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541 - Chapter 550

660 Chapters

제541화 앞으로

설영준은 혼자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대시보드만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차 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의 표정을 가렸다. 그는 담배를 크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서 뱉어냈다. 연기는 복잡한 그의 생각만큼이나 알 수 없는 패턴으로 퍼져갔다.그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했다. 송재이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박윤찬에 대한 실망과 질투도 있었다.설영준은 가볍게 핸들을 두드렸다. 이로써 마음속의 불안을 표출했다. 그의 시선은 차창을 통해 빗줄기에 고정되었다.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박윤찬의 차에 오른 송재이는 가는 길 내내 웃고 있었다. 박윤찬의 배려 덕분에 따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훌쩍 좋아졌다.차가 신호등에 걸려서 멈춘 찰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창밖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시선은 유아용품 광고에 향하게 되었다.광고에는 단란한 한 가족이 보였다. 어머니는 아이를 안고 있었고, 아버지는 곁에 서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광고 사진은 마치 바늘처럼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눈물은 예고 없이 차올라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서 박윤찬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눈치 빠른 박윤찬은 금방 그녀의 이상을 발견하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재이 씨,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그는 말하며 티슈를 뽑아서 건네줬다. 송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살짝 피곤해서요.”그녀는 박윤찬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박윤찬의 시선은 이미 그녀가 바라보고 있던 유아용품 광고에 향했다.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변한 이유도 알게 되었다.박윤찬은 걱정되면서도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송재이가 아이를 잃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지도 잘 알았다.일주일이 흐르고 송재이는 출장 갈 일이 생겼다. 박윤찬은 직접 그녀를 공항까지 데려다줬다.공항에서 송재이는 혼자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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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한 몸

설영준의 앞에서 송재이는 항상 강한 척했다.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내면의 나약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그러나 택시에 올라서 문이 닫힌 순간, 그녀와 설영준 사이에 가림막이 생긴 순간, 강한 척하던 외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며 시선을 가렸다. 복잡한 기분과 무기력함에 빠졌다.설영준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관심은 그녀가 애써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전에 함께 보냈던 행복한 시간이 다시 떠오르면서 심장을 찔러댔다.호텔에 도착한 송재이는 문부터 꾹 닫았다. 감정은 홍수처럼 마음속에서 요동쳤다.그녀는 침대에 엎어져서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쏟아냈다. 눈물은 베개를 흠뻑 적셨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그녀는 모든 방패를 내려놓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왔다.울고 나니 송재이는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제야 몸을 일으켜 욕실에 가서는 세수를 했다. 이로써 슬픔을 씻어내고 싶었던 것이다.샤워까지 하니 기분은 물씬 좋아졌다. 그녀는 잠옷을 입고 침대 가에 가서 진통제를 찾았다. 아까부터 두통이 있어서 말이다. 그러나 가방에서 떨어진 건 진통제가 아닌 엽산이었다.그녀는 잠깐 멈칫했다. 이런 엽산은 언제 샀는지, 그리고 왜 가방 속에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찌푸린 미간에는 의혹이 담겨 있었다.잠시 후 그녀는 무언가 떠올랐다. 엽산은 회사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것 같았다. 그날 그녀는 회사 복도에서 동료와 부딪혀 가방을 떨어뜨렸다. 엽산은 떨어진 물건은 줍다가 동료의 것을 실수로 줍게 된 것 같다.송재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작은 오해 때문에 기분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엽산을 내려놓고 대신 꺼낸 진통제를 물과 함께 먹었다.너무 피곤했던 그녀는 누운 지 얼마 안 돼서 금방 잠들었다. 수면은 그녀에게 도피이자 치유였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비몽사몽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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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차갑게 식다

