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팀 지원 요청!”“…….”사무실 안은 난장판이었다.“이 아가씨는 누구야? 누가 들어오라고 허락했어?”방금 사회자로 나섰던 직원이 복도에 서 있는 도예나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 채 다가와 몰아세웠다. 그러나 도예나의 얼굴을 똑똑히 보고는 얼굴의 짜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자들은 여자에게 조금 너그럽게 대하는 편이다. 특히 예쁘게 생긴 여자에게는 더.“여기는 옐리토스 그룹 내부입니다.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으니 나가세요.”그러자 도예나가 눈을 돌리며 말했다.“회사 책임자는 어디에 있죠?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직원은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바쁠 때 대표님은 아무도 안 만나실 겁니다. 당신이 누구든,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 있든, 내일 다시 오세요.”“지금 해킹을 당했는데 제때 막지 않으면 회사 계좌의 모든 자금을 뺏기고 말 거예요. 제가 해결할 수 있으니 빨리 대표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당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요?”직원들이 충격을 받았다. 여자가 지나치게 아름다우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능력을 무시하기 마련이다. 이 직원도 당연히 그랬다. 그는 눈앞의 이 미녀가 이 일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더 늦으면 저도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도예나의 표정은 계속 담담했다. 바로 이 담담한 표정이 직원을 믿게 만들었다.“좋아요, 그럼 따라와요.”직원이 그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 입구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멈춰섰다.“방 대표님은 성격이 별로 안 좋으신데, 이렇게 큰 일이 생겼으니 더 거칠게 대하실 수 있어요. 좀 있다 들어가면 말 조심하세요…… 상황이 안좋아지면 어서 나와야 해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해킹 기술은 제훈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업계 내에서도 상위 5%에 속한다. 방금 그 기술자들의 스크린을 한 번 훑어보니 이건 매우 간단한 트로이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상대방이 기세가 등등하게 갑자기 엄습했기 때문에 기술자들이 혼란스러움에 빠진 것이다.트로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건 어렵지 않다. 중요한
도예나는 옐리토스 그룹의 팜플렛 인물 소개란을 떠올렸다. 위에는 이름이 하나밖에 없었다.방찬.지난번에 이 남자는 예성과학기술회사에 와서 자신의 성을 방씨라고 했는데, 그가 바로 옐리토스 그룹의 성남시 책임자였던 것이다.하지만 옐리토스 그룹은 인터넷과 스마트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데, 그때 방씨가 말했던 인체 생물 실험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실제로는 1초도 지나지 않았다.회의실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도예나를 보더니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름이 아니라, 방 대표는 여자가 다가오는 걸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영문도 모른 채 왔지만, 방 대표의 분노가 조금은 분산될 수 있을 것이다.“도예나 씨?”방찬이 냉기와 분노를 띤 눈빛으로 입가에 사악한 웃음을 짓더니 의자를 돌려 차갑게 도예나를 바라보았다.“전에 말한 건 잘 생각해 보셨는지?”도예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입찰하러 왔는데, 회사 사이트가 해킹당했다는 말을 듣고 뵈러 왔어요.”방찬의 입가에 사악한 웃음이 더 깊어졌다.“도예나 씨가 저를 도와주러 왔다고요?”도예나는 그의 웃음에 온몸의 털이 서는 것처럼 오싹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냉담한 웃음을 띠었다.“보아하니 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네요.”말을 마친 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멈춰요.”그때, 방찬이 갑자기 일어서서 자신의 앞에 있는 컴퓨터 화면을 뒤집어 밀었다.“이게 회사의 호스트 계정이에요. 모든 데이터 메모리가 이 컴퓨터 안에 있어요. 이리 오시죠.”도예나가 몸을 돌려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고, 의자에 앉아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 손가락은 키보드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이런 트로이 바이러스는 전에도 본 적이 있었고, 한 번은 제훈이가 궁금해해서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 해준 적도 있었다. 그때 제훈이가 이런 트로이 바이러스는 해외의 어떤 해커 조직이 직원들을 시험해 보기 위해 가져온 신형 바이러스라고 말한 게 기억났다.“이건 U-TF 신형 트로
