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떠나지 않고 더욱 미친 듯이 몰려왔다.이때 도예나는 계약서 하나를 손에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아시다시피 예성과학기술회사는 얼마전에 옐리토스 그룹과 정식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도예나는 평온한 말투로 장씨 그룹이 제3협력 회사가 된 사실을 말한 뒤 계약서를 가리키며 말했다.“옐리토스 그룹은 장씨 그룹과 공동으로 우리 회사에서 설계한 칩에 문제가 있다며 천 억의 배상금액을 제시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공식 날인이 있지만 전 인정하지 않고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제3 회사에 테스트를 다시 요청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모든 언론사 기자님과 네티즌 분들이 함께 감독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만약 테스트 결과가 이 문건에서 말한 바와 같다면 천 억원 그대로 배상에 임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건에서 말한 것이 전부 가짜라면 전 장씨 그룹과 옐리토스 그룹이 공식적으로 저에게 사과하고 이 기간 예성과학기술회사의 명예 손실 비용, 정신 손실 비용, 작업 지연 비용 등을 배상 해주기 바랍니다.”‘스캔들이 아니라 상업 분쟁 이었어?’기자들은 상업 분쟁 사건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이런 분쟁은 인터넷에서의 열기가 줄곧 높지 않다.하지만 사건의 주인공이 성남시 제일 미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어떤 기자가 기사를 현장에서 즉시 보내 이미 실시간 검색에 올랐다.도예나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막 떠나려 할 때 외곽에 익숙한 그림자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도예나는 천천히 입 꼬리를 올려 웃는 듯 마는 듯한 호도를 드러냈다.기자들은 도예나의 시선에 따라 바라봤더니 장씨 그룹의 장서원이 거기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장서원 씨,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도예나는 장서원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만약 그동안 너무 오래 억압하지 않았다면, 도예나는 결코 이렇게 공개적이고 격렬한 방식으로 이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도예나는 더 이상 장씨 가문과 실랑이를 부리고 싶지 않
상업 분쟁에 관한 일은 일단락되고 도예나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가만히 놔둘 기자들이 아니다.기자들은 곧 겹겹이 둘러와 도예나를 감싸버렸다.“이혼한다는 건 사실입니까? 명확하게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캐서린의 심리 진료실이 부서졌다는 말이 있는데, 사모님이 시키신 겁니까?”10여 명의 기자가 길을 막자 도예나는 피할 수 없었다.한층 어두워진 얼굴로 막 입을 열려고 했는데, 군중을 뚫고 장서원이 도예나의 앞으로 비집고 들어왔다.“예나 씨, 이쪽으로 가요.”장서원은 도예나의 손목을 꽉 잡고 작은 길을 따라 떠났다.도예나는 머뭇거렸으나 거부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건물 옆으로 들어가 밖에 있던 기자들을 차단했다.“감사합니다.”도예난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그러자 장서원은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랐다.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뭐라고 말하지? 요즘 잘 지내고 있는 가고 물어볼까?’하지만 그런 뻔한 질문을 던지면 밖에 있는 기자와 다른 점이 없게 된다.장서원은 턱을 긁적거리며 입이 바짝 말랐다.“이번 일은 확실히 장씨 그룹의 잘못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어도 개의치 마세요.”도예나는 담담하게 장서원을 바라보았다.“장서원 씨는 성이 장씨인데, 제가 장씨 그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만약 장씨 그룹의 잘못이라면 응당 사과해야 하는 겁니다. 이는 제 성 씨와 상관없습니다.”장서원은 우물쭈물하며 천천히 입을 다시 열었다.“벌써 5시반이네요. 제가 저녁을 대접해도 되겠습니까?”“아니요.”도예나의 목소리는 옅어졌다.“아이들 밥 차려줘야 해서요.”“아, 그렇군요.”장서원은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계산해 보니 이미 오랫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아이들 보고 싶은데, 핑계가 없을까?’도예나가 곧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고 장서원은 마음이 급해졌다.