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의 모든 존엄이 땅에 밟혔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캐서린은 울먹이며 말했다.“너 오늘 네가 한 선택으로 피 눈물 흘릴 거야!”캐서린은 강남천을 지그시 보고는 한 걸음에 세 번 고개를 돌리는 격으로 대표 실에서 나갔다.입구에 도착했을 때, 캐서린은 손을 들어 눈물을 깨끗이 닦았다.강남천 앞에서 비천하게 갈구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영원히 높고 침범할 수 없는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캐서린은 턱을 들고 대표 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그녀가 떠나자 비서실 사람들이 또 의논하기 시작했다.“아직 이혼 발표도 하지 않았는데, 첩이 저렇게 드나들어도 되는 거야?”“외국 여자이지만, 사모님보다 예쁘지 않은데? 대표님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바람을 피웠으니 어떤 계층의 남자든 다 똑같구나!”“사모님은 이혼한 후에 많은 재산을 분할할 수 있어! 우리 누구보다도 잘 지낼 수 있으니, 동정심 거두자!”캐서린은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을 고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또 그 눈부신 외국 여자가 되었다.가방을 메고 강씨 그룹 밖으로 걸어갔는데, 몇 걸음 나가자마자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캐서린 양.”캐주얼한 옷을 입은 도예나가 로비 반대편에서 걸어왔다.도예나는 모자를 쓰고 얼굴의 태반을 가려 강씨 그룹 문어귀에서 들어왔을 때 기자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기자들도 뉴스의 당사자가 당당하게 기자의 포위망에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도예나는 모자를 위로 하고 웃는 얼굴을 약간 드러냈다.“방금 우리 남편 만났어요?”캐서린은 도예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며 이를 깨물 뻔했다.이 여자는 겉모습을 수작을 부리며 강남천을 놀고 있다.“남편 아니라는 거 분명히 알고 있잖아!”“아니면, 강씨 가문의 돈을 보고 남편의 친형과 함께 해도 된다는 거야?”“이것은 우리 집안일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도예나는 하이힐을 밟으며 한 걸음씩 이쪽으로 다가왔다.곧 두 사
“인터뷰 먼저 따야 해!”수십 명의 기자가 순식간에 경비원이 설치한 방어선을 뚫고 로비에서 뒤엉킨 두 여자를 겹겹이 에워쌌다.두예나는 카펫 위에 반쯤 누워 있는데, 두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 있다.그녀는 앞에 서 있는 캐서린을 바라보며 목이 메고 떨렸다.“만약 현석 씨랑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제가 빠지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도 제 아이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도예나의 말에 주변 기자들의 얼굴빛이 변했다.사실은 뜻밖에도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본처와 제3자의 싸움이다.기자는 흥분해서 캐서린의 얼굴을 향해 찍었다.캐서린은 순간 멍해져 한참 동안 반응하지 못했다.하지만 곧 많은 기자들이 그녀를 알아 보았다.“실례지만 캐서린 씨입니까? 외국의 유명한 심리 전문의 아닙니까?”“그래, 캐서린 의사 맞아! 지난번에 캐서린 선생님이 우리 엄마 진찰도 해줬어! 근데 제 3자였어?”“캐서린 씨, 정말로 제3자 맞습니까?”“이혼하는 이유가 당신 때문입니까?”“사회적 지위가 있는 의사인데, 왜 제3자가 된 겁니까?”“......”수많은 플래시가 켜져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기에 캐서린은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다.바로 이때 강남천이 홀연히 로비에 나타났다.훤칠하고 우뚝 솟은 그림자가 다가와 캐서린의 앞을 가로막았다.강남천은 음산한 표정을 지은 채 긴 다리를 뻗어 카메라 하나를 부딪혔다.그러자 카메라는 산산조각이 모든 기자들은 놀라서 얼굴이 흙빛이었다.“꺼져!”강남천은 차갑게 드 글자를 뱉었다.현장에 있던 기자는 놀라서 1분도 안 되어 모두 도망갔다.캐서린은 겁에 질려 강남천의 팔을 잡고 억울하게 고소했다.“모두 도예나 때문이야! 날 일부러 자극해서 날 덫에 걸리게 유인 했어! 기자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게 하려고 한 거야.”도예나는 느릿느릿 땅에서 일어섰다.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제3자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어?”“내가 먼저 알았어! 내가 먼저 남천과 만났다고! 제3자는 너야!”강남천은 짜증난 얼굴로 소리
