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521 - Chapter 530

660 Chapters

제521화 살려줘

송재이는 사무실 문밖에서 손잡이를 꽉 잡고 서 있었다. 마치 이 손잡이를 잡아야만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처럼.그녀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 문예슬이 해준 말은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고 충격받은 그녀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잘 못 들은 것이 아닐까 귀를 의심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다정하고 자애롭던 아버지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란 말인가?순식간에 의문과 공포에 휩싸여버렸다. 이 소식은 그녀에게 너무도 충격적이었던지라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원래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지만, 지금은 설영준의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몸을 돌려 이곳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회사 엘리베이터는 작동되지 않아 송재이는 하는 수 없이 계단으로 내려갔다.너무도 혼란스러웠던 나머지 내딛는 발이 아주 무겁게 느껴졌고 비틀대기도 했다.비상구의 불빛은 어두웠다. 그녀의 그림자도 어두운 불빛에 길게 늘어져 유난히도 쓸쓸해 보였다.송재이는 머릿속이 아주 복잡했다.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그 속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애를 썼다.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심란해지고 가슴이 아팠다.이런 상태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던 그녀는 결국 발을 헛디뎌 넘어지게 되었다.비상구는 유난히도 조용해 그녀가 넘어지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다리에서 엄청난 통증이 전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졌다.그녀는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가 이곳에 쓰러져 있다는 것을 몰랐다.송재이는 배가 너무도 아팠다. 이마엔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의식은 여전히 흐릿했지만 살고 싶다는 욕망에 힘겹게 눈을 뜨려고 애를 썼다.그녀는 현재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어둠 속에서 송재이는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 꺼내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잠금 해제했다. 이내 설영준의 번호를 찾아 누르려 했다.그러나 핸드폰 화면에 커다랗게 뜬 설영준의 이름에 또다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사무실에서 엿들었던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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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유산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여진에게 부탁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설영준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힘겹게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배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통증에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여진은 송재이를 설득할 수 없어 결국 택시를 불러준 뒤 택시 기사에게 안전 운전 해줄 것을 당부했다.송재이는 택시에 올라탔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마치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 빠진 기분이었다.아버지와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녀가 엿들은 말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던지라 믿기지 않았다.마음 속에 수많은 의문이 생겼지만 어떻게 이 의문을 풀어야 할지 모른다.택시는 유유히 어두운 밤을 가로 지르며 달리고 있었다. 송재이는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다. 치마에 묻어버린 자신의 피를.차에서 내렸을 때 순간 머리가 어질 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마침 지나가던 류지안이 그녀를 발견하고 부축했다.류지안은 창백한 그녀의 안색을 보다가 이내 치마에 묻은 피를 보았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든 류지안이 급히 말했다.“재이 씨, 무슨 일이에요? 다친 거예요?”송재이는 고개를 저으며 힘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아, 지안 씨. 전 괜찮아요. 그냥 넘어진 것 뿐이에요.”류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재이 치마에 묻은 피가 너무도 신경 쓰였고 무언가 떠올랐다.“재이 씨, 혹시... 임신했어요?”송재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임신이요? 그럴 리가 없을 거예요. 전...”류지안은 송재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더 말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송재이를 부축해 차에 올라탄 뒤 직접 병원까지 데려가 검사를 진행했다.병원 응급실에서 의사는 송재이의 몸을 꼼꼼히 검사했다.송재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그녀의 두 눈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류지안은 그녀의 곁을 지켜주며 손을 꼭 잡은 뒤 계속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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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가슴이 아픈