장서원은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잠깐만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따스한 햇살을 거슬러 장서원은 도예나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엄마랑 많이 닮았구나.’금주의 판박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았다.특히 눈과 코가 가장 많이 닮아 있었다.도예나의 입술은 친가인 장씨 가문과 닮았다.부모님 얼굴의 장점을 모조리 이러 받아 이목구비가 또렷한 것이 엄마인 금주보다 훨씬 뛰어났다.성남시 제일 미녀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미모가 확실하다.“나나야, 너 네 엄마랑 많이 닮았어. 너랑 같은 나이에 네 엄마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어.”장서원의 목소리는 온유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근데 네 엄마는 부드럽고 내성적이라 너무 약한 마음과 성격을 지니고 있었어. 인생을 계획에 따라 보내면서 단 한 걸음도 잘못 걸으려고 하지 않았어.”장서원은 말하면서 점점 추억에 잠겼다.도예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하시죠.”그러자 장서원은 추억에서 빠져나왔다.다시 도예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장엄하면서도 정중하게 말했다.“나나야, 사실 넌 나와 금주의 딸 이란다. 내가 네 친 아빠야.”장서원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오랜 시간 동안 비밀을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었지만 이 날이 오기를 한없이 기다렸다.장서원은 도예나의 얼굴을 보았으나 생각과 달리 평온 하기 그지없었다.도예나는 눈빛이 차분하고 안색이 평온 하여 마치 자신과 무관한 일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모두 사실이야. 거짓말이 아니야.”장서원은 허둥지둥 거리며 거듭 말했다.“만약 믿겨지지 않으면 친자 확인해도 돼!”“믿어요.”도예나는 담담하게 말했다.“짐작하고 있었어요.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뭐? 알고 있었다고?’“아니, 없어.”장서원은 도예나의 미지근한 반응에 굳어졌다.“그럼, 먼저 갈게요.”도예나는 몸을 돌려 옆 문으로 걸어 나갔다.그리고 장서원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어떻게 된 거지? 놀랍지도 않은 건가?’스토리는 장서원이 상상한 그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응당 화들짝 놀라며 부둥켜안고
도예나는 수아를 안고 성큼성큼 별장에 들어갔다.펑-그리고 온 몸의 힘을 다해 별장의 문을 닫았다.강남천은 그네에서 일어나 입 꼬리를 올리며 그런 도예나를 비웃었다.‘감히 나를 무시해?’강남천은 주동적으로 온 것도 이미 매우 비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예나는 그를 보지도 않고 무시해버렸다.도예나는 수아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 와 차가운 눈빛으로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설민준을 보고 물었다.“저 사람 들어오게 하면 어떡해!”설민준은 마냥 억울한 듯이 머리만 긁적였다.“딸이 아빠를 원하고 아빠도 딸을 원하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아.”설민준은 말을 마치고 까치발을 하고 창 밖을 한 번 쳐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근데 오늘 태도 꽤 괜찮아 보였어. 너한테 사과하러 온 거 아니야? 바보처럼 마음 약해져 한 번에 용서하지 말고 너한테 잘못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야 해. 남자가 바람을 피기 시작하면 한 번에서 끝이지 않아. 순간의 호의에 넘에 가지 말고 정신 차리고 있어.”“민준 삼촌, 바람을 피운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수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도예나는 설민준을 호되게 노려보고 수아를 그의 품속으로 건네며 차갑게 말했다.“수아 지키고 있어! 나가서 이야기 하고 올게!”도예나는 별장의 문을 열고 나갔다.아이들은 후다닥 창문으로 뛰어와 새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원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뭐 하러 왔어?”도예나는 소리를 낮추고 차갑게 물었다.그러자 강남천은 한 손을 주머니를 베끼고 입을 열었다.“캐서린 해결되면 다시 우리 집으로 온다고 약속하지 않았어?”도예나의 두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그래서 어떻게 처리 했어?”“가라고 했는데, 가지 않으려고 그랬어. 그래서 용식이 보고 공항까지 바래다 주라고 했어.”강남천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한 번 보았다.“한 시간만 더 있으면 성남시를 떠나게 될 것이고 다시는 영원히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어때? 만족해?”도예나는 눈썹을 찌푸렸다.“자의로 떠
