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천은 여자가 질투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하지만 그날 밤 정말 도예나의 순간 폭발에 놀랐다.탁탁-뺨을 때리는 것이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었다.물론, 강남천도 와인 두 잔에 맞았다.그날 밤의 일을 생각하면 강남천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끔거린다.비록 캐서린과 확실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도예나에게 그런 장면을 보였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확실해요.”도예나는 진지하게 말했다.“단지 빨리 좋아지고 싶어요.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싶어요. 악몽도 더 이상 꾸고 싶지 않고 넋이 나간 채 의심에 휩싸여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 좀 도와주세요.”그러자 강남천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래요, 내가 시간이 되는지 한 번 연락해 볼게요.”강남천이 나가자 도예나는 크게 한숨을 돌렸다.침대 머리에 기대어 머릿속에 온갖 복잡다단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계속 생각하고 계속 궁리하여 정말 피곤했다.윙윙-도예나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폰을 들어 한 번 보았는데, 영상 통화였고 아이들로부터 걸려온 것이다.발신자를 확인하자 얼굴의 먹구름이 이 순간에 흩어졌다.도예나는 화장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엄마, 우리 도착했어요!”강세윤의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엄마 보여요? 엄마가 전에 잤던 방에서 잤어요!”수아는 분홍색 인형을 안고 카메라 앞으로 다가왔다.“엄마, 이거 하니 토끼인데, 집에 데려갈 거예요.”도예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수아가 먼저 잘 돌보고 있어. 엄마가 곧 데리러 갈게.”“네! 엄마 우리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도제훈이 기특하게 말했다.“이따가 민준 삼촌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어요. 근데, 엄마 지금 어디에요?”도제훈은 배경이 매우 낯설었다고 느껴졌다.그리고 엄마의 표정도 초췌 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엄마, 이제 일어났어요? 다크서클도 심하고 머리도 엉망인 거 같아요.”“어, 맞아, 어제 사무실에서 잠 들었어. 이제 막 일어났어.”도예나는 난처하게 웃었다.“회사에 일이
늦은 밤.공기 중에 소독수 냄새가 진동하여 코를 찌르고 있다.8시 반쯤, 강남천은 캐서린을 데리고 병실 입구에서 걸어 들어왔다.도예나는 이불 속에 숨어 있던 손가락을 꽉 쥐고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캐서린 씨, 저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캐서린은 붉은 입술은 차갑게 오므렸다.캐서린은 지금껏 살아 오면서 따귀를 맞은 적이 없다.만약 강남천이 직접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캐서린은 직접 오지 않았을 것이다.캐서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강남천의 싸늘한 시선이 쓸려왔다.캐서린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일은 이미 지나갔고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캐서린은 병상 옆으로 걸어가서 공적인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태도로 물었다.“그럼,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도예나는 병상에 기대어 침묵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남천 씨, 잠시 자리 좀 내주시겠습니까?”캐서린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심리 치료 과정에 제3자가 현장에 있지 않는 것이 좋으니 협조해 주시죠.”그러자 강남천은 도예나를 바라보았다.그것은 마치 자신이 여기에 남기를 원하는 것인가 하고 묻고 있는 거 같았다.이러한 장면을 본 캐서린은 또 한바탕 화가 났다.칼끝을 걷는 이 남자는 무슨 일을 하든 거리낌 없이 괴팍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다.그런데 지금 이런 사소한 일에도 강남천은 한 여자의 눈치를 본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차갑게 말했다.“전 오늘 의사로서 여기에 서 있으므로 결코 의덕을 저버리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저를 믿어 주시죠.”도예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말했다.“현석 씨, 치료 끝나고 들어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자 강남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무슨 일이 있으면 소리 지르면 돼요.”강남천은 몸을 돌려 병실을 나와 방문을 천천히 닫았다.병실에는 여자 두 명만 남았다.캐서린은 의자를 끌고 병상 옆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자, 이제 말씀하
