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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이제 막 성남시에 사무실을 임대해 들어온 옐리토스 그룹은,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도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대형 입찰회 현장에는 수석 프로그래밍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 제품 운영, 프로세스 기획팀, 기술 컨설턴트 등등의 직위를 모두 모집하고 있었다.

수백 제곱미터나 되는 1번 입찰장이 입찰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여기 와서 입찰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업종의 최고 수준이었고, 다들 자신만만해 보였다.

마지막 줄에 앉은 도예나의 눈빛은 담백하고 차분했고, 박정연은 약간 두근거렸지만 도예나의 침착한 얼굴을 보고 점차 냉정함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필리회사 대표입니다. 프로젝트 관리 쪽에 경쟁입찰하러 왔어요. 그쪽은요?”

옆에 앉은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먼저 명함 한 장을 건네자, 도예나도 웃으며 말했다.

“저는 칩 개발 수석 디자이너에 입찰하러 왔어요. 잘 부탁드려요.”

그러자 남자가 멍하게 말했다.

“당신이 장 여사예요?”

도예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남자가 안경을 밀며 답했다.

“칩 개발 수석 디자이너 자리는 이미 반년 전에 정해졌다고 들었어요. 그 디자이너의 성이 장씨라고…….”

“이미 다 정해졌다면, 왜 다시 모집한다고 공지한 거죠?”

“그건 모르겠지만…….”

남자가 뒤통수를 만지며 도예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장 여사의 칩 설계 능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지도교수를 한 경험도 있다던데요? 이것도 옐리토스 그룹이 장 여사를 선택한 이유라고 하더군요.”

도예나는 머릿속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씨 지도교수가 있었나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하버드에서 공부했지만 케임브리지와 자주 협력을 했는데, 확실히 그런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남자는 그녀가 어려움을 깨닫고 포기한 줄 알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수석 디자이너의 조수 자리에 입찰해볼 수도 있잖아요, 한번 해 봐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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