송재이의 의식이 천천히 돌아왔다. 그녀는 설영준의 가슴팍을 밀며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반항에 설영준은 더욱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는 꿈적하지 않고 그녀를 안고 있었다.두 사람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설영준은 또다시 거칠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반항은 그의 열정에 녹아서 없어지고 말았다. 송재이는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밀어내야 한다는 이성과 갈망하는 감성이 싸우고 있었다.이때 핸드폰 벨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송재이와 설영준은 전기라도 맞은 듯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설영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드리우기는 했지만 금방 사라졌다.송재이는 이 기회에 벗어나서 뒤로 물러섰다.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를 때 심장은 세차게 뛰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놓인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 위에는 익숙한 번호가 떠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르고는 빠르게 걸어가서 수락 버튼을 눌렀다.“네, 윤찬 씨.”송재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애써 덤덤한 척 입을 열었다.전화 건너편에서는 박윤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재이 씨 괜찮아요? 아까부터 왜 문자에 답장 안 해요?”박윤찬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송재이는 고개를 돌려서 설영준을 힐끗 봤다. 설영준은 방의 한쪽 끝에 서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녀는 빠르게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괜찮아요. 씻고 있어서 핸드폰을 못 봤어요.”“그럼 다행이고요. 저 지금 만날 사람이 있는데 혹시 같이 가줄 수 있어요?”박윤찬의 초대에 송재이는 잠깐 머뭇거렸다. 지금의 기분으로 사람은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주의를 분산해야 할 것 같아서 나가기를 선택했다.“좋아요. 시간이랑 장소 알려줘요. 맞춰서 갈게요.”전화를 끊은 다음 송재이는 몸을 돌려 설영준을 바라봤다. 지금은 이성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우리 서로 진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할게. 앞으로 선은 넘지 말자.”설영준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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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어울리지 않는

밖으로 나간 송재이는 한참이나 진정하지 못했다. 감정은 파도처럼 자꾸 밀려왔다.잠시 후, 송재이는 약속대로 박윤찬이 알려준 장소에 갔다.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박윤찬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캐주얼한 셔츠를 입은 그는 아주 편안해 보였다.“재이 씨, 눈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박윤찬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쉽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섞여 있기도 했다.송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로써 감정을 숨기고 싶었지만 눈물은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고 박윤찬은 한없이 속상하기만 했다.그는 몸을 일으켜 송재이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앉았다.몸이 경직된 것도 잠시 송재이는 금방 힘을 풀었다. 눈물은 박윤찬의 셔츠를 하염없이 적셔갔다.“괜찮아요, 재이 씨.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같이 있어 줄게요.”  송재이의 어깨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 덩어리가 자리 잡았다.설영준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친구의 응원과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다. 박윤찬의 품은 그녀에게 안정감을 줬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도 들었다.카페에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주변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뿐이었다. 이 작은 세상은 외세와 완전히 단절된 것 같았다.송재이는 설영준의 품에서 서서히 진정했다. 그녀는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괜찮아진 것을 어필했다. 박윤찬 덕분에 되찾은 평정심이다. 그러나 그의 따듯한 품에서도 가슴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복잡한 감정을 잊으려고 했다. 앞으로 며칠 동안 그녀는 일에 완전히 몰두했다. 분주함으로 감각을 마비하려고 했던 것이다.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하다 보면 잠시나마 설영준이 가져다준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삶에는 언제나 서프라이즈가 숨어있기 마련이다.오후, 송재이는 금방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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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교섭

송재이는 조용히 이지연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별다른 감정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잘 알았다. 그녀가 박윤찬과 만나기 시작하고부터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음을 말이다.설영준을 좋아했던 여자들은 이때다 싶어서 그녀를 공격했다. 그녀를 공격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모종의 만족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그러나 송재이는 이미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알았다. 이따위 공격과 도발로는 그녀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그녀의 가치는 다른 사람의 입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녀는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하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모든 정력을 피아노 레슨에 쏟았다. 박윤찬과도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의 피아노 레슨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능력도 드디어 인정을 받았다.그녀는 소형 피아노 연주회를 만들어서 학생들을 초대했다. 그리고 학부모에게도 자식의 성과를 확인할 기회를 줬다. 많은 사랑을 받은 활동 덕분에 그녀는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송재이는 피아노 레슨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았다. 그녀는 설영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박윤찬이 피곤한 얼굴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을 때, 벗어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윤찬 씨 요즘 힘든 일 있어요? 되게 피곤해 보여요.”송재이가 박윤찬의 다크서클을 발견하고 걱정했다. 박윤찬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제가 최근에 의뢰 하나 새로 받았다고 했잖아요. 상당히 복잡한 경제적 문제였어요.”송재이는 계속 말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싸워야 할 상대는 설영준 씨 회사의 법무팀이에요. 저희 측 고객이랑 이익을 두고 심각한 문제가 생겼나 보더라고요. 일단은 소를 제기하기 위해 증거를 찾고 있어요. 동시에 합의 조건도 알아봐야죠. 갑자기 합의로 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박윤찬의 말을 들으면서 송재이는 참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박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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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약혼녀

