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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멀어지다

류지안은 박윤찬과 함께 병실에서 나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울려 퍼졌다.

두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음도 똑같이 무거웠다. 송재이가 필요하다고 한 도움은 두 사람에게 큰 돌덩이가 되어 가슴에 쿵 내려앉았다.

병원 밖으로 나온 뒤 박윤찬은 그제야 이 침묵을 깼다.

그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안아, 이러는 건 설영준 씨에게 좀 잔인하지 않을까?”

류지안은 걸음을 멈추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재이 씨가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전부 설영준 씨 발목을 잡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잖아. 만약 설영준 씨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재이 씨 편을 들어주면서 더는 이 풍파에 휘말리게 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

박윤찬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잔인한 방식으로 두 사람 사이를 끝내는 건 설영준 씨에게 너무 불공평한 것 같아.”

류지안은 숨을 내쉬며 다소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뿐이잖아. 재이 씨도 모든 고통을 떠안으려는 결심을 내렸고, 설영준 씨가 더는 상처를 받지 않길 바라고 있어.”

박윤찬은 무력감이 들었다. 그는 송재이가 마음을 굳게 먹고 이런 부탁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와 류지안은 송재이의 결정을 바꿀 수 없었다.

그들은 송재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녀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곁에 있어 주면서 힘을 주는 일뿐이야.”

박윤찬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든지 우리는 재이 씨 편을 들어줘야 해.”

류지안은 박윤찬의 손을 꽉 잡고 감격한 눈길로 보았다.

“고마워, 윤찬아. 난 네 덕에 재이 씨가 분명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두 사람은 길가에 서서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두 눈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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