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남편이 신의가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70 챕터

제51화

강동준은 용우희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방을 나갔다.용우희는 한동안 숨을 헐떡이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문밖으로 나갔다.복도에 한병천과 용천우만 서 있는 것을 보고 용우희는 안도했다.‘드디어 그 망할 놈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겠구나.’강동준이 서둘러 천해 호텔을 떠난 이유도 용우희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호텔을 나서자마자 강동준은 이명천의 전화를 받았다.이명천은 강동준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서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강동준은 이명천이 이유림에 관해 얘기할 거라 짐작하며 또한 이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이 그였기에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는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이명천과 마주했다.거듭된 충격 탓인지 망연자실한 듯 이명천은 초췌한 모습이었다.강동준이 자리에 앉은 뒤 이명천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난 며칠 동안 유림이를 만나러 가야 하나 계속 고민했어.”이유림이야말로 이명천의 친딸이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밖에서 떠돌아다니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당연히 이명천은 이유림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차마 그녀를 만날지 말지 고민했다.강동준도 그런 이명천의 심정을 이해했기에 한숨을 쉬었다.“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그동안 억압된 삶에 이유림은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데다 얼굴까지 다쳐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감정 기복이 심해서는 안 된다.만약 이유림이 이명천을 만나게 되면 분명 슬퍼할 거고 이는 강동준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이기도 했다.이명천은 한숨을 내쉬었다.“알겠네.”그러면서 이명천은 강동준의 손을 잡았다.“동준아, 난 이씨 집안에서 지내는 동안 너한테 잘못한 것 없다. 그동안 우리 유림이 좀 잘 부탁하마.”강동준이 웃으며 말했다.“말씀 안 하셔도 유림이 잘 챙길 거예요.”이명천은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눈에는 더욱 결연한 의지가 번뜩였다.강동준은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그가 이유림을 돌봐주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로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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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이명천은 깜짝 놀랐다.“어머니, 괜찮으세요?”노태연은 악에 받쳐 이명천을 노려보았다.“언젠가 너 때문에 내가 화병으로 죽을 거다. 꺼져!”이명천은 노태연의 상태가 더 악화될까 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문밖으로 사라지는 이명천을 바라보던 노태연은 가슴과 복부 사이에서 솟구치는 피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시커먼 피를 한입에 뱉어냈다.그녀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병이 점점 심해지고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네.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 정말 그 쓰레기한테 빌어야 하나?”노태연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해결책과 명의를 찾아다녔는지 모른다.하지만 어떤 의사도 그녀의 병을 고칠 수 없었다.오늘 약혼식에서 강동준이 하는 말을 듣고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꼈다.자신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강동준일지도 모른다고!하지만 그녀와 강동준이 이미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강동준에게 애원해도 그가 받아줄까?창가에서 가만히 서 있던 임연비는 노태연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두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임연비 때문에 병에 걸린 조명훈은 그녀를 증오하며 약혼식에서 때려죽일 뻔했으니 결혼은 물거품이 되었다.임연비는 이번 일로 이씨 집안에서 자신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노태연의 곁으로 가서 아부하며 자신의 입지를 지킬 기회가 있는지 알아보려던 찰나 우연히 노태연과 이명천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이명천은 노태연의 친아들이다. 이번에는 거절했지만 다음번에는?게다가 노태연은 지금 마음이 흔들려서 강동준에게 병 치료를 부탁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노태연이 LS그룹과 강동준의 용서를 맞바꿀까?‘아니, 내 운명은 내 손에 달렸어.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지금 유일한 방법은 강동준에게 애원하는 것뿐이다.그래도 3년 동안 같이 살았던 부부의 정이 있는데 자기가 먼저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강동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눈앞의 난관에 대한 해결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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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사람들의 말을 듣던 강동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걸어갔다.어린 소녀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것처럼 애절한 얼굴로 강동준을 바라보았다.“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강동준은 쭈그리고 앉아 노인의 눈꺼풀을 들어서 살펴보았다.뇌출혈, 한의학에서는 귀경풍이라고도 불렸다.노인은 이미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고 당장 구하지 않으면 이대로 죽는다.어린 소녀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이 강동준은 들고 있던 금침을 꺼냈다.금침 도겁지술을 발동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노인의 머리 주위에 있던 은혈 열다섯 군데가 강동준에 의해 뚫렸다.강동준이 침 끝을 부드럽게 비틀며 노인의 몸에 미세한 현황 진기 한 가닥을 주입했다.노인의 얼굴이 회색에서 흰색으로, 다시 붉은색으로 핏기가 도는 것을 보고 강동준은 노인이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금침을 빼낸 강동준은 안도의 긴 숨을 내쉬었다.