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4년 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강세훈과 강세윤이 차례대로 그녀의 배 속에서 나왔고 금방 태어난 아이는 손바닥만 하게 작았다.다른 아기들은 갓 태어나도 볼살이 포동포동하다던데 두 아이는 볼살이 푹 패어 들어가 안쓰러워 보였었다.그날을 돌이켜보니 마른 두 아이의 얼굴은 강현석을 똑 닮았다.그녀는 천천히 강세훈의 얼굴을 머리부터 턱 끝까지 매만졌다. 강세훈과 이렇게 가깝게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 아이는 자신이 낳은 첫째 아이였다.그녀의 손은 다시 천천히 강세훈의 눈썹 사이로 향했다. 몇 개의 주름이 깊게 박혀있는 곳을 도예나는 꾹꾹 눌러 폈다.‘너무 똑똑한 아이라 어린 나이에 견딜 수 없는 무게를 견디고 있어…….’“안돼…….”잠을 자던 강세훈이 갑자기 악몽이라도 꾼 듯 소리쳤다.도예나가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며 속삭였다.“세훈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 여기 있어. 엄마가 다른 사람이 널 상처 주지 못하게 꼭 지켜줄게…….”그녀는 허리를 숙여 강세훈의 이마에 뽀뽀했다.그러자 강세훈은 차츰 진정하고 다시 깊은 잠이 들었다.그 모습을 확인한 도예나가 방을 나서고 조심조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세윤아, 시간이 많이 늦었고 우린 이만 돌아가야겠어. 내일 다시 올게.”강세윤은 저녁 내내 불안에 떨었다. 개구쟁이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강세윤은 얌전히 도예나와 두 아이가 집 밖으로 나서는 걸 배웅하고 손을 흔들었다.“엄마, 내일 봐요.”도예나가 아이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고 아이들과 함께 차에 올랐다. 차는 천천히 안전하게 집으로 달렸다.수아는 이미 지쳐 도제훈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는데 뭐가 그리 불안한지 자꾸 몸을 뒤척였다.도제훈은 작은 손으로 동생의 머리를 감싸며 행여나 수아가 다칠까 봐 노심초사했다.도제훈이 고개를 들고 조심스레 물었다.“엄마, 현석 삼촌 정말 괜찮은 거에요?”도예나가 애써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큰 상처는 입지 않았으니 별일 없을 거야. 의사도 세네날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어.
연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던 건 자신의 목적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목적이 들통난 이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강현석이 퇴원을 하고 나면 어떤 폭풍이 몰아칠지 그녀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가을 아침은 해빛이 따듯하고 공기가 건조했다.따뜻한 햇빛이 창가로 들어와 강세훈의 눈 위를 감쌌다. 아이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번쩍 눈을 떴다.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싱글벙글 웃어 보이는 강세윤이었다.“형, 드디어 일어났어?”강세윤이 기뻐 웃으며 말했다.사실 그는 어젯밤 몰래 방으로 들어와 형의 옆에서 잠을 잤다.평소의 강세훈은 잠귀가 밝아 강세윤이 방에 들어오면 바로 알아차렸지만 어젯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쿨쿨 잠만 잤었다.강세윤은 어젯밤 뒤통수가 피범벅으로 돌아온 제 형이 걱정되어 온밤 그의 옆을 지켰던 것이었다…….“형, 머리가 아직도 아파? 내가 약 발라줄까?”강세윤이 의약 상자를 끌어안고 다정하게 물었다.그의 다정함에 강세훈의 마음도 풀어졌다. 강세훈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괜찮아, 이제 머리도 아프지 않아.”강세윤이 입술을 매만지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형, 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양 집사님한테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아…… 어제 오연희 삼촌한테 다그쳐 물어보니까 도설혜 그 마녀가 형을 납치했었다고 했어…… 형, 도설혜가 왜 형을 납치했어? 마녀를 싫어하는 건 난데, 왜 나한테 그러지 않았던 걸까?”강세훈은 혀끝이 씁쓸해지는 걸 느꼈다.“세윤아, 미안해.”“형, 형이 갑자기 뭐가 미안해?”“예전에 네가 도설혜한테 무례하게 굴면 교양이 없다고 생각했었어.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틀렸어.”강세훈이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너는 솔직하게 네 마음을 표현했지만 나는 왜 그렇게 억눌렀는지 몰라. 도설혜한테 효도하겠다고 늘 예의를 갖추고, 또 심지어…….”‘도설혜때문에 저를 낳아준 진짜 엄마를 상춰줬어…….'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도예나는 그래도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하러
