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일단 진정해. 몇 개만 더 물어볼게.”피터는 캐서린을 계속 쳐다보며 말했다.“누가 강현석을 외국으로 보냈어요?”“남천.”캐서린은 멍하니 말했다.“남천이 강현석을 보냈지만, 강현석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려고 했어요. 그러니 남천과도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어요.”캐서린이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눈알이 다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곧 깨어날 징조이다.도예나는 가슴이 총에 맞은 것처럼 아파서 호흡하지 조차 힘들어졌다.도예나는 모든 것을 돌보지 않고 캐서린의 어깨를 누르고 통제력을 잃고 물었다.“현석 씨 어디로 보낸 거야! 도대체 어디로 보냈는지 당장 말해!”도예나는 캐서린의 어깨를 힘껏 흔들었다.“예나, 진정해, 이러다가 깨어나!”피터는 도예나의 팔을 잡고 떼어내려고 했다. 바로 이때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예나 씨, 뜨끈한 커피 배달 왔어요.”강남천은 문 손잡이를 쥐고 한쪽 발이 병실로 들어서자마자 멍해졌다.눈앞의 장면을 보고 순간 멈칫했고 캐서린이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있는걸 보고 최면에 걸렸다는 생각이 단 번에 떠올랐다.그리고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도예나의 팔을 잡고 있는데, 두 사람은 분명히 무언가를 다투고 있었다.바로 이 순간, 캐서린도 정신을 차렸다.“남천 씨, 도예나가 나한테 최면 걸었어요!”캐서린은 일어나 강남천을 향해 달려왔다.“모든 걸 알고 있고 이 모든 건 저 여자가 꾸민 거예요.”강남천은 병실 입구에 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도예나를 바라보았다.도예나도 차가운 눈빛으로 강남천을 바라보았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위장할 필요도 없다.지금까지 계획한 이유는 단지 강현석의 종적을 찾기위해서다.그러나 캐서린은 강현석이 이미 죽었다고 말했다.최면에 걸린 사람이 한 말을 믿을 수 있을까?“그런 거였어? 좋아!”강남천의 혀를 입천장에 대고 건달처럼 웃었다.손에 아직도 김이 나는 커피를 한 번 보고는 갑자기 자신이 매우 가소로웠다.참, 바보가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손가락의
도예나의 맑고 차가운 눈동자 속에는 각양각색의 정서가 가득 차 올랐으나 곧 선홍색의 핏발이 떠올랐다.도예나는 강남천의 음산한 눈빛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도예나는 입 꼬리를 일으키며 냉소를 지었다.“강남천, 다른 사람 신분으로 살면서 재미 있었어?”도예나의 말에는 짙은 비꼬기와 도발을 띠고 있다.강남천은 끝끝내 철저히 격노했다.강남천은 손을 들어 도예나의 목을 졸랐다.강남천의 눈동자는 피에 굶주린 듯한 섬뜩한 빛을 띠고 다섯 손가락을 천천히 조였다.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순간에 심한 타격을 받았다.알고 보니, 요 며칠의 순종과 화목은 모두 가장한 것이었다.심지어 아픈 것 조차도 보여주기식의 위장이었다.도예나는 자신을 이용해서 캐서린이 오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아주 완벽한 함정에 조금도 방비하지 않고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순순히 속아 넘어가니 도예나는 틀림없이 매우 의기양양 했을 것이다.그를 손아귀에 넣고 한 걸음씩 함정 속으로 들어올 때 마다 어떤 기분이었을까?여자에 손에 넘어가다니, 강남천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남천 씨, 그만 해요!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겠 어요!”캐서린은 병실 문을 닫고 당황한 표정으로 주의를 주었다.비록 그녀는 도예나를 매우 싫어하지만, 자기 앞에서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싫다.이때 강남천은 갑자기 손을 놓았다.도예나는 목을 잡고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온몸에 힘이 없어 땅에 주저앉았다.“저 여자가 우리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인제 어떡해요?”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차라리 저 여자도 외국으로 보낼까요? 살든 죽든 그건 저 여자 운명에 달렸고요.”강남천은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머니를 더듬어 담배 한 갑을 꺼냈고, 도예나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이미 발각된 이상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니 병실의 안의 공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도예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다음 단계까지 걸어 갈 것만 같았다.