회의가 끝난 다음 설영준의 목소리가 박윤찬의 뒤에서 들려왔다.“박 변호사, 잠시만요. 제안할 게 있어요.”박윤찬은 몸을 돌려서 설영준을 바라봤다. 대답 대신 덤덤한 표정으로 계속 말하라는 듯이 말이다.“저희 밥이나 먹죠. 일 얘기는 내버려두고 친구 만난다는 생각으로요. 재이도 같이 만나요.”설영준은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 박윤찬은 본능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세월과 이익적으로 연결될 미래를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밥 먹죠.”박윤찬은 송재이에게 돌아가서 초대받은 일을 알렸다.이 말을 들은 송재이는 만감이 교차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이지연이 떠올랐다. 이지연은 설영준이 선보는 중이라는 말을 한 적 있다. 혹시 그녀 몰래 박윤찬에게 다른 여자를 소개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조심해요, 윤찬 씨. 아무래도 평범한 초대가 아닌 것 같아요.”박윤찬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요. 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옛정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박윤찬이 위로했는데도 그녀는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설영준이 무슨 의도로 그를 초대했을지, 그리고 그와 그녀의 사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되었다.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건 당연히 알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생각을 통제할 수 없었다.송재이는 결국 주의력을 피아노 레슨에 돌렸다. 일로 생각을 줄이는 건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녀는 다음 연주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성심성의껏 고른 곡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말이다.손가락이 건반에 닿아 선율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았다. 물론 설영준의 초대가 떠오른 순간 사라지는 평정심이었다.며칠 후, 송재이와 박윤찬은 함께 설영준이 예약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전부터 음식과 환경으로 꽤 유명한 번화가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이었다.안으로 들어가자 멀지 않은 곳에 함께 서 있는 설영준과 서연청이 보였다. 서연청은 서진그룹 서씨 가문의 딸로 아주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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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두근두근

서연청은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송재이와 대화를 나눴다.송재이도 별다른 티를 내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가 계속되고 있을 때, 새로 나온 음식을 먹어보려던 순간 송재이가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요즘 들어 위가 계속 불편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고 약도 먹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고 서연청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재이 씨, 혹시... 임신했어요?”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박윤찬과 설영준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설영준의 안색이 아주 어두웠다.송재이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 아니에요! 요즘 계속 속이 안 좋았던 것뿐이에요.”박윤찬도 말을 보탰다.“맞아요. 재이 씨 요즘 연주회 준비한다고 밥도 잘 안 먹었어요. 그것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달은 서연청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 죄송해요, 제가 넘겨짚었어요. 재이 씨 건강 관리하세요. 밥도 잘 챙겨 먹고요.”설영준의 눈빛은 예리한 칼같이 송재이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대답을 구하려는 모양이었다.그의 강렬한 눈빛을 발견한 송재이는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방 감정을 조절했다. 그를 무서워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크게 한 번 심호흡 하고 난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당당한 눈빛으로 설영준을 직시했다. 흔들림이라고는 추호도 보이지 않는 평온한 눈빛이었다.그녀는 시선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재이 씨가 어떤 추측을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야.’식탁 위의 세 사람 모두 그녀의 시선을 발견했다. 분위기는 더욱 미묘하게 번졌다.설영준과 송재이 사이의 팽팽한 기운을 느낀 서연청은 화제를 돌리며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했다.“다들 긴장한 모양이네요. 재이 씨, 얼른 뭐 좀 먹어요. 그래야 연주회 준비할 에너지가 생기죠.”송재이가 불편해하는 것을 느끼고 박윤찬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소리 없는 응원이었다.설영준은 결국 먼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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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반항

송재이는 넋을 잃었다. 설영준이 별장 밖에 있다는 사실은 잠시 후에 받아들였다. 심장은 불안정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설영준이 찾아온 이유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심호흡으로 애써 진정할 수밖에 없었다.박윤찬이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재이 씨, 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송재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박윤찬을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괜찮아요. 그냥 좀 피곤했나 봐요.”말은 이렇게 해도 그녀의 눈빛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박윤찬은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계속 묻지 않았다. 그는 이만 쉬는 뜻으로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송재이는 침대에 누웠다. 몸과 마음이 전부 지쳤는데도 정신은 또렷했다. 그녀는 한참 뒤척이면서 설영준이 보낸 메시지에 대해 생각했다.어떻게든 고민을 해결하지 않으면 오늘 밤 자기는 틀린 것 같았다. 야심한 밤, 그녀는 결국 결심을 내렸다.외투를 걸친 그녀는 조용히 침실에서 나갔다. 잠든 박윤찬을 깨우지 않고 말이다. 밖으로 나가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설영준의 차는 대문 밖에 세워져 있었다. 헤드라이트는 꺼져 있었지만 차 안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송재이는 한숨을 쉬며 차 곁으로 걸어가서 짧게 노크했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설영준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주 피곤한 모습으로 말이다.설영준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정말 내려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송재이?”그는 헛것이라도 본 것처럼 물었다. 송재이는 그를 빤히 바라보면서 덤덤하게 물었다.“여긴 또 왜 왔어? 우리 끝내기로 했잖아. 서로 끝내기로 합의 본 게 아니었나?”그녀가 말을 마치기 바쁘게 설영준이 손을 뻗어서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녀가 정신 차리기도 전에 설영준의 숨결이 가까이에서 느껴지더니 폭풍과 같은 키스가 시작되었다.송재이는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팔이 붙잡힌 탓에 반항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반항은 무슨,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다.그의 키스에서는 절대적인 소유욕이 느껴졌다. 그녀를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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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임신

