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서영옥의 울부짖는 소리를 무시하고 텅 빈 눈으로 도진호를 바라보았다.“제가 정말 당신 딸이 아니에요?”도진호가 화를 삼키며 말했다.“네 엄마와 약속했었다, 이 일을 죽을 때까지도 꺼내지 않기로. 하지만 설혜에게 이렇게 큰일이 생겨버렸으니 나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이렇게 말을 꺼내게 되었어. 네 엄마가 세상을 뜨고 난 너를 보육원에 보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18살까지 우리 가문에서 키웠지. 그것만으로도 난 아버지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허허…….”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예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자신이 도씨 가문의 자식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제 딸한테 이런 말을 하겠는가.그러나 그녀는 도진호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왜 보육원에 보내지 않았는데요? 저한테 도씨 그룹 주식이 있었기 때문 아니에요?”도진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그래. 그러나 지금 도씨 그룹 주식은 모두 공중분해 되고 주인도 곧 바뀌어버릴 거야. 난 남은 게 하나도 없어. 유일하게 내 딸 설혜만 지키고 싶어. 그러니 제발 우리 도씨 가족에게 숨 쉴 구멍이라도 만들어주면 안 되겠니?”도예나가 인상을 썼다.도씨 그룹의 상황에 대해서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주식이 폭락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산할거라는것만 알고 있었다.‘이 시기에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이 있다니…….'“설혜는 세훈이와 세윤이를 살려주었고 난 널 18년 동안이나 키워주었으니 조금만 봐주면 안 될까?”도진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화를 삼키는 목소리에 애원이 담겼다.도예나가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도설혜가 납치한 건 강씨 그룹 큰 도련님이에요. 이 일은 제가 손을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강씨 그룹의 강현석씨나 찾아가 보세요.”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사무실 안으로 또각또각 걸어갔다.그녀의 뒤로 절망에 잠긴 도진호와 서영옥이 있었다.도예나는 곧장 회의실로 향했다. 지난달의 총결산 보고와 다음 달 업무계획에 관한 회의였지만
도예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엄마가 임신한 상태로 도진호와 결혼을 한게 사실이었어.'도진호가 엄마와 결혼을 한 목적은 아주 분명했다. 외가는 돈이 많았고 명문대가의 딸과 결혼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탄탄대로일 게 분명했으니…….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엄마와 결혼을 한 지 2년 만에 도씨 그룹이 창립되었고 엄마가 살아있던 2년 동안 도씨 그룹은 승승장구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세상을 떴지만 도씨 그룹에 남긴 자금이 많았고, 도씨 그룹은 그 자금으로 계속해서 발전해갔다.하지만 엄마가 없었다면 도씨 그룹도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도예나가 없었다면 엄마와 도진호가 결혼할 리가 없었다…….도예나는 입술을 매만지며 떠보듯 물었다.“외할머니, 엄마가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다른 사람이랑 연애를 한 적이 있었나요?”“없었지.”외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네 엄마는 참 단순한 아이였어. 연애가 뭔지 잘 알지도 못했지. 네 엄마가 학교를 다닐 때 내가 연애를 금지했었거든. 대학에 입학하고 도진호를 만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져버리더구나. 그럴 줄 알았다면 연애를 금지하지 말고 여러 남자를 만날 수 있게 내버려 뒀던 걸 하고 후회가 돼.”외할머니가 긴 한숨을 내쉬며 먼 산을 내다보았다.‘딸을 너무 사랑해서 지켜주고 싶어 했던 행동이 딸을 더 다치게 했었다…….'‘만약 도진호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지도 않았을 텐데…….'도예나는 외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고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외할머니, 오늘은 그냥 외할머니 얼굴을 보려고 온 거에요. 저는 이만 회사로 돌아가 봐야 해요. 외할머니도 일찍 쉬세요. 다음엔 제훈이와 수아도 함께 올게요.”외할머니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그래, 내 걱정은 하지 말고.”도예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유치원으로 향했다.그녀는 외할머니가 했던 말을 한참이나 곱씹었다. 반드시 유전자 검사는 해봐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도진호의 친딸이 아니라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른 걸 생각
