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말, 콘서트 당일.설영준 외에도 경주시의 정계, 비즈니스계의 거물들이 도착했다.송재이가 백스테이지에서 준비하는데 서유리가 귓속말로 속삭였다.“아까 몰래 백스테이지를 한번 봤는데, 이야, 정말 대단하던데요? 설 대표님 지금 갑자기 혜성처럼 내려온 서진 그룹 전무랑 얘기 나누고 있더라고요?”“그 사람은 누군데요?”송재이는 이런 소식에 빠삭하지 못한 편이었다.“서진 그룹 후계자잖아요. 투자회사 중에서도 유명한 재벌 2세.”서유리는 뭔가 생각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근데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외국에서 엄청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다녔다고 하던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꼭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대요.”“재이 씨처럼 예쁘게 생긴 여자는 조심해야 해요. 저런 사람한테 찍히지 않게.”서유리가 조심스럽게 귀띔했다.송재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무대에 오르기전 송재이는 화장실로 향했다.백스테이지 대기실엔 다 화장실이 있었다.문 앞까지 갔는데 연지수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수석이 된 후로 연지수는 데시벨이 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드레스 자락을 들고 바깥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복도를 건너는데 까만 슈트를 입은 키 큰 남자와 스쳐 지나갔다.그 남자는 고개를 돌려 송재이를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봤다.송재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남자는 고개를 다시 돌렸고 성큼성큼 관중석으로 향했다.그러더니 옆에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쉬고 있는 서도재에게 이렇게 말했다.“전무님, 아까 어떤 여자와 마주쳤는데 곧 무대에 오를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근데 오케스트라 수석인 지수 씨보다 훨씬 예쁘게 생겼더라고요...”“난 지수만 있으면 돼.”서도재는 눈도 뜨지 않은 채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오케스트라 화보에서 수석 피아니스트인 연지수는 센터에 서 있었다. 그 얼굴은 그렇게 서도재의 머릿속에 각인한 듯 떠나지 않았다.서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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