방찬이 검지를 흔들었다.“대충 다 결정된 거죠.”그의 대답에 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하더니 가방에 있던 서류 한 권을 꺼내 말했다.“대충 다 결정되었다는 건, 저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거죠. 이건 내가 만든 칩 설계도예요. 참고하세요.”그녀는 서류를 회의 탁자 위에 놓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방찬은 그녀가 복도로 사라지자 책상 위의 서류를 들어올렸다. 그의 피부는 누런 색이었고, 손가락 끝이 어두웠다.그가 서류를 펼치자 안에는 모두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했다. 그는 비록 전문적인 기술자는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를 맡으며 전문 용어를 서서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 설계서는 대략적으로 적힌 거라 내용도 적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그가 여태껏 생각해 본 적 없는 참신함을 가지고 있었다.그가 담담하게 손가락을 두드리며 말했다.“장 여사의 칩 설계서를 가져와요.”변두리에 서 있던 보좌관이 즉시 답했다.“네,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장 대표님, 옐리토스 그룹의 방 대표님이 칩 설계도를 보여달라고 하십니다.”비서가 들어와서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말했다.대표실에는 약 40대의 중년 여성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갈색 웨이브가 있는 머리카락이 우아한 귀부인의 기질을 드러내고 있었다.그녀는 달력을 한 번 보고 오늘이 옐리토스 그룹의 입찰일이라는 걸 떠올렸다. 컴퓨터를 켠 그녀가 갑자기 손을 급하게 움직였다.“누가 내 컴퓨터를 건드린 적 있어요?”그 말을 들은 비서가 놀라서 멍해졌다.“대표님 분부 없이 어떻게 컴퓨터를 건드리겠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내 설계서가 없어졌어요. 어제 저녁에 마지막으로 수정하고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는데…….”장 여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비서가 얼른 다가가 찾아보았지만 역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장 여사를 한 번 본 비서가 공손하게 말했다.“장 대표님, 어젯밤 수정하신 후에 제가 사진을 찍어 놓았어요. 일단 사진이라도 먼저 보낼까요?”장
도예나는 그를 바라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귓가에는 오늘 아침 그가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난 당신과 양육권 다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네 아이는 당신이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인데 그런 아이들을 빼앗는 건 그쪽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다른 점이 뭐가 있겠어요. 저는 그런 비열한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네 아이가 강씨 가문에 남고, 또 당신도 네 아이 옆에 있으려면 우리가 함께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아빠도 생기고 엄마도 생길 텐데요.”“도예나씨,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도예나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녀는 입을 오므리고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하루 만에 어떻게 결정을 할 수 있겠어요?”강현석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요, 천천히 고민해봐요.”그리고 그는 뒷좌석 문을 열고 수아를 품에 안았다.“아빠 보고 싶었어?”아이는 부끄러운 듯 목을 파고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보고 싶었어요.”“수아야, 내려와.”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아빠의 오른손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어. 상처가 덧나지 않게 내려와.”그리고 도예나가 아이를 향해 팔을 뻗었다.강현석은 이런 그녀를 보며 가슴속이 따듯해지는 걸 느꼈다.네 사람이 천천히 입구로 걸어가고 있는데 강세윤이 별장안에서 토끼처럼 폴짝 뛰어나왔다.요즘 집에 잘 들어오지 않던 강세훈도 그의 뒤에서 걸어나왔다. 강세훈은 도예나 앞에 서서 잠시 고민하다가 수줍게 엄마라고 그녀를 불렀다.양 집사는 입구에서 이 광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지금껏 아이들을 지켜봐 왔던 양 집사는 큰 도련님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루빨리 도예나씨와 사장님이 날을 잡아야 할 텐데…….”아이들이 집으로 들어가 매트에 모여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도예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앞치마를 둘렀다.그녀의 요리 솜씨는 예전부터 좋은 편이었으나 강세훈과 강세윤에게 못 해준 사랑을 갚기 위해 그녀