질투심이 극에 달하는 일이기도 하다.캐서린은 만년필을 들고 힘껏 쥐었다. 필 끝이 종이를 뚫어버렸다.도예나는 마치 캐서린의 정서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현석 씨, 거기 있어요?”병실의 문은 말이 떨어지자마자 열렸다.이는 강남천이 줄곧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설명한다.이러한 생각에 캐서린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예나 씨, 왜 그래요?”강남천은 들어와서 캐서린을 노려보았다.캐서린은 기가 막혀 오장육부가 터질 것 같았다.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강남천은 마치 자기가 도예나를 헤치기라도 한 것처럼 노려보았으니 말이다.“커피 한 잔 마시고 기분 조절 좀 하려고요.”도예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며 강남천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아로수에 있는 카페에 내가 즐겨 마시는 라떼가 있는데, 사다 줄래요?”그러자 강남천은 도예나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답했다.“알았어요. 금방 갔다 올게요.”강남천은 말을 끝내자마자 거의 뛰쳐나가다시피 달려갔다.캐서린의 질투심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캐서린은 끝끝내 통제력을 잃고 일어섰다.“물 있어요? 물이 마시고 싶어서요.”도예나는 구석에 있는 물 몇 병을 가리켰다.“간호사가 아침에 사왔는데 아직 열어본 적이 없어요.”캐서린은 다가가서 물 한 병을 들고 뚜껑을 열고 물 반 병을 꼬르륵 마셨다.차가운 물을 마시고 서야 마침내 질투와 조바심이 사라졌다고 느꼈다.캐서린은 평온한 얼굴로 다가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계속 할까요? 악몽에 대해서는 먼저 중단하고 강 선생님과의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치료에 도움이 될 겁니다.”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와 현석 씨 사이의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제가 외국에서 돌아온 후 차를 몰고 작은 상황이 생겼는데, 우리 딸이 먼저 현석 씨를 발견했지 뭡니까. 아마도 피가 끌려서 일까요? 현석 씨를 보자마자 품속으로 달려갔어요. 아마 그것이 우리의 정식적인 첫 만남일 겁니다.”캐서린은 조용히 듣고 있다.
피터는 가지고 있던 의료 상자를 열고 최면에 필요한 도구를 꺼냈다.“캐서린 양, 내 말 들려요?”피터의 목소리는 봄날의 따스한 햇살 같기도 하고 만물을 따뜻하게 감싸는 파도 같기도 하다.“캐서린 양, 지금 당신은 아주 특별한 곳에 있습니다. 이곳은 완전히 당신의 구역입니다. 지금 편안하게 눈을 떠도 좋아요. 주위를 한번 둘러 보세요. 뭐가 보이죠?”피터의 외마디 외침에 캐서린의 눈꺼풀이 천천히 젖혀졌다.한쪽에 서 있던 도예나는 놀라 경계하며 쳐다보았다.그러나 캐서린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하고 분명히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지금부터 가벼운 호흡과 리듬을 유지하며 저와 함께 숨을 내쉬고 들이쉽니다. 지금의 당신은 18세로 돌아와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이 남자는 멋있고 준수하며 케서린 양과 첫눈에 반했습니다. 남자 분을 데리고 부모님도 만났고 결혼 날짜까지 잡았습니다. 평상시에 약혼자를 어떻게 부르십니까?”캐서린은 입술을 벌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피터도 조급해하지 않았다.피터는 심성이 확고한 사람은 최면술사에게 인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당신의 약혼자는 당신을 매우 사랑합니다. 당신을 캐서린 또는 자기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럼, 캐서린 양은 뭐라고 부릅니까? 지금 약혼자 분이 바로 옆에 있는데, 불러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남천 씨.”캐서린의 붉은 입술은 천천히 벌어지더니 두 글자를 뱉었다.도예나는 이름을 듣자마자 순간 멍해졌다.남천.강남천.강현석의 쌍둥이 형이다.‘역시 그런 거였어!’도예나는 손을 꼭 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재빨리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 피터에게 건네주었다.피터는 힐끗 쳐다보며 계속 인도했다.“당신의 약혼자는 남천 씨라는 호칭에 웃고 있어요. 근데, 약혼자 분에게 동생이 있는 건 아십니까? 이름은 강현석인데, 아시나요?”캐서린은 흐리멍덩하게 대답했다.“네, 알아요.”“강현석은 당신의 약혼자인 강남천의 동생입니다. 두 분께 진심 어린 축복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식
