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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타격

설영준은 드넓은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에 떨어져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핸드폰은 사무실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문예슬이 보낸 메시지에 핸드폰은 잠깐 반짝였다.

처음에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메시지는 하던 일을 끝낸 다음에야 확인했다. 핸드폰 화면에 뜬 사진을 본 순간 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송재이의 결혼식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송재이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은 박윤찬이었다. 머리가 핑 돌았던 그는 잠시 눈을 감고 현실을 부정했다.

‘결국에는 결혼까지 한 거야? 박윤찬이랑?’

그의 손가락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진을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모든 사진과 영상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찔렀다.

영상 속에서 송재이와 박윤찬은 반지를 교환했다. 그러고는 하객들의 함성 속에서 입술을 맞췄다. 잔인하게도 이는 전부 현실이었다.

설영준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기분은 폭풍우라도 만난 것처럼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속에는 불만도 있고 의혹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송재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박윤찬과 결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도 서로 사랑했잖아. 나한테 보여준 감정은 다 가짜였던 거야?’

그는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송재이에게 행복해질 권력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충격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재난 같은 절망과 실망이었다.

천천히 눈을 감은 그는 심호흡했다. 이렇게라도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다.

잠시 후 그는 클럽에 나타났다. 알코올로 감정을 마비시킬 작정이었다. 어두운 클럽 안에 노랫소리는 귀를 찌르게 울렸다. 자리를 찾아서 앉은 그는 쉬지도 않고 연달아 술을 원샷했다. 그러다 보니 금방 취해버리고 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드레스를 입은 송재이의 모습이 꽉 들어찼다.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의 표정도 무겁게 자리했다.

혼자서 술 마시는 설영준을 발견한 여자는 꽤 되었다. 그의 외모에 혹한 여자들은 가끔 다가와서 마음을 표현했다. 그중 한 명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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