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571 - Chapter 580

660 Chapters

제571화 결백

송재이는 소파에 앉은 채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였다. 너무나도 외롭고 무기력했다.이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설영준에게서 문자가 왔다. 문자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단도직입적이었다.[영상 메시지 받은 거 알아. 나한테도 설명할 기회를 줘.]송재이는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 방황했다. 그녀는 결국 심호흡하며 이렇게 타자했다.[좋아요. 설명 들어볼게요.]몇 분 후, 설영준이 그녀의 집 앞에 나타났다. 그는 피곤하고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송재이가 문을 열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애매한 분위기가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들어와요.”송재이의 목소리는 아주 태연했다. 그러나 눈빛은 분명히 경계하고 있었다.안으로 들어간 설영준은 주변을 빙 둘러봤다. 그리고 송재이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 영상 때문에 놀란 거 알아. 근데 네가 본 건 사실이 아니야.”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냉정하게 물었다.“그럼 사실은 뭔데요?”“하아... 그 직원이 책임진 프로젝트가 실패해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어. 그 뒤로도 나는 몇 번이나 기회를 줬어. 하지만 변화는 없었어. 해고는 나한테도 힘든 결정이야. 회사와 다른 직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송재이는 주저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음에 걸린 것은 떨어지지 않았다.“그렇다고 해도 너무 잔인한 해고였어요.”“인정해. 내가 너무 단도직입적이었어. 근데 나도 사정이 있었어. 감정과 책임 사이에서 평형을 찾아야 했다고.”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아주 팽팽했다. 송재이는 모순적인 기분이 들었다. 설영준의 말을 믿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에서 영상이 지워지지 않았다.그녀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긴급 뉴스 알림이었다.[긴급 뉴스! 제민그룹 저택 토지 분쟁 소송으로 이어져... 설영준 대표 부정당한 수단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송재이와 설영준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송재이는 놀란 눈빛으로 물었다.“영준 씨, 이건...?”설영준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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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전환점

퇴근하고 돌아와 와인 한잔하고 있던 박윤찬은 TV를 켜면서 긴급 뉴스를 보게 되었다. 뉴스는 타이틀부터 아주 자극적이었다.[유명 기업가 설영준, 부정당한 방법으로 토지 소유권 소송에 임한 것으로 밝혀져...]박윤찬은 자칫 와인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는 곧바로 와인잔을 내려놓고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설영준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했다. 설영준의 친구이자, 송재이의 명의상 남편이었던 그는 도무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잠시 후 그는 핸드폰을 들어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송재이의 불안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재이 씨 뉴스 봤어요? 영준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걱정되었던 박윤찬은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자 송재이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상황이 좀 복잡해요. 익명으로 영상 메시지를 받은 후로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영준 씨 지금 경찰서에 있을 거예요.”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일단은 알겠어요. 변호사로서 저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어요. 조사를 해보고 대책을 세워봐요.”송재이는 약간 위안이 되었다. 박윤찬의 업무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윤찬 씨가 있으면 훨씬 든든할 것 같아요. 저랑 도 전무님은 이미 조사를 시작했어요. 마침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던 참이었어요.”“지금 어디 있어요? 금방 갈게요.”전화를 끊은 박윤찬은 외투를 걸치고 송재이의 집으로 향했다. 어찌 됐든 친구가 법적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는데, 법조인으로서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박윤찬의 사무실에 세 사람이 모여 앉았다. 박윤찬은 송재이와 도정원이 찾아낸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윤찬 씨, 이걸로 될까요? 아니면 더 찾아야 하나요?”박윤찬은 안경을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자료의 정확성이 최우선이에요. 영준 씨의 명성이 달린 자료들이니까요.”도정원이 말을 보탰다.“영상의 출처는 제가 기술자한테 연락해서 찾는 중이에요.”박윤찬은 몸을 일으켰다.“저희 계획이 필요할 것 같네요.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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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진실

