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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한 몸

설영준의 앞에서 송재이는 항상 강한 척했다.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내면의 나약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택시에 올라서 문이 닫힌 순간, 그녀와 설영준 사이에 가림막이 생긴 순간, 강한 척하던 외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며 시선을 가렸다. 복잡한 기분과 무기력함에 빠졌다.

설영준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관심은 그녀가 애써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전에 함께 보냈던 행복한 시간이 다시 떠오르면서 심장을 찔러댔다.

호텔에 도착한 송재이는 문부터 꾹 닫았다. 감정은 홍수처럼 마음속에서 요동쳤다.

그녀는 침대에 엎어져서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쏟아냈다. 눈물은 베개를 흠뻑 적셨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그녀는 모든 방패를 내려놓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왔다.

울고 나니 송재이는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제야 몸을 일으켜 욕실에 가서는 세수를 했다. 이로써 슬픔을 씻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샤워까지 하니 기분은 물씬 좋아졌다. 그녀는 잠옷을 입고 침대 가에 가서 진통제를 찾았다. 아까부터 두통이 있어서 말이다. 그러나 가방에서 떨어진 건 진통제가 아닌 엽산이었다.

그녀는 잠깐 멈칫했다. 이런 엽산은 언제 샀는지, 그리고 왜 가방 속에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찌푸린 미간에는 의혹이 담겨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무언가 떠올랐다. 엽산은 회사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것 같았다. 그날 그녀는 회사 복도에서 동료와 부딪혀 가방을 떨어뜨렸다. 엽산은 떨어진 물건은 줍다가 동료의 것을 실수로 줍게 된 것 같다.

송재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작은 오해 때문에 기분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엽산을 내려놓고 대신 꺼낸 진통제를 물과 함께 먹었다.

너무 피곤했던 그녀는 누운 지 얼마 안 돼서 금방 잠들었다. 수면은 그녀에게 도피이자 치유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비몽사몽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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