“지금은 괜찮지만 얼른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겠어요.”소녀는 닭이 모이를 쪼아 먹듯 고개를 끄덕였다.강동준이 돌아서서 가려고 하자 은도연이 다급히 붙잡았다.“선생님, 잠깐만요.”강동준은 뒤돌아보며 물었다.“더 할 말이라도?”은도연이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를 구해주셨으니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돈을 많이 못 챙겼어요. 주소만 알려주시면 내일 사람 보내서 갚을게요.”말하는 은도연의 얼굴에서 오만함이 어렴풋이 드러났다.천해 제일의 가문인 은씨 가문, 시장도 감히 이런 은씨 가문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오늘 할아버가 산책을 하고 싶다기에 따라 나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은씨 가문은 누구에게도 신세를 지지 않는다. 강동준이 할아버지를 구해줬으니 사례금으로 최소 20억 이상은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만한 돈이 없으니 일단 주소부터 물어볼 수밖에.내일 강동준의 계좌에 20억이 입금되면 하늘에서 떨어진 떡이 어떤 건지 알게 될 것이다.강동준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돈을 바라고 구한 건 아닙니다. 얼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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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이 여자가 또 물건 팔러 간 것 같았다.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강동준은 서둘러 노점상으로 달려갔다.멀리서 강동준은 얼굴에 붕대를 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림의 모습이 보였다.가게 앞에 도착한 강동준을 보자 이유림의 두 눈이 살짝 반짝였다.“물건을 안 팔면 수입이 없어요. 그리고 너무 무리하지 않게 조심할게요.”이유림이 이렇게 말하자 강동준은 자연스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곧 강동준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이유림을 도와 가게를 지켰다.두 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고 공기 중엔 희미하게 침울함이 감돌았다.두 여자가 다가와 가격을 물었고 이유림은 서둘러 그들을 맞이했다.두 여자는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점점 눈에 띄게 불만을 드러냈다.“이렇게 형편없는 물건을 하나에 4천원에 팔아요? 좀 싸게 줘요, 하나에 2천원씩. 우리 둘이 하나씩 살게요.”이유림은 서둘러 해명했다.“제일 싼 가격에 드리는 거예요. 더 낮추면 남는 게 없어요.”키 큰 여자가 이유림을 흘겨보았다.“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돈 못 벌어요!”이유림이 반박하기도 전에 키가 큰 여자가 친구를 데리고 떠났다.이유림은 씁쓸한 눈빛을 한 채 강동준의 곁으로 조용히 돌아왔다. “내가 멍청한 거죠?”강동준은 피식 웃었다.“네가 멍청한 게 아니라 저 사람들이 물건 볼 줄 모르는 거지.”이유림도 웃었다.“당신도 사람 달랠 줄 아네요?”“내가 달래는 것 같아? 아니야.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야.”이유림은 강동준의 표정에 웃음을 터뜨렸다.이유림의 웃는 모습을 본 강동준은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강동준은 기회를 틈타 물었다.“무슨 계획이라도 있어?”이유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매출이 400만원 정도였는데 원가 빼면 100만원 정도 남아요. 매대 하나를 빌려서 제대로 꾸며보고 싶어요. 그러면 남들도 내 물건이 싸구려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고 나도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잖아요. 돈 많이 벌어서 가게도 늘이고, 우선 3개 정도...”이유림이 미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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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늦은 밤, 이유림은 알 수 없는 한기를 느끼며 몸을 웅크렸고 강동준은 황급히 자신의 재킷을 벗어 이유림의 몸을 덮어주었다.이유림이 거절하려 하자 강동준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넌 지금 환자야. 추워서 치료에 영향 주면 너 못난이가 돼.”강동준이 자신을 겁주려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유림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이유림은 양청아와 통화로 조금 전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청아야, 넌 연애 전문가잖아. 네가 나 대신 봐줘. 그 사람이 나 좋아하는 거야?”화면 속 양청아는 눈을 흘겼다.“그렇게 뻔한 걸 아직도 모르겠어?”그런데 이유림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양청아가 입을 열었다.“근데 그 자식 어딘가 수상해. 좀 더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아.”하지만 이유림은 속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난 재앙을 불러온다고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데 저 사람은 내 곁에 있어. 저 사람은 나 때문에 곤경에 처할 걱정도 안 하는데 내가 뭐라고 조심하겠어.”양청아는 그녀를 나무랐다.“넌 예쁘니까 남자들이 좋아하지. 그 자식 돈 밝히고 얼굴 밝히는 제비일지도 몰라.”이유림이 피식 웃었다.“얼굴은 몰라도 어딜 봐서 돈을 밝히는 사람인데?”양청아가 눈을 부릅떴다.“바보야, 네가 돈이 없다고 해서 그 자식이 사기를 안 치는 건 아니잖아.”이유림은 전혀 믿지 않았고 피곤하다고 둘러대며 양청아와의 통화를 끊었다.다음 날 아침, 강동준은 일어나서 씻고 외출 준비를 했다.어제 집으로 돌아온 강동준은 이유림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말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장신구도 좋지만 이유림이 파는 장신구는 수공예품이라 그녀가 많이 힘들 것 같았다.문득 한의학의 처방이 떠올라 강동준의 마음이 움직였다.15평 남짓한 가게를 임대하려면 한 달에 비용이 40만 정도다.안심탕을 한 그릇 끓이는데 드는 원가는 500원 정도이니 4천원에 팔면 된다.요즘은 빠르게 변하는 주위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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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강동준은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40억? 당신들한텐 돈일지 몰라도 나한텐 아무것도 아닙니다.”은도연을 따라온 경호원은 강동준을 한심하게 바라봤다.천해에서 40억을 소유한 사람은 네 자릿수를 넘기지 않을 거고 천해의 대부분 사람들이 평생 일해도 못 벌 금액이었다.그런데 빈민가에 사는 쓰레기가 40억을 우습게 보다니!은도연은 차갑게 비웃었다.“60억으로 하죠.”강동준은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제발 나가주세요.”