도씨 가문에 관한 기사가 성남시 모든 언론의 1면 기사를 차지했다.컴퓨터를 켜자마자 쏟아져나오는 기사에 강세훈은 마음대로 기사 하나를 클릭했다.“도씨 그룹 주식 하룻밤사이에 폭락! 주식 폭락에 수많은 투자자가 도씨 그룹을 에워싸고 시위를…….”“도씨 그룹이 출시한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과다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문제 제품은 모두 수거된 상태로…….”“도씨 그룹의 투자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철회하여 여러 대형 프로젝트가 보류 상태가 되었으며 따라서 도씨 그룹이 단기간에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여러 경제 언론사에서 도씨 그룹의 주식 폭락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강세훈은 기사를 쭉 훑어보더니 금세 문제점을 발견했다. 거금을 들여 주가를 조작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사태가 된것이었다.‘어젯밤 그 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겠지…….'‘도씨 그룹의 일이라면 아빠가 벌인 일일 수도 있어.'아이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오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지금 회사 유동 자금을 모두 도씨 그룹 주식을 구매해 주세요. 살 수 있는 만큼 모두 매수해주세요.”“도씨 그룹 주식은 어젯밤부터 폭락이었어요.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 내려가고 있어 이미 투자한 사람들도 발을 빼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도씨 그룹에서 시위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지금 도씨 그룹 주식을 매수하겠다고요……?”강세훈이 그의 말을 끊었다.“도씨 그룹의 주식이 하한가를 치고 있으니 겨우 몇십억으로 전부 주식을 살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빨리 처리해주세요!”강세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말투였다.오연희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고 주식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주가가 급격히 내려가는 와중에 매도하는 것이 어렵지 매수하기란 아주 쉬운 일이었다.강세훈은 컴퓨터를 끄고 화장실로 세수하러 가려고 했다.그러나 강세윤이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형,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강세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내가 뭘?”
‘이유를 물어보길 참 잘했어. 형이 몰래 엄마한테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걸 모를뻔했잖아?'‘그렇다면 나는 뭘 준비하면 될까?'……병원에서.“현석아, 이번엔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겼더라!”손동원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미녀를 구하는 영웅이라, 도예나가 아무리 차가운 심장을 가졌다고 해도 그런 네 모습에 감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야. 이제 좋은 일만 남았어!”강현석은 침대에 누워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민성이 그 모습에 손동원을 끌어당기며 눈치를 주었다.“그래, 이런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현석이 무사한 걸 확인했으니 우리도 이만 가자. 자꾸 현석이 쉬는 걸 방해하지 말고.”손동원은 몸을 일으키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재벌 3세인 그에게 가장 많은 건 시간이었다. 매일 여자를 만나지 않는다면 스포츠카를 타러 다녔을 뿐, 그는 시간이 남아돌았다.“어이 현석아, 내가 이 바닥에서 도는 소문을 들어보니 어젯밤 너에게 총을 쏜 사람이 도씨 가문의 둘째 딸 도설혜라고 그러더라?”손동원이 낮은 소리로 물어왔다.“그게 사실이야?”어젯밤 강세훈이 납치당한 일은 거금을 들여 기사를 막았지만 이 바닥 사람들의 귀를 막지는 못했다.강현석이 차가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또 뭘 알고 있는데?”“아, 네 아들이 납치당했다는 것도 알아.”손동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두 아들을 그렇게 꼭꼭 숨겼는데 어떻게 감히 강씨 그룹 도련님을 납치할 생각을 했대? 도설혜 그 여자가 벌인 일이지?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아, 어제 감방에 이송되고 그쪽 사람들한테 많이 얻어터진 모양이더라고.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그러던데.”얻어터진 건 큰일이 아니었다. 도설혜가 감옥에 들어간 이상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근데 이 일이 도예나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손동원이 턱을 매만졌다.“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도예나가 네 아들을 구하러 갔고 너는 도예나를 구했어. 그러니 네가 총을 대신 맞는 일이 생겼던
