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531 - Chapter 540

660 Chapters

제531화 재결합

양은서는 노크 소리를 듣고 대답했다.“네, 들어오세요.”문이 천천히 열리며 설영준이 들어왔다.그의 안색은 유난히도 창백해 보였고 다소 초췌하기도 했다.양은서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에겐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있었던지라 바로 설영준의 상태를 눈치챘다.게다가 방금 송재이와 박윤찬이 떠나갔으니 그의 상태가 안 좋은 이유도 눈치챘다.“설영준, 어디 아파서 찾아온 거야?”양은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직설적으로 묻지 않고 그저 그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며 물었다.설영준은 의자에 앉았다. 양은서는 바로 그의 맥을 짚어보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너... 재이 씨랑... 헤어졌어?”설영준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는 양은서가 바로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침묵하던 그는 한참 뒤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양은서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설영준을 보는 눈빛에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송재이와 설영준 사이의 감정이 엄청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가슴이 아팠다.설영준은 병원에서 나왔다. 가슴 속에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숨 쉬는 것이 힘들었다.그는 혼자 차에 올라탄 뒤 문을 굳게 닫아버리며 세상과 잠시나마 단절해보려고 했다.공허한 눈빛으로 앞만 멍하니 보았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나 사람은 없었다.머릿속에 송재이와 박윤찬이 손을 잡고 걸어가던 모습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떠올랐다.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웃던 모습은 그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그는 이내 차갑게 자조적으로 픽 웃었다.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꼈다. 마치 그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더는 송재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았다.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 보았다.이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달칵, 라이터에서 불이 나왔고 담배에 붙였다.짙은 담배 연기로 가득해진 차 안에서 설영준은 한숨을 내쉬었다.니코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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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열등감

송재이는 놀라기도 했고 의아하기도 했다.그녀는 설영준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심지어 그의 앞에서 대놓고 다른 남자와 다정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자존심을 내려놓고 재결합을 원하는 문자를 보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알고 있는 설영준은 항상 자부심이 높고 자신만만한 사람이었다. 남에게 먼저 꼬리를 내리는 법이 없었기에 이런 남녀 관계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송재이는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괴로웠다.설영준의 문자에서 그의 그녀를 향한 미련과 감정, 그리고 그녀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느껴냈다.자존심도 다 내려놓고 보낸 그의 문자는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박윤찬은 눈물을 흘리는 송재이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그는 송재이가 지금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설영준의 괴로움도 이해가 되었다.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재이 씨,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요? 아니면 제가 재밌는 이야기라도 해드릴까요?”송재이는 고개를 저었다. 다소 목이 멘 목소리로 답했다.“윤찬 씨, 고마워요. 하지만 전 지금 너무 심란해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박윤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이해했다.“그럼 옆에서 가만히 기다려줄게요. 재이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전 다 존중하고 응원해줄 거예요.”그의 목소리엔 걱정과 따듯함이 묻어나 있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송재이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송재이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와 설영준 모두에게 공평한 결정을.두 눈을 꼬옥 감으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설영준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즐거웠던 추억과 그렇지 못했던 추억들이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차 안에서는 여전히 음악이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음률에 따라 송재이는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진정을 되찾았다.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전부 용기와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한순간의 충동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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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상처

박윤찬은 고통스러워하는 송재이를 보며 가슴 아파했다.그는 입을 벙긋거렸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어떤 말이던 지금 그녀에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송재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응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시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 흐르던 침묵고 깨며 나직하게 물었다.“재이 씨, 가고 싶은 곳 있어요? 제가 같이 가 줄게요.”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두 눈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목소리는 결의에 차 있었다.“저희 아빠 집으로 가줘요. 진상을 알아야겠어요. 제가 직접 물어볼 거예요.”박윤찬은 더 묻지 않았다. 현재 송재이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묵묵히 시동을 걸어 도경욱의 집으로 출발했다.차 안은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저 부드러운 음악 소리가 공기 중에 두 사람의 숨소리와 함께 퍼질 뿐이다.송재이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 어두운 밤 가로수들이 휙휙 지나갔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너무도 복잡해 정리하기도 어려웠다.그녀는 한때 도경욱을 엄청 신경 썼다. 그런데 자신의 엄마한테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곤 전혀 몰랐다. 이 사실은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받아들일 수도 없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도경욱이 대체 왜 그랬는지.설명이 필요했다. 그녀가 납득될만한 그의 이유가.송재이가 도경욱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집에 아무도 없었다. 도경욱도 말이다.머릿속이 복잡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지금 바로 도경욱을 만났더라면 그녀는 아마 더없이 긴장하고 초조해했을 거니까.다른 한 편으로는 얼른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도경욱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빠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송재이는 마트로 와서 장을 본 뒤 만두를 직접 빚어주기로 했다.그녀는 이 만두로 이따가 그와 대화하면서 느끼게 될 긴장감을 풀어보려고 했다.마트로 온 송재이는 정성껏 식자재를 골랐다.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걱정스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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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보고 싶어

