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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도예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영상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예나야, 왜 머리카락이 그렇게 엉망이야? 설마 방금 일어난 건 아니겠지?”

휴대폰에서 설민준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병상에 누워 있던 강현석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이 목소리,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도예나는 문 옆에 선 채 담담하게 말했다.

“누가 너처럼 매일 늦잠이나 자는 줄 알아? 오늘 애들 데리고 병원에 왔으니까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할 말없으면 끊을게.”

“아유, 끊지 마. 수아 좀 보여줘. 우리 딸 본 지 오래됐어.”

도예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분명히 수아를 설민준의 수양딸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항상 수아를 딸로 삼고 싶어했고, 그녀도 일일이 따지기 귀찮았다.

도예나가 손을 흔들어 수아를 부르자, 다가온 수아가 휴대폰을 향해 크게 웃음지었다.

“와, 수아야, 너 웃는 거 정말 예뻐. 너무 보고 싶어! 기다려, 조금만 있으면 성남시에 보러 갈게!”

그때, 수아의 입술이 갑자기 벌어졌다.

“저도 보고 싶어요.”

화면 너머의 설민준이 갑자기 놀란 듯 비명을 질렀다.

“어머! 수아야, 너 말 할 줄 알아? 세상에! 언제부터 말 할 줄 알았어? 빨리 한 번 더 말해봐!”

그러자 도예나가 휴대폰을 가져왔다.

“좀 진정할 수 없니?”

“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겠어! 예나야, 내가 이쪽 일을 다 처리하면 바로 성남시로 날아갈게!”

휴대폰 안의 설민준이 쉬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강현석의 안색이 검은빛으로 물들더니 전에 도예나의 집에서 지냈던 남자가 설민준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외국에서 삼촌이 도와주신 덕분에 엄마가 저와 동생을 잘 키울 수 있었어요. 좋은 삼촌이니 세윤이도 아마 좋아할 거예요.”

이 말을 듣고 강현석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도예나가 아이를 낳았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 또한 4년 동안 잘 돌보았을 것이다.

도예나가 마침내 전화를 끊고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늦었어요. 일단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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