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561 - Chapter 570

660 Chapters

제561화 간호

송재이의 손이 설영준의 커다란 손에 점점 포개졌다. 그녀는 다소 덜덜 떨리는 그의 손에서 온기를 느꼈다.설영준은 다소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낮게 깔리긴 했지만, 힘이 없었다.“재이 씨, 가지 말아요, 네? 절... 절 여기 혼자 두지 말아요.”마음이 흔들린 송재이는 설영준을 빤히 보았다. 힘이 없는 그의 모습을 보니 결심했던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나직하게 대답했다. 저도 모르게 예전처럼 다정하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전... 전 가지 않을게요. 곁에 있을게요, 다 나을 때까지.”설영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송재이의 손을 꽉 잡았다. 행여나 그녀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질까 봐 말이다.그는 다소 기세등등한 눈빛이었지만 빠르게 숨기곤 감격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재이 씨, 고마워요. 재이 씨가 옆에 있어 주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네요.”송재이는 설영준의 곁에 앉았다. 창백하기 그지없는 그의 안색을 보니 송재이는 다소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더는 설영준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나약해진 그의 모습을 보니 차마 단호해질 수가 없었다.병실 안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두 사람은 비록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미묘했다.설영준은 수시로 송재이에게 그윽한 눈길로 보았지만 송재이는 이성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내면의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연이은 며칠, 송재이는 설영준의 병실에 거의 매일 찾아왔다.그를 간호해 주었을 뿐 아니라 그와 가볍게 나눌 수 있는 대화거리도 찾아오면서 그가 느끼는 통증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설영준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호전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것은 전부 송재이의 정성스러운 간호 덕이었다.드디어 설영준은 퇴원하게 되었다.그는 병실 문 앞에 서서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고 있었다. 그 햇살이 그의 온몸에 쏟아지며 그를 더 밝게 빛내주었다.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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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취중 진담

설영준은 송재이가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더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녀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이런 대화에 송재이는 점차 부담을 느끼게 되었고 술의 힘을 빌려 긴장을 풀어보려고 했다.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송재이만 취해갔다.그녀의 볼은 어느덧 빨갛게 물들었고 시야도 흐려졌다.술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경계심도 점점 허물어져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영준 씨, 그거 알아요? 저 요즘 엄청 힘들었어요.”송재이는 술주정을 부리며 말했다. 눈빛이 다소 몽롱했다.“영준 씨 간호해야 하고 또 감정을 숨겨야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전 제가 이성을 잃을까 봐 너무 힘들었어요.”설영준은 묵묵히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았다. 송재이는 손에서 전해지는 그의 온기를 느꼈다. 하지만 그녀의 이성이 알려주고 있었다. 이렇게 그의 따듯함에 푹 빠져서는 안 된다고.그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만취해버린 그녀는 힘을 쓸 수가 없었다.“영준 씨, 저... 저 더는 못 마시겠어요.”송재이는 말꼬리를 점점 더 길게 늘이며 말했다. 머리가 점차 무거워졌고 눈앞이 흐릿해졌다.송재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술에 취했던 터라 유난히도 슬픔이 선명하게 느껴졌고 말을 더듬으며 설영준에게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말했다.“영준 씨, 영준 씨는 아마 모를 거예요...”송재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눈빛은 아주 공허했다. 마치 고통스러운 기억 속으로 타임슬립한 사람처럼 말이다.“전... 전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설영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재이의 말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는 나직하게 대답하며 그녀를 달래주려 했다.“재이야,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은 없어. 너도 그래.”송재이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테이블 위로 뚝 떨어졌다.“아니요. 영준 씨는 몰라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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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눈물

