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몸을 옆으로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얘기할 시간 있어?”“나랑 얘기할 자격이나 있어?”강남천은 냉소하며 말했다.“신분 가지고 협박하지 마.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내 신분이 드러나는 순간 그 의사가 제일 먼저 죽고 그 다음으로 네 아이 중 가장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죽게 될 거야.”아이에 대해 말하자 도예나는 하마터면 손을 댈 뻔했다.아이로 그녀를 협박하는 건 마지노선을 다친 것과 같다.다행히 아이들은 이미 외국으로 보내져 당분간 생명의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도예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자격이 없기에 더더욱 부탁하는 거야. 넌 너희 집에 시한 폭탄이 있기를 바래?”강남천은 도예나를 힐끗 보고 성큼성큼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다리를 치켜든 모습이 건달이 따로 없었다.전에는 위장때문에 강현석의 생활과 휴식을 배우도록 자신을 강요해야 했다.들키고 나서 오히려 더욱 편안해졌다.강남천은 또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더듬어 불을 붙인 후에야 말했다.“말해.”강남천의 이 일련의 동작을 보면서 도예나는 가까스로 눌렀던 원한이 다시 떠올랐다.이 사람은 자기의 남편을 죽인 범인 이지만, 지금 여기에서 그와 겉치레를 해야 한다.도예나는 지금 반드시 냉정해야 한다. 반드시 냉정해야 강현석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다.“일단 솔직하게 말할게. 난 네가 미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근데 네 아이는 방금 행복하고 완전한 가정을 가졌고, 아빠도 엄마도 있게 됐어. 만약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에 대한 타격은 파멸적 일 수 있어. 어떤 엄마라도 아이를 위해 치욕을 참을 수 있고 나도 마찬가지야.”강남천은 눈썹을 치켜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하지만 난 아이들을 위해 강씨 가문에 남고 싶지는 않아.”도예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먼저 이혼협의서에 서명하자.”도예나는 서랍 속의 이혼 합의서를 다시 꺼냈다.“내가 승낙할 것 같아?”강남천은 가볍게 웃었다.
강남천의 음산한 눈동자에 도예나의 그림자가 거꾸로 비치고 있다.강남천은 태어날 때부터 어둠 속을 걸었고, 가장 동경하는 것은 광명이다.지금 필요한 것은 강씨 그룹 회장이라는 신분이지 강씨 그룹의 주식이나 자산이 아니다.만약 주식을 조금 양도하고 이 여자를 좀 조용하게 할 수만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순순히 사모님만 한다면 내가 두텁게 챙겨 줄게.”강남천은 냉담하게 말했다.“내일 비서에게 주식을 네 명의로 이전하라고 할게, 이러면 돼?”도예나는 주먹을 천천히 풀고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래, 현석 씨한테 빚진 거 아이들에게 갚아.”말을 마치고는 도예나는 차갑게 몸을 돌려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강남천의 눈빛은 갑자기 또 음산해졌다.‘아이가 아니라 강현석을 위해서야?’‘죽은 사람이 그렇게도 좋아?’강남천은 화장대를 발로 차고 손을 뿌리치고 방을 떠났다.도예나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짧디 짧은 며칠 사이에 아름다운 얼굴은 이미 없어졌고 눈동자는 빨갛고 눈언저리는 검어 졌으며 머리카락은 어수선했다.원래 정신적인 파괴가 한 사람에게 주는 타격은 거의 파멸 적이다.아이들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못 버텼을 것이다.천천히 한 걸음씩 강남천의 경계심을 마비시켜야 한다.그렇다가 너무 오래 걸려서도 아니된다.강현석이 오래 기다리지 못할 수도 있기때문이다.그리고 강현석의 행방을 알려면 캐서린부터 착수해야 한다.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새벽 대여섯 시가 되어서야 도예나는 겨우 잠이 들었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다.도예나는 화장실에 가서 짙은 화장을 하고 얼굴의 초췌 함을 가린 후에야 방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 부인은 거실에 앉아 고개를 들어 복잡한 눈빛으로 걸어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강 부인은 목소리가 쉬었다.“예나야, 여기 좀 오거라.”도예나는 멈칫거렸지만 걸어가서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강 부인은 순간 손가락이 굳었다.그전엔 다정하게 어머님이라고 불