박윤찬은 부랴부랴 사무실에서 나갔다.고요한 밤, 그의 마음은 폭풍우라도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의 진실에 설영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말이다.낡은 창고에 도착한 다음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봤다.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약속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조금 전 통화했던 사람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USB를 건네주며 말했다.“여기 안에 뭐가 들었어요?”“그... 익명 영상 업로드 기록이에요. 그리고...”상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몇 명의 그림자가 나와서 그들은 포위했다.박윤찬은 놀란 와중에도 USB를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언제든지 맞서 싸울 자세로 말이다.거대한 체격의 남자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래 기다렸어요, 박 변호사.”남자는 박윤찬의 주머니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대치하는 한편 박윤찬은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USB에는 아주 중요한 증거가 담겨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이때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경찰들이 몰려왔다. 송재이와 도정원이 신고한 것이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황급히 도망갔다. 덕분에 박윤찬도 무사할 수 있었다.경찰은 빠르게 현장을 장악했다. 박윤찬은 한 경찰에게 USB의 존재를 알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확인해 보겠다고 말하고 박윤찬과 설영준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사무실에 돌아간 다음 박윤찬, 송재이, 도정원 세 사람은 다시 모여 앉았다. 박윤찬은 USB 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영상은 해외에서 업로드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올린 계정은 설영준의 사업 라이벌과 관계있었다.박윤찬은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을 경찰서에서 빼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할 생각이었다.이튿날, 설영준은 바로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박윤찬과 송재이는 함께 경찰서로 가서 마중했다.경찰서 밖에는 수많은 기자가 있었다. 그들은 밤새 이곳에서 설영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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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이사

설영준이 풀려난 날, 송재이는 혼자 박윤찬과 함께 지내는 집으로 돌아갔다. 방 안은 아주 조용했다. 시계가 째깍대는 소리만 들렸다.송재이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박윤찬은 그의 서류상 남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진작 식어버렸다.박윤찬이 집에 돌아왔을 때 송재이는 짐 정리를 끝낸 상태였다. 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캐리어를 끌고 거실에 있었다.“떠나게요?”박윤찬은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저 이사하려고요. 이제 나가서 살 거예요.”박윤찬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알았어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거죠?”송재이는 약간 놀라운 기분이 들었다. 박윤찬이 이토록 쉽게 허락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전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또 남게 될 줄 알았다.지난번 술을 마시고 그런 일이 생긴 뒤로 박윤찬의 태도는 완전히 변했다. 송재이에게도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마워요, 윤찬 씨.”송재이는 약간 울먹이면서 몸을 돌렸다. 이때 박윤찬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재이 씨.”송재이는 발걸음만 멈추고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박윤찬은 한숨을 쉬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날 일은 미안해요. 제가... 사과할게요.”그녀는 몸을 흠칫 떨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트렁크를 끌고 밖으로 걸어 나갈 뿐이었다.박윤찬은 가만히 앉아서 송재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표정은 아주 복잡해 보였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사이는 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늦은 시간, 그는 홀로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텅 빈 방을 바라봤다. 어쩐지 외로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송재이는 고즈넉한 동네에 작은 아파트를 얻었다. 집주인은 소경애이라고 하는 중년 여자였는데 아주 친절하고 다정했다. 소경애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보고 있기만 해도 안심이 되었다.이사 온 첫날, 송재이는 소경애에게서 꽃다발을 받았다. 꽃다발에는 자그마한 카드도 있었다.[새로운 집에 온 걸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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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헤어짐

설영준의 마음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 덩어리가 있었다. 그는 며칠이나 퇴근하는 송재이를 뒤쫓으며 관찰했다.송재이는 날마다 혼자 한적한 동네로 걸어갔다. 박윤찬의 별장으로는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 이쯤 되니 설영준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박윤찬과 송재이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말이다.사실 설영준은 진작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의심을 품었다. 겉보기에 완벽한 결혼 생활 속 깊은 어딘가에 숨겨진 것이 있는 것 같았다.어느 날 저녁, 설영준은 드디어 관찰을 포기했다. 그는 용기 내서 송재이의 발자취를 따라 아파트 건물 아래에 도착했다.그는 고개를 들어서 송재이 집 창문을 바라봤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녀가 보였다.깊이 한숨을 내쉰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노크했다. 문을 열고 설영준을 발견한 송재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표정이었다.“여긴 어떻게 왔어요?”송재이는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설영준은 간절하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뎌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달칵 문을 닫아버렸다.자그마한 공간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힘 있게 들렸다.“너 요즘 집에 안 돌아간 거 알아. 박 변호사랑 무슨 일 있었어?”질문인 듯하지만 이미 확신에 찬 말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송재이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뒷걸음질 치다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심호흡하며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했다.“뭐가 됐든 제 일이에요. 영준 씨가 알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그녀는 약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저희는... 저희 일이나 처리하죠.”설영준의 질문에 송재이는 스트레스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잠깐 당황하다가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설영준이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직진에 그녀는 말 못 할 복잡한 기분만 느껴졌다.설영준은 가만히 서서 송재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무엇이라도 보아내려는 작정이었다. 걱정으로 시작된 질문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약간 다른 감정으로 번졌다.“네 인생에 간섭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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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동기