강현석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응당 통곡해야 하지 않을까?어찌 거래하는 마음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강남천은 한가로이 입을 열었다.“뭔데?”“네 비밀에 대해 입을 다물 수 있지만, 강현석을 어디로 보냈는지 알려줘.”도예나는 강남천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도예나는 강현석이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도예나의 말을 듣고 강남천의 얼굴은 갑자기 서리가 내려앉았다.강현석! 또 강현석이다!강현석을 위해 이 여자는 이렇게 많은 날을 강남천과 함께 할 수 있었다.강현석을 위해, 이 여자는 심지어 비밀을 뱃속으로 썩일 수도 있다!도예나는 강현석을 이토록 사랑하는 걸까?강남천은 손을 들어 도예나의 턱을 꼬집고 또박또박 음산하게 말했다.“바로 네 눈앞에 있잖아.”그러자 도예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재미없어, 그만 해.”“내가 강현석이야. 내가 강현석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네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강남천은 차갑게 도예나를 뿌리쳤다.그리고 휴지 한 장을 꺼내 싫어하는 듯 손가락을 닦았다.“도예나, 너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난 수 만가지 방법으로 널 아프게 할 수 있어.”강남천은 마냥 더러워 하며 바닥에 누워 있는 피터를 발로 찼다.“그리고 얘 입 좀 다물게 해. 일단 밖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난 얘부터 찾아내서 갈기갈기 찢을 거야!”강남천은 말을 마치고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도예나는 온몸에 힘이 없어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반나절이 지난 후에야 비통이 휩쓸어 왔다.도예나는 밀려오는 아픔에 얼굴을 무릎에 묻고 통곡했다.한바탕 크게 울고 난 후, 기분은 점점 가라앉았다.도예나는 의사를 불러 피터를 다른 병원으로 보냈고 그제야 옷을 갈아입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병실 문을 나서자마자 김용식이 복도 모퉁이에서 걸어왔다.“사모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그러자 도예나는 냉소를 지었다.“뭘 하는지 너한테
“예나야, 너 병원에 있잖아, 왜 갑자기 돌아 왔어?”강 부인은 신발을 갈아 신고 마중 나와 습관적으로 도예나의 손을 잡았는데, 깜짝 놀랐다.“손이 왜 이렇게 차? 옷은 왜 또 이렇게 적게 입었어? 얼른 올라 가자! 또 아프지 말고!”도예나는 자신의 손을 뽑아냈다.거실의 밝은 불빛이 도예나의 얼굴을 비추었는데, 눈동자 속의 냉담함, 눈 밑의 핏발 그리고 입가의 냉소가 뚜렷하게 보였다.강 부인은 마침내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핸드백을 내려놓고 숨을 내쉬었다.“무슨 일 있어?”“알고 있었죠?”도예나는 한마디 말로 강 부인의 안색을 크게 변화시켰다.강 부인은 손가락을 꽉 쥐고 억지로 버티며 침착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알고 있었다니?”“쌍둥이 아들, 둘 다 어머님의 아들인데,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큰 아들을 보냈는지, 또 어떻게 큰 아들을 도와 작은 아들을 죽였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도예나의 얼굴에는 기이한 냉소가 걸려 있다.“현석 씨가 20년 동안 어머님을 엄마라고 불렀는데, 어떻게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 있었어요?”“아니야! 그게 아니야!”강 부인은 심하게 고개를 저었다.눈물이 눈가에서 뚝뚝 떨어지며 강 부인은 통제력을 잃고 입을 가리며 울부짖었다.“그게 아니야! 내가 어떻게 현석이를 죽여! 현석이는 내 아들인데, 세상에 아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엄마가 어디에 있어! 근데, 나도 방법이 없었어! 나도 너무 괴로웠다고!”강 부인은 몸이 나른 해져 소파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도예나의 가슴은 갑자기 절벽으로 떨어진 듯했다.도예나는 여전히 시종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강현석이 죽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다.그러나 지금 강 부인의 모든 행동과 모습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눈물이 언제 떨어졌는지 도예나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가 되었다.“나도 정말 어쩔 수 없었어. 남천이는 심장병이 있어서 한 해도 버티기 어렵다고 했었어. 그래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거야. 난 남천이 엄마로서 세상에서 남천이