[결혼 한 달도 안 되어 이혼? 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이혼설에 대해 제3자가 끼어들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사실인지 잠시 후 보도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이런 뉴스를 보면서 도예나의 입가에 옅은 호도가 일었다.이 기자들은 정말 그녀를 크게 실망시키지 않았다.“이게 다 사실이야?”강 부인은 손도 떨렸다.“이혼을 하더라도 이렇게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될까?”도예나는 안색이 희미해졌다.“강남천은 조만간 자신의 아이가 있을 겁니다. 전 단지 제 아이를 위해 미리 권익을 쟁취했을 뿐입니다. 이혼을 하든 하지 않든 저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결혼 증명서 배우자의 이름은 강현석이지 강남천은 아니다.하여 이혼은 확실히 큰 의미가 없다.강 부인이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우예나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우예나는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웃었다.“네, 곧 갈게요.”우예나는 전화를 끊고 현관에 가서 신발을 갈아 신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강 부인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강 부인은 남편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님이라고 불렀었다.그러나 강 부인도 함께 한 일이란 걸 알게 된 후 도예나의 마음속에서 강 부인은 강남천과 다름없다.도예나는 차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차는 재빨리 강씨 그룹으로 향했다.강씨 그룹 입구에는 많은 기자들이 둘러싸여 있었는데, 모두 강현식과 도예나의 이혼 정보를 얻은 최초의 매체가 되려고 다투고 있다.강씨의 경비원은 질서를 극력 유지하며 직원들의 정상적인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통로를 막았다.이때 트렌치코트를 입은 외국 여자가 강씨 그룹 입구에 나타났다.그녀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하이힐을 밟으며 강씨 그룹으로 들어갔다.기자의 목표는 강현식과 도예나라 그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캐서린은 거침없이 강씨 그룹 꼭대기로 올라갔다.여기에 온 지 몇 번이나 되어 비서 부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알고 있다.일찍이 대표님 옷깃에 립스틱 자국을 남긴 여자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게
캐서린의 모든 존엄이 땅에 밟혔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캐서린은 울먹이며 말했다.“너 오늘 네가 한 선택으로 피 눈물 흘릴 거야!”캐서린은 강남천을 지그시 보고는 한 걸음에 세 번 고개를 돌리는 격으로 대표 실에서 나갔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캐서린은 손을 들어 눈물을 깨끗이 닦았다.강남천 앞에서 비천하게 갈구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영원히 높고 침범할 수 없는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캐서린은 턱을 들고 대표 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그녀가 떠나자 비서실 사람들이 또 의논하기 시작했다.“아직 이혼 발표도 하지 않았는데, 첩이 저렇게 드나들어도 되는 거야?”“외국 여자이지만, 사모님보다 예쁘지 않은데? 대표님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바람을 피웠으니 어떤 계층의 남자든 다 똑같구나!”“사모님은 이혼한 후에 많은 재산을 분할할 수 있어! 우리 누구보다도 잘 지낼 수 있으니, 동정심 거두자!”캐서린은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을 고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또 그 눈부신 외국 여자가 되었다.가방을 메고 강씨 그룹 밖으로 걸어갔는데, 몇 걸음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캐서린 양.”캐주얼한 옷을 입은 도예나가 로비 반대편에서 걸어왔다.도예나는 모자를 쓰고 얼굴의 태반을 가려 강씨 그룹 문어귀에서 들어왔을 때 기자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기자들도 뉴스의 당사자가 당당하게 기자의 포위망에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도예나는 모자를 위로 하고 웃는 얼굴을 약간 드러냈다.“방금 우리 남편 만났어요?”캐서린은 도예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며 이를 깨물 뻔했다.이 여자는 겉모습을 수작을 부리며 강남천을 놀고 있다.“남편 아니라는 거 분명히 알고 있잖아!”“아니면, 강씨 가문의 돈을 보고 남편의 친형과 함께 해도 된다는 거야?”“이것은 우리 집안일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도예나는 하이힐을 밟으며 한 걸음씩 이쪽으로 다가왔다.곧 두 사
