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송재이는 짜증이 확 밀려와 고개를 돌리고 거들떠보지 않았다.이에 설영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휴대폰을 거둬들이고는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타!”전 애인을 마주할 때 누군들 화려하게 빛나고 싶지 않을까?하지만 오늘 밤 룸에서 그와 마주친 광경은 더할 나위 없이 초라하고 난감했다!송재이는 입술을 꼭 깨물고 휴대폰 앱을 열어서 콜택시를 부르려고 했는데 설영준이 차에서 내려와 긴 다리를 내뻗으며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그의 손에 검은색 큰 우산이 쥐어져 있었다.계단 위에 서 있는 송재이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압적인 포스에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이때 설영준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말 안 들어?”거만하기 짝이 없고 뭐든 당연하다는 듯한 이 말투, 그녀는 순간 두 사람이 이별하지 않은 줄로 착각할 뻔했다.다만 송재이는 곧바로 사색을 가다듬고 말했다.“설영준 대표님, 고맙지만 나 혼자 할게...”“새 남친 별로던데.”설영준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야유의 뜻이 살짝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의 다른 한 손을 잡아당겨 그녀를 더 가까이 다가오게 했지만 송재이는 여전히 머리를 높이 들었다.“나랑 헤어지고 결혼한다더니 고작 저딴 자식을 찾아? 재이 쌤, 누굴 엿 먹이는 거야?”설영준은 지금 그녀를 비웃기도 하고 방금 그녀의 처지를 비웃기도 했다.송재이의 얼굴이 처참할 정도로 벌게졌다.그녀는 발끈 화내며 설영준을 째려봤다.“내가 어떤 사람을 찾든 너랑 뭔 상관인데? 오늘 밤에 네가 여기 있단 걸 알았다면 오지도 않았어.”그녀는 지민건에게 속아서 이리로 왔다.다만 이 점은 굳이 설영준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설영준이 그녀의 손목을 확 잡고 두말없이 차 쪽으로 끌어갔다.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그에겐 전혀 소용이 없었다.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설영준은 안으로 차 문을 잠가버렸다.설영준은 줄곧 차가운 표정이었다.매번 이런 표정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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