강남천은 도예나의 신혼 남편을 죽였으니, 신부로서 당연히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예나야, 내 말 좀 들어봐, 먼저 흥분하지 마!”강 부인은 다시 한 번 도예나의 손목을 잡아당겼다.“현석이는 이미 죽었어! 죽었다고! 만약 현석이가 죽었다는 일이 공개된다면, 아이들은 아빠가 없고 성씨 그룹은 기둥이 없게 되고 성씨 가문의 영예도 이 순간에 무너질 거야! 아무도 너를 감싸지 않을 것이고, 아이를 감싸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래도 좋아? 이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거야?”“남천은 지난 20여 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았어. 지금의 광명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으니 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잘 해 줄 거야!”강 부인은 애원했다.“그러니 남천을 현석으로 여기고 사랑하도록 노력해 봐. 둘이서 다정하게 지내면서 아이를 지키고 가정을 지켜 나가. 그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 이야.”도예나는 강 부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뿌리쳤다.그리고 도예나는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했다.“전 저의 행복을 위해 아무 일도 없었던 거처럼 지낼 수 없어요. 아이들도 절대로 자신의 아빠를 죽인 사람에게 보호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어머님, 아니, 사모님, 강남천은 당신 아들이지 저랑은 아무런 혈연 관계도 없어요. 그 말은 즉 전 절대 강남천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아이들 아직 한 없이 어린 나이인데, 그래도 알려줄 거야?”강 부인은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다.“이제 겨우 4살 밖에 안 되는 아이한테 평생 원한을 품고 살게 할거야? 그렇게 하면 넌 나랑 별반 다를 게 없어. 우린 결국 모두 엄마로서 불합격 이야.”도예나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죽도록 물고 있다.아랫입술이 찢어져 피비린내가 나도 도예나는 놓지 않았다.도예나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강 부인은 계속 말했다“적어도 아이에게는 즐거운 어린 시절을 남겨줘야 하지 않겠어?”도예나는 강 부인을 한 번 보고 발걸음을 내디디며 한 걸음씩 무겁게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예나는 방문을 겹겹이 닫고 자물쇠를 잠그고 문짝
도제훈과 강세훈은 눈이 마주쳤는데, 둘 다 얼굴이 굳어졌다.무심한 강세윤 조차도 이상함을 느끼고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엄마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강세훈은 입을 오므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제훈아, 엄마 거짓말 하는 것 같지?”도제훈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렸을 때 여동생이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엄마는 지금처럼 초췌 했었다.그러나 그때의 엄마는 적어도 눈동자는 냉정하고 맑았다.하지만 방금 엄마의 눈 밑은 모두 핏발이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아리게 했다.엄마에 대한 이해로 이번에 아마 큰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도제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귀국 해야겠어.”어쨌든 엄마의 곁에서 엄마와 함께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나도 같이 가요!”강세윤도 이에 부응했다.“요 며칠 동안 줄곧 악몽을 꾸었는데, 꿈에서 아빠 엄마에게 사고가 났어요.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가야 마음이 놓일 거 같아요.”수아도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말했다.“오빠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갈게요.”강세훈은 앞에 있는 동생을 보고 즉시 결단했다.“비서 보고 당장 티켓 끊어 놓으라고 할게.” “어? 갑자기 귀국한다고?”설민준은 위층에서 내려오자마자 어린 녀석들이 귀국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말했다.“놀이 동산 가기로 하지 않았어? 입장권도 이미 구매했고 간식도 준비했는데, 삼촌 헛수고 하게 하는 건 아니지?”도제훈이 고개를 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민준 삼촌,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아요.”그러자 설민준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다.이곳은 국외이므로 국내의 뉴스는 일반적으로 전해지기 어렵다.‘이 녀석들 어떻게 예나가 입원한 걸 알았지?’“삼촌 알고 있는 거 있어요?”강세훈이 설민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날카롭게 물었다.그러자 설민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너희 엄마 감기에 걸려서 머리가 어지러워 공항 화장실에서 쓰러 졌어. 별일 아니야. 이틀 후에 퇴원할 거야...... 야, 제훈아, 너
