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하며 강동준은 이유림에게 다시 물었다.“그럼 노태연은...” 이유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생각 정리를 못했어요.”이유림에게 노태연은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이자 10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지만 그녀의 할머니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을 거다.강동준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드럽게 웃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줘.”이유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이유림과 강동준은 가게를 여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동준이 안심탕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이유림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심탕도 한약인데 밀크티 가게에서 한약을 파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강동준은 서둘러 말했다.“안심탕 레시피를 조금 바꿔서 밀크티랑 비슷하게 만들면 돼. 분명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조급한 표정의 강동준을 보며 이유림은 미소를 지었다.“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걸 생각해 봐요.”이유림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서 강동준이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짓는데 그녀가 용기를 북돋아 줬다.“세상에 뭐든 한 번에 성공하는 법이 없고 난 이미 여러 번 실패할 각오가 돼 있어요. 맨 마지막에만 실패하지 않으면 그게 성공이잖아요, 안 그래요?”강동준도 이유림의 밝은 기운을 받아 그녀와 하이 파이브를 했다.“파이팅!”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함께 문을 나섰다.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길가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고 적당한 가게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위치가 좋지 않거나 가격 협상이 되지 않아서인지 두 사람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유림은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강동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하루 종일 고생했어요. 저녁은 내가 대접할 테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강동준이 눈을 반짝거렸다.“뭐 먹을 거야?”이유림이 혀를 살짝 내밀었다.“나도 몰라요, 청아가 준비했대요. 뭐든 마음껏 먹어요, 청아
양청아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꽤 괜찮은 수준이었다.이유림과 강동준이 들어오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양청아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냉기가 번뜩였다.강동준은 음지 출신으로 이유림과 접촉한 데는 분명 불순한 동기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유림은 이미 홀라당 넘어가 절친인 자기 말조차 듣지 않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강동준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꼼수를 생각해 냈다.만약 강동준이 자기 말을 들어주면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가고 강동준이 허튼수작을 부릴 것 같으면 바로 본때를 보여줄 심산이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양청아는 백건을 다그쳤다.“저 사람이 강동준이야. 이따가 최대한 술 많이 먹게 해. 술로 인성을 본다잖아. 술을 많이 마시면 본성을 드러낼 거야.”백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음흉한 기색을 번뜩였다.석 달 동안 양청아를 쫓아다녀서 겨우 양청아와 만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양청아의 손도 잡아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오늘 밤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강동준뿐만 아니라 양청아까지 취하게 할 생각이었다.술에 취해 일이 벌어진 뒤에 양청아는 기껏해야 술에 취한 자신을 자책할 뿐 그에겐 어쩌지 못할 것이다.네 사람이 모여 간단한 소개를 한 후 양청아가 예약한 룸으로 이동했다.곧 술과 음식이 빠르게 올라왔고 백건이 웨이터에게 고량주 두 병을 주문하자 강동준은 서둘러 말했다.“유림이는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술을 못 마셔요.”양청아가 눈을 흘겼다.“유림이가 못 마시면 그쪽이 마시면 되잖아요?”강동준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이유림을 바라봤고 양청아도 지지 않고 덧붙였다.“유림아, 설마 남자 친구 생겼다고 제일 친한 친구인 날 버리는 건 아니지?”이유림의 예쁜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난...”그녀는 자신과 강동준이 연인 사이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강동준이 굴욕감을 느낄 것 같아 입에서 나오는 말을 삼켰다.그런데 강동준이 울상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지금 유림이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유림이가 아