은도연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100억.”은씨 가문은 천해 제일 가문으로 누구에게도 신세를 진 적이 없다.강동준이 사례금을 받으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빚진 게 없게 되지만 강동준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은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규칙이 깨지게 된다.설상가상으로 강동준은 언제든 튀어나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른다.불순한 동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면 은씨 가문도 곤경에 처하게 될 게 분명하다.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은도연은 값을 100억으로 올렸다.강동준의 말을 기다릴 새도 없이 은도연의 눈에는 암울한 섬광이 번쩍였다. “강동준 씨, 좋게 얘기할 때 그만하죠.”강동준은 은도연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그래요, 정 사례금을 주겠다면 2만원만 줘요.”은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강동준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그 역시 이런 사소한 일로 사례금까지 받고 싶지 않았지만 은도연이 계속 귀찮게 하니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항복하고 말았다.은도연은 강동준을 한심하게 바라보면서 긴 소매에 감춘 주먹을 조용히 움켜쥐었다.“지금 나랑 장난해요?”강동준이 천천히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좋아요. 정 사례를 하고 싶다면 은씨 가문 전체를 나한테 가져와요.”강동준은 은도연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을 나섰다.“난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볼 테니까 잘 생각해 봐요. 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면 귀찮게 하지 말고요!”당연히 은씨 가문 전체를 보상으로 줄 수 없었다.하지만 강동준이 제시한 2만원 또한 은도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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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오랜 세월 동안 감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했지만 이유림은 임연비를 알아봤다.임연비가 온 것을 보고 임연비의 말을 들은 이유림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왜 왔어?”임연비가 그런 이유림을 안중에 둘 리가 없었다.이유림 주위를 두 바퀴 돌던 임연비의 두 눈에는 경멸의 눈빛이 역력했다. “너 같이 천한게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이유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시비 걸러 온 거야?”임연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넌 내가 시비 걸 가치도 없어. 너한테 알려주려고 왔어. 강동준은 내 남편이야. 사소한 오해가 있었고 홧김에 이혼했지만 그래도 우린 부부였고 꼭 화해할 거야. 그러니까 강동준 만날 생각은 접어.”임연비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어떻게 하면 강동준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고민 끝에 임연비는 이유림이 키 포인트라고 생각했다.이유림이 강동준을 무시하고 자신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강동준은 분명 자신의 곁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이유림을 찾아온 거다.이유림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너랑 강동준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강동준 씨가 내 곁에 있겠다면 내가 왜 그 사람을 떠나야 해?”이유림도 임연비와 강동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더군다나 임연비는 아버지의 사랑까지 빼앗은 사람이었다.임연비가 굳이 여기까지 도발하러 찾아왔는데 이유림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임연비는 조롱하는 듯한 얼굴로 이유림을 바라봤다.“강동준이 돈과 명예를 위해 앞뒤로 전보민과 용우희한테 빌붙은 건 알아? 그 사람은 악명 높은 제비야. 어떻게 그걸 용납할 수 있지?”이유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참든 말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근데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네. 넌 강동준 씨가 그런 제비라는 걸 알면서도 기어코 그 남자 곁에 있겠다는 거잖아.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이유림은 늘 괴롭힘을 당했지만 그 덕분에 외유내강의 성격을 키울 수 있었다.더군다나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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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임연비는 얼굴을 감싼 채 악에 받친 표정으로 일어났다.“강동준...”강동준의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임연비, 여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시체가 될 줄 알아.” 순간 임연비는 마치 며칠을 굶주린 늑대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온몸을 관통하는 냉기 속에서 그녀는 감히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이때 강동준은 이유림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다독였다.“괜찮아, 괜찮아. 다 끝났어. 화내지 마, 화내면 안 돼, 상처 벌어지면 못생겨져.”이유림을 이처럼 부드럽게 대하는 강동준을 보며 임연비는 살기 어린 눈빛이 번뜩였다.강동준은 원래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그는 자신에게 한 번도 저렇게 다정한 적이 없었다.‘모든 게 저 불여우 때문이야! 이유림, 두고 봐!’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임연비는 강동준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봤기에 더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강동준은 임연비의 몸에서 살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시선이 날카로워졌다.임연비는 더러운 본성을 고치지 못한다.제대로 끝장내야 다시는 이유림을 귀찮게 굴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강동준의 몸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에 이유림도 덩달아 깜짝 놀라 살짝 몸을 떨었다.이유림의 연약함과 무기력함을 알아차린 강동준은 살기를 거두고 부드럽게 이유림을 위로했다.30분이 넘게 지나서야 이유림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강동준은 안도의 긴 숨을 내쉬며 이유림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펴보았다.