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별장 정원의 등불이 하나 둘 켜졌다.아이들은 등불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까만 눈동자에 도예나의 모습이 비쳤다.도예나는 마음이 약해졌다.지금 아이들을 보내려고 해도, 아이들이 떠나지 않을 게 뻔했다.하지만 강씨 별장에 있는 건 너무 위험했다.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이혼은 아직 섣부른 결정이지만, 더이상 강씨 별장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올라가서 짐을 챙겨 내려올 테니까 오늘 밤부터 다른 곳에서 지내.”그녀는 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이런 그녀를 강 부인(정지숙)이 막아섰다.정지숙은 온 하루 발바닥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그녀의 속은 재가 되어갔다.인터넷에 각종 기사와 이혼설이 난무하고 있는데 네 아이까지 돌아왔다.이 시점에서 아이들이 돌아온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정지숙은 자기 큰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10년 전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자기 친아버지가 자기 대신 총을 맞게 했으며…… 10년 후에는 자기 친동생을 해외로 보내 죽게 했다…… 이렇게 된 이상 강남천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네 아이들에게 손을 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었다…….“예나야, 교외에 내 명의로 된 별장이 하나 있어. 누구도 그 별장의 존재를 몰라. 일단 아이들이랑 그곳에 가 있는 게 어떠냐…….”정지숙의 말에 도예나가 차갑게 웃었다.“제가 당신 말을 믿을 것 같아요?”강남천과 손을 잡고 자신을 감쪽같이 속이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정지숙은 자신과 강남천이 아이를 하나 더 낳기를 바랐다.“예나야, 네 아이는 내 친손주들이지 않으냐? 현석이가 이 세상에 남긴 핏줄인데 내가 아이들을 다치게 할 것 같으냐?”정지숙이 소리를 낮춰 말했다.“남천이는 성격이 극단적이어서 아이로 너를 협박할 수 있어. 그러니까…….”“극단적인 성격이란 걸 알면서 왜 저와 제 아이들 옆에서 지낼 수 있게 내버려 둔 거예요?”도예나는 너무 화가 났다.“어머님이 몰래 강남천
수아는 저도 모르게 아빠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으나 아빠의 소름 끼치는 웃음에 깜짝 놀랐다.‘며칠 못 본 사이에 아빠가 왜 이렇게 무섭게 변한 거지?’아이는 고개를 돌려 도예나의 품으로 쏙 안겼다.강남천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까만색 구두를 신은 채로 대리석 바닥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도예나를 향해 걸어갔다.그러나 몇 걸음 만에 세 아이가 강남천을 막아섰다.“엄마 괴롭히지 마요!”강세윤이 두 팔을 활짝 벌려 막아서며 말했다.강세훈도 천천히 입을 열더니 힘을 주어 말했다.“아빠, 오늘 뉴스 기사 진짜예요?”“진짜든 아니든 엄마는 이미 상처받았잖아요.”도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엄마를 상처 주는 곳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는 없어요.”강남천이 입술을 핥으며 냉소했다.“어른들의 일을 너희 세 아이가 왜 간섭하는 거지?”그리고 그는 손을 들어 강세윤을 휙 밀었고 계속해서 강세훈과 도제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만해요!”설민준이 트렁크를 내려놓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는 도예나와 네 아이들의 앞으로 막아서며 강남천과 시선을 마주했다.설민준은 이 사람이 도예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을 접고 도예나의 행복을 빌었었다.그런데 고작 한 달, 서른 날이 채 되지 않아 이 사람은 바람을 피웠다.4년을 사랑했던 여자가 짓밟히고, 성남시의 무수한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다…….도예나는 성남시 최고 미녀였다. 아무리 많은 곤란이 찾아와도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이 멋졌는데 이제는 만인의 동정 대상이 되어버렸다.‘이 모든 건 저 남자 때문이야!’화가 잔뜩 난 설민준을 보며 강남천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당신도 남자를 데리고 집으로 왔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날 탓하는 거예요?”도예나는 네 아이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차갑게 말했다.“캐서린과의 관계를 깨끗하게 처리하면 그때 돌아올게요. 세훈아, 동생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강세훈은 강남천을 힐긋 보더니 동생들과 함께 차 뒷좌석에 올랐다.도예나는 설민준을