양청아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반응이 백건을 자극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오늘 밤 계획의 성사 여부는 강동준이 취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백건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그러자 이유림이 말렸다.“두 사람이 돌아가며 상대하는 건 안 돼.”양청아는 이유림을 향해 눈을 흘겼다.“남자 생겼다고 친구는 뒷전이네.”하지만 강동준은 술잔을 들어 올렸다.“양청아 씨 주량 한번 볼까요?”양청아는 비록 여자지만 주량은 절대 적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올라온 고량주 두 병이 다시 바닥을 드러냈고 양청아는 고량주 한 병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서서히 양청아도 취기가 오르며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계속 마시다가는 강동준보다 자신이 먼저 취해버릴지도 모른다.양청아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갔다.“나 술 깨고 올 테니까 강동준 씨는 어디 도망가면 안 돼요. 오늘 당신 취하게 하지 못하면 내가 이름 바꾼다.”강동준은 웃으며 잔에 든 술을 들이켰다.이유림은 강동준에게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청아 취하게 하면 안 돼요. 술주정 부리면 아무도 못 말린다고요.”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이유림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비명이 울려 퍼졌고 이어서 모두의 귀를 찢는 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들렸다.그 비명이 양청아의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 강동준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번개처럼 복도로 달려갔다.복도에서 양청아는 엉덩이를 감싼 채 눈앞에서 비틀거리는 남자를 화가 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이 변태, 감히 날 만져...”남자의 얼굴에는 다섯 손가락 자국이 찍혀 있었는데 입이 아주 험했다.“아주 화끈한 여자네. 마음에 들어! 이따 방으로 데려가서 얼마나 화끈한지 한번 보자고!”양청아는 남자가 현장에서 잡혔는데도 건방지게 구는 모습에 삿대질하며 말했다.“내가 너 신고할 거야!”남자는 양청아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천해 경찰청에서 감히 이 육원준을 잡아간다고?”육원준이라
육원준이 양청아에게 손을 뻗었다.“남자 친구도 동의했으니까 빨리 가자고.”화끈한 몸매의 미녀를 온몸으로 짓밟고 제대로 유린할 생각에 육원준의 아랫배에서 걷잡을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다.육원준의 손이 양청아의 손을 잡아당기기도 전에 눈앞에 손바닥이 점점 크게 다가오더니 날카로운 따귀 소리가 울리며 육원준은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상대는 무려 육씨 가문의 도련님인데, 이 촌스러운 남자가 감히 도련님의 뺨을 떄리다니?더 살기 싫은 건가?양청아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가슴에 품은 채 강동준을 바라보았다.강동준이 뭔가 꿍꿍이를 숨긴 채 이유림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며 백건과 비교하기도 했었다.그 당시에는 강동준이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그 ‘쓰레기’가 나타나 구해줄 줄이야.대신 이유림의 마음은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이유림은 양청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강동준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육원준의 뺨을 때렸고 육원준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강동준이 비록 용대산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육원준의 압박은 당해내지 못한다.제자리에 멈춘 육원준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불같은 고통에 눈동자가 살벌하게 번뜩였다.그러다 강동준을 알아본 그는 꼭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조씨 가문, 오씨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조명훈과 임연비의 약혼식에도 초대받았던 그였다.육원준은 강동준이 흑살을 죽이고 오성산을 불구로 만드는 장면을 절대 잊지 못했다.당시 그는 스스로 이렇게 되뇌기까지 했다.‘저 저승사자와 가깝게 지내지 못할 바엔 멀리 도망가자.’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저승사자’를 만나고 말았다.모든 게 떠오르자 육원준은 다리가 덜덜 떨리며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당... 당신은 강... 강...”강동준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양청아한테 사과해.”육원준은 감히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렸다.“대체 저 자식이 누군데 도련님이 저렇게 무서워해
