때 서금주와 헤어질 때 딸이 있었단 말이에요?”장서원은 입을 오므리며 망설였다.“그때 그 일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 하고 싶지 않아. 근데 예나는 확실히 내 딸이 맞아!”‘그런 거 였구나!’이 말을 듣고 장명훈의 꽉 쥔 주먹이 서서히 풀리고 미간 주름도 점점 사라졌다.“그럼, 일이 더욱 순조로워지겠네!”장 노인은 다소 평온 해졌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그 애한테 전해! 매체 앞에 까지 가서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일이 커지면 우리 장씨 그룹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장씨 그룹에 일단 파급되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똑똑히 말 해!”이 말을 듣고 장서원은 화가 나서 웃음이 터질 듯했다.‘예나라고 돌아오고 싶어하는 줄 알아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돌아오지 않을 건데요!’바로 장씨 가문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장서원은 지금까지 감히 도예나에게 자기가 친 아빠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내가 능력만 있어도 우리 예나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 건데, 아빠가 부족
장서원은 사무실에 우두커니 서서 장지원 모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여러 해 동안, 장서원은 늘 양보하고 종래로 다투지 않았다.하여 사람들은 늘 장서원이 나약하다고 했었다.그러나 지금, 장서원은 더 이상 나약해질 수 없다.왜냐하면 나나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고 지금이라도 조금씩 갚아 나가야 하기때문이다.“그럼, 이 배상 계약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장서원은 계약을 장지원에게 직접 던졌다.장지원은 화가 치밀어 올라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상업상의 분쟁을 처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 주 대표님과 이런 일을 공모한 것이다.게다가 강씨 가문은 가문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도예나가 일을 크게 벌이지 못하도록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도예나가 장씨 그룹으로 단 걸음에 쳐들어 왔을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까지 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배상 계약은 사적으로 사람을 속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일단 공개되면 장씨 그룹뿐만 아니라 옐리토스 그룹, 그리고 조작을 돕겠다고 약속한 공식 부문의 직원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어떡하지?’ “칩에 문제가 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계약서에 적혀 있는 것처럼 엄중한 건 아니에요.”장지원은 타협적으로 말하며 입술을 오므렸다.“주 대표님과 배상 취소에 애해 얘기 해볼게요. 근데 도예나는 절대 언론 앞에서 이 일을 공개해서는 안 돼요.”하지만 장서원은 물러서지 않고 한 걸음씩 핍박했다.“배상금을 프로젝트 이윤으로 삼아 지원이한테 주려고 이 일을 꾸민 거 아니야? 지원이가 순리대로 장씨 그룹의 상속인이 되도록 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장지원은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갑자기 왜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는 거야?’지금껏 장서원은 늘 무슨 일을 하든 여동생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섰다.하여 장지원은 줄곧 큰 오빠가 호락호락하고 연약하다고 느껴왔다.그러나 이 일에 있어서 장서원은 전례 없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 장지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헉!장 노인은 냉소를 지었다.눈빛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떠나지 않고 더욱 미친 듯이 몰려왔다.이때 도예나는 계약서 하나를 손에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아시다시피 예성과학기술회사는 얼마전에 옐리토스 그룹과 정식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도예나는 평온한 말투로 장씨 그룹이 제3협력 회사가 된 사실을 말한 뒤 계약서를 가리키며 말했다.“옐리토스 그룹은 장씨 그룹과 공동으로 우리 회사에서 설계한 칩에 문제가 있다며 천 억의 배상금액을 제시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공식 날인이 있지만 전 인정하지 않고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제3 회사에 테스트를 다시 요청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모든 언론사 기자님과 네티즌 분들이 함께 감독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만약 테스트 결과가 이 문건에서 말한 바와 같다면 천 억원 그대로 배상에 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건에서 말한 것이 전부 가짜라면 전 장씨 그룹과 옐리토스 그룹이 공식적으로 저에게 사과하고 이 기간 예성과학기술회사의 명예 손실 비용, 정신 손실 비용, 작업 지연 비용 등을 배상 해주기 바랍니다.”‘스캔들이 아니라 상업 분쟁 이었어?’기자들은 상업 분쟁 사건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이런 분쟁은 인터넷에서의 열기가 줄곧 높지 않다.하지만 사건의 주인공이 성남시 제일 미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어떤 기자가 기사를 현장에서 즉시 보내 이미 실시간 검색에 올랐다.도예나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막 떠나려 할 때 외곽에 익숙한 그림자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도예나는 천천히 입 꼬리를 올려 웃는 듯 마는 듯한 호도를 드러냈다.기자들은 도예나의 시선에 따라 바라봤더니 장씨 그룹의 장서원이 거기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장서원 씨,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도예나는 장서원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만약 그동안 너무 오래 억압하지 않았다면, 도예나는 결코 이렇게 공개적이고 격렬한 방식으로 이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도예나는 더 이상 장씨 가문과 실랑이를 부리고 싶지 않