도경욱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서지원과 함께 보낸 영화 같던 나날이 떠올랐다.서지원은 송재이의 엄마였고, 그가 젊었을 때 아주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했다.그때의 두 사람은 아주 행복한 사랑을 했다. 그런데 현실 속에 부딪힌 여러 문제 때문에 그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과거의 일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도경욱의 가슴에 하나둘씩 박혔다.그는 알고 있었다. 서지원에게 입힌 상처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그의 일생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기도 했으며 영원히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매일 밤이 찾아오면 그때의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그를 괴롭게 했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고통스러워하는 송재이를 보니 도경욱은 더욱 죄책감이 들고 후회되었다.그는 고자의 자신이 서지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송재이에게도 상처를 만들어줬음을 알게 되었다.뭐라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든 다 핑계로 들릴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재이야, 아빠가 미안하구나.”도경욱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다소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네 엄마한테도, 너한테도 미안하구나.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다 핑계로 느껴질 거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엄청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도 말이다.”송재이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 숨쉬기도 힘들었다.그녀는 점차 절망에 침식되었다. 그렇게나 믿고 따르고 존경했던 아빠인데 그런 짓을 했다니.“왜 그러셨어요, 아빠.”송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고통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았다.“대체 왜 엄마한테 그러신 건데요? 엄마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얼마나 믿었는데요!”도경욱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손을 뻗어 송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결국 힘없이 툭 내렸다.송재이의 용서를 받을 수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바라지도 않고 있었다.송재이는 절망을 느끼며 떠나버렸다. 다소 비틀대기도 했다. 마치 온몸의 힘이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도경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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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박윤찬과의 결혼?

송재이는 단호하면서도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영준 씨,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할게. 우린 이미 끝난 사이야. 난 더는 영준 씨를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런 연락 자제해줘.”단호하게 말하긴 했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점차 사라져 자신의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게다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전화기 너머로도 설영준은 그녀의 단호함을 느낄 수 있어 그저 침묵했다.송재이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피곤함이 밀려왔다.빗속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갑작스러운 가을비에 온몸이 쫄딱 젖어버린 것처럼.그녀는 벽에 기대에 눈을 감았다. 빗물이 자신의 몸을 적시고 있어도 가만히 있었다.전화를 끊고 나니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눈물이 빗물과 섞여 그녀의 볼을 타고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가슴이 너무도 괴로웠다. 하지만 반드시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했다. 혼자 이 상황을 끌어안으려면 말이다. 그래도 지금 그녀에겐 기댈 수 있는 사람과 따듯한 포옹이 필요했다.숨을 깊게 들이쉰 그녀는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계속 이렇게 슬픔과 고통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얼굴 가득 묻은 빗물 섞인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어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그녀가 가는 길이 가시밭길일지라도 용감히 헤쳐나가겠다고 말이다.비는 어느새 그쳤다. 송재이는 지붕 아래서 나왔다. 발걸음이 무겁긴 했지만, 아까처럼 비틀대지는 않았다.송재이는 예전에 이원희와 함께 지내던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녀의 뒷모습은 유난히도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이원희는 송재이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저도 모르게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얼른 다가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재이 씨,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송재이는 입술을 달싹였다.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고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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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결혼식