도예나에게 일이 일어난 걸 뻔히 알면서도 안심하고 외국에 남아 있을 아이들이 아니다.만약 아이들을 억지로 남긴다면, 몰래 도망 갈지도 모른다.이럴 바에는 차라리 같이 돌아가는 것이 낫다.“그래, 같이 가자!”설민준은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거렸다.“오늘 밤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 타고 성남시로 돌아가자.”말이 떨어지자 핸드폰이 주머니에서 진동하기 시작했다.발신자를 힐끗 보았는데, 아버지였다.설민준의 안색은 순간 변했다.만약 지금 아버지가 자기를 잡아간다면, 이 아이들은 누가 지킬 것인가?설민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아빠, 나 지금 일이 있어서 바빠요. 일이 끝나면 꼭 집에 갈 거예요. 그러니 돌아가서 얘기하시죠.”“민준아.”엄숙한 목소리가 전화를 끊으려는 설민준의 동작을 끊었다.“너 암당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며?”“없어요!”설민준은 생각도 하지 않고 부인했다.“설씨 가문의 후계자인 제가 얼마나 바르게 성장했는데, 암당에 아는 사람이 있다니 말이 됩니까! 아버지, 제가 좀 그렇게 바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 못난 것도 아닙니다.”“됐어, 네가 무슨 꼴인지 내가 몰라?”남자는 차갑게 말했다.“암당의 두목이 바뀌었는데, 인맥도 넓고 자원도 풍부해서 일단 그들과 손을 잡게 되면 우리 그룹에도 이익이 될 거 같아서. 네 친구들 중에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데리고 와. 주머니는 두텁게 챙겨 줄게.”설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친구 데리고 갈게요.”설민준은 전에 친구와 그 지역으로 여행한 적이 있는데 확실히 현지인들을 알게 되었다.암당의 사람들은 모두 극단적인 포악분자들이다.그러나 그들의 두목이 바뀌고 모든 극단주의자들이 추방되었다고 듣긴 했다.어떤 사람들은 유엔에 넘겨져 평화 기구에 가입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암당의 세력은 매우 커서 불법 장사를 경영해도 한 집안이 독대할 수 있다.만약 합법적인 장사를 경영하기 시작한다면 전 세계를
달이 휘영청 밝게 높이 걸려 있다.도예나는 베란다에 앉아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꼭 쥐고 있다.이것은 그날 결혼할 때 강현석이 직접 그녀에게 끼워 준 반지인데, 다행히 일시적인 충동으로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았다.이 바다색 반지는 강현석을 회상하는 유일한 것이 되었다.도예나가 강현석에게 준 그 반지는 지금 또 어디에 있을까?도예나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하고 달빛 아래서는 처량하고 가련했다.도예나는 결코 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이 4년 동안 더욱더 거의 울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이미 여러 번 울음을 터뜨렸다.분명히 두 눈은 이미 말랐지만, 눈물은 여전히 끊임없이 떨어진다.인생에서 처음으로 막막해서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다.네 아이가 없었다면 도예나는 과감하게 강남천 이 악마와 함께 죽었을 것이다.그러나 네 아이는 도예나의 약점이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부드러움이다.애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칼로 베일 듯이 아파 난다.그렇게 사랑했던 아빠가 인제 세상에 없으니 말이다.과연 진짜 없을까?왜 여전히 강현석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을까?도예나는 껍질이 벗겨진 자신의 입술을 죽어라 물었고 물안개가 가득 쌓인 눈동자는 점점 굳어졌다.살아 있다면 실물을 봐야하고 죽었다면 시체를 반드시 두 눈으로 확인 할 것이다. 강현석의 시체를 직접 보지 않는 한 캐서린과 강남천의 허튼소리를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그럼, 강현석의 행방을 알아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다닥다닥-어둠 속에서 구두 소리는 유난히 또렷하다.도예나는 재빨리 눈물을 닦고 반지를 주머니에 숨겨 놓은 후에야 침대 옆으로 앉았다.강남천은 안방 입구까지 걸어가 문 손잡이를 잡은 뒤 미간을 찌푸렸다가 다시 풀어졌다.김용식은 도예나가 퇴원 후 강씨 저택으로 돌아왔으나 한 번도 외출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강남천은 오후 내내 회사에서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혹시나 이 여자가 무슨 미친 짓을 할까 봐 늘 걱정했다.도예나가 조용할수록 강남천은 더욱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