강씨 가문의 뉴스가 다시 헤드라인을 차지했다.“강씨 그룹 사모 도예나 강씨 별장을 떠나다, 이혼 급박!”“결혼 한 달 만에 쾌속 이혼, 강씨 그룹의 막대한 재산 분배는 어떻게?”“내연녀 캐서린이 두 번째 강씨 그룹 사모가 될 것인가?”“…….”각종 뉴스가 인터넷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그러나 두 당사자는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아이들과의 재회 후 도예나는 드디어 두 발 뻗고 잠에 들 수 있었다.아침에 눈을 뜨니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도예나는 기분이 퍽 좋아졌다.“엄마, 좋은 아침이에요.”네 아이가 차례대로 인사를 올렸다.강세윤과 수아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해맑은 표정이었지만 강세훈과 도제훈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도예나가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너희들, 두 날 동안 시차 적응을 잘하고 다시 학교 수업을 듣는 게 어때?”“또 학교 가요……?”강세윤이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저는 유치원 가고 싶지 않아요. 하나도 재미없어요.”강세훈이 입을 매만지며 말했다.“엄마, 출국 때문에 회사 일이 많이 밀렸어요. 회사 일을 전부 처리하고 학교로 돌아가도 되나요?”도예나는 이게 바로 예전의 강현석이 강세훈에 대한 요구였다는 걸 알아차렸다.강세훈은 맏아들이고, 미래 강씨 그룹의 계승자였으니 3살부터 크고 작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러나 강현석이 준비해 준 꽃길은 더 이상 편히 걸어갈 수가 없었다.도예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하지.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도 돼.”“제훈이가 아주 똑똑해요. 문제가 생기면 제훈이가 늘 좋은 해결 방안을 생각해 줬어요.”강세훈이 말했다.“제훈이네 회사도 요즘 들어 큰 거래가 성사되어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저와 제훈이는 당분간 학교로 나가지 않아도 되나요?”그 말에 도제훈이 강세훈을 힐긋 바라보았다.학교에 가
그녀가 강씨 별장을 떠난 건 그들의 이혼설을 확인 사살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도예나는 가만히 캐서린이 걸려들기만 기다리면 되었다…….“얘들아, 엄마는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처리해야 해. 너희들이 얌전히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면 엄마가 돌아와서 맛있는 저녁 차려줄게.”도예나는 차례대로 아이들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고 집 문을 나섰다.그녀가 떠나는 걸 확인한 강세훈은 도제훈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고 한번 닫힌 서재의 문은 오전 내내 열리지 않았다.도예나가 회사 건물로 들어서자 한 무리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수많은 마이크와 카메라가 그녀를 향했다.“강 사모님, 이미 강씨 별장을 나왔다는 증거 사진이 있는데, 사실이 맞습니까?”“강 사모님, 강현석 씨와의 이혼을 준비 중이신 겁니까?”“강 사모님, 재산 분할과 아이들의 양육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강 사모님…….”그녀를 향한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그들은 강씨 그룹 대표가 두려워 묻지 못했던 물음을 도예나에게는 쉽게 꺼냈다.자극성 있는 기사를 써내야 더 많은 조회수를 얻을 수 있었으므로 그들은 막무가내로 돌진했다.도예나는 선글라스를 벗고 긴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혼하지 않습니다. 재산 분할과 양육권의 문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그녀의 말에 장내의 기자들이 모두 얼어붙었다.강씨 그룹의 주식 양도 사건, 강씨 별장에서 나온 도예나, 그리고 내연녀의 발악, 이 모든 상황이 이혼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때, 우락부락한 몸매의 기자가 정신을 차리고 도예나의 앞길을 막아섰다.“이혼하지 않는다면 왜 아이들과 강씨 별장에서 나오신 건가요?”도예나가 차가운 눈길로 그를 째려보았다.키가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남정네도 그녀의 차가운 시선에 잔뜩 졸아 길을 내어주었다.도예나가 지나가고 기자는 뒤통수를 매만지며 생각했다.‘저렇게 강인한 여자가 왜 내연녀 캐서린에게 당하고만 있었던거지……?’도예나는 더 이상 아무런 장애물 없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