인터넷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도예나와 캐서린이 홀에서 다투는 동영상은 인터넷 곳곳으로 퍼졌다.강씨 그룹 대표가 캐서린의 앞에 서서 기자를 막는 사진의 리트윗이 억 단위를 넘겼으며 댓글 수도 매초 수천 개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이것 좀 봐! 정말 바람 때문에 이혼하는 거였어!”“아내가 바닥에 넘어졌는데 강현석은 내연녀를 지키고 있어, 내연녀를 더 사랑하나 봐.”“성남시 최고 미녀인 도예나가 어디가 부족해서 결혼 한 달 만에 쫓겨나듯 이혼해야 하는 거야?”“성격이 너무 세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남편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지…….”“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는 말은 다들 자제해. 바람 피운 사람이 잘못한 거지. 이 세상에 바람 피우는 것들은 다 죽어버려야 해! 바람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내연녀 이름은 캐서린이고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데, 도계동 빌라 2층에 있는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어!”“내 결혼 생활도 내연녀가 망가뜨렸어. 내 가족도, 내 아이도 모두 내연녀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고. 이 세상에 내연녀가 제일 싫어. 캐서린이 잘사는 꼴 절대 못 봐.”“…….”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의 클리닉 간판이 부서졌다는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도예나는 핸드폰을 들고 냉소했다.“캐서린이 성남시를 떠나지 않는다면 이런 쇼는 계속 이어지겠죠.”강남천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는 비즈니스 쪽의 인간관계는 잘 알아도 두 여자의 다툼을 어떻게 말려야 할지는 전혀 몰랐다.한쪽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옆을 지켜온 캐서린이었고, 다른 한쪽은 친동생의 아내…….물론 도예나가 강남천의 마음속에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맞았다.“캐서린이 얼마나 미친 사람인지는 확실하게 알았어요. 언젠간 강씨 별장까지 들이닥칠 게 뻔해요. 그런데 만약 아이들 앞에서 난동을 부린다면 저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예요.”도예나가 차갑게 말했다.“지금 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캐서린을 성남시에서 떠나게 해요.
”고마워요, 장서원 씨. 하지만 제가 알아서 할게요.”도예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회사로 향했다. 처리할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해외 계정으로 다크웹에 들어갔다.다크웹에는 별별란 사람들이 다 있었다. 대부분 이쪽 계열에서는 능력이 남다른 사람들이라, 무법 지대 사람들을 찾아 거액의 돈을 쥐여 주면 강현석을 찾을 수 있을도 있었다…….한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아마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리고 살아 있다면 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녀는 꼭 알아야 했다…….도예나는 회사에서 바쁜 오후를 보내고 퇴근 준비를 했다.사실 그녀는 강씨 별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강현석도 없고, 네 아이도 없는 그곳은 그냥 잠만 자는 거처에 불과했다.하지만 아직 강남천의 옆에서 연기를 할 필요가 있으니 돌아가야만 했다.도예나는 회사에서 한참이나 꾸물거리다가 강씨 별장으로 운전했다.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자, 네 아이가 앞다투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엄마 왜 이제야 왔어요. 너무 보고 싶었잖아요!”강세윤이 품에 폭 안겼다.“엄마, 저도 안아주세요. 너무 보고싶었어요…….”수아가 도예나의 팔을 잡고 위로 올라탔다.강세훈은 고개를 들어 복잡한 눈길로 도예나를 바라보았다.“엄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요…….”“엄마…….”도제훈도 입을 열었지만,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오늘의 기사를 가장 먼저 확인한 도제훈이었다. 아이는 그 사람이 엄마에게 그렇게나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 했다.“너희들은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야?”도예나는 아이를 하나하나 안아주며 다정하게 물었다.그러다가 그녀는 제자리에 뚝 멈춰 섰다.‘강씨 별장에는 아직 악마가 있는데, 아이들이 돌아온 건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돌아온 거잖아!’“예나 씨, 아이들을 속일 생각 하지 마요.”설민준이 뒤에서 굳은 얼굴로 걸어왔다.“네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어도 너무 똑똑한 아이들이라 열 살의
