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79화 하룻밤

Author: 라오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송재이가 떠난 다음 박윤찬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독감에 빠졌다.

넓은 사무실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공기 중에는 아직도 송재이의 향기와 목소리가 남아 있는 듯했다.

박윤찬은 자신이 송재이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다. 어쩌면 그 이상의 것들도 잃었을지 모른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그는 술집으로 가서 위안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는 잠시라도 감각을 마비시키기 위해 알코올의 힘을 필요했다.

박윤찬은 술집의 구석 자리에 앉아 한 잔, 또 한 잔 술을 들이켰다. 마치 모든 고통과 후회를 술과 함께 삼켜버리려는 듯이 말이다.

술집의 조명은 어두웠고 음악도 낮은 편이었다. 그의 모습은 어둡고 희미한 조명 아래서 더욱 외로워 보였다.

그의 생각은 마구 뒤엉켜 있었다, 마음속은 송재이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때 장서영이 나타났다.

장서영은 박윤찬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고백했지만, 그는 일을 핑계로 정중히 거절했었다. 오늘 밤, 우연히 박윤찬을 본 장서영은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

“박 변호사님, 이렇게 우연히 만나네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장서영은 박윤찬의 옆에 앉으며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박윤찬은 고개를 들며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장변? 여긴 어떻게...”

장서영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의 질문에는 답하지는 않고 바텐더에게 술 한 잔 주문했다.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요. 혹시 송재이 씨 때문인가요?”

박윤찬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비록 저희가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박 변호사님이 재이 씨를 좋아하는 거 눈치챘어요. 두 분 이야기 동료들 사이에서 비밀도 아니거든요.”

박윤찬은 말없이 조용히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그는 현실을 피하려고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었다.

장서영은 계속해서 말했다.

“두 분 사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0화 보상

    장서영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 그녀가 박윤찬에 대한 짝사랑은 가느다란 바늘처럼 깊숙이 박혀 신경을 찌르며 아프게 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와 박윤찬 사이의 거리는 단순한 직위 차이가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마음의 간극이 존재했다.박윤찬의 마음속에는 송재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인생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했다.옷을 갈아입는 장서영은 최대한 평온하게 보이려 애썼다. 마음속은 이미 폭풍우처럼 요동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박윤찬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비록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복잡한 기억이 얽힌 방을 떠나며, 장서영은 문을 살며시 닫고 혼자 아침의 서늘한 바람 속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손을 들어 택시를 잡고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거리를 바라보았다.이제야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감정이 비로소 터져 나왔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택시가 아픈 기억이 담긴 장소에서 멀어지자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차가운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마음속에는 박윤찬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알았다. 그녀와 박윤찬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그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장서영은 여러 번 박윤찬과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냉혹했다. 그녀는 그 감정을 마음속 깊이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택시 안에서, 그녀의 생각은 과거로 향했다. 그녀는 박윤찬과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했다. 그때 그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눈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말이다.그녀는 또 용기 내어 박윤찬에게 고백했던 날을 기억했다. 비록 정중하게 거절당했지만, 적에도 마음속에는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현실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었다.박윤찬의 마음속에는 송재이뿐이었고, 그녀는 그저 그의 인생에 잠시 스쳐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1화 축복