강남천은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도예나는 그제야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애들한테 이야기하고 올게.”도예나의 웃음은 밤하늘의 반짝이는 네온 사인처럼 갑자기 찬란한 빛을 발하여 강남천의 눈을 홀렸다.황홀함에 빠져 있는 순산 도예나는 가방을 들고 집에서 나왔다.“가자! 공항으로 가자.”도예나는 검은색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강남천은 문득 마음을 가다듬고 가속 페달을 밟고 쏜살같이 달려갔다.차가 별장 입구로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고 수아는 얼굴이 어두워졌다.“맛있는 거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그냥 가면 어떡해요!”“아빠가 가서 속상한 거 아니야?”강세윤은 수아를 놀리며 말했다.“우리 수아한테는 아빠보다 음식이 더 소중 하구나.”“엄마가 해주는 음식의 맛은 영원 하지만, 아빠는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아.”수아는 턱을 손에 괴고 한숨을 내쉬었다.“가끔 아빠가 너무 좋은데, 때로는 너무 무섭고 짜증나기도 해.”강세윤도 턱을 괴고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나도 그래. 아빠가 무서워서 달려가서 안길 수도 없어.”무심한 두 아이가 서로 괴로움을 토하고 있다.그리고 강세훈과 도제훈은 위층 서재에서 바삐 돌고 있다.두 사람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있다.최고의 성능을 갖춘 최상의 노트북이다.강세훈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2호실 통제 완료.”“좋아.”도제훈은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시스템 통제 완료! 위기 해제! 임무 완수!]미션 채팅 방의 다른 사람들은 이 메시지를 보고 함성을 터뜨렸다.[200억 리스트를 한 시간에 해결하다니! 대박입니다!]K가 채팅 방에 메시지를 올렸다.[형님, 이번에 새로 들인 파트너......음, 닉네임 사나이는 어디에서 찾은 겁니까? 왜 이렇게 대단해요?][신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닉네임 사나이가 인사 말을 올렸다.[전혀 신인처럼 보이지 않아! 예전에 도보스가 너한테 도전장을 내민 적 있지? 근데, 너 거절하지 않았어?]K가 메시지를 보
공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도예나는 강남천을 따라 VIP대기실로 들어갔다.강남천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캐서린의 황송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로 나 보낼 거야? 아니지? 나 너 진심으로 사랑해! 너랑 한 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 죽어도 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제발 나 보내지 마!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캐서린은 달려들어 강남천의 팔을 잡고 계속 애원하려고 했다.그때 뒤따라 걸어오는 도예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도예나는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내뿜었다.도예나는 도도하게 입을 열었다.“캐서린 씨, 제 남편 좀 놓아주시죠.”‘뭐? 네 남편?’캐서린은 손을 떨며 얼굴에는 비분이 가득했다.“네 남편 아니야! 저 사람은 강남천이라고!”“닥쳐!”강남천은 혐오감을 띤 얼굴로 싸늘하게 호통을 쳤다.그러자 캐서린은 갑자기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도예나는 머리카락을 꼬며 말했다.“잠시만 나가 줄래? 캐서린 양과 따로 얘기하고 싶어요.”강남천은 찬성하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좀 미친 여자라 너 혼자 두면 걱정 돼.”“당신이 여기에 있으면 캐서린이 성남시에 남아 있어도 되는 착각을 하게 될까 봐 그래.”도예나는 강남천의 팔을 건드리며 말했다.“오래 걸리지 않아. 10분만 줘.”강남천은 고개를 숙이고 여자의 하얀 손가락이 자기의 팔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도예나의 손가락은 둥글고 분홍색을 띠고 있어 차갑고 딱딱한 마음을 왠지 사르르 녹이는 작용을 한다.강남천은 손을 들어 도예나의 손등을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입구에서 지키고 있을게. 일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강남천은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김용식과 다른 경호원 두 명도 함께 데리고 나갔다.입구에 이르러 김용식은 고개를 돌려 경계하며 도예나를 힐끗 보았다.‘단 둘이 둬도 되는 걸까?’지난번에 병원에서 도예나는 강남천을 내보내고 캐서린에게 최면을 걸었다.지난번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두 사람을 한 방에 두는 강남천이