송재이의 목소리엔 떨림이 가득했고 절망에 빠진 눈빛이었다.“지안 씨, 부탁할게요. 이 일을 영준 씨에게 알리지 말아줘요. 전... 전 정말로 영준 씨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류지안은 송재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도 마음이 복잡했다.그녀는 송재이의 마음과 절망이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류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재이 씨, 약속할게요. 절대 설영준 씨에게 이 일을 알리지 않을 테니까 재이 씨는 몸 회복하는 데만 신경 써줘요.”송재이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그녀는 괴롭기도 했다.이 모든 게 운명의 장난 같았다. 믿었던 가족의 이중적인 모습과 지금은 제일 소중한 아이를 잃게 되었다.얼마 후, 의사는 병실로 들어와 잔뜩 진지하고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송재이 씨, 저희가 수술하는 도중에 송재이 씨 자궁의 손상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송재이 씨 몸은 더 이상 임신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도 큰 충격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이 소식은 그녀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녀의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류지안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고개를 돌려 송재이를 보았다. 그녀가 너무도 가여워 보였다.류지안은 이 소식이 송재이에게 어떤 충격을 안겨 주었는지 알고 있었다. 송재이는 더는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의미였으니까.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송재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선생님, 정말로... 정말로 다른 방법은 없는 거예요?”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유감스럽다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송재이 씨, 저희는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송재이 씨는 지금 안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몸이 회복해도 나중에 임신할 확률은... 저희는 그저 희박하다고만 할 수밖에 없겠네요.”송재이는 절망에 빠졌다. 모든 걸 잃은 기분이었다.아이를 잃었을 뿐 아니라 엄마가 될 기회마저 잃었다. 그녀는 정말로 설영준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두 사람의 관계도 어떻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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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도움

박윤찬과 류지안 덕에 송재이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몸이 너무도 피곤했던 그녀는 수액을 놓자마자 잠들어 버렸다.그녀의 꿈자리는 아주 뒤숭숭했다. 꿈속에서도 그녀는 슬픔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지만, 눈을 떴을 때 어떤 꿈을 꿨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송재이는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보았다. 설영준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다시 복잡해졌다.설영준은 따듯한 어투로 그녀를 걱정하는 문자를 보냈지만, 그녀는 죄책감이 들어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었다.그녀는 설영준에게 답장을 보냈다. 류지안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며 처리할 일이 있다고 말이다.설영준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저 푹 쉬라며,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다음 날, 박윤찬은 또 그녀의 병문안을 왔다.그녀가 깨지 않게 조용히 들어왔지만 송재이는 이미 깨어있었다. 침대에 기대어 앉아 펜으로 글을 끄적이고 있었다.그녀의 어깨가 다소 떨리고 있었다. 눈물이 종이에 뚝뚝 떨어지며 글씨를 번지게 했다.박윤찬은 문 앞에 서서 한참 조용히 송재이의 모습을 보았다.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그는 송재이가 지금 설영준의 이름을 쓰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써 내려간 글에 전부 설영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었다.박윤찬은 순간 충동이 일었다. 얼른 다가가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그는 한참 그렇게 서서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송재이의 덜덜 떨리는 어깨와 종이 위로 떨어지는 눈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숨을 깊게 들이쉬며 그는 이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더 복잡했다.그는 알고 있었다. 송재이를 향한 자신의 감정은 사랑이었지만 송재이의 관심은 온통 설영준에게 있었다는 것을.박윤찬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영원히 송재이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영원히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가슴이 괴롭고 아팠다. 심지어 무력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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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멀어지다

류지안은 박윤찬과 함께 병실에서 나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울려 퍼졌다.두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마음도 똑같이 무거웠다. 송재이가 필요하다고 한 도움은 두 사람에게 큰 돌덩이가 되어 가슴에 쿵 내려앉았다.병원 밖으로 나온 뒤 박윤찬은 그제야 이 침묵을 깼다.그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안아, 이러는 건 설영준 씨에게 좀 잔인하지 않을까?”류지안은 걸음을 멈추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재이 씨가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전부 설영준 씨 발목을 잡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잖아. 만약 설영준 씨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재이 씨 편을 들어주면서 더는 이 풍파에 휘말리게 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박윤찬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걸려 있었다.“하지만 이런 잔인한 방식으로 두 사람 사이를 끝내는 건 설영준 씨에게 너무 불공평한 것 같아.”류지안은 숨을 내쉬며 다소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뿐이잖아. 재이 씨도 모든 고통을 떠안으려는 결심을 내렸고, 설영준 씨가 더는 상처를 받지 않길 바라고 있어.”박윤찬은 무력감이 들었다. 그는 송재이가 마음을 굳게 먹고 이런 부탁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와 류지안은 송재이의 결정을 바꿀 수 없었다.그들은 송재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녀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곁에 있어 주면서 힘을 주는 일뿐이야.”박윤찬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지 우리는 재이 씨 편을 들어줘야 해.”류지안은 박윤찬의 손을 꽉 잡고 감격한 눈길로 보았다.“고마워, 윤찬아. 난 네 덕에 재이 씨가 분명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두 사람은 길가에 서서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두 눈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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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놓고 간 물건