    서유리의 청첩장을 받은 송재이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그녀와 서유리는 비밀 하나도 없는 친구 사이였고 함께 수많은 힘든 시간도 보냈었다.서유리가 박윤찬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 사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러나 현재, 제일 친한 친구가 행복을 찾은 모습을 보니 송재이는 기쁨을 느꼈다.송재이는 서유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서유리의 행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재이 씨. 청첩장 잘 받았어요? 재이 씨가 가장 먼저 저한테 연락해주리라 예상하고 있었어요!”송재이는 미소를 지었다. 서유리의 행복과 기대가 고스란히 그녀에게도 전해졌다.“유리 씨, 정말 축하해요. 드디어 행복을 찾으셨네요. 정말 너무 기뻐요.”서유리는 다소 수줍은 듯하면서도 행복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재이 씨, 꼭 제 결혼식에 와줘야 해요. 재이 씨가 있어야 제가 긴장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송재이는 서유리의 요구에 흔쾌히 대답했다. 그녀는 절친한 친구를 위해 직접 웨딩드레스를 골라주기로 하면서 서유리가 행복해하는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보려 했다.며칠 후, 송재이는 서유리와 함께 유명한 웨딩드레스 매장으로 왔다.매장에는 여러 가지 디자인의 웨딩드레스가 진열되었고 전부 예뻐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서유리는 눈을 반짝이며 흥분하면서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드레스를 구경하다가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하나씩 골라보았다.송재이는 서유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서유리가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을 때마다 진심을 담아 평가를 해주며 골라주었다.드디어 서유리는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랐다.서유리가 고른 웨딩드레스는 아주 우아한 것이었다. 밑단 부분엔 레이스가 달려 고귀하고 순결한 서유리의 이미지와 찰떡이었다.거울 앞에 선 서유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송재이는 서유리가 느끼는 행복과 자신감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재이 씨, 저 예뻐요?”서유리는 몸을 빙글 돌며 미소를 지은 채 송재이에게 물었다.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2화 진상

    하객들은 호텔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송재이는 호텔 입구에서 우연히 설영준을 발견했다.설영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송재이를 보았다. 그는 다소 심란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입이 떼어지지 않는 듯했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직 설영준을 마주하기엔 그녀도 심란했다.그녀는 당연히 설영준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박윤찬만 생각하기로 했다.설령 그녀와 박윤찬이 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설영준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설영준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송재이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난감한 어투로 말했다.설영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재이야, 서유리 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와 본 거야. 그런데 여기서 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송재이는 설영준 앞에 서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슬픈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을 계속 묵묵히 지켜본 남자의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송재이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하려 했다.“설영준 씨,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에요. 그러니 과거의 일로 좋은 분위기를 망치지 말죠.”송재이는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이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설영준은 다소 괴로운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송재이가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정을 유지하기엔 어려웠다.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침묵을 선택했다.그는 송재이에게 부담을 줄 생각도 없고 마음을 받아달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서유리가 호텔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녀는 송재이와 설영준의 눈빛에서 애정과 괴로움을 읽어냈다.서유리는 송재이가 설영준을 위해 했던 고통스러운 일들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 유산한 일도 말이다.이 일에 대해선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말해주지 않았기에 서유리도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괴로워하는 두 사람을 보니 서유리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그녀는 알고 있었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3화 흔들리는 마음

    설영준은 카페에서 나왔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괴로웠다.그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송재이가 이렇게나 큰 고통을 혼자 끌어안고 살아가리라는 것을. 게다가 이 큰 고통은 전부 그가 만든 것이었다.죄책감이 들면서 그는 소홀했던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송재이를 지켜주지 못해 분하기도 했다.내딛는 걸음이 무거웠다. 꼭 자신의 마음을 짓밟는 듯한 기분이었다.머릿속에 서유리가 했던 말이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서유리가 내뱉은 말은 가시가 되어 그의 심장을 찔렀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송재이에게 찾아가 사과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를 위해 뭐든 다 하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설영준은 결의에 찬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더는 현실에서 도피해서는 안 된다.핸드폰을 꺼내 바로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다소 떨림이 느껴지는 송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설영준 씨, 왜 갑자기 전화한 거예요?”설영준은 깊은숨을 들이쉬곤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재이야, 우리 만날 수 있을까? 나 중요하게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승낙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두 사람은 송재이의 아파트에서 만나기로 했다.설영준은 허둥지둥 달려갔다. 긴장과 기대가 가득한 마음으로.그는 초인종을 꾹 눌렀다. 송재이가 문을 열자 강렬한 감정이 몰려왔다.“재이야, 나...”설영준은 멈칫했다.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기 때문이다.송재이는 설영준을 빤히 보았다. 의아하면서도 불안했다.설영준이 긴장하고 있음을 그녀도 느꼈다. 그가 아주 중요한 말을 할 것을 눈치챘다.“영준 씨,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설영준은 송재이의 앞에 서서 긴장과 기대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보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말을 내뱉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질 것을. 어쩌면 송재이를 잃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4화 헤어진 이유