강현석은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내렸다.그는 도예나가 오기 전에 미리 아이를 데려가려고 5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저 멀리에서 가냘프고 쓸쓸한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현석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도예나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노려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그의 말에 도예나의 입술이 굳어졌다.예전에 그녀는 강현석의 여자친구 행세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를 현석 씨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수아랑 제훈이는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예나 씨는 가서 일보세요.”강현석이 말했다.“제가 아이들의 친아버지니까 이건 전부 제가 할 일입니다.”강현석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예나 씨가 4년 동안 고생했으니 앞으로는 제가 분담할게요.”도예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겨우 말을 이어갔다.그녀는 강현석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전 이미 익숙해졌어요. 굳이 그러실 필요 없어요.”“아니요. 필요해요.”그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석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걱정 마세요, 저는 당신과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다투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들이 오랫동안 잃었던 부성애를 보상하고 싶을 뿐입니다.”그의 말에 도예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강현석이 재훈과 수아에 대한 마음은 사실 그녀가 강세훈과 강세윤에게 대한 마음과 같았다. 모두 아이들에게 보상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4년 동안 부족했던 부성애와 모성애는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도예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용히 유치원 입구에 서 있었다.두 사람의 어깨 위로 세월의 고요함을 밴 오렌지빛 석양이 내려앉았다••••••“우와, 제훈아, 네 아버지가 오셨어.”어린이들은 모두 창문에 엎드려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빤히 쳐다봤다. “드디어 제훈이 아빠를 보게 됐어. 정말 잘생겼어. 너무 멋
수아는 선생님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을 아는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백만불짜리 보조개가 움푹 패어들어갔다.“자, 아빠가 안아보자.”강현석은 몸을 웅크리고 두 팔을 크게 뻗었다.“아빠.”수아가 강현석 품에 폭 안겼다.강현석은 그런 수아를 들어올려 공중에서 빙빙 돌았다.우세정은 좀 어리둥절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수아와 제훈을 데리러 온 남자는 다른 남자였는데 갑자기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선생님, 이 사람이야말로 수아와 제훈이의 친아버지입니다. 앞으로 이 사람이 아이를 데리러 오면 직접 아이를 보내면 됩니다."도예나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우세정은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식구가 유치원에서 빠져나온 후에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강제훈의 아버지는 정말 멋있고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녀는 왜 조금전 아이들이 그렇게 환호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마터면 그녀도 자제를 잃을 뻔했다.유치원 입구에 차 두 대가 서 있다.도예나와 강현석은 모두 차를 몰고 왔는데, 한 대는 왼쪽에 있고 다른 한 대는 오른쪽에 있었다.“수아야, 자 여기로 와. 엄마가 안아줄게. 우리 먼저 차에 타자.”그녀는 수아에게 다가가 두 팔을 내밀었다.그러자 수아는 몸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엄마는 하루 종일 밖에서 힘들게 일했잖아요. 저까지 안으면 더 힘들어져서 안 돼요.”수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 강현석의 목을 끌어안았다.강현석의 입꼬리는 어느새 살짝 올라갔다. “수아는 혼자 걸을 수 있어요.”그때, 강제훈이 말했다.수아는 강제훈의 말에 곧바로 강현석의 품에서 벗어나 두 발로 땅에 착지했다. “수아야, 아빠 차에 탈래?”강현석이 부드럽게 말했다.“수아는 엄마 차 타는 게 더 익숙하지?”그때, 도예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려퍼졌다.수아는 강현석과 도예나를 번갈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아빠는 일부러 너희를 보러 여기까지 온 거야. 