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준은 차가운 웃음을 내뱉었다.“40억? 당신들한텐 돈일지 몰라도 나한텐 아무것도 아닙니다.”은도연을 따라온 경호원은 강동준을 한심하게 바라봤다.천해에서 40억을 소유한 사람은 네 자릿수를 넘기지 않을 거고 천해의 대부분 사람들이 평생 일해도 못 벌 금액이었다.그런데 빈민가에 사는 쓰레기가 40억을 우습게 보다니!은도연은 차갑게 비웃었다.“60억으로 하죠.”강동준은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제발 나가주세요.”은도연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100억.”은씨 가문은 천해 제일 가문으로 누구에게도 신세를 진 적이 없다.강동준이 사례금을 받으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빚진 게 없게 되지만 강동준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은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규칙이 깨지게 된다.설상가상으로 강동준은 언제든 튀어나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른다.불순한 동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면 은씨 가문도 곤경에 처하게 될 게 분명하다.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은도연은 값을 100억으로 올렸다.강동준의 말을 기다릴 새도 없이 은도연의 눈에는 암울한 섬광이 번쩍였다. “강동준 씨, 좋게 얘기할 때 그만하죠.”강동준은 은도연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그래요, 정 사례금을 주겠다면 2만원만 줘요.”은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강동준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그 역시 이런 사소한 일로 사례금까지 받고 싶지 않았지만 은도연이 계속 귀찮게 하니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항복하고 말았다.은도연은 강동준을 한심하게 바라보면서 긴 소매에 감춘 주먹을 조용히 움켜쥐었다.“지금 나랑 장난해요?”강동준이 천천히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좋아요. 정 사례를 하고 싶다면 은씨 가문 전체를 나한테 가져와요.”강동준은 은도연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을 나섰다.“난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볼 테니까 잘 생각해 봐요. 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면 귀찮게 하지 말고요!”당연히 은씨 가문 전체를 보상으로 줄 수 없었다.하지만 강동준이 제시한 2만원 또한 은도연은
오랜 세월 동안 감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했지만 이유림은 임연비를 알아봤다.임연비가 온 것을 보고 임연비의 말을 들은 이유림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왜 왔어?”임연비가 그런 이유림을 안중에 둘 리가 없었다.이유림 주위를 두 바퀴 돌던 임연비의 두 눈에는 경멸의 눈빛이 역력했다. “너 같이 천한게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이유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시비 걸러 온 거야?”임연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넌 내가 시비 걸 가치도 없어. 너한테 알려주려고 왔어. 강동준은 내 남편이야. 사소한 오해가 있었고 홧김에 이혼했지만 그래도 우린 부부였고 꼭 화해할 거야. 그러니까 강동준 만날 생각은 접어.”임연비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어떻게 하면 강동준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고민 끝에 임연비는 이유림이 키 포인트라고 생각했다.이유림이 강동준을 무시하고 자신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강동준은 분명 자신의 곁에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이유림을 찾아온 거다.이유림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너랑 강동준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강동준 씨가 내 곁에 있겠다면 내가 왜 그 사람을 떠나야 해?”이유림도 임연비와 강동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더군다나 임연비는 아버지의 사랑까지 빼앗은 사람이었다.임연비가 굳이 여기까지 도발하러 찾아왔는데 이유림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임연비는 조롱하는 듯한 얼굴로 이유림을 바라봤다.“강동준이 돈과 명예를 위해 앞뒤로 전보민과 용우희한테 빌붙은 건 알아? 그 사람은 악명 높은 제비야. 어떻게 그걸 용납할 수 있지?”이유림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참든 말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근데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네. 넌 강동준 씨가 그런 제비라는 걸 알면서도 기어코 그 남자 곁에 있겠다는 거잖아.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이유림은 늘 괴롭힘을 당했지만 그 덕분에 외유내강의 성격을 키울 수 있었다.더군다나 이번
임연비는 얼굴을 감싼 채 악에 받친 표정으로 일어났다.“강동준...”강동준의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임연비, 여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시체가 될 줄 알아.” 순간 임연비는 마치 며칠을 굶주린 늑대가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온몸을 관통하는 냉기 속에서 그녀는 감히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이때 강동준은 이유림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다독였다.“괜찮아, 괜찮아. 다 끝났어. 화내지 마, 화내면 안 돼, 상처 벌어지면 못생겨져.”이유림을 이처럼 부드럽게 대하는 강동준을 보며 임연비는 살기 어린 눈빛이 번뜩였다.강동준은 원래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그는 자신에게 한 번도 저렇게 다정한 적이 없었다.‘모든 게 저 불여우 때문이야! 이유림, 두고 봐!’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임연비는 강동준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봤기에 더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강동준은 임연비의 몸에서 살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시선이 날카로워졌다.임연비는 더러운 본성을 고치지 못한다.제대로 끝장내야 다시는 이유림을 귀찮게 굴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강동준의 몸에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에 이유림도 덩달아 깜짝 놀라 살짝 몸을 떨었다.이유림의 연약함과 무기력함을 알아차린 강동준은 살기를 거두고 부드럽게 이유림을 위로했다.30분이 넘게 지나서야 이유림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강동준은 안도의 긴 숨을 내쉬며 이유림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펴보았다.조금 전의 흥분으로 인한 부작용 없이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 것을 확인한 강동준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길어도 열흘이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겠네.”이유림은 눈을 반짝였다. “정말요?”강동준은 이유림을 향해 싱긋 웃었다.“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이유림은 환하고 밝게 웃었다.역시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여자는 없었기에 이유림도 예외는 아니었다.기분이 좋아진 이유림을 본 강동준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이씨 집안 일은 어떻게 할 거야?”괜히