박정연은 비서를 따라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큰 문이 열렸고 회의실 내부로 사람들이 꽉 차 앉았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회의실에는 겨우 세 사람만 앉아있었다.박정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당신은 누구예요? 도예나 씨는요?”이지원이 차갑게 물었다.박정연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저는 박정연이라 합니다. 도 대표의 비서예요. 오늘은 도 대표를 대신해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도예나 씨는 본인이 온 천하의 조롱거리가 된 걸 알고 밖에 나오지도 못하는 거예요?”이지원이 조롱 섞인 말투로 비아냥거렸다.“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만, 강씨 그룹의 뒷배경이 사라지니 그냥 별 볼 것 없는 사람이었네요!”“앉아.”장지원이 차갑게 말했다.“이렇게 행동거지가 가벼워서야 어디 가문 아가씨의 태가 나겠어?”이지원이 흥하고 새침하게 자리에 앉았다.주 대표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시작했다.“박정연 비서도 도착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박정연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 대표는 문서를 내밀었다.“이건 이번 칩 디자인의 심사 보고서에요. 확인해 보세요.”박정연이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뒤 페이지도 빠르게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우리 회사 칩 디자인에 이런 허무맹랑한 허점이 있을 수가 없어요. 이건 고의로 책임 전가하는 행위로밖에 느껴지지 않네요.”“박정연 비서, 우리도 과학적인 테스트를 거쳐 얻어낸 결론이에요. 예성 과학기술 회사이 디자인한 칩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도청하고, 통화 기록이며 톡 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다니…….”주 대표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만약 이 보고서를 경찰에 넘기면 당신 회사는 고소당할 거예요.”박정연은 문서 위로 찍힌 빨간색 도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확실히 유관 검사 기관의 문서가 맞았다.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칩 테스트를 거쳤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옐리토스 그룹과 검사 기관이 모종의 거래를 했을
장지원이 탁자 위를 타닥타닥 두드리며 말했다.“지금 이혼 준비 중이라 손엔 아직 강씨 그룹 주식이 남았을 거야. 이때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하면 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며칠 더 늦으면 아마 배상할 능력도 없어질 걸게 분명해.”“열 배의 배상이면 100억은 족히 될 거예요.”이지원이 웃음을 터뜨렸다.“이 돈만 가질 수 있다면 장씨 그룹 계승자로 되는 건 아주 탄탄대로겠어요.”장지원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이 길은 엄마가 이미 깔아주었으니까 너는 예쁘게 걸어가기만 하면 돼. 그리고 주 대표에게 좋은 선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할 테니까 너는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가서 장씨 그룹에서의 입지를 잘 밟으면 되는 거야.”그 말에 이지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설민준 한 사람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눈에 차지 않았다…….박정연이 회사로 돌아와서도 손끝을 덜덜 떨었다.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을 씻고 얼굴의 손바닥 자국이 좀 가시고 나서야 그녀는 도예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도 대표님, 다녀왔습니다.”도예나는 고개를 숙인 채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박정연의 목소리가 평소 같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서류를 덮고 고개를 든 도예나가 물었다.“얼굴은 어떻게 된 거예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박정연이 떠듬떠듬 말했다.“회의 내용부터 말씀드릴게요…….”도예나가 몸을 일으켜 큰 보폭으로 다가가 물었다. 가까이에 다가가자, 박정연 얼굴의 손바닥 자국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도예나가 차가운 눈길을 한 채로 그녀에게 물었다.“누가 때렸어요?”박정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아무 말도 못했다.‘대표님은 최근 이혼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할 텐데, 대신 참석한 회의에서 말썽을 부리다니…….’‘비서가 되어서 너무 쓸모가 없는 거 아니야…….’도예나는 입술을 매만지며 그녀의 품속에서 서류를 빼갔다.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도예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매일 밤을 새워 만든 칩이 고객사의 사생활 도청의 누명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더 어이없는 사