육원준이 홀연히 자리를 떠나고 강동준은 양청아를 향해 장난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계속할까요?”양청아가 대꾸하기도 전에 백건이 목소리를 높였다.“하죠, 왜 안 하겠어요?”강동준이 나설 때 백건은 한편으론 고소했다.저 멍청이가 세게 나갔다가 육원준에게 죽도록 고문을 당할 것이 분명했으니까.하지만 강동준 앞에서 굽신거리는 육원준을 보자 백건은 가슴 한구석이 불편했다.하찮은 놈이 어떻게 육씨 가문 도련님을 제압할 수 있단 말인가.그런데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제야 맥락을 파악하고 강동준을 경멸하기 시작했다.여자한테 빌붙어서 정상에 오른 제비가 뭐 대단하다고.하지만 백건은 자신이 조금 전 양청아를 버린 것으로 이미 그녀에게 나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회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양청아를 영원히 가질 수 없다!그리하여 남아서 계속 술을 마시는 것만이 만회할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했다.양청아 역시 이유림에게 강동준의 본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그를 더더욱 취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백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이유림만 강동준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미 많이 마셨는데 그만 마셔요.”강동준은 이유림의 손을 잡았다.“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룸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동준은 다소 긴장한 듯 이유림을 바라보았다.“사실... 난 전보민이랑...”이유림이 싱긋 웃었다.“당신 같은 사람이 제비면 세상 모든 남자가 제비예요.”강동준은 당황했다.“날 그렇게 믿어?”이유림은 강동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정말 제비였으면 애초에 임연비와 이혼할 때 한 푼도 안 받고 떠나진 않았겠죠. 정말 제비였으면 왜 운천 별장 같은 큰 집을 비워두고 내가 사는 근처에 세 들어 살면서 나를 돌봐줘요?”강동준의 가슴에 따뜻한 기류가 일었다.룸으로 돌아온 네 사람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다만 이유림과 강동준이 한층 더 다정한 모습을 보이자 양청아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이때 백건이 술잔을 들고 오만한 얼굴로 말
바로 앞에 있던 음료를 집어 백건에게 뿌린 이유림은 강동준을 잡아끌며 말했다.“가요.”격분한 백건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이유림...”백건이 미처 위협적인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동준의 눈빛이 무섭게 번뜩였다.“한마디만 더 해, 가만 안 둬.”강동준의 눈에서 집어삼킬 듯한 위협감을 느낀 백건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눈앞에 이 자식은 무섭지 않았지만 그의 뒤에 있는 전보민은 너무 무서웠다.이 자식이 전보민 앞에서 몇 마디 꺼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모른다.강동준과 이유림이 떠나자 백건은 곧바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젠장, 조금만 늦게 도망쳤어도 내가 너 죽여버렸어!”비겁한 백건을 바라보는 양청아의 눈에는 실망감이 번뜩였다.강동준이 아무리 남에게 빌붙어 산다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는 과감히 맞서 싸울 줄 알았다.육원준 앞에서는 쥐새끼처럼 소심했던 백건이 강동준 앞에서는 그토록 거만하게 굴었다.그러다 강동준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자 또다시 겁에 질려 찍소리도 못했다.‘둘 중에 대체 누가 쓰레기인지.’백건은 양청아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른 채 과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네 친구가 저런 제비 만나는 건 위험해!”양청아는 벌떡 일어나 백건을 무시한 채 곧장 문밖으로 나갔다.양청아가 가자 불순한 의도로 양청아를 취하게 하려던 백건의 시도는 자연스럽게 보류되었다.사라지는 양청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백건의 눈동자가 음침하게 번뜩였다.“나쁜 년. 그럴듯한 방법으로 따먹으려 했더니 주제도 모르고. 이제부터 내가 무슨 수를 쓰던 날 원망하지 마.”강동준과 이유림은 버스를 타고 빈민가로 돌아갔다.검소한 이유림 성격에 언제쯤 자신이 차를 사는 걸 허락할지 생각하던 강동준은 문득 우울해 있다가도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자 웃음을 터뜨렸다.이유림과 함께 버스를 탄다는 사실을 부하들이 알면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랄 것이다!이유림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낸 강동준은 자신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집에 도착하기 전 강동준은 멀리
