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욱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서지원과 함께 보낸 영화 같던 나날이 떠올랐다.서지원은 송재이의 엄마였고, 그가 젊었을 때 아주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했다.그때의 두 사람은 아주 행복한 사랑을 했다. 그런데 현실 속에 부딪힌 여러 문제 때문에 그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과거의 일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도경욱의 가슴에 하나둘씩 박혔다.그는 알고 있었다. 서지원에게 입힌 상처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그의 일생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기도 했으며 영원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매일 밤이 찾아오면 그때의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그를 괴롭게 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고통스러워하는 송재이를 보니 도경욱은 더욱 죄책감이 들고 후회되었다.그는 고자의 자신이 서지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송재이에게도 상처를 만들어줬음을 알게 되었다.뭐라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든 다 핑계로 들릴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재이야, 아빠가 미안하구나.”도경욱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다소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네 엄마한테도, 너한테도 미안하구나.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다 핑계로 느껴질 거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엄청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도 말이다.”송재이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 숨쉬기도 힘들었다.그녀는 점차 절망에 침식되었다. 그렇게나 믿고 따르고 존경했던 아빠인데 그런 짓을 했다니.“왜 그러셨어요, 아빠.”송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고통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았다.“대체 왜 엄마한테 그러신 건데요? 엄마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얼마나 믿었는데요!”도경욱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손을 뻗어 송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결국 힘없이 툭 내렸다.송재이의 용서를 받을 수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바라지도 않고 있었다.송재이는 절망을 느끼며 떠나버렸다. 다소 비틀대기도 했다. 마치 온몸의 힘이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도경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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