설영준은 송재이의 아파트에서 떠난 다음에도 한참 진정하지 못했다. 그는 박윤찬과 얘기를 나눠서 무슨 영문인지 알아내려고 했다.이는 꽤 민감한 화제였다. 그러나 송재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도무지 모르는 척 지나갈 수 없었다.이튿날, 설영준과 박윤찬은 한적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인사치레로 몇 마디 주고받다가 얘기하기 시작했다.“일단 저번 일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설영준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근데 오늘 만나자고 한 건 다른 일이 있어서예요.”박윤찬은 눈썹을 튕기며 설영준이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설영준은 한숨을 쉬고 나서 말을 이었다.“재이랑 가짜 결혼한 거 알고 있어요.”박윤찬의 얼굴은 빠르게 굳어갔다. 그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진정되었다.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는 듯 한참이나 말을 하지 못했다.“어디서 들은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랑 재이 씨 사이 일이에요. 과하게 간섭하지 말았으면 해요.”박윤찬의 목소리는 아주 태연했다. 그러다 손가락은 초조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고 있었다.설영준은 박윤찬의 애매한 말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간섭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그냥 재이가 걱정돼서 그래요. 재이가 상처받을까 봐서요.”박윤찬은 깊은 눈으로 설영준을 바라봤다. 그의 말이 진실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는 한참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재이 씨도 성인이에요. 본인 일은 알아서 할 거예요. 그리고 감정은 원래도 복잡한 일이에요. 제삼자가 끼어들 건 아니라고 봐요.”박윤찬의 방어에 설영준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알았어요. 근데 저는 진심으로 재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재이가 고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박윤찬은 침묵에 잠겼다. 설영준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 송재이 사이의 관계는 설영준이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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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의심

장서영은 알았다. 이 발견이 송재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그녀가 송재이에 대한 신뢰를 깰 수도 있었다.변호사로서 장서영은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었다. 아픈 결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크게 심호흡하고 난 그녀는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들리는 것도 잠시 전화가 연결되었다.“재이 씨, 저예요. 장서영.”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알려줄 일이 있어서 연락했어요. 박윤찬 씨에 관해서요.”“무슨 일인데요? 무슨 일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해요?”“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저 사건 조사하다가 박윤찬 씨가 재이 씨랑 결혼한 이유를 알게 됐어요. 재이 씨가 아는 거랑 많이 다를 거예요.”송재이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장서영은 한숨을 쉬었다. 이게 송재이에게 어떤 충격을 줄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는 거 알아요. 사실 박윤찬 씨가 결혼한 이유는 한 사건을 덮기 위해서였어요. 이로써 언론의 주의력을 돌리려고요.”송재이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절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마, 말도 안 돼요. 윤찬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장서영은 송재이를 동정했다.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재이 씨 마음 이해해요.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이건 사기잖아요. 박윤찬 씨는 재이 씨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속였어요.”송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증거 있어요? 저 증거가 필요해요.”이미 예상했던 장서영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저한테 서류가 조금 있어요. 박윤찬 씨의 동기를 증명하기에는 충분해요. 이따가 보내줄 테니까 직접 확인해 봐요.”송재이는 모순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 몰랐다.“알려줘서 고마워요. 서류부터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게요.”장서영은 송재이가 혼자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재이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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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돌이킬 수 없는