오늘 너희들이 엄마 차를 타고 간다면 난 쓸쓸하게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전 영원히 엄마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뒷좌석에 앉은 강제훈이 맹세하듯 천천히 말했다.도예나는 운전대를 잡고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제훈아, 강적을 만난 것처럼 굴지 마. 강현석은 네 친아버지니까 좀 더 잘 지내야 해. 잘지내서 너한테 나쁠 건 없어.”"하지만 엄마는 슬퍼할 거잖아요.”강제훈이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제훈아, 엄마가 왜 슬퍼하겠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때마침 신호등은 빨간불로 바뀌었다. 그녀는 그 틈을 타 강제훈의 볼을 부드럽게 만졌다.“강현석은 너랑 수아의 친아버지야. 그는 앞으로 나랑 함께 너희들을 보호하고 사랑해줄거야. 기뻐하기도 모자랄 판에 왜 슬퍼하겠어, 안 그래?”그녀의 말에 강제훈은 고개를 푹 숙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강현석이 진심으로 도예나를 좋아한다면, 그를 자기들 삶 속에 기꺼이 들여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가 도예나를 조금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강제훈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차는 평온하게 강씨 가문을 향해 달렸다.강세윤은 일찍이 문 앞에서 그들을 손꼽아 기다렸다. 원래 강세윤도 강현석과 함께 유치원에 가서 동생을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강현석이 그의 옷이 마음에 안든다고, 새거로 갈아입으라고 했었다. 그래서 강현석의 말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강현석은 그를 두고 몰래 차를 몰고 사라졌었다.강세윤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울 뻔했다.잠시 후, 강세윤을 향해 검은색 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강세윤은 서둘러 옷깃을 여미고, 허리를 펴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엄마와 동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차는 어느새 그의 앞에서 멈추었다.강세윤이 엄마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오연희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반대편으로 돌아가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아, 뭐예요?”강세훈이 뒷자석에서 내리는 걸 보니 강세윤은 머리가 더욱 어지러워졌다.강세훈은 예전에 저녁 8시나 9시에야 집으로 돌아왔는데 지금은 6시밖
강세윤은 앞에서 달리는 차량이 누구의 차인지 잘 알고 있었다. 차가 다 멈추기도 전에 그는 잽싸게 달려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수아야,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그는 수아를 안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세윤, 이거 놔.”그의 품에 안긴 강제훈은 발버둥을 쳤다.그러자 깜짝 놀란 강세윤은 다급히 강제훈을 풀어 주었다.“왜 너야? 수아는?”그때, 뒤에서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뒤에 있는 차 안에서 수아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강세훈은 재빨리 수아에게 토끼 인형을 선물했다. 수아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그 모습에 강세윤은 황급히 짧은 다리로 달려가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 인형을 꺼내 보물을 바치듯 수아에게 건넸다.“수아야, 이 고양이는 토끼보다 훨씬 귀여워. 이거 봐, 고양이가 울 수도 있어••••••.”고양이 인형을 한 번 주무르자, 인형에게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수아는 더 크게 웃었다.이 모습에 강현석은 오랫동안 미소를 지었다.그들은 한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웃음소리를 듣지 못했다.세 명의 아이들••••••, 한 명은 어디갔지?그가 막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침 강제훈이 세 아이가 모여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 어떤 상실감이 솟아오르고 있었다.“강세훈, 너는 수아 선물만 준비하고 제훈이 선물은 준비하지 않은 거야?”강현석이 물었다.“물론 선물을 준비했죠.”강세훈은 맏형으로서 모든 동생에게 공평해야만 했다.그는 수아 손에 토끼 인형을 쥐어준 뒤, 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천천히 강제훈 쪽으로 걸어갔다.“이건 네 선물이야.”상자를 열자 안에는 큐브가 들어있었다.“시중에 가장 어려운 큐브는 17계단인데, 너는 진작에 맞췄을 것 같아서 특별히 33단계 큐브를 주문 제작해 만들었어.”그는 큐브를 건네주었다. ”잘 모르겠으면 내가 가르쳐 줄 수도 있어.”강제훈은 큐브를 건네받고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마음에 들어요.”도예나는 그렇지