상업 분쟁에 관한 일은 일단락되고 도예나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가만히 놔둘 기자들이 아니다.기자들은 곧 겹겹이 둘러와 도예나를 감싸버렸다.“이혼한다는 건 사실입니까? 명확하게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캐서린의 심리 진료실이 부서졌다는 말이 있는데, 사모님이 시키신 겁니까?”10여 명의 기자가 길을 막자 도예나는 피할 수 없었다.한층 어두워진 얼굴로 막 입을 열려고 했는데, 군중을 뚫고 장서원이 도예나의 앞으로 비집고 들어왔다.“예나 씨, 이쪽으로 가요.”장서원은 도예나의 손목을 꽉 잡고 작은 길을 따라 떠났다.도예나는 머뭇거렸으나 거부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건물 옆으로 들어가 밖에 있던 기자들을 차단했다.“감사합니다.”도예난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그러자 장서원은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랐다.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뭐라고 말하지? 요즘 잘 지내고 있는 가고 물어볼까?’하지만 그런 뻔한 질문을 던지면 밖에 있는 기자와 다른 점이 없게 된다.장서원은 턱을 긁적거리며 입이 바짝 말랐다.“이번 일은 확실히 장씨 그룹의 잘못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어도 개의치 마세요.”도예나는 담담하게 장서원을 바라보았다.“장서원 씨는 성이 장씨인데, 제가 장씨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만약 장씨 그룹의 잘못이라면 응당 사과해야 하는 겁니다. 이는 제 성 씨와 상관없습니다.”장서원은 우물쭈물하며 천천히 입을 다시 열었다.“벌써 5시반이네요. 제가 저녁을 대접해도 되겠습니까?”“아니요.”도예나의 목소리는 옅어졌다.“아이들 밥 차려줘야 해서요.”“아, 그렇군요.”장서원은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계산해 보니 이미 오랫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아이들 보고 싶은데, 핑계가 없을까?’도예나가 곧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고 장서원은 마음이 급해졌다.장서원은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잠깐만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따스한 햇살을 거슬러 장서원은 도예나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엄마랑 많이 닮았구나.’금주의 판박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았다.특히 눈과 코가 가장 많이 닮아 있었다.도예나의 입술은 친가인 장씨 가문과 닮았다.부모님 얼굴의 장점을 모조리 이러 받아 이목구비가 또렷한 것이 엄마인 금주보다 훨씬 뛰어났다.성남시 제일 미녀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미모가 확실하다.“나나야, 너 네 엄마랑 많이 닮았어. 너랑 같은 나이에 네 엄마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어.”장서원의 목소리는 온유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근데 네 엄마는 부드럽고 내성적이라 너무 약한 마음과 성격을 지니고 있었어. 인생을 계획에 따라 보내면서 단 한 걸음도 잘못 걸으려고 하지 않았어.”장서원은 말하면서 점점 추억에 잠겼다.도예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하시죠.”그러자 장서원은 추억에서 빠져나왔다.다시 도예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장엄하면서도 정중하게 말했다.“나나야, 사실 넌 나와 금주의 딸 이란다. 내가 네 친 아빠야.”장서원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오랜 시간 동안 비밀을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었지만 이 날이 오기를 한없이 기다렸다.장서원은 도예나의 얼굴을 보았으나 생각과 달리 평온 하기 그지없었다.도예나는 눈빛이 차분하고 안색이 평온 하여 마치 자신과 무관한 일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모두 사실이야. 거짓말이 아니야.”장서원은 허둥지둥 거리며 거듭 말했다.“만약 믿겨지지 않으면 친자 확인해도 돼!”“믿어요.”도예나는 담담하게 말했다.“짐작하고 있었어요.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뭐? 알고 있었다고?’“아니, 없어.”장서원은 도예나의 미지근한 반응에 굳어졌다.“그럼, 먼저 갈게요.”도예나는 몸을 돌려 옆 문으로 걸어 나갔다.그리고 장서원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어떻게 된 거지? 놀랍지도 않은 건가?’스토리는 장서원이 상상한 그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응당 화들짝 놀라며 부둥켜안고
도예나는 수아를 안고 성큼성큼 별장에 들어갔다.펑-그리고 온 몸의 힘을 다해 별장의 문을 닫았다.강남천은 그네에서 일어나 입 꼬리를 올리며 그런 도예나를 비웃었다.‘감히 나를 무시해?’강남천은 주동적으로 온 것도 이미 매우 비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예나는 그를 보지도 않고 무시해버렸다.도예나는 수아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 와 차가운 눈빛으로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설민준을 보고 물었다.“저 사람 들어오게 하면 어떡해!”설민준은 마냥 억울한 듯이 머리만 긁적였다.“딸이 아빠를 원하고 아빠도 딸을 원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아.”설민준은 말을 마치고 까치발을 하고 창 밖을 한 번 쳐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근데 오늘 태도 꽤 괜찮아 보였어. 너한테 사과하러 온 거 아니야? 바보처럼 마음 약해져 한 번에 용서하지 말고 너한테 잘못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야 해. 남자가 바람을 피기 시작하면 한 번에서 끝이지 않아. 순간의 호의에 넘에 가지 말고 정신 차리고 있어.”“민준 삼촌, 바람을 피운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수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도예나는 설민준을 호되게 노려보고 수아를 그의 품속으로 건네며 차갑게 말했다.“수아 지키고 있어! 나가서 이야기 하고 올게!”도예나는 별장의 문을 열고 나갔다.아이들은 후다닥 창문으로 뛰어와 새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원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뭐 하러 왔어?”도예나는 소리를 낮추고 차갑게 물었다.그러자 강남천은 한 손을 주머니를 베끼고 입을 열었다.“캐서린 해결되면 다시 우리 집으로 온다고 약속하지 않았어?”도예나의 두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그래서 어떻게 처리 했어?”“가라고 했는데, 가지 않으려고 그랬어. 그래서 용식이 보고 공항까지 바래다 주라고 했어.”강남천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한 번 보았다.“한 시간만 더 있으면 성남시를 떠나게 될 것이고 다시는 영원히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어때? 만족해?”도예나는 눈썹을 찌푸렸다.“자의로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