설영준은 송재이의 맞은 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음식이 눈앞에 있음에도 손을 대지 않아 결국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다.그는 송재이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그녀가 자꾸만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 숨 막히는 정적을 깨보려고 시도했다.“재이야.”설영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그녀의 주의를 돌렸다.“그런 생각해 본 적 없어? 우리가 여길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바람 쐬는 생각 말이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어 다소 놀란 표정으로 설영준을 보았다. 설영준이 이런 제안을 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다소 망설였지만 결국 갈망에 지배되고 말았다.“어디로 가고 싶은데?”설영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송재이가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소당은 어때? 거기 풍경이 아름답잖아. 산도 좋고 물도 좋고, 거기에 가면 기분 전환할 수 있을 거야. 여기서 받은 스트레스를 거기에 가서 힐링하면서 푸는 거지.”송재이의 눈이 살짝 빛났다. 소당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기회만 생긴다면 언젠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기도 했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결심을 내린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소당으로 가자.”출발 당일, 송재이는 분명 짐을 간단히 챙기고 나왔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는 설영준과 함께 소당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창가 자리에 앉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륙했다. 그녀는 안대를 낀 후 자는 척했다.사실 정말로 자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설영준의 관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기에 자는 척하고 있었다.설영준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송재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행동에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송재이가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송재이가 침묵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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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숨기는 것

설영준은 순간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고 질투가 났다.이 문자는 비록 짧았지만 송재이와 박윤찬의 사이에 그가 모르는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그는 박윤찬이 송재이의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박윤찬이 이런 문자까지 보내며 알려주는 것일까?침대에 앉은 그는 송재이의 핸드폰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설영준은 쉽게 질투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송재이는 그가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는 송재이와 박윤찬의 다정한 모습이 머릿속에 상상으로 떠올랐다. 둘에겐 그에게 숨겨야만 하는 비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송재이의 마음 한편에 그도 모르는 사이에 박윤찬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감정을 갈무리하려 애를 썼다.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고,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송재이를 의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들고 화가 났다.지금 당장 송재이에게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녀와의 관계가 파탄 나게 될까 봐 두려웠다.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바깥에 켜진 불빛들이 소당을 더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었지만, 그는 마음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송재이가 뭔가 그에게 감추는 것이 있다면 그는 그녀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어야 했다, 이렇게 묵묵히 의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그는 가슴에 무거운 돌이 내려앉은 듯 답답하고 조금 숨 막혔다.송재이는 욕실에서 나왔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닦으며 말이다. 그녀는 심각한 설영준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고개를 돌려 드디어 그에게 시선을 옮겼을 때 그녀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발견했다. 게다가 누군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순간 초조하고 당황한 그녀였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설영준이 전부 보고 있었다.“영준 씨, 지금 뭐 보고 있는 거야?”송재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설영준이 들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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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널 사랑하지 않아

