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서와 대화를 나누고 나니 송재이는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송재이는 병원에서 나온 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무겁기 그지없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것 같았다.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확인하니 박윤찬의 연락이었다.“재이 씨, 지금 어디예요?”박윤찬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다소 걱정이 담긴 목소리였다.“은서 씨 병원에 있어요. 방금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송재이가 답했다.“아, 그랬군요. 마침 저 오늘 일찍 퇴근했는데,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요?”박윤찬이 물었다.송재이는 곰곰이 생각했다. 괜찮은 제안인 것 같았다. 그녀는 지금 친구가 필요했고 주의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다.“그래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네, 조금만 기다려줘요. 아마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박윤찬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송재이는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 대충 휴식 구역에 자리 찾아 앉아 박윤찬을 기다렸다.반 시간 뒤, 박윤찬은 약속대로 병원 앞에 나타났다. 캐주얼한 옷차림이었던지라 아주 편안해 보였다.“재이 씨, 가요.”박윤찬은 웃으며 송재이에게 말했다.“네, 가요.”송재이도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병원 밖으로 나갔다.복도의 끝이 보일 때 송재이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실루엣의 주인공은 바로 설영준이었다. 설영준이 복도 다른 한쪽에서 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송재이는 순간 긴장해졌다. 이곳에서 설영준을 만나게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박윤찬도 설영준을 발견했다. 하지만 놀란 티를 내지 않았고 그저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괜찮다며 다독여 주었다.설영준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는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다소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질투하는 것 같기도 한 그런 복잡한 눈빛이었다.송재이는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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