도예나는 큰 보폭으로 회사 밖으로 향했고 가볍게 박정연을 따돌렸다.강남천의 경우, 그에게는 뒤 후 암흑 세력이 있어 섣불리 손을 대면 큰코다칠 게 뻔해, 도예나는 애써 분노를 참았었다.그러나 장씨 가문은…….정면 돌파를 해도 무서울 게 없는 존재였다.도예나의 재차 등장에 수많은 기자가 다시 벌 떼처럼 모여들었다.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도예나는 마이크 하나를 받아 쥐고 차갑게 말했다.“모두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다시 돌아와서 대형 사건을 발표할 예정입니다.”마이크를 냅다 던지고 그녀는 차에 올라탔다.기자들이 어리벙벙해하는 사이에 그녀의 차는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장씨 그룹.매달 같은 날 오후 세 시, 그룹 고위 간부들이 회의실에 모여 다음 달 경영 결책 회의를 진행했다.장씨 어르신은 회사 이사장으로 가장자리에 앉았고 그의 왼쪽에 앉은 사람은 바로 장지원으로 회사의 대표, 즉 실질적으로 모든 일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장씨 어르신의 오른쪽에는 장서원이 앉았다. 그는 별다른 직책을 가지지 않았고, 얼마 가지지 못한 주식도 모두 장명훈에게 넘겨버렸다.장명훈은 장씨 가문의 유일한 직계 핏줄이었지만 그가 가진 주식은 이지원, 그의 사촌보다도 적었다.회사 내부에서도 암암리에 라인이 존재했다. 눈치가 빠른 주주들은 장지원에게 굽신거리며 아부했다. 장지원이 회사 대표였기에 그 다음 후계자가 되는 건 거의 당연한 일이었다.“할아버지, 이번 옐리토스 그룹과의 협력은 아주 순리로웠습니다. 적어도 400억 정도의 이익을 볼 것 같습니다.”이지원이 자신이 책임진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이번 프로젝트를 마치고 옐리토스 그룹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미 주 대표와 초보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있습니다…….”그녀의 논리정연한 발표에 장씨 어르신은 아주 흡족한 모습이었다.“지원이의 성장이 아주 눈에 띄는구나. 아주 잘했어.”그리고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장명훈에게 물었다.“명훈아, 네가 책임진 프로젝트는 진행이 어떠냐.”장명
“도 대표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여긴 장씨 그룹 회의실이니 그만 돌아가주세요…….”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최근 뉴스 헤드라인의 여주인공을 바라보았다.도예나는 사람들의 당황해하는 시선을 무시한 채 또각또각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이지원에게 곧장 다가가 단번에 이지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이지원은 멀쩡히 앉아있다가 갑자기 잡힌 옷깃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도예나는 주먹에 힘을 주어 이지원의 명치를 향해 힘껏 날렸다.“악…… 아, 아파 죽겠어!”이지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땀을 비처럼 쏟아내는 그녀의 얼굴색이 창백해졌다.“도예나! 지금 내 딸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장지원이 화를 내며 이지원을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경호원, 당장 이 사람 내쫓아요!”“잠깐만.”장서원이 걸어가 도예나의 앞을 막아섰다.“오빠, 지금 뭘 하는 거예요?”장지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우리 지원이가 아파 죽으려고 하는데 외부인을 감싸고도는 거예요?”돌발 상황에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그들은 수많은 기사의 여주인공이 왜 갑자기 회의실에 들이닥쳐 장씨 그룹 미래 후계자를 한 방 때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모두 오해야.”장서원이 도예나를 감싸며 말했다.“지원이도 크게 다친 건 같지 않으니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도록 해.”이지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삼촌, 저 지금 허리를 펼 수도 없어요. 온몸이 나른하다고요!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예요! 도예나 이 미친 사람이 다짜고짜 쳐들어와 저를 때렸으니 당장 고의 상해죄로 신고할 거예요!”그리고 이지원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장서원이 차가운 눈길로 핸드폰을 빼앗으려는데 도예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장서원의 뒤에서 걸어 나와 서류를 회의실 책상 위로 던지며 말했다.“장 대표님, 이지원 씨. 이 서류가 뭔지는 다 아시죠?”장지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류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