이런 생각을 하며 강동준은 이유림에게 다시 물었다.“그럼 노태연은...” 이유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생각 정리를 못했어요.”이유림에게 노태연은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이자 10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지만 그녀의 할머니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을 거다.강동준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드럽게 웃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줘.”이유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이유림과 강동준은 가게를 여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동준이 안심탕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이유림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심탕도 한약인데 밀크티 가게에서 한약을 파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강동준은 서둘러 말했다.“안심탕 레시피를 조금 바꿔서 밀크티랑 비슷하게 만들면 돼. 분명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조급한 표정의 강동준을 보며 이유림은 미소를 지었다.“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걸 생각해 봐요.”이유림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서 강동준이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짓는데 그녀가 용기를 북돋아 줬다.“세상에 뭐든 한 번에 성공하는 법이 없고 난 이미 여러 번 실패할 각오가 돼 있어요. 맨 마지막에만 실패하지 않으면 그게 성공이잖아요, 안 그래요?”강동준도 이유림의 밝은 기운을 받아 그녀와 하이 파이브를 했다.“파이팅!”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다.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길가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고 적당한 가게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위치가 좋지 않거나 가격 협상이 되지 않아서인지 두 사람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유림은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강동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하루 종일 고생했어요. 저녁은 내가 대접할 테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강동준이 눈을 반짝거렸다.“뭐 먹을 거야?”이유림이 혀를 살짝 내밀었다.“나도 몰라요, 청아가 준비했대요. 뭐든 마음껏 먹어요, 청아
양청아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이유림과 강동준이 들어오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양청아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냉기가 번뜩였다.강동준은 음지 출신으로 이유림과 접촉한 데는 분명 불순한 동기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유림은 이미 홀라당 넘어가 절친인 자기 말조차 듣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강동준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꼼수를 생각해 냈다.만약 강동준이 자기 말을 들어주면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가고 강동준이 허튼수작을 부릴 것 같으면 바로 본때를 보여줄 심산이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양청아는 백건을 다그쳤다.“저 사람이 강동준이야. 이따가 최대한 술 많이 먹게 해. 술로 인성을 본다잖아. 술을 많이 마시면 본성을 드러낼 거야.”백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음흉한 기색을 번뜩였다.석 달 동안 양청아를 쫓아다녀서 겨우 양청아와 만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양청아의 손도 잡아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오늘 밤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강동준뿐만 아니라 양청아까지 취하게 할 생각이었다.술에 취해 일이 벌어진 뒤에 양청아는 기껏해야 술에 취한 자신을 자책할 뿐 그에겐 어쩌지 못할 것이다.네 사람이 모여 간단한 소개를 한 후 양청아가 예약한 룸으로 이동했다.곧 술과 음식이 빠르게 올라왔고 백건이 웨이터에게 고량주 두 병을 주문하자 강동준은 서둘러 말했다.“유림이는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술을 못 마셔요.”양청아가 눈을 흘겼다.“유림이가 못 마시면 그쪽이 마시면 되잖아요?”강동준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이유림을 바라봤고 양청아도 지지 않고 덧붙였다.“유림아, 설마 남자 친구 생겼다고 제일 친한 친구인 날 버리는 건 아니지?”이유림의 예쁜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난...”그녀는 자신과 강동준이 연인 사이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강동준이 굴욕감을 느낄 것 같아 입에서 나오는 말을 삼켰다.그런데 강동준이 울상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지금 유림이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유림이가 아
