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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방찬이 검지를 흔들었다.

“대충 다 결정된 거죠.”

그의 대답에 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하더니 가방에 있던 서류 한 권을 꺼내 말했다.

“대충 다 결정되었다는 건, 저에게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거죠. 이건 내가 만든 칩 설계도예요. 참고하세요.”

그녀는 서류를 회의 탁자 위에 놓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방찬은 그녀가 복도로 사라지자 책상 위의 서류를 들어올렸다. 그의 피부는 누런 색이었고, 손가락 끝이 어두웠다.

그가 서류를 펼치자 안에는 모두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했다. 그는 비록 전문적인 기술자는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를 맡으며 전문 용어를 서서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 설계서는 대략적으로 적힌 거라 내용도 적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그가 여태껏 생각해 본 적 없는 참신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담담하게 손가락을 두드리며 말했다.

“장 여사의 칩 설계서를 가져와요.”

변두리에 서 있던 보좌관이 즉시 답했다.

“네,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

“장 대표님, 옐리토스 그룹의 방 대표님이 칩 설계도를 보여달라고 하십니다.”

비서가 들어와서 고개를 숙이고 공손하게 말했다.

대표실에는 약 40대의 중년 여성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갈색 웨이브가 있는 머리카락이 우아한 귀부인의 기질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달력을 한 번 보고 오늘이 옐리토스 그룹의 입찰일이라는 걸 떠올렸다. 컴퓨터를 켠 그녀가 갑자기 손을 급하게 움직였다.

“누가 내 컴퓨터를 건드린 적 있어요?”

그 말을 들은 비서가 놀라서 멍해졌다.

“대표님 분부 없이 어떻게 컴퓨터를 건드리겠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내 설계서가 없어졌어요. 어제 저녁에 마지막으로 수정하고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는데…….”

장 여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비서가 얼른 다가가 찾아보았지만 역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장 여사를 한 번 본 비서가 공손하게 말했다.

“장 대표님, 어젯밤 수정하신 후에 제가 사진을 찍어 놓았어요. 일단 사진이라도 먼저 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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