송재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박윤찬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심호흡 한 번 하고 난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박윤찬과 눈을 마주쳤다. 박윤찬은 그녀가 올 줄 안 듯 덤덤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의 태연함이 그녀는 싸늘하게만 느껴졌다.“왔어요.”박윤찬은 회의라도 하는 것 같은 평온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송재이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바로 말했다.“윤찬 씨 설명이 필요해요. 저 지금 배신당한 기분이에요.”송재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아주 단호했다.‘올 게 왔구나.’박윤찬은 약간 복잡한 표정으로 송재이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재이 씨 상처받은 거 알아요. 제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요.”“저는 윤찬 씨를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기본적인 신뢰는 있다고 생각했다고요. 저 이제 윤찬 씨를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어떻게 설명할지 몰랐던 박윤찬은 침묵에 잠겼다. 그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전에 숨겼던 건 재이 씨를 연루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재이 씨가 연루돼서 다치는 건 안 되니까요.”송재이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에는 그녀가 가짜 결혼을 제안했을 때 박윤찬이 흔쾌히 허락하던 모습이 떠올랐다.지금 다시 생각하면, 박윤찬의 허락에도 그녀는 모르는 속셈이 있었다. 박윤찬의 속셈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그래서 제 가짜 결혼 제안을 고민 없이 받아들였던 거죠? 저는 이제야 알았네요. 저를 도와주려고 그런 게 아닌, 윤찬 씨 목적이 따로 있었던걸요.”박윤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송재이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잘못했어요, 재이 씨. 결혼을 허락한 데 다른 생각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근데 재이 씨를 이용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박윤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속으로는 그가 비열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이용이 아니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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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하룻밤

송재이가 떠난 다음 박윤찬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독감에 빠졌다.넓은 사무실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공기 중에는 아직도 송재이의 향기와 목소리가 남아 있는 듯했다.박윤찬은 자신이 송재이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다. 어쩌면 그 이상의 것들도 잃었을지 모른다.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그는 술집으로 가서 위안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는 잠시라도 감각을 마비시키기 위해 알코올의 힘을 필요했다.박윤찬은 술집의 구석 자리에 앉아 한 잔, 또 한 잔 술을 들이켰다. 마치 모든 고통과 후회를 술과 함께 삼켜버리려는 듯이 말이다.술집의 조명은 어두웠고 음악도 낮은 편이었다. 그의 모습은 어둡고 희미한 조명 아래서 더욱 외로워 보였다.그의 생각은 마구 뒤엉켜 있었다, 마음속은 송재이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때 장서영이 나타났다.장서영은 박윤찬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고백했지만, 그는 일을 핑계로 정중히 거절했었다. 오늘 밤, 우연히 박윤찬을 본 장서영은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박 변호사님, 이렇게 우연히 만나네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장서영은 박윤찬의 옆에 앉으며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박윤찬은 고개를 들며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장변? 여긴 어떻게...”장서영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는 답하지는 않고 바텐더에게 술 한 잔 주문했다.“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요. 혹시 송재이 씨 때문인가요?”박윤찬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비록 저희가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박 변호사님이 재이 씨를 좋아하는 거 눈치챘어요. 두 분 이야기 동료들 사이에서 비밀도 아니거든요.”박윤찬은 말없이 조용히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그는 현실을 피하려고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었다.장서영은 계속해서 말했다.“두 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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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보상

장서영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 그녀가 박윤찬에 대한 짝사랑은 가느다란 바늘처럼 깊숙이 박혀 신경을 찌르며 아프게 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와 박윤찬 사이의 거리는 단순한 직위 차이가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마음의 간극이 존재했다.박윤찬의 마음속에는 송재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인생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했다.옷을 갈아입는 장서영은 최대한 평온하게 보이려 애썼다. 마음속은 이미 폭풍우처럼 요동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박윤찬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비록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복잡한 기억이 얽힌 방을 떠나며, 장서영은 문을 살며시 닫고 혼자 아침의 서늘한 바람 속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손을 들어 택시를 잡고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거리를 바라보았다.이제야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감정이 비로소 터져 나왔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택시가 아픈 기억이 담긴 장소에서 멀어지자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차가운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마음속에는 박윤찬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알았다. 그녀와 박윤찬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그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장서영은 여러 번 박윤찬과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냉혹했다. 그녀는 그 감정을 마음속 깊이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택시 안에서, 그녀의 생각은 과거로 향했다. 그녀는 박윤찬과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했다. 그때 그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눈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말이다.그녀는 또 용기 내어 박윤찬에게 고백했던 날을 기억했다. 비록 정중하게 거절당했지만, 적에도 마음속에는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현실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었다.박윤찬의 마음속에는 송재이뿐이었고, 그녀는 그저 그의 인생에 잠시 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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