강세훈이 그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강세윤은 그의 이런 시선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수아가 전에 선물 줬잖아.”그의 말에 강세윤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이 났다.“맞아. 수아가 전에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로 줬어. 나한테는 수아가 선물도 줬는데 너희들은 다 없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야. 수아야, 난 우리 수아가 너무 좋아.”한껏 흥분한 강세윤은 수아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그러자 강현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세윤을 밀어냈다.“앞으로 수아에게 뽀뽀하지 마.”그는 차갑게 말했다.“왜요?”강세윤은 억울한 듯 입을 쉽게 다물지 못했다.“수아에게 뽀뽀도 못하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너는 남자애고 동생은 여자아이잖아.”“••••••.”유치원 선생님께서도 이런 말을 하신 것 같았다. 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수아한테 뽀뽀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가만히 듣고 있던 강세훈의 얼굴도 굳어졌다ㅋ‘난 아직 한 번도 뽀뽀해본적이 없는데 그럼 앞으로 기회조차 없는 거야?’“세훈이가 무슨 선물을 줬는지나 봐요.”도예나가 말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펼쳐 확인하더니 갑자기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녀가 받은 것은 도씨 그룹 주식 양도서였는데 원래 그녀는 25%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주식 양도서에는 그녀에게 40%의 주식이 있다고 씌여있었다.여기에 사인만 하면 그녀는 도씨 그룹의 65%의 지분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즉 도씨 그룹의 절대적인 지도자가 된다는 소리다.그녀는 강제훈이 이런 선물을 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세훈아, 고마워.”도예나는 감동을 받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순간 그녀는 자신이 준비한 선물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엄마가 좋아하면 됐어요.”그 모습에 강세훈은 피식 웃었다.“엄마, 이제 안으로 들어가 봐요.”도예나는 서류를 차에 넣고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엄마, 잠깐만 기다려주세요.”강세윤은 수아의 손을 잡고 도예나를 향해 달려왔다. 어느새
강현석이 콩을 씻으러 가려던 참에 도예나는 그와 부딪히고 말았다.그때, 기름방울이 그녀의 손등에 떨어졌다. 그녀는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강현석은 재빨리 가스 레인지 불을 끄고,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 데었어요? 괜찮아요?”“작은 상처 하나 났는데 괜찮아요.”도예나는 수도꼭지 물을 틀어놓고 손을 냉찜질을 했다. 요리를 오래하면 기름에 튀기는 경우가 많아 약간의화상을 입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그때, 거칠고 큰 손이 갑자기 그녀의 손끝을 잡아당겼다.“약 발라줄게요.”도예나는 다급히 자신의 손을 빼내려했지만, 강현석이 워낙 꽉 잡고 있는 탓에 좀처럼 손을 빼내기가 힘들었다.“정말 괜찮아요, 게다가 어디에 화상을 입었는지 찾을 수 있겠어요?”방금 화상을 입었는지라 작은 알갱이들은 찬물에 씻겨서 이미 보이지 않았다.강현석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등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화상을 입은 흔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다만 그녀가 움직이이지 못하게 꽉 잡고 있었던 손가락이 빨갛게 물들었을 뿐이다.그는 뒤늦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도예나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어딘지 모르게 촉촉했다.그는 갑자기 어떤 충동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는 지금 도예나와 10c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예나가 조금 전 토마토를 맛보아서 그런지 그녀의 입술 끝에 토마토 즙이 묻어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매우 매혹적이었다.그는 갑자기 그녀의 입술이 무슨 맛인지, 토마토처럼 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조금 숙였다.이런 그의 모습에 도예나는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졌다. 그녀는 이 남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것만 같았다. 그녀의 의식은 그녀에게 재빨리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두 다리는 못이 박힌 듯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강현석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아빠, 거짓말쟁이에요.”그때, 강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