“……”‘동생도 뺏겨버렸어. 이 세상엔 나 혼자뿐이야…….'여섯 식구가 화기애애하게 식사하고 있는데 별장 입구에서 갑자기 메이드의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안녕하세요!”강 부인이 돌아온 것이었다.며칠 전 강 부인은 생일 연회를 마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친구들과의 약속에 집을 자주 비웠었다.오늘 이 시간에 돌아온 건 그나마 이른 편이었다.도예나가 고개를 돌리자 드레스 차림의 강 부인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그녀는 온몸이 뻣뻣해졌고 어떤 표정으로 강 부인을 만나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할머니, 돌아왔어요?”강세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이는 강 부인이 있는 곳으로 폴짝폴짝 뛰어가 강 부인의 손을 잡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다.“할머니, 저 엄마랑 여동생이 생겼어요. 아, 남동생도요.”“……”‘나는 그렇게 반갑지 않은가 보지?'도제훈은 그 말을 듣고 못마땅해졌다.“할머니 빨리 와봐요. 제 여동생 정말 귀엽죠?”강세윤이 수아를 가리키며 오두방정을 떨었다.“제 여동생 목소리도 엄청 예뻐요. 말랑말랑 솜사탕 같아요…….”강세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강 부인의 시선이 점차 도예나와 아이들에게로 향했다.강 부인은 제 가문에 핏줄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을 시켜 조사를 했었다.그해 도예나는 네 쌍둥이를 낳았고 그중 두 아이는 도설혜, 이 악독한 여자의 신분 상승 용도로 쓰였었다.남은 두 아이는 도예나와 함께 해외로 가서 살았고 한 달 전에 성남시로 돌아왔다…….도제훈 이 아이는 총명하고 다부져 보였고, 도수아는 예쁘장하고 얌전해 보였다. 이 두 아이는 척 보아도 강씨 가문의 핏줄이 틀림없었다…….“사모님, 안녕하세요.”도예나는 강 부인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도제훈은 말없이 일어서서 수아를 몸으로 가렸다. 강 부인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시선에서 지켜주기 위해서였다.“이 아이들이 바로 제훈이와 수아인거지?”강 부인의 목소리가 온화했고 눈빛도 부드러웠다.“너희 둘
강 부인이 고개를 돌려 양 집사를 향해 눈짓했다.양 집사가 바로 강 부인의 뜻을 알아차리고 빠른 걸음으로 서재로 갔고 이어 두 선물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제훈아, 수아야. 이건 할머니가 첫 만남 선물로 주는 거야. 마음에 들어?”도제훈은 도예나를 힐긋 쳐다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그제야 두 상자를 건네받았다. 핑크 상자는 수아의 손으로 넘어갔다.도제훈의 상자는 갈색의 상자였고 안에 담긴 건 고급 서예 세트였다. 그러나 종이, 붓, 벼루, 먹 외에 봉투 하나가 더 들어있었다.도제훈은 봉투를 꺼내 들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서예 세트는 감사히 받을게요. 그런데 이 봉투는 받지 못할 것 같아요.”그리고 아이는 봉투를 식탁 위로 올려놓았다.강 부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다가 도예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도예나씨, 가정 교육을 아주 훌륭하게 시켰나 보군요.”강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강씨 가문 사람의 예의바름이 보였다.수아도 제훈이를 따라 봉투를 꺼내 식탁 위로 올려놓았다. 수아의 핑크 상자에는 핑크 다이아몬드가 담겨있었다. 보석은 조명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도예나는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며 가격이 최소 억 단위일 것이라 생각했다.‘저 두 봉투에 담겨있는 건 현금이 아니라 수표거나 은행 카드일 가능성이 높아.'‘도제훈의 서예 세트도 어림잡아 몇천만원은 할 테고.'강 부인이 첫 만남 선물을 신경을 써서 준비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제훈이와 수아를 중요히 생각한다는 게 아닐까?'도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사모님,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봉투는 받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강 부인이 두 걸음 다가가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데 아이는 빠르게 도예나의 뒤로 몸을 숨기고 까만 눈동자를 깜빡거렸다.강 부인이 조금 실망한 듯 손을 거두며 말했다.“세훈이와 세윤이도 태어나서 이 봉투를 받았네. 강씨 가문의 아이들은 응당 받는 거니 부담을 가지지 말게나.