강동준은 은도연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나한테 보상해 줄 거면 은씨 가문을 통째로 가져오라고 했을 텐데요. 이 정도로는 눈에 안 차요. 내가 원하면 언제든 천해를 통째로 살 수도 있으니까.”강동준은 자신이 가진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본 적도 없었다.그가 기꺼이 신분을 포기하고 평범한 시민이 되려 했던 이유는 바로 은혜를 갚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은혜를 갚으려고 결심했으니 이유림이 원하는 건 전부 들어줄 생각이었다.이유림이 무일푼으로 창업하고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자기 능력으로 언제든 그녀에게 여왕의 삶을 안겨줄 수 있다.은도연은 자신이 은훈정을 구해준 대가로 무언가를 바란다고 생각하며 빨리 이 일을 끝내기 위해 이제는 고작 가게 하나를 들고 와서 모욕하고 있었고 이에 강동준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은도연도 마찬가지로 화가 났다.그녀는 줄곧 강동준이 주제도 모르고 많은 걸 바란다고 생각했다.자신은 이미 이 문제를 끝내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춰 일을 처리하는데도 이 자식은 감히 은씨 가문을 통째로 원하고 있었다.그 생각에 은도연의 목소리에 살기가 감돌았다.“강동준 씨, 적당히 해요. 안 그러면 내 말 한마디로 당신 천해에서 발붙이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강동준은 은도연과 더 대화할 흥미가 떨어졌다.“그럼 해보든지.”은도연이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강동준, 대체 원하는 게 뭐야?”강동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냥 나 좀 내버려둬.”은도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가 덧붙였다.“말했잖아, 구해준 사람 적으로 돌리기 싫다고. 또 오면 그땐 나도 가만 안 있어.”은도연의 예쁜 얼굴이 빨개졌다.“난 당신한테 은씨 가문을 넘겨주지 않아!”강동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네 할아버지 목숨이나 돌려주든지.”그 순간 은도연은 잡아먹을 사람을 고르는 맹수를 보는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하지만 강동준은 은도연을 쳐다보지 않고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임연비는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고 강동준은 소파에 있던 옷을 임연비에게 던졌다.“옷 입고 당장 나가. 다신 보고 싶지 않으니까.”임연비가 오늘 용기를 내서 강동준을 만나러 온 이유는 강동준과 잘 지내는 것만이 자신의 현재 신분과 위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임연비는 이렇듯 열연을 펼치며 자신의 미모로 강동준을 흔들고 싶었지만 그가 꿈쩍하지도 않을 줄이야.단호한 표정의 강동준을 바라보며 임연비는 이를 악물고 강동준의 품에 뛰어들었다.“사랑해요, 난 당신 못 떠나요. 제발 용서해 줘요. 반성하고 좋은 사람이 될게요.”강동준은 그대로 임연비의 뺨을 후려쳤고 임연비는 얼굴을 감싼 채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옷을 입은 뒤 흐느끼며 떠날 준비를 했다.임연비는 강동준이 마음을 바꾸기를 기다리는 듯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강동준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방을 나서기 바쁘게 임연비는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임연비는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닫힌 문을 보며 악독한 표정을 지은 채 돌아섰다.‘강동준, 그래도 한때 부부였던 정이 있는데 그걸 잊어? 딱 기다려. 이 임연비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줄게.’다음 날 아침, 강동준은 묘의당으로 갔다.어제 이유림에게 안심 밀크티의 효능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이유림은 다소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강동준은 이유림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안심 밀크티의 재료는 흔히 보이는 약초로 무척 간단했고 한 시간 후 강동준은 약초 한 봉지를 들고 이유림의 집으로 들어갔다.이유림의 상처를 살피며 잘 회복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강동준은 미소를 지었다.이유림은 약초 봉지를 가리키며 물었다.“이건 뭐예요?”강동준은 비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곧 알게 될 거야.” 이유림이 말하기도 전에 강동준은 약초를 들고 복도로 향했다.복도에 있는 밥솥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안심 밀크티를 끓이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다.몇 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