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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약혼녀

회의가 끝난 다음 설영준의 목소리가 박윤찬의 뒤에서 들려왔다.

“박 변호사, 잠시만요. 제안할 게 있어요.”

박윤찬은 몸을 돌려서 설영준을 바라봤다. 대답 대신 덤덤한 표정으로 계속 말하라는 듯이 말이다.

“저희 밥이나 먹죠. 일 얘기는 내버려두고 친구 만난다는 생각으로요. 재이도 같이 만나요.”

설영준은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 박윤찬은 본능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세월과 이익적으로 연결될 미래를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밥 먹죠.”

박윤찬은 송재이에게 돌아가서 초대받은 일을 알렸다.

이 말을 들은 송재이는 만감이 교차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이지연이 떠올랐다. 이지연은 설영준이 선보는 중이라는 말을 한 적 있다. 혹시 그녀 몰래 박윤찬에게 다른 여자를 소개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조심해요, 윤찬 씨. 아무래도 평범한 초대가 아닌 것 같아요.”

박윤찬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요. 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옛정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박윤찬이 위로했는데도 그녀는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설영준이 무슨 의도로 그를 초대했을지, 그리고 그와 그녀의 사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되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건 당연히 알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생각을 통제할 수 없었다.

송재이는 결국 주의력을 피아노 레슨에 돌렸다. 일로 생각을 줄이는 건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녀는 다음 연주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성심성의껏 고른 곡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말이다.

손가락이 건반에 닿아 선율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았다. 물론 설영준의 초대가 떠오른 순간 사라지는 평정심이었다.

며칠 후, 송재이와 박윤찬은 함께 설영준이 예약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전부터 음식과 환경으로 꽤 유명한 번화가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멀지 않은 곳에 함께 서 있는 설영준과 서연청이 보였다. 서연청은 서진그룹 서씨 가문의 딸로 아주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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