조금 전의 흥분으로 인한 부작용 없이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 것을 확인한 강동준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길어도 열흘이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겠네.”이유림은 눈을 반짝였다. “정말요?”강동준은 이유림을 향해 싱긋 웃었다.“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이유림은 환하고 밝게 웃었다.역시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여자는 없었기에 이유림도 예외는 아니었다.기분이 좋아진 이유림을 본 강동준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이씨 집안 일은 어떻게 할 거야?”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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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이런 생각을 하며 강동준은 이유림에게 다시 물었다.“그럼 노태연은...” 이유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생각 정리를 못했어요.”이유림에게 노태연은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이자 10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지만 그녀의 할머니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을 거다.강동준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드럽게 웃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줘.”이유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이유림과 강동준은 가게를 여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동준이 안심탕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이유림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심탕도 한약인데 밀크티 가게에서 한약을 파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강동준은 서둘러 말했다.“안심탕 레시피를 조금 바꿔서 밀크티랑 비슷하게 만들면 돼. 분명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조급한 표정의 강동준을 보며 이유림은 미소를 지었다.“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걸 생각해 봐요.”이유림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서 강동준이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짓는데 그녀가 용기를 북돋아 줬다.“세상에 뭐든 한 번에 성공하는 법이 없고 난 이미 여러 번 실패할 각오가 돼 있어요. 맨 마지막에만 실패하지 않으면 그게 성공이잖아요, 안 그래요?”강동준도 이유림의 밝은 기운을 받아 그녀와 하이 파이브를 했다.“파이팅!”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다.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길가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고 적당한 가게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위치가 좋지 않거나 가격 협상이 되지 않아서인지 두 사람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유림은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강동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하루 종일 고생했어요. 저녁은 내가 대접할 테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강동준이 눈을 반짝거렸다.“뭐 먹을 거야?”이유림이 혀를 살짝 내밀었다.“나도 몰라요, 청아가 준비했대요. 뭐든 마음껏 먹어요, 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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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양청아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이유림과 강동준이 들어오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양청아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냉기가 번뜩였다.강동준은 음지 출신으로 이유림과 접촉한 데는 분명 불순한 동기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유림은 이미 홀라당 넘어가 절친인 자기 말조차 듣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강동준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꼼수를 생각해 냈다.만약 강동준이 자기 말을 들어주면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가고 강동준이 허튼수작을 부릴 것 같으면 바로 본때를 보여줄 심산이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양청아는 백건을 다그쳤다.“저 사람이 강동준이야. 이따가 최대한 술 많이 먹게 해. 술로 인성을 본다잖아. 술을 많이 마시면 본성을 드러낼 거야.”백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음흉한 기색을 번뜩였다.석 달 동안 양청아를 쫓아다녀서 겨우 양청아와 만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양청아의 손도 잡아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오늘 밤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강동준뿐만 아니라 양청아까지 취하게 할 생각이었다.술에 취해 일이 벌어진 뒤에 양청아는 기껏해야 술에 취한 자신을 자책할 뿐 그에겐 어쩌지 못할 것이다.네 사람이 모여 간단한 소개를 한 후 양청아가 예약한 룸으로 이동했다.곧 술과 음식이 빠르게 올라왔고 백건이 웨이터에게 고량주 두 병을 주문하자 강동준은 서둘러 말했다.“유림이는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술을 못 마셔요.”양청아가 눈을 흘겼다.“유림이가 못 마시면 그쪽이 마시면 되잖아요?”강동준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이유림을 바라봤고 양청아도 지지 않고 덧붙였다.“유림아, 설마 남자 친구 생겼다고 제일 친한 친구인 날 버리는 건 아니지?”이유림의 예쁜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난...”그녀는 자신과 강동준이 연인 사이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강동준이 굴욕감을 느낄 것 같아 입에서 나오는 말을 삼켰다.그런데 강동준이 울상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지금 유림이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유림이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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