“예나, 일단 진정해. 몇 개만 더 물어볼게.”피터는 캐서린을 계속 쳐다보며 말했다.“누가 강현석을 외국으로 보냈어요?”“남천.”캐서린은 멍하니 말했다.“남천이 강현석을 보냈지만, 강현석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려고 했어요. 그러니 남천과도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어요.”캐서린이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눈알이 다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곧 깨어날 징조이다.도예나는 가슴이 총에 맞은 것처럼 아파서 호흡하지 조차 힘들어졌다.도예나는 모든 것을 돌보지 않고 캐서린의 어깨를 누르고 통제력을 잃고 물었다.“현석 씨 어디로 보낸 거야! 도대체 어디로 보냈는지 당장 말해!”도예나는 캐서린의 어깨를 힘껏 흔들었다.“예나, 진정해, 이러다가 깨어나!”피터는 도예나의 팔을 잡고 떼어내려고 했다. 바로 이때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예나 씨, 뜨끈한 커피 배달 왔어요.”강남천은 문 손잡이를 쥐고 한쪽 발이 병실로 들어서자마자 멍해졌다.눈앞의 장면을 보고 순간 멈칫했고 캐서린이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있는걸 보고 최면에 걸렸다는 생각이 단 번에 떠올랐다.그리고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도예나의 팔을 잡고 있는데, 두 사람은 분명히 무언가를 다투고 있었다.바로 이 순간, 캐서린도 정신을 차렸다.“남천 씨, 도예나가 나한테 최면 걸었어요!”캐서린은 일어나 강남천을 향해 달려왔다.“모든 걸 알고 있고 이 모든 건 저 여자가 꾸민 거예요.”강남천은 병실 입구에 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도예나를 바라보았다.도예나도 차가운 눈빛으로 강남천을 바라보았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위장할 필요도 없다.지금까지 계획한 이유는 단지 강현석의 종적을 찾기위해서다.그러나 캐서린은 강현석이 이미 죽었다고 말했다.최면에 걸린 사람이 한 말을 믿을 수 있을까?“그런 거였어? 좋아!”강남천의 혀를 입천장에 대고 건달처럼 웃었다.손에 아직도 김이 나는 커피를 한 번 보고는 갑자기 자신이 매우 가소로웠다.참, 바보가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손가락의
도예나의 맑고 차가운 눈동자 속에는 각양각색의 정서가 가득 차 올랐으나 곧 선홍색의 핏발이 떠올랐다.도예나는 강남천의 음산한 눈빛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도예나는 입 꼬리를 일으키며 냉소를 지었다.“강남천, 다른 사람 신분으로 살면서 재미 있었어?”도예나의 말에는 짙은 비꼬기와 도발을 띠고 있다.강남천은 끝끝내 철저히 격노했다.강남천은 손을 들어 도예나의 목을 졸랐다.강남천의 눈동자는 피에 굶주린 듯한 섬뜩한 빛을 띠고 다섯 손가락을 천천히 조였다.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순간에 심한 타격을 받았다.알고 보니, 요 며칠의 순종과 화목은 모두 가장한 것이었다.심지어 아픈 것 조차도 보여주기식의 위장이었다.도예나는 자신을 이용해서 캐서린이 오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아주 완벽한 함정에 조금도 방비하지 않고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순순히 속아 넘어가니 도예나는 틀림없이 매우 의기양양 했을 것이다.그를 손아귀에 넣고 한 걸음씩 함정 속으로 들어올 때 마다 어떤 기분이었을까?여자에 손에 넘어가다니, 강남천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남천 씨, 그만 해요!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겠 어요!”캐서린은 병실 문을 닫고 당황한 표정으로 주의를 주었다.비록 그녀는 도예나를 매우 싫어하지만, 자기 앞에서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싫다.이때 강남천은 갑자기 손을 놓았다.도예나는 목을 잡고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온몸에 힘이 없어 땅에 주저앉았다.“저 여자가 우리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인제 어떡해요?”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차라리 저 여자도 외국으로 보낼까요? 살든 죽든 그건 저 여자 운명에 달렸고요.”강남천은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머니를 더듬어 담배 한 갑을 꺼냈고, 도예나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이미 발각된 이상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니 병실의 안의 공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도예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음 단계까지 걸어 갈 것만 같았다.