강현석의 시선은 도제훈에게 먼저 떨어졌고 이어 수아를 향했다.그동안 강현석은 수아가 자기 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했었다. 그런데 수아는 정말 제 딸이었다.‘어쩐지 수아가 첫 만남부터 나를 따르고 아빠라고 부르더니…….'“수아야, 아빠한테 와봐.”강현석이 손을 저었다.수아는 바로 엄마의 손을 놓고 작은 다리로 달려갔다.포도 같은 두 눈이 강현석의 팔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붕대로 칭칭 감았지만 흘러나온 피가 보기에는 섬뜩했다.수아는 작은 손으로 조심스레 상처를 매만지더니 호호 불었다.“아빠, 많이 아파요?”강현석은 가슴이 따듯해지는 걸 느꼈다.“아니, 하나도 안 아파.”그는 아이를 품에 안고 도제훈을 바라보았다.예전부터 도제훈이 강세훈을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었다. 사촌 형제라 닮았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친형제였으며 그들은 네 쌍둥이였다.그는 또 손을 저으며 말했다.“제훈아, 너도 이리 와봐.”도제훈이 입술을 매만지다가 천천히 걸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현석 삼촌.”강현석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말했다.“현석 삼촌? 엄마가 호칭을 다시 가르쳐주지 않았어?”도제훈이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주먹을 고쳐 쥐었다.한참 침묵하던 그는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아빠는 네가 똑똑하다고 칭찬도 했었는데, 사실 그렇게 똑똑한 건 아닌가 보네.”강세윤이 흥-하더니 말을 이었다.“아빠라고 불러야지. 내 아빠는 네 아빠이기도 하니까. 넌 나보다 똑똑하지 않은가 봐.”도제훈이 강세윤을 흘겨보았다.사실 이 일은 도제훈이 가장 먼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빠라고 부르는 건 내키지 않았다.“제훈아, 세윤이의 말이 맞아. 아빠라고 불러야지.”강현석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를 품에 넣었다.“4년 동안 몰라서 미안해. 수아와 제훈이 모두 아빠의 사랑이 필요했을 텐데 앞으로 아빠가 잘 챙겨줄게. 세훈이와 세윤이를 대해주는 것만큼 너희도 똑같이 챙겨줄게.”강세윤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빠,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도제훈이 아빠
그는 침대 옆 서랍에서 서류 하나를 건넸다.도제훈이 잠시 멈칫하다가 서류를 꺼내 보았다. “저한테 회사 하나를 주시는 거예요?”“내가 말했잖아. 세훈이와 세윤이가 있는 건 너도 챙겨줄 거라고.”강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너한테 비서를 찾아줄 테니 필요한 건 비서에게 부탁하면 될 거야.”강세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렇게 오랫동안 졸라도 나한테는 회사를 주지 않으셨는데 아빠는 왜 갑자기 도제훈 이 녀석에게 주는 거야?'‘세상에! 아빠는 이젠 나를 사랑하지 않으시는가 봐!'‘사랑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가는였어!'강세윤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꼈다……도예나는 가만히 문 어구에 서 있었는데 강현석의 말에 저도 모르게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서류를 확인해보니 회사 이름만 보아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다루는 인터넷 회사였다.‘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회사를?'네살밖에 되지 않는 제훈이가 아무 고민 없이 자랄 수 있기를 그녀를 바랐다. 그래서 회사 관리와 같은 일은 18살을 넘기고 생각하고 싶었다.도예나가 입을 열려는 찰나 한참이나 아무 말도 없던 강세훈이 입을 열었다.강세훈은 강현석과 가장 닮아있었다. 말없이 얼굴을 굳힐 때면 강현석의 축소판이 따로 없었다.“그러면 저도 예나 이모를 엄마라고 불러도 되죠?”말을 하고 나서 그의 얼굴과 귓불이 모두 빨개져 버렸고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시선을 피했다.도예나는 이런 아이가 사랑스러워 보였다.그녀는 허리를 숙여 강세훈과 시선을 마주하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당연하지. 나는 세훈이 엄마니까 세훈이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야.”강세훈은 코끝이 시려왔다.코끝이 시리고 눈이 찡해지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서 솟구쳤다.아이는 참지 못하고 도예나의 품에 폭 안기며 말했다.“엄마…….”“그래, 착하지. 우리 세훈이 참 착해…….”도예나는 아이를 품에 안으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꼈다.그녀의 네 아이 모두 건강히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도예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영상전화를 받았다.“아이고, 예나야, 왜 머리카락이 그렇게 엉망이야? 설마 방금 일어난 건 아니겠지?”