송재이는 머릿속에서 설영준을 지우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설영준을 잊는 가장 빠르고 잔인한 방법은 박윤찬과 결혼하는 것이었다.설영준이 그녀가 박윤찬과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는 그녀에게 미련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 일은 박윤찬이 아닌 류지안이 제안한 것이다. 박윤찬이 정말로 그러겠다고 할까?전화를 끊은 후 이틀도 지나지 않아 박윤찬이 그녀가 일하는 곳에 나타났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두 사람은 어느 한 샤부샤부 맛집으로 왔다. 식사하고 있던 도중에 박윤찬이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먼저 말을 꺼냈다.그는 송재이가 자신을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앓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혼인신고 없는 결혼식만 하자고 했다.그럼에도 송재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박윤찬이 설명했다. 그저 순수하게 친구로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지만 만약 송재이가 언젠가 그를 사랑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송재이도 알고 있었다. 박윤찬이 자신을 위해 이런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만약 혼인신고를 했다가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후회하게 되면 재혼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송재이는 기분이 복잡했다. 고마우면서도 망설이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박윤찬이 호의로 이런 제안한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박윤찬에게 불리한 제안이었다.“윤찬 씨, 전...”송재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윤찬이 말허리를 잘랐다.“재이 씨, 지금 대답하지 말아줘요.”박윤찬은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제안은 제가 먼저 한 거예요. 절 위해서가 아니라 재이 씨를 위한 제안이죠. 재이 씨 상황이 어떤지 아니까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한 제안이에요.”송재이는 너무도 고마웠다. 박윤찬이 믿음직스러운 친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민한 끝에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이것이 임시방편임을 알고 있었지만 설영준을 완전히 떼어낼 방법이기도 했다.자신을 응원해주고 도와주려는 박윤찬이 고마웠고 양측에 공평한 결정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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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반전

송재이는 금방 박윤찬에게 짐을 옮겨갔다. 그녀의 방은 2층에 있었다.박윤찬은 바로 아래층에 살았다. 그녀는 퇴근하는 길에 장을 봐서 저녁 식사를 차리고는 했다. 가끔 그녀가 바쁠 때는 박윤찬이 식사를 차렸다.평화로운 일상에 그녀는 마음이 놓였다. 새로운 일상에 점점 익숙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막연한 기분을 품고 살기도 했다. 다행히 박윤찬이 세심하게 챙겨준 덕분에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그래도 가끔 설영준이 생각날 때가 있었다. 지난번 통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어쩐지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를 좋아하는지 결정 내리도록 말이다.송재이도 알았다. 침묵은 그의 마지막 배려였다. 그는 그녀를 압박하지도,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지도 않았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송재이와 박윤찬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들은 서로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함께 영화 보고, 함께 산책하고, 일 얘기도 숨김없이 나눴다.박윤찬은 언제나 그녀의 편에 서줬다. 편안한 느낌에 그녀도 그에 대한 감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정 이상으로 말이다.그러나 설영준의 존재감도 여전히 확실했다. 혼자 남은 밤이 되면 언제나 설영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가 설영준에 대한 마음은 실재했다. 동시에 두 사람 사이의 장애물도 선명하게 떠올랐다.결혼 날짜는 점점 가까워졌다. 송재이는 일단 설영준에게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설영준은 결국 알게 되었다. 문예슬이 알려준 것이다.문예슬은 문성호에게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아주 놀라웠다. 그녀는 송재이의 친구다. 그리고 설영준과 박윤찬 사이에는 복잡한 관계가 있었다.그녀는 송재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 어쨌든 문성호가 상기된 채 전해줬을 때 그녀도 아주 기뻤다. 포기하려고 했을 때 이런 반전이 일어났으니 말이다.송재이가 박윤찬과 결혼한다면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녀는 줄곧 설영준을 좋아했다. 송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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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타격

설영준은 드넓은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에 떨어져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핸드폰은 사무실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문예슬이 보낸 메시지에 핸드폰은 잠깐 반짝였다.처음에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메시지는 하던 일을 끝낸 다음에야 확인했다. 핸드폰 화면에 뜬 사진을 본 순간 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송재이의 결혼식 사진이었기 때문이다.송재이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은 박윤찬이었다. 머리가 핑 돌았던 그는 잠시 눈을 감고 현실을 부정했다.‘결국에는 결혼까지 한 거야? 박윤찬이랑?’그의 손가락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진을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모든 사진과 영상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찔렀다.영상 속에서 송재이와 박윤찬은 반지를 교환했다. 그러고는 하객들의 함성 속에서 입술을 맞췄다. 잔인하게도 이는 전부 현실이었다.설영준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기분은 폭풍우라도 만난 것처럼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속에는 불만도 있고 의혹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송재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박윤찬과 결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리도 서로 사랑했잖아. 나한테 보여준 감정은 다 가짜였던 거야?’그는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송재이에게 행복해질 권력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재난 같은 절망과 실망이었다.천천히 눈을 감은 그는 심호흡했다. 이렇게라도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다.잠시 후 그는 클럽에 나타났다. 알코올로 감정을 마비시킬 작정이었다. 어두운 클럽 안에 노랫소리는 귀를 찌르게 울렸다. 자리를 찾아서 앉은 그는 쉬지도 않고 연달아 술을 원샷했다. 그러다 보니 금방 취해버리고 말았다.그의 머릿속에는 드레스를 입은 송재이의 모습이 꽉 들어찼다.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의 표정도 무겁게 자리했다.혼자서 술 마시는 설영준을 발견한 여자는 꽤 되었다. 그의 외모에 혹한 여자들은 가끔 다가와서 마음을 표현했다. 그중 한 명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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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난감