송재이는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속에서 진지함이 느껴졌다.설영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어떤 이야기?”송재이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용기를 내었다.“영준 씨, 우리 사이의 문제는 이 문자 하나 때문에 생긴 게 아니야.”그녀는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난... 더 이상 영준 씨를 사랑하지 않아.”설영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송재이가 이렇듯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해지고 괴로움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재이야, 지...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송재이도 다소 괴로운 듯한 눈빛을 했지만 이내 빠르게 감정을 지우고 단호하게 말했다.“영준 씨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우리의 감정은 이미 변했어. 더는 이렇게 함께 살 수 없어.”설영준은 더는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다.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은 뒤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왜? 재이야,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그는 거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화가 치밀었다.송재이도 눈물을 흘렸다. 설영준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영준 씨,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난 더는 영준 씨 속이고 싶지 않아. 우리는 이미 많이 변했어. 나 더는 연기하고 싶지 않아.”설영준은 괴로웠고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송재이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영준 씨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있어. 하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지금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끌면 우리 두 사람한테 전부 불리할 거야.”설영준은 절망스러웠다. 이 잔혹한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송재이를 붙잡은 손을 놓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송재이는 일찍 일어나 자신의 짐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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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이별

송재이는 다시 원래의 도시로 돌아왔다. 집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니 양은서의 연락임을 알게 되었다. 양은서는 그녀의 친구이자 의사였다.그녀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 핸드폰 너머로 양은서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렸다.“재이 씨, 돌아왔어요? 전에 말씀드린 한약 완성이 되었는데 언제 가지러 올 거예요?”송재이는 가슴 한편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양은서는 줄곧 그녀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고 그녀의 건강과 체질을 위해 약까지 달여주었다.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유산했던 그때 양은서의 도움으로 그녀는 건강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고 심지어 또 임신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또 유산해버렸지만 말이다. 게다가 의사가 그녀에게 말했었다.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라고.이 소식은 송재이에게 아주 큰 충격이었다.그녀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양은서의 말에 대답했다.“은서 씨, 요즘엔 일이 바빠서 가지러 가지 못할 것 같아요.”양은서는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괜찮아요. 그럼 택배로 보내주면 되죠. 재이 씨는 아직도 약을 먹어야 해요. 그래야 더 건강해질 수 있어요.”송재이는 알고 있었다. 계속 사양하다간 양은서가 의심하리라는 것을.양은서가 걱정하는 것이 싫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상태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대답했다.“네, 고마워요, 은서 씨.”전화를 끊은 후 송재이는 더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소파에 앉아 공허한 집을 둘러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하고 외로웠다.그녀는 아이를 잃었을 뿐 아니라 영원히 임신할 수 없게 되었고 설영준도 잃었다.연속된 충격에 그녀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송재이는 결국 직접 양은서에게 찾아가 약을 가져오기로 했다.물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줄여야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현재 친구의 위로가 필요한 상태였다.양은서의 직장으로 찾아갔을 때 양은서는 바삐 약을 준비하고 있었다.송재이를 보자마자 양은서는 반갑게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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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타이밍

양은서와 대화를 나누고 나니 송재이는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송재이는 병원에서 나온 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무겁기 그지없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것 같았다.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확인하니 박윤찬의 연락이었다.“재이 씨, 지금 어디예요?”박윤찬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다소 걱정이 담긴 목소리였다.“은서 씨 병원에 있어요. 방금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송재이가 답했다.“아, 그랬군요. 마침 저 오늘 일찍 퇴근했는데,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요?”박윤찬이 물었다.송재이는 곰곰이 생각했다. 괜찮은 제안인 것 같았다. 그녀는 지금 친구가 필요했고 주의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다.“그래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네, 조금만 기다려줘요. 아마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박윤찬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송재이는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 대충 휴식 구역에 자리 찾아 앉아 박윤찬을 기다렸다.반 시간 뒤, 박윤찬은 약속대로 병원 앞에 나타났다. 캐주얼한 옷차림이었던지라 아주 편안해 보였다.“재이 씨, 가요.”박윤찬은 웃으며 송재이에게 말했다.“네, 가요.”송재이도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병원 밖으로 나갔다.복도의 끝이 보일 때 송재이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실루엣의 주인공은 바로 설영준이었다. 설영준이 복도 다른 한쪽에서 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송재이는 순간 긴장해졌다. 이곳에서 설영준을 만나게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박윤찬도 설영준을 발견했다. 하지만 놀란 티를 내지 않았고 그저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괜찮다며 다독여 주었다.설영준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는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다소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질투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복잡한 눈빛이었다.송재이는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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