강현석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응당 통곡해야 하지 않을까?어찌 거래하는 마음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강남천은 한가로이 입을 열었다.“뭔데?”“네 비밀에 대해 입을 다물 수 있지만, 강현석을 어디로 보냈는지 알려줘.”도예나는 강남천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도예나는 강현석이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도예나의 말을 듣고 강남천의 얼굴은 갑자기 서리가 내려앉았다.강현석! 또 강현석이다!강현석을 위해 이 여자는 이렇게 많은 날을 강남천과 함께 할 수 있었다.강현석을 위해, 이 여자는 심지어 비밀을 뱃속으로 썩일 수도 있다!도예나는 강현석을 이토록 사랑하는 걸까?강남천은 손을 들어 도예나의 턱을 꼬집고 또박또박 음산하게 말했다.“바로 네 눈앞에 있잖아.”그러자 도예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재미없어, 그만 해.”“내가 강현석이야. 내가 강현석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네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강남천은 차갑게 도예나를 뿌리쳤다.그리고 휴지 한 장을 꺼내 싫어하는 듯 손가락을 닦았다.“도예나, 너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난 수 만가지 방법으로 널 아프게 할 수 있어.”강남천은 마냥 더러워 하며 바닥에 누워 있는 피터를 발로 찼다.“그리고 얘 입 좀 다물게 해. 일단 밖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난 얘부터 찾아내서 갈기갈기 찢을 거야!”강남천은 말을 마치고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도예나는 온몸에 힘이 없어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반나절이 지난 후에야 비통이 휩쓸어 왔다.도예나는 밀려오는 아픔에 얼굴을 무릎에 묻고 통곡했다.한바탕 크게 울고 난 후, 기분은 점점 가라앉았다.도예나는 의사를 불러 피터를 다른 병원으로 보냈고 그제야 옷을 갈아입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김용식이 복도 모퉁이에서 걸어왔다.“사모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그러자 도예나는 냉소를 지었다.“뭘 하는지 너한테
“예나야, 너 병원에 있잖아, 왜 갑자기 돌아 왔어?”강 부인은 신발을 갈아 신고 마중 나와 습관적으로 도예나의 손을 잡았는데, 깜짝 놀랐다.“손이 왜 이렇게 차? 옷은 왜 또 이렇게 적게 입었어? 얼른 올라 가자! 또 아프지 말고!”도예나는 자신의 손을 뽑아냈다.거실의 밝은 불빛이 도예나의 얼굴을 비추었는데, 눈동자 속의 냉담함, 눈 밑의 핏발 그리고 입가의 냉소가 뚜렷하게 보였다.강 부인은 마침내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핸드백을 내려놓고 숨을 내쉬었다.“무슨 일 있어?”“알고 있었죠?”도예나는 한마디 말로 강 부인의 안색을 크게 변화시켰다.강 부인은 손가락을 꽉 쥐고 억지로 버티며 침착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알고 있었다니?”“쌍둥이 아들, 둘 다 어머님의 아들인데,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큰 아들을 보냈는지, 또 어떻게 큰 아들을 도와 작은 아들을 죽였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도예나의 얼굴에는 기이한 냉소가 걸려 있다.“현석 씨가 20년 동안 어머님을 엄마라고 불렀는데, 어떻게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 있었어요?”“아니야! 그게 아니야!”강 부인은 심하게 고개를 저었다.눈물이 눈가에서 뚝뚝 떨어지며 강 부인은 통제력을 잃고 입을 가리며 울부짖었다.“그게 아니야! 내가 어떻게 현석이를 죽여! 현석이는 내 아들인데, 세상에 아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엄마가 어디에 있어! 근데, 나도 방법이 없었어! 나도 너무 괴로웠다고!”강 부인은 몸이 나른 해져 소파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도예나의 가슴은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진 듯했다.도예나는 여전히 시종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강현석이 죽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다.그러나 지금 강 부인의 모든 행동과 모습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눈물이 언제 떨어졌는지 도예나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가 되었다.“나도 정말 어쩔 수 없었어. 남천이는 심장병이 있어서 한 해도 버티기 어렵다고 했었어. 그래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거야. 난 남천이 엄마로서 세상에서 남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