설영준은 매일 같이 출장 갔다. 알코올이 안 되니 일로 마비할 생각이었다.그는 24시간 전부 일하는 데 사용했다.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 한 프로젝트에서 다른 프로젝트... 일로 가득해서 숨 쉴 틈도 없을 정도였다.동료들도 설영준의 변화를 보아냈다. 그는 완전히 말을 잃었고, 기계라도 된 것처럼 일만 했다. 쉬라고 설득하기도 했지만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어떤 방식의 휴식도 거부했다.“영준아, 너 이러다 과로사해.”한 동료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설영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아직은 버틸 수 있어.”그의 마음속은 텅 비어 있었다. 매번 고요한 밤이 되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잠은 사치에 불과했다.이번 해 설한그룹 3개월의 매출은 지낸 해 반년의 매출을 따라잡았다. 갑작스러운 매출 상승에 상계는 부쩍 떠들썩해졌다.설영준은 모든 정력과 시간을 회사에 투자했다. 그 노력도 이런 식의 보답을 가져다줬다. 매출이 오름과 동시에 설한그룹의 입지도 단단해졌다. 직원들은 젊고 유능한 리더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송재이도 똑같이 일로 자신을 마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산의 고통과 출신의 고통을 잊으려고 했다. 그러나 밤마다 설영준이 떠올라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이미 박윤찬과 결혼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영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송재이가 일에 투자한 노력도 헛되지 않았다. 그녀가 회사에서 지위는 점점 올라갔다. 프로젝트도 크게 인정받아서 훌륭한 수익을 냈다.동료들은 저마다 그녀의 업무 능력에 감탄을 보냈다. 오직 송재이만 알았다. 어떤 성과를 이뤄도 마음에 난 구멍을 메꿀 수 없다는 걸 말이다.퇴근 시간이 되면 그녀는 홀로 집에 돌아갔다. 박윤찬과 함께 꾸민 따듯한 집이다. 그러나 어딘가 자꾸 썰렁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박윤찬은 그녀에게 아주 잘해줬다. 두 사람은 꽤 합이 맞았다. 그런데도 설영준을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 감정을 억누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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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습하고 암울한

설영준은 제자리에 서서 복잡한 눈빛으로 송재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송재이가 떠난 다음 문예슬은 슬슬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설영준에게 호소했다.“쟤야말로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는 거 아니에요? 저는 억울해요.”설영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재이가 예상밖의 행동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문예슬의 호소에 그는 짜증만 났다.잠시 숨을 고른 그는 언성을 높였다.“됐어요! 시끄러우니까!”깜짝 놀란 문예슬은 흠칫 떨며 입을 닫았다. 자신이 선 넘었다는 걸 발견했던 것이다. 그녀는 설영준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금방 감정을 조절하고 설영준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경솔했어요. 저는 그냥...”설영준은 담담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문예슬 씨, 다시는 재이 일에 끼어들지 마요. 오늘 같은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요.”문예슬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나쁜 인상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알았어요, 대표님. 앞으로는 조심할게요.”사실상 설영준은 문예슬에게 아무런 인상도 없었다. 그는 한 번도 그녀를 마음에 둔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의 마음도 예나 지금이나 송재이에게만 있었다.문예슬의 눈물과 사과도 큰 의미가 없었다. 송재이가 떠난 다음 그의 안색은 계속 어두웠다.이때 류지안이 음료수를 사서 돌아왔다.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송재이가 직접 말해줬다.류지안은 먼저 문예슬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다행이라는 듯이 말했다.“설영준 씨가 절 못 봐서 천만다행이에요. 안 그러면 일이 복잡해졌을 거예요.”송재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류지안이 설명을 보탰다.“설영준 씨는 재이 씨가 제 남자친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니까요. 저희가 같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분명히 의심할 거예요.”송재이는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살짝 풀린 기분으로 말했다.“고마워요, 지안 씨. 오늘 나오길 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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