송재이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는 차 안 가득 울려 퍼졌고 설영준의 어깨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설영준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이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쓸어주면서 위로를 해보려고 했다.“재이야, 다 잘 될 거야.”설영준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그녀를 향한 걱정과 맹세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송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기운에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나약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정신도 점차 흐릿해져 결국 설영준의 품에서 잠들어버렸다.별장에 도착한 후 설영준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그녀는 쌕쌕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그는 그녀가 깨지 않게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간 뒤 현관문까지 잊지 않고 닫았다.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침대에 내려놓으려던 순간 송재이가 갑자기 버둥거렸다. 그녀는 다소 어딘가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안 돼, 영준 씨, 안 돼...”송재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설영준의 가슴팍을 밀쳐냈다.설영준은 멈칫했다. 그녀를 보는 그의 두 눈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윽한 눈길로 송재이를 한참 보던 그는 그녀를 벽에 밀치더니 다정하고도 결의에 찬 모습으로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재이야, 나 좀 봐.”설영준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보는 눈빛은 아주 단호했다.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공포에 휩싸인 눈빛이었다.설영준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따듯한 숨결이 점점 가까이에서 느껴졌다.그러고 난 후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부드럽게 키스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그녀를 달래주려고 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점차 진정된 송재이는 더는 버둥거리지 않았다.두 눈을 감은 채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설영준은 천천히 입술을 떼곤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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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화재

송재이는 설영준의 키스에 점차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그의 품에 안긴 그녀는 긴장이 풀리면서 잠들어버렸다.설영준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간 뒤 침대에 눕혔다.그리고 침대에 앉아 물끄러미 잠든 송재이의 모습을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보았다.밤이 깊어졌다. 설영준도 송재이의 곁에 누웠다. 그는 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녀의 곁에 누워있을 뿐이다.그날 밤, 두 사람은 그렇게 나란히 누워 잤다. 설영준은 마음이 편안했다.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송재이를 뼛속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하지만 송재이의 아픔과 두려움도 알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창문 커튼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에 송재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숙취 탓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옆에서 자는 설영준을 발견했다. 어젯밤의 기억이 점차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볼이 빨갛게 물들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면서 심란하게 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설영준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녀는 지금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창가로 온 그녀는 커튼을 열었다. 따스한 햇볕이 그녀의 온몸으로 쏟아져 내리고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보려고 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와 설영준의 사이에 이미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그녀는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설영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다소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받았다. 이내 그녀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도경욱의 집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소식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비록 도경욱을 볼 때마다 심란하긴 했지만, 화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녀는 여전히 그가 걱정되고 초조했다.“네? 화재라니요...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른 건가요?”송재이는 다소 믿기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의문이 생겨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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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숨긴 사실

송재이의 시선이 도경욱에게 닿았다. 너무도 심란했다.비록 도경욱을 미워하고 있긴 했지만,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프면서 불쌍하게 느껴졌다.짙은 한숨을 내쉰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도경욱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재이야...”도경욱은 힘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의 눈빛은 막막하면서도 초조함이 담겨 있었다.“재이 맞니?”송재이는 가슴이 조여왔다. 도경욱이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이름부터 부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녀는 두 손을 꽉 마주 잡으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하려고 했다.“네, 맞아요. 저 재이예요. 아빠가 지금 계신 곳은 병원이고 집에 불이 났어요.”도경욱의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해졌다. 버둥거리며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허약해진 탓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다.“화재라니... 나 때문이니? 누군가 나한테 앙심을 품고...”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경욱이 이렇듯 빨리 진상을 추측할 줄은 몰랐다. 침묵하던 그녀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누군가 고의로 불은 지른 거라고 했어요. 경찰이 지금 조사하는 중이라고 해요.”도경욱은 다소 절망적인 눈빛이었다. 그는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언젠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예상했지. 다 내 잘못이다. 내가 업보를 만든 거야...”송재이는 형언할 수 없는 심란함을 느꼈다. 도경욱이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도경욱을 보니 머릿속마저도 복잡했다.“아빠는... 아빠는 과거에 한 잘못을 전부 만회할 생각이 있으세요?”도경욱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그래. 과거에 한 잘못을 전부 만회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다.”그녀는 도경욱이 이렇듯 빠르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속으로 다소 희망을 품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도경욱이 과거의 잘못을 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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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생명의 위험