강 부인이 의자를 당겨 앉으며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예상은 가지?”강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눈썹을 찡그렸다.“어머니, 이 일은 저와 도예나씨가 해결 방법을 상의할 테니 어머니가 개입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도예나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강세훈과 강세윤이 제 아들이라는 걸 알았던 순간부터 그녀는 해결 방법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었다.‘한 아이도 잃고 싶지 않아,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사랑을 주고 싶어…….'“너희 둘 일이니 나는 개입하지 않을 거야. 다만 의견을 건넬 뿐이지.“강 부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강씨 가문의 아이이니 강씨 성을 가져야 해요. 이 점에 대해서 도예나씨의 생각은 어떤가요?”도예나는 입술을 오므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모님, 계속 말씀하시지요.”“강씨 가문의 아이들이니 강씨 가문의 법대로 아이들을 키워야 해요. 두 아이를 강씨 별장으로 보내세요.”강 부인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도예나씨는…….”강 부인이 조용히 도예나를 살피며 말했다.“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 아이를 강씨 가문에 넘기고 아이들 없이 살아가는 겁니다.”도예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사모님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진씨 어르신하고 다를 게 뭐야…….'강현석의 얼굴도 차가워졌다.“어머니, 내일 호주로 돌아가시죠. 사람을 보내드릴게요…….”“아직 두 번째 선택을 말하지 않았어.”강 부인이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아주 간단해. 둘이 결혼을 하는 거야.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겠지.”강 부인의 말에 도예나와 강현석은 자리에 굳어버렸다.“네 아이는 모두 같은 날에 태어났으니 응당 같이 살아가야 해. 어른들의 실수로 4년 동안 떨어져 지낸 것도 아이들에게 있어 너무 불공평한 일이야..”“나는 네 아이가 떨어져 지내는걸 용납 못 해!”강 부인이 조금 언성을 높여 말했다.“사람들이 강씨 가문을 아무리 욕해도 도예나씨는 제
“네 아이가 함께 살 수 있다면 나는 흔쾌히 악당이 되겠어.”강 부인은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강현석이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두 번째 선택을 할 거예요.”“뭐라고?”강 부인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제 말은 저는 두 번째 선택을 할거하라고요.”강현석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어머니도 슬슬 준비를 시작하시는 게 좋겠어요.”강 부인이 할 말을 잃었다.첫 번째 선택을 밝힐 때만 해도 자신을 호주로 돌려보내겠다고 하던 강현석이 순순히 두 번째 선택을 따르겠다고 하니 강 부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아까 내가 두 번째 선택을 뭐라고 했던가?'강 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도예나씨와 결혼을 하겠다는 거니?”강 부인이 어떻게 설득해도 강현석과 도설혜를 맺어줄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 부인은 제 아들이 비혼주의자가 아닌지 고민도 했었다.‘그런데 지금 결혼하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강현석이 표정 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이 일은 성급해서는 안 돼요. 제가 천천히 알아서 할게요.”강 부인의 표정이 착잡해 보였다.‘현석이가 도예나씨를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군.'‘도예나씨라서 참 다행이야. 다른 여자였다면 아이들이 많이 걱정되었을 거야…….'……도예나가 운전하는 차는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도예나가 운전대를 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제훈아, 너는 세훈이와 세윤이를 어떻게 생각해?”도제훈이 눈을 깜빡이며 물어왔다.“엄마는 어떤 점을 묻고 싶은 거에요?”“예를 든다면, 같이 노는 게 좋아?”도예나가 떠보듯 물었다.“만약 같이 산다면 어떨 것 같아?”도제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저랑 동생을 강씨 별장으로 보내시려고요?““당연히 아니지.”도예나가 웃으며 말했다.“강세훈과 강세윤이 우리 집에 살수도 있잖아. 미리 네 의견을 물어보는 거지.”도제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는 좋아요. 우리 집에 손님으로 오는 건 환영해요.”도예나가 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