양청아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반응이 백건을 자극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오늘 밤 계획의 성사 여부는 강동준이 취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백건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그러자 이유림이 말렸다.“두 사람이 돌아가며 상대하는 건 안 돼.”양청아는 이유림을 향해 눈을 흘겼다.“남자 생겼다고 친구는 뒷전이네.”하지만 강동준은 술잔을 들어 올렸다.“양청아 씨 주량 한번 볼까요?”양청아는 비록 여자지만 주량은 절대 적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올라온 고량주 두 병이 다시 바닥을 드러냈고 양청아는 고량주 한 병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서서히 양청아도 취기가 오르며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계속 마시다가는 강동준보다 자신이 먼저 취해버릴지도 모른다.양청아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갔다.“나 술 깨고 올 테니까 강동준 씨는 어디 도망가면 안 돼요. 오늘 당신 취하게 하지 못하면 내가 이름 바꾼다.”강동준은 웃으며 잔에 든 술을 들이켰다.이유림은 강동준에게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청아 취하게 하면 안 돼요. 술주정 부리면 아무도 못 말린다고요.”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이유림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비명이 울려 퍼졌고 이어서 모두의 귀를 찢는 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들렸다.그 비명이 양청아의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 강동준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번개처럼 복도로 달려갔다.복도에서 양청아는 엉덩이를 감싼 채 눈앞에서 비틀거리는 남자를 화가 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이 변태, 감히 날 만져...”남자의 얼굴에는 다섯 손가락 자국이 찍혀 있었는데 입이 아주 험했다.“아주 화끈한 여자네. 마음에 들어! 이따 방으로 데려가서 얼마나 화끈한지 한번 보자고!”양청아는 남자가 현장에서 잡혔는데도 건방지게 구는 모습에 삿대질하며 말했다.“내가 너 신고할 거야!”남자는 양청아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천해 경찰청에서 감히 이 육원준을 잡아간다고?”육원준이라
육원준이 양청아에게 손을 뻗었다.“남자 친구도 동의했으니까 빨리 가자고.”화끈한 몸매의 미녀를 온몸으로 짓밟고 제대로 유린할 생각에 육원준의 아랫배에서 걷잡을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다.육원준의 손이 양청아의 손을 잡아당기기도 전에 눈앞에 손바닥이 점점 크게 다가오더니 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울리며 육원준은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상대는 무려 육씨 가문의 도련님인데, 이 촌스러운 남자가 감히 도련님의 뺨을 떄리다니?더 살기 싫은 건가?양청아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가슴에 품은 채 강동준을 바라보았다.강동준이 뭔가 꿍꿍이를 숨긴 채 이유림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며 백건과 비교하기도 했었다.그 당시에는 강동준이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그 ‘쓰레기’가 나타나 구해줄 줄이야.대신 이유림의 마음은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이유림은 양청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강동준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육원준의 뺨을 때렸고 육원준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강동준이 비록 용대산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육원준의 압박은 당해내지 못한다.제자리에 멈춘 육원준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불같은 고통에 눈동자가 살벌하게 번뜩였다.그러다 강동준을 알아본 그는 꼭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조씨 가문, 오씨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조명훈과 임연비의 약혼식에도 초대받았던 그였다.육원준은 강동준이 흑살을 죽이고 오성산을 불구로 만드는 장면을 절대 잊지 못했다.당시 그는 스스로 이렇게 되뇌기까지 했다.‘저 저승사자와 가깝게 지내지 못할 바엔 멀리 도망가자.’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저승사자’를 만나고 말았다.모든 게 떠오르자 육원준은 다리가 덜덜 떨리며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당... 당신은 강... 강...”강동준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양청아한테 사과해.”육원준은 감히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렸다.“대체 저 자식이 누군데 도련님이 저렇게 무서워해
육원준이 홀연히 자리를 떠나고 강동준은 양청아를 향해 장난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계속할까요?”양청아가 대꾸하기도 전에 백건이 목소리를 높였다.“하죠, 왜 안 하겠어요?”강동준이 나설 때 백건은 한편으론 고소했다.저 멍청이가 세게 나갔다가 육원준에게 죽도록 고문을 당할 것이 분명했으니까.하지만 강동준 앞에서 굽신거리는 육원준을 보자 백건은 가슴 한구석이 불편했다.하찮은 놈이 어떻게 육씨 가문 도련님을 제압할 수 있단 말인가.그런데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제야 맥락을 파악하고 강동준을 경멸하기 시작했다.여자한테 빌붙어서 정상에 오른 제비가 뭐 대단하다고.하지만 백건은 자신이 조금 전 양청아를 버린 것으로 이미 그녀에게 나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회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양청아를 영원히 가질 수 없다!그리하여 남아서 계속 술을 마시는 것만이 만회할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다.양청아 역시 이유림에게 강동준의 본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그를 더더욱 취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백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이유림만 강동준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미 많이 마셨는데 그만 마셔요.”강동준은 이유림의 손을 잡았다.“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룸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동준은 다소 긴장한 듯 이유림을 바라보았다.“사실... 난 전보민이랑...”이유림이 싱긋 웃었다.“당신 같은 사람이 제비면 세상 모든 남자가 제비예요.”강동준은 당황했다.“날 그렇게 믿어?”이유림은 강동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정말 제비였으면 애초에 임연비와 이혼할 때 한 푼도 안 받고 떠나진 않았겠죠. 정말 제비였으면 왜 운천 별장 같은 큰 집을 비워두고 내가 사는 근처에 세 들어 살면서 나를 돌봐줘요?”강동준의 가슴에 따뜻한 기류가 일었다.룸으로 돌아온 네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다만 이유림과 강동준이 한층 더 다정한 모습을 보이자 양청아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이때 백건이 술잔을 들고 오만한 얼굴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