전화 건너편에서 설영준은 무거운 목소리로 설명했다.“재이야, 난 네가 휘말리는 게 싫어서 말 안 했던 거야. 그게 너한테 무슨 의미인지 잘 아니까. 네가 쓸데없는 일로 골치 아파지는 건 싫었어.”송재이는 모순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크게 심호흡하고 난 그녀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영준 씨의 뜻은 알겠어요. 하지만 저는 이미 휘말린 것 같은데요. 저한테도 진실을 알 권력이 있어요.”한숨을 내쉰 설영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이해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근데 전화로 할 말은 아니야. 우리 만나서 얘기할까?”송재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허락했다.전화를 끊은 다음에도 그녀는 한참이나 진정하지 못했다. 이번 일로 그녀와 설영준의 사이를 비롯한 많은 것이 바뀔 것 같았기 때문이다.카페에서 설영준과 송재이는 마주 앉아 있었다. 설영준은 미안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어떤 마음으로 나왔는지 잘 알아. 궁금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나는 제민에서 집 지을 줄 모르고 토지를 매입했어. 그리고 내가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때였어.”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런데 왜 계속 가만히 있었어요? 얼마든지 공사를 멈출 수 있었잖아요.”이때 송재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정원의 전화였다.수락 버튼을 누르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재이야, 큰일 났어! 아버지가... 아버지가 자살 시도를 했어!”송재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부리나케 몸을 일으키면서 설영준에게 말했다.“지금 당장 병원에 가야겠어요!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설영준은 안색이 확 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차 안에서 송재이는 마음이 아주 무거웠다. 이번 일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당당히 직면해야 한다. 설영준과 제민그룹 사이의 분쟁은 물론 도경욱의 목숨도 엮여 있었다.병원에 도착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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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속지 말고

설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송재이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익명으로 온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확인한 송재이는 숨이 탁 막혔다.[진실을 알고 싶다면 병원 뒤뜰의 폐창고로 와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영원히 속고 싶지 않다면요.]송재이는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메시지는 함정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했다.그녀는 고개를 들며 설영준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여기서 기다려줘요.”송재이가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것을 보고, 설영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몰래 쫓아가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려고 했다.송재이는 혼자서 병원 뒤뜰의 폐창고로 갔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고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창고 문을 열어보자, 어두운 조명 아래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누구세요? 왜 저를 부르신 거예요?”상대는 송재이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상대는 다름아닌 서도재였다.송재이는 의심스러우면서도 놀라웠다. 서도재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이해가 안 되는 한편 그의 의도가 궁금하기도 했다.그는 설영준의 사업적 라이벌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다. 그녀도 휘말린 적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전무님이 어떻게 여기 있어요?”송재이는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하며 뒷걸음질 쳤다. 서도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반대로 서도재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목소리에는 위협으로 가득했다.“오래 기다렸어요. 재이 씨, 설마 아직도 설영준의 말을 믿고 있어요?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으면서도?”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은 서도재의 말에 신뢰가 없었다.“전무님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영준 씨를 해칠 생각이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서도재는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종잇장을 꺼냈다.“이거 봐요. 이 서류가 답을 알려줄 거예요. 설영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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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승인

서도재는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 뒤로 몇 발짝 물러난 그는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을 끌어냈다. 상대는 다름 아닌 도정원이었다.도정원은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었다. 손발이 단단히 묶인 그는 두려움에 떠는 눈빛으로 송재이를 바라봤다.“도 전무님?”송재이는 서도재와 도정원을 번갈아 쳐다봤다. 기분은 아주 복잡했다. 이때 서도재가 날카로운 비수를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재이 씨가 생각보다 똑똑하네요. 하지만 진실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에요.”설영준은 예리한 눈빛으로 침착하게 말했다.“억울한 사람한테 이러지 마.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직접 얘기해.”“드디어 나타났네. 형이 재이 씨 따라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그 정도 수작질은 나한테 통하지 않아.”송재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영준이 몰래 그녀를 지켜주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설영준에 대한 신뢰는 더욱 깊어졌다.“원하는 게 뭐예요?”송재이는 어떻게든 말을 걸어서 서도재의 주의력을 분산하려고 했다. 서도재는 광기 서린 표정으로 말했다.“간단해요. 저는 설영준의 패배를 원해요. 모든 것을 잃었으면 좋겠어요.”설영준은 주먹을 꽉 쥐면서 힘 있게 말했다.“서도재, 너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괜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그만해.”이때 경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은 포위됐다!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인질을 내보내!”서도재는 안색이 확 변했다. 경찰이 벌써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더욱 흥분하면서 도정원의 목에 상처를 냈다.“오지 마! 가까이 오면 죽여버릴 거야!”설영준과 송재이는 너무 긴장되었다. 이런 식의 압박은 서도재를 더욱 자극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송재이는 크게 심호흡하며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했다.“전무님은 진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요? 도 전무님을 풀어주고 저랑 얘기해요, 네?”서도재는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는 듯했다.이때 도정원이 벗어나려는 듯 강렬하게 발버둥 쳤다. 깜짝 놀란 서도재는 실수로 그의 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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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조준