밤이 되자 별장 정원의 등불이 하나 둘 켜졌다.아이들은 등불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까만 눈동자에 도예나의 모습이 비쳤다.도예나는 마음이 약해졌다.지금 아이들을 보내려고 해도, 아이들이 떠나지 않을 게 뻔했다.하지만 강씨 별장에 있는 건 너무 위험했다.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이혼은 아직 섣부른 결정이지만, 더이상 강씨 별장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올라가서 짐을 챙겨 내려올 테니까 오늘 밤부터 다른 곳에서 지내.”그녀는 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이런 그녀를 강 부인(정지숙)이 막아섰다.정지숙은 온 하루 발바닥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그녀의 속은 재가 되어갔다.인터넷에 각종 기사와 이혼설이 난무하고 있는데 네 아이까지 돌아왔다.이 시점에서 아이들이 돌아온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정지숙은 자기 큰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10년 전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자기 친아버지가 자기 대신 총을 맞게 했으며…… 10년 후에는 자기 친동생을 해외로 보내 죽게 했다…… 이렇게 된 이상 강남천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네 아이들에게 손을 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었다…….“예나야, 교외에 내 명의로 된 별장이 하나 있어. 누구도 그 별장의 존재를 몰라. 일단 아이들이랑 그곳에 가 있는 게 어떠냐…….”정지숙의 말에 도예나가 차갑게 웃었다.“제가 당신 말을 믿을 것 같아요?”강남천과 손을 잡고 자신을 감쪽같이 속이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정지숙은 자신과 강남천이 아이를 하나 더 낳기를 바랐다.“예나야, 네 아이는 내 친손주들이지 않으냐? 현석이가 이 세상에 남긴 핏줄인데 내가 아이들을 다치게 할 것 같으냐?”정지숙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남천이는 성격이 극단적이어서 아이로 너를 협박할 수 있어. 그러니까…….”“극단적인 성격이란 걸 알면서 왜 저와 제 아이들 옆에서 지낼 수 있게 내버려 둔 거예요?”도예나는 너무 화가 났다.“어머님이 몰래 강남천
수아는 저도 모르게 아빠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으나 아빠의 소름 끼치는 웃음에 깜짝 놀랐다.‘며칠 못 본 사이에 아빠가 왜 이렇게 무섭게 변한 거지?’아이는 고개를 돌려 도예나의 품으로 쏙 안겼다.강남천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까만색 구두를 신은 채로 대리석 바닥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도예나를 향해 걸어갔다.그러나 몇 걸음 만에 세 아이가 강남천을 막아섰다.“엄마 괴롭히지 마요!”강세윤이 두 팔을 활짝 벌려 막아서며 말했다.강세훈도 천천히 입을 열더니 힘을 주어 말했다.“아빠, 오늘 뉴스 기사 진짜예요?”“진짜든 아니든 엄마는 이미 상처받았잖아요.”도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엄마를 상처 주는 곳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는 없어요.”강남천이 입술을 핥으며 냉소했다.“어른들의 일을 너희 세 아이가 왜 간섭하는 거지?”그리고 그는 손을 들어 강세윤을 휙 밀었고 계속해서 강세훈과 도제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만해요!”설민준이 트렁크를 내려놓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는 도예나와 네 아이들의 앞으로 막아서며 강남천과 시선을 마주했다.설민준은 이 사람이 도예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을 접고 도예나의 행복을 빌었었다.그런데 고작 한 달, 서른 날이 채 되지 않아 이 사람은 바람을 피웠다.4년을 사랑했던 여자가 짓밟히고, 성남시의 무수한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다…….도예나는 성남시 최고 미녀였다. 아무리 많은 곤란이 찾아와도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멋졌는데 이제는 만인의 동정 대상이 되어버렸다.‘이 모든 건 저 남자 때문이야!’화가 잔뜩 난 설민준을 보며 강남천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당신도 남자를 데리고 집으로 왔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날 탓하는 거예요?”도예나는 네 아이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차갑게 말했다.“캐서린과의 관계를 깨끗하게 처리하면 그때 돌아올게요. 세훈아, 동생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강세훈은 강남천을 힐긋 보더니 동생들과 함께 차 뒷좌석에 올랐다.도예나는 설민준을