“인터뷰 먼저 따야 해!”수십 명의 기자가 순식간에 경비원이 설치한 방어선을 뚫고 로비에서 뒤엉킨 두 여자를 겹겹이 에워쌌다.두예나는 카펫 위에 반쯤 누워 있는데, 두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 있다.그녀는 앞에 서 있는 캐서린을 바라보며 목이 메고 떨렸다.“만약 현석 씨랑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제가 빠지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도 제 아이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도예나의 말에 주변 기자들의 얼굴빛이 변했다.사실은 뜻밖에도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본처와 제3자의 싸움이다.기자는 흥분해서 캐서린의 얼굴을 향해 찍었다.캐서린은 순간 멍해져 한참 동안 반응하지 못했다.하지만 곧 많은 기자들이 그녀를 알아 보았다.“실례지만 캐서린 씨입니까? 외국의 유명한 심리 전문의 아닙니까?”“그래, 캐서린 의사 맞아! 지난번에 캐서린 선생님이 우리 엄마 진찰도 해줬어! 근데 제 3자였어?”“캐서린 씨, 정말로 제3자 맞습니까?”“이혼하는 이유가 당신 때문입니까?”“사회적 지위가 있는 의사인데, 왜 제3자가 된 겁니까?”“......”수많은 플래시가 켜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기에 캐서린은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다.바로 이때 강남천이 홀연히 로비에 나타났다.훤칠하고 우뚝 솟은 그림자가 다가와 캐서린의 앞을 가로막았다.강남천은 음산한 표정을 지은 채 긴 다리를 뻗어 카메라 하나를 부딪혔다.그러자 카메라는 산산조각이 모든 기자들은 놀라서 얼굴이 흙빛이었다.“꺼져!”강남천은 차갑게 드 글자를 뱉었다.현장에 있던 기자는 놀라서 1분도 안 되어 모두 도망갔다.캐서린은 겁에 질려 강남천의 팔을 잡고 억울하게 고소했다.“모두 도예나 때문이야! 날 일부러 자극해서 날 덫에 걸리게 유인 했어! 기자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게 하려고 한 거야.”도예나는 느릿느릿 땅에서 일어섰다.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제3자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어?”“내가 먼저 알았어! 내가 먼저 남천과 만났다고! 제3자는 너야!”강남천은 짜증난 얼굴로 소리
인터넷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도예나와 캐서린이 홀에서 다투는 동영상은 인터넷 곳곳으로 퍼졌다.강씨 그룹 대표가 캐서린의 앞에 서서 기자를 막는 사진의 리트윗이 억 단위를 넘겼으며 댓글 수도 매초 수천 개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이것 좀 봐! 정말 바람 때문에 이혼하는 거였어!”“아내가 바닥에 넘어졌는데 강현석은 내연녀를 지키고 있어, 내연녀를 더 사랑하나 봐.”“성남시 최고 미녀인 도예나가 어디가 부족해서 결혼 한 달 만에 쫓겨나듯 이혼해야 하는 거야?”“성격이 너무 세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남편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지…….”“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는 말은 다들 자제해. 바람 피운 사람이 잘못한 거지. 이 세상에 바람 피우는 것들은 다 죽어버려야 해! 바람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내연녀 이름은 캐서린이고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데, 도계동 빌라 2층에 있는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어!”“내 결혼 생활도 내연녀가 망가뜨렸어. 내 가족도, 내 아이도 모두 내연녀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이 세상에 내연녀가 제일 싫어. 캐서린이 잘사는 꼴 절대 못 봐.”“…….”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의 클리닉 간판이 부서졌다는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도예나는 핸드폰을 들고 냉소했다.“캐서린이 성남시를 떠나지 않는다면 이런 쇼는 계속 이어지겠죠.”강남천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는 비즈니스 쪽의 인간관계는 잘 알아도 두 여자의 다툼을 어떻게 말려야 할지는 전혀 몰랐다.한쪽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옆을 지켜온 캐서린이었고, 다른 한쪽은 친동생의 아내…….물론 도예나가 강남천의 마음속에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맞았다.“캐서린이 얼마나 미친 사람인지는 확실하게 알았어요. 언젠간 강씨 별장까지 들이닥칠 게 뻔해요. 그런데 만약 아이들 앞에서 난동을 부린다면 저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예요.”도예나가 차갑게 말했다.“지금 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캐서린을 성남시에서 떠나게 해요.