취조실의 조명은 아주 어두웠다. 그만큼 분위기도 무거웠다.설영준과 송재이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침묵은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울리면서 깨졌다.설영준은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했다. 익명으로 온 메시지가 있었다.[사람을 살리고 싶으면 항구의 폐기된 유람선으로 와. 신고는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후회하게 만들어줄 테니까.]설영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 송재이에게 말했다.“재이야, 이 문자 거짓말 아닌 것 같아. 빨리 가봐야겠어.”문자를 확인한 송재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대로 찾아가는 건 위험해요. 함정일 수도 있잖아요.”설영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송재이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도정원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위험한 일인 거 알아. 근데 도 전무님이 그곳에 있을 수도 있는 거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확고하게 말했다.“그래요, 저도 같이 가요. 대신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요.”두 사람은 경찰서에서 나가 항구로 가기 시작했다.저녁의 항구는 유난히 고요했다. 폐기된 배는 마치 커다란 그림자처럼 바닷가에 있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시선은 어둠 속에서 인기척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이때 그들은 동시에 미약한 신음을 들었다. 아주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소리를 따라가니 의자에 묶인 도정원이 보였다. 낯선 남자는 그의 머리를 향해 총기를 겨누고 있었다.몸을 돌린 남자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왔구나. 용기는 가상해. 지능은 좀 떨어지는 것 같지만.”설영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인질을 당장 풀어줘. 원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낯선 남자는 피식 웃으며 광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간단해. 설영준, 회사를 포함한 너의 모든 재산을 나한테 넘겨줘. 그러면 이 사람을 풀어줄게.”송재이는 화난 표정으로 외쳤다.“말도 안 돼요! 저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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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냉혈한

그는 차마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설영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위로했다.“괜찮아요. 이제 다 지난 일이에요.”송재이도 곁에서 말을 보탰다.“맞아요. 저희가 있잖아요. 이제 괜찮아질 거예요.”구급차에서 세 사람은 이제야 약간 안심된 표정을 지었다.이때 설영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난 그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뭐? 확실해?”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도정원과 송재이 중에서 도정원이 먼저 물었다.“영준 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설영준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말했다.“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도씨 가문 저택 토지의 소유권이 확실히 저한테 있대요.”도정원과 송재이는 넋이 나갔다. 송재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영준 씨가 왜 그걸 가지고 있어요?”설영준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사실 그 토지는 내 아버지 명의로 있었어. 후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도씨 가문에 가게 됐대. 토지를 회수할 생각은 나한테도 있었어. 근데 그게 잘 안됐었거든.”송재이는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영준 씨 설마 토지를 회수하려고...”그녀는 놀랍기도 하고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눈빛은 의혹에서부터 분노로 변했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저희한테 다가와서 도와준 이유가 그 땅을 회수하기 위해서였어요?”설영준은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아니야, 오해했어. 토지를 회수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너희를 추호도 이용할 생각은 없었어. 난 그런 식으로 목적을 이루는 사람이 아니야.”송재이는 흥분한 듯 언성을 높였다.“그럼 지금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도 전무님을 구하고 나서 도씨 가문의 라이벌이라고 인정하는걸,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고요?”“진정해. 너도 힘든 거 잘 알아. 근데 난 진심으로 도 전무를 구하고 싶었던 거야. 빼앗긴 자산은 법적으로 해결할 생각이었어. 이런 식이 아니라.”곁에서 듣고 있던 도정원도 복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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