강씨 가문의 뉴스가 다시 헤드라인을 차지했다.“강씨 그룹 사모 도예나 강씨 별장을 떠나다, 이혼 급박!”“결혼 한 달 만에 쾌속 이혼, 강씨 그룹의 막대한 재산 분배는 어떻게?”“내연녀 캐서린이 두 번째 강씨 그룹 사모가 될 것인가?”“…….”각종 뉴스가 인터넷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그러나 두 당사자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아이들과의 재회 후 도예나는 드디어 두 발 뻗고 잠에 들 수 있었다.아침에 눈을 뜨니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도예나는 기분이 퍽 좋아졌다.“엄마, 좋은 아침이에요.”네 아이가 차례대로 인사를 올렸다.강세윤과 수아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해맑은 표정이었지만 강세훈과 도제훈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도예나가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너희들, 두 날 동안 시차 적응을 잘하고 다시 학교 수업을 듣는 게 어때?”“또 학교 가요……?”강세윤이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저는 유치원 가고 싶지 않아요. 하나도 재미없어요.”강세훈이 입을 매만지며 말했다.“엄마, 출국 때문에 회사 일이 많이 밀렸어요. 회사 일을 전부 처리하고 학교로 돌아가도 되나요?”도예나는 이게 바로 예전의 강현석이 강세훈에 대한 요구였다는 걸 알아차렸다.강세훈은 맏아들이고, 미래 강씨 그룹의 계승자였으니 3살부터 크고 작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강현석이 준비해 준 꽃길은 더 이상 편히 걸어갈 수가 없었다.도예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도 돼.”“제훈이가 아주 똑똑해요. 문제가 생기면 제훈이가 늘 좋은 해결 방안을 생각해 줬어요.”강세훈이 말했다.“제훈이네 회사도 요즘 들어 큰 거래가 성사되어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저와 제훈이는 당분간 학교로 나가지 않아도 되나요?”그 말에 도제훈이 강세훈을 힐긋 바라보았다.학교에 가
그녀가 강씨 별장을 떠난 건 그들의 이혼설을 확인 사살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도예나는 가만히 캐서린이 걸려들기만 기다리면 되었다…….“얘들아, 엄마는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처리해야 해. 너희들이 얌전히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면 엄마가 돌아와서 맛있는 저녁 차려줄게.”도예나는 차례대로 아이들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고 집 문을 나섰다.그녀가 떠나는 걸 확인한 강세훈은 도제훈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고 한번 닫힌 서재의 문은 오전 내내 열리지 않았다.도예나가 회사 건물로 들어서자 한 무리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수많은 마이크와 카메라가 그녀를 향했다.“강 사모님, 이미 강씨 별장을 나왔다는 증거 사진이 있는데, 사실이 맞습니까?”“강 사모님, 강현석 씨와의 이혼을 준비 중이신 겁니까?”“강 사모님, 재산 분할과 아이들의 양육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강 사모님…….”그녀를 향한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들은 강씨 그룹 대표가 두려워 묻지 못했던 물음을 도예나에게는 쉽게 꺼냈다.자극성 있는 기사를 써내야 더 많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었으므로 그들은 막무가내로 돌진했다.도예나는 선글라스를 벗고 긴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혼하지 않습니다. 재산 분할과 양육권의 문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그녀의 말에 장내의 기자들이 모두 얼어붙었다.강씨 그룹의 주식 양도 사건, 강씨 별장에서 나온 도예나, 그리고 내연녀의 발악, 이 모든 상황이 이혼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때, 우락부락한 몸매의 기자가 정신을 차리고 도예나의 앞길을 막아섰다.“이혼하지 않는다면 왜 아이들과 강씨 별장에서 나오신 건가요?”도예나가 차가운 눈길로 그를 째려보았다.키가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남정네도 그녀의 차가운 시선에 잔뜩 졸아 길을 내어주었다.도예나가 지나가고 기자는 뒤통수를 매만지며 생각했다.‘저렇게 강인한 여자가 왜 내연녀 캐서린에게 당하고만 있었던거지……?’도예나는 더 이상 아무런 장애물 없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