휴대폰에서 설민준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병상에 누워 있던 강현석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목소리,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도예나는 문 옆에 선 채 담담하게 말했다.“누가 너처럼 매일 늦잠이나 자는 줄 알아? 오늘 애들 데리고 병원에 왔으니까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할 말없으면 끊을게.”“아유, 끊지 마. 수아 좀 보여줘. 우리 딸 본 지 오래됐어.”도예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히 수아를 설민준의 수양딸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항상 수아를 딸로 삼고 싶어했고, 그녀도 일일이 따지기 귀찮았다.도예나가 손을 흔들어 수아를 부르자, 다가온 수아가 휴대폰을 향해 크게 웃음지었다.“와, 수아야, 너 웃는 거 정말 예뻐. 너무 보고 싶어! 기다려, 조금만 있으면 성남시에 보러 갈게!”그때, 수아의 입술이 갑자기 벌어졌다.“저도 보고 싶어요.”화면 너머의 설민준이 갑자기 놀란 듯 비명을 질렀다.“어머! 수아야, 너 말 할 줄 알아? 세상에! 언제부터 말 할 줄 알았어? 빨리 한 번 더 말해봐!”그러자 도예나가 휴대폰을 가져왔다.“좀 진정할 수 없니?”“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겠어! 예나야, 내가 이쪽 일을 다 처리하면 바로 성남시로 날아갈게!”휴대폰 안의 설민준이 쉬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강현석의 안색이 검은빛으로 물들더니 전에 도예나의 집에서 지냈던 남자가 설민준이라는 걸 기억해냈다.“외국에서 삼촌이 도와주신 덕분에 엄마가 저와 동생을 잘 키울 수 있었어요. 좋은 삼촌이니 세윤이도 아마 좋아할 거예요.”이 말을 듣고 강현석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도예나가 아이를 낳았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 또한 4년 동안 잘 돌보았을 것이다.도예나가 마침내 전화를 끊고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일단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줄게요.”그
“4년 전, 네 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태어난 거죠?”강현석이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 4년 전에 본 뉴스에서 그날 밤의 일을 많은 기자들이 생생하게 묘사했지만, 그 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 소식도 있을 것이다.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이를 낳은 그날 저녁, 도예나는 병원에 가지 않고 도씨 가문 창고에서 4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한 아이만 낳아도 죽을 고비를 넘기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네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순조롭게 낳았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날 밤 저택에 불이 났다고 들었는데…….그의 질문을 들은 도예나가 담백한 얼굴로 말했다.“세훈이와 세윤이가 먼저 태어났어요. 태어난 후에도 움직임이 없어서, 이미 죽은 줄 알았어요……. 그리고 도설혜가 두 아이를 데려갔어요. 저도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몰랐지만, 줄곧 그 아이들이 죽었다고 알고 있었어요…….”그녀는 눈꺼풀을 늘어뜨려 눈 밑의 모든 감정을 가렸고, 강현석은 자신이 그녀의 흉터를 잔인하게 찢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미안해요, 모두 내 잘못이에요. 내가 아니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괜찮아요, 다 지난 일이에요.”고개를 든 도예나의 눈 밑은 이미 어둠이 지나가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겪었던 고통은 이미 과거 일이 되었고, 지금의 그녀는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강현석의 머릿속에 5년 전 그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얼굴이 천천히 도예나의 얼굴과 겹쳤다. 어쩐지 도설혜에게는 아무런 이성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더라니, 그 여자는 도예나였던 것이다. 이 여자가 자신의 여자이다.그때, 갑자기 휴대폰 소리가 병실의 고요함을 끊었다. 전화를 한 사람이 강 부인이라는 걸 확인한 강현석은 도예나에게 입물 다물라는 손짓을 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휴대폰 너머에서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집사가 네가 총상을 입었다고 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질문을 들은 강현석이 눈썹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양집사가 작은 일을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