“아니야! 두 사람 달라!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라고!”캐서린은 거의 히스테리를 부렸다.“너 모르지? 남천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지? 남천이 옆에 있던 여자들은 수도 없었어. 매일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있었어. 지금 너한테 잘해주는 것 같지? 왜 그러는 줄 알아? 단지 네가 처음으로 보는 여자라 그래! 한 순간의 신선함 때문에 너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너도 나처럼 버림 받을 거야!” “그래요?”도예나는 웃으며 말했다.“근데 전 캐서린 씨보다 예쁘고 수단도 높아요. 내가 한 남자의 마음도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매력이 없지는 않거든요! 지금처럼, 캐서린 씨를 성남시 밖으로 보내라고 했을 뿐인데, 두 말 없이 보내고 있잖아요. 저보다 강남천을 오래 알고 지내지 않았어요? 지금처럼 여자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모습 본 적 있어요?”이 말은 캐서린의 심장을 날카로운 칼처럼 찔렀다.케서린은 한사코 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의 슬픔과 질투를 억눌렀다.“내 아이한테 잘 해주기만 하면 평생 함께 지낼 수 있어요.”“어차피 현석 씨랑 얼굴도 똑같고 웃는 모습도 부드러우니 현석 씨라고 생각하면서 사랑하면서 지내면 돼요. 사실 누구와 살아도 한 평생이니 그 상대가 누군지 큰 상관은 없어요.”‘뭐? 상관이 없다고? 평생을 함께 한다고?’캐서린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강남천을 여러 해 동안 기다려온 캐서린이다.강남천이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렸고 당당하게 지낼 수 있기를 묵묵히 기다렸다.무엇보다도 강남천과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다.그러나 모든 환상이 와르르 무너졌고 도예나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그것도 모자라서 강제적으로 성남시를 떠나게 수단을 부리고 있다.하여 달갑지 않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세요. 알다시피 전 강남천을 사랑하지 않아요. 만약 두 사람이 우리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면 난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거예요.”도예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근데, 네가 내 남자를 죽었으니 나도 네 남자
“강남천이 사람을 시켰어. 강현석을 기절시키고 외국으로 보내라고 했고 H지대로 보내졌을 거야.”‘뭐? H지대?’도예나는 또 다시 멍해졌다.H 지대는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혼란스럽고 어둡기로 유명하며 국제기구도 감히 가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다.혼수 상태에 빠진 강현석이 그곳에서 어떤 험한 일을 당할 지 상상하기도 어렵다.도예나는 갑자기 더 이상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반드시 강현석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알아내야만 했다.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뜨며 강제로 눈물을 삼켜버렸다.“계속 말해 봐.”캐서린은 무의식 중에 입구를 한 번 보았다.이렇게 많은 내용을 도예나에게 알려준 걸 강남천이 알게 된다면, 아마 살아있을 날이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강남천에게는 한 글자도 말하지 않을게.”도예나는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내 남편이 살아있다면, 강남천을 너에게 돌려 줄게. 하지만 남편이 죽었다면, 넌 평생 강남천과 결혼할 리 없을 거야.”도예나는 한마디로 캐서린의 약점을 잡았다.그러자 캐서린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알다시피 H 지대는 엄청 혼란스러워. 강남천은 혼수상태에 빠진 강현석을 빈민가에 던진 후 모든 부하들을 철수시켜 죽든 살든 알아서 하게 두고 왔어. 그리고 강현석이 죽었다고 한 것은 그 이후로 강현석에 관한 소식을 듣지 못해서야. 다른 조직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혼전 중에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도예나의 얼굴은 한 층 더 창백해졌다.아무리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미세한 슬픔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비쳐 나왔다.“근데 난 강현석이 살아있을 거 같아.”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이국 땅에서 죽지 않았을 거야. 그 보다도 널 사랑하니까 절대 널 혼자 두고 가지 않으려고 했을 거야. 그러니 강현석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어!”‘네가 그렇게 믿어야만 내가 성남시에 남아 있을 수가 있어.’‘그래야 내가 강남천 곁에 있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