설영준의 품에서 송재이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소리 죽여 우는 그녀는 아주 안쓰러워 보였다.절망적인 눈물은 볼을 타고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약혼녀도 있으면서 왜 나한테 온 건데?”설영준은 복잡한 표정으로 멈칫했다. 하지만 금방 고통으로 대체 되었다.그는 송재이의 어깨를 꽉 잡으며 깊은 눈빛을 보냈다.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신경 쓰여? 나한테 다른 여자가 있는 게?”송재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영준이 이런 식으로 물을 줄은 몰랐다. 분노, 슬픔, 절망... 수많은 정동이 한데 엉켜서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심호흡하고 나서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끝났어. 너한테 다른 여자가 있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야. 그러니 내 생활도 방해하지 마.”설영준의 질문은 비수처럼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서도 고집스럽게 흘리지 않으려고 했다.그녀는 가볍게 설영준의 손을 밀어냈다. 그러고는 해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영준 씨한테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야. 근데 다른 여자 때문은 아니야. 전에 같이 보냈던 행복한 기억이 이제는 고통이 되어서 신경 쓰인 것뿐이야. 그러니 이젠 제발 끝내고 각자 갈 길을 가자.”설영준의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 그는 불만을 표출하려는 듯 송재이의 턱을 꽉 잡았다.“꺼져, 내 차에서.”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 없는 말투는 마치 낯선 사람을 명령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송재이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또다시 고요함을 깼다.“잠깐만.”송재이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머리는 돌리지 않았다. 심장은 그의 말을 기다리면서 세차게 뛰고 있었다.설영준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용기를 내서 지금껏 생각하고 있던 것을 물었다.“너... 진짜 임신이 아니야?”그의 질문은 망치처럼 그녀의 심장을 후려쳤다. 그녀는 흠칫 떨며 침묵에 잠겼다. 그러고는 억지라도 부리는 셈으로 단호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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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습관성 유산

송재이의 마음은 이 밤의 색깔만큼이나 무거웠다. 그녀가 설영준에게 한 거짓말은 시한폭탄이었다.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말이다.거짓말 때문인 것도 있고, 몸 때문인 것도 있어서, 그녀는 한방병원으로 가서 도움을 청했다. 약재의 향기로 가득한 곳에 들어가자 마음은 훨씬 안정되었다.그녀의 앞에 앉은 의사는 신미현이라고 했다. 송재이가 증상을 대충 설명한 다음 신미현이 직접 맥을 짚어봤다. 잠시 후 신미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진지하게 말했다.“자궁이 많이 망가져 있어요. 초보적인 진단으로는 습관성 유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한약을 먹으면서 천천히 치료해야 할 부분이에요.”‘습관성 유산’이라는 말에 송재이는 심장이 아팠다. 지난번에 겪은 유산은 꿈으로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옥 같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마음속의 두려움은 금방 견고함으로 대체 되었다. 어찌 됐든 그녀는 더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감사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천천히 치료해 볼게요.”송재이는 신미현이 건네는 처방을 받아서 들며 굳게 결심을 내렸다.그녀는 약을 들고 한방병원에서 나갔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머리를 숙인 채 타인과의 시선 접촉을 피했다.그렇게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한 사람이 그녀의 곁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몰랐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양은서였다.양은서는 사무실에서 앉아서 한참이나 생각했다. 송재이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말이다. 그녀는 결국 신미현을 직접 찾아가서 묻기로 했다.신미현을 통해 그녀는 송재이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습관성 유산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양은서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설영준과 송재이 사이의 복잡한 관계는 그녀도 알았다. 그러나 송재이 혼자 이토록 큰 문제를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양은서는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설영준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렇게라도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그녀의 말을 듣고 난 설영준은 적지 않게 놀랐다. 그리고 이제야 송재이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젠 그녀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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