”고마워요, 장서원 씨. 하지만 제가 알아서 할게요.”도예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회사로 향했다. 처리할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해외 계정으로 다크웹에 들어갔다.다크웹에는 별별란 사람들이 다 있었다. 대부분 이쪽 계열에서는 능력이 남다른 사람들이라, 무법 지대 사람들을 찾아 거액의 돈을 쥐여 주면 강현석을 찾을 수 있을도 있었다…….한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아마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리고 살아 있다면 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녀는 꼭 알아야 했다…….도예나는 회사에서 바쁜 오후를 보내고 퇴근 준비를 했다.사실 그녀는 강씨 별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강현석도 없고, 네 아이도 없는 그곳은 그냥 잠만 자는 거처에 불과했다.하지만 아직 강남천의 옆에서 연기를 할 필요가 있으니 돌아가야만 했다.도예나는 회사에서 한참이나 꾸물거리다가 강씨 별장으로 운전했다.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자, 네 아이가 앞다투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엄마 왜 이제야 왔어요. 너무 보고 싶었잖아요!”강세윤이 품에 폭 안겼다.“엄마, 저도 안아주세요. 너무 보고싶었어요…….”수아가 도예나의 팔을 잡고 위로 올라탔다.강세훈은 고개를 들어 복잡한 눈길로 도예나를 바라보았다.“엄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요…….”“엄마…….”도제훈도 입을 열었지만,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오늘의 기사를 가장 먼저 확인한 도제훈이었다. 아이는 그 사람이 엄마에게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 했다.“너희들은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야?”도예나는 아이를 하나하나 안아주며 다정하게 물었다.그러다가 그녀는 제자리에 뚝 멈춰 섰다.‘강씨 별장에는 아직 악마가 있는데, 아이들이 돌아온 건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돌아온 거잖아!’“예나 씨, 아이들을 속일 생각 하지 마요.”설민준이 뒤에서 굳은 얼굴로 걸어왔다.“네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어도 너무 똑똑한 아이들이라 열 살의
밤이 되자 별장 정원의 등불이 하나 둘 켜졌다.아이들은 등불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까만 눈동자에 도예나의 모습이 비쳤다.도예나는 마음이 약해졌다.지금 아이들을 보내려고 해도, 아이들이 떠나지 않을 게 뻔했다.하지만 강씨 별장에 있는 건 너무 위험했다.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이혼은 아직 섣부른 결정이지만, 더이상 강씨 별장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올라가서 짐을 챙겨 내려올 테니까 오늘 밤부터 다른 곳에서 지내.”그녀는 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이런 그녀를 강 부인(정지숙)이 막아섰다.정지숙은 온 하루 발바닥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그녀의 속은 재가 되어갔다.인터넷에 각종 기사와 이혼설이 난무하고 있는데 네 아이까지 돌아왔다.이 시점에서 아이들이 돌아온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정지숙은 자기 큰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10년 전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자기 친아버지가 자기 대신 총을 맞게 했으며…… 10년 후에는 자기 친동생을 해외로 보내 죽게 했다…… 이렇게 된 이상 강남천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네 아이들에게 손을 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었다…….“예나야, 교외에 내 명의로 된 별장이 하나 있어. 누구도 그 별장의 존재를 몰라. 일단 아이들이랑 그곳에 가 있는 게 어떠냐…….”정지숙의 말에 도예나가 차갑게 웃었다.“제가 당신 말을 믿을 것 같아요?”강남천과 손을 잡고 자신을 감쪽같이 속이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정지숙은 자신과 강남천이 아이를 하나 더 낳기를 바랐다.“예나야, 네 아이는 내 친손주들이지 않으냐? 현석이가 이 세상에 남긴 핏줄인데 내가 아이들을 다치게 할 것 같으냐?”정지숙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남천이는 성격이 극단적이어서 아이로 너를 협박할 수 있어. 그러니까…….”“극단적인 성격이란 걸 알면서 왜 저와 제 아이들 옆에서 지낼 수 있게 내버려 둔 거예요?”도예나는 너무 화가 났다.“어머님이 몰래 강남천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