    결국 다음에 다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다음 날, 설영준과 송재이는 장소를 다시 잡았다. 남도의 유명한 오래된 건축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그들이 만나기로 한 건축물의 역사는 유구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커플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벽돌 하나하나에 전부 낭만적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남도는 예로부터 번화한 도시였다.설영준은 미리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건축물 그늘에 서서 고개를 젖힌 뒤 점점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보며 기대와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오늘 이 만남이 그와 송재이의 사이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을.송재이도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지라 꼭 그림을 찢고 나온 선녀처럼 우아하고 청순해 보였다.그녀는 사뿐사뿐 걸어왔다. 마치 이 평화를 깨버리기라도 하듯 말이다.송재이가 설영준의 시야에 들어왔을 때 강렬한 감정이 휘몰아쳤다.두 사람은 건축물 앞에서 만났다.설영준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건축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주위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조각상과 벽화는 휘황찬란했던 과거를 알려주는 듯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역사를 느끼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들은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이곳에선 남도 전체를 구경할 수 있으니까.노을빛이 두 사람의 몸에 쏟아져 두 사람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건축물의 제일 높은 곳에 서서 아름다운 남도의 경치를 구경했다. 두 사람 모두 심란했다.설영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곤 용기를 내어 송재이와 대화를 나눠보려고 했다.“재이야.”설영준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알고 싶어, 대체 왜 헤어지자고 한 거야?”송재이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가 언젠가 이 질문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설영준의 시선을 피하며 다소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영준 씨, 그동안 계속 궁금해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설영준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5화 행복하기를

    설영준은 송재이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며 묵묵히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눈빛에 서린 실망감은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빠르게 평온함을 되찾았다.“재이야, 네가 망설여도 난 이해해. 난 네가 내 선물에 부담을 갖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설영준은 씁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확고했다.“하지만 그냥 네게 알려주고 싶었어. 언제든지 네가 필요하다면 난 얼마든지 네 곁에 있어 줄 수 있어.”송재이는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보았다. 감동에 젖어 다소 촉촉해진 눈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설영준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랬기에 더 감동을 받게 되었고 그의 진심은 더 진귀하게 느껴졌다.“영준 씨, 이해해줘서 고마워요.”송재이는 떨림이 전해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눈빛은 단호했다.“전 우리 관계를 열심히 고민해 볼 거예요. 그리고 제 감정도 진지하게 마주해볼 생각이에요.”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기쁜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송재이의 말은 그에게 희망을 심어주었고 기회가 있음을 의미했으니까.며칠 뒤, 송재이는 일 때문에 해외 공연을 하러 가게 되었다.공연이 끝나고 송재이에게 며칠이라는 휴가가 주어졌다.바닷가로 온 그녀는 모래사장에 철푸덕 누워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았다. 가슴이 벅찬 느낌이 들었다.바닷바람에 파도가 살랑 일렁이며 기분 좋은 편안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송재이는 두 눈을 감고 그 소리를 감상했다. 평온한 분위기에 마음도 편안해졌다.그러나 이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송재이의 머릿속에 갑자기 설영준이 떠올랐다.두 사람이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보낸 즐거웠던 시간, 뜨거운 포옹과 다정한 키스, 전부 떠올랐다.잊고 있었던 감정이 다시 휘몰아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이 설영준을 뼛속까지 사랑한다는 것을, 그가 없이는 못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핸드폰을 꺼낸 그녀는 푸른 바다를 사진으로 찍은 뒤 S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6화 해원

    그날 후로 송재이는 설영준이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진 것처럼 살았다. 더는 그의 문자에 답장을 해주지도 않았고 그의 연락처는 전부 차단해 버렸다.설영준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자 그제야 송재이의 결정을 눈치채게 되었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너무도 아팠지만,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고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송재이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았고 자주 보육원에 들락거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그녀는 현실에서 도피해보려고 했다.보육원에서 그녀는 해원이라는 여자아이를 알게 되었다.처음 해원이를 보았을 때는 보육원의 운동장에서였다.해원이는 혼자 구석에 있는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저 조용히 그네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다른 애들과 달리 해원이는 어딘가 음침하고 암울해 보였다.송재이는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해원에게 손을 내밀었다.“해원아, 안녕. 나는 송재이라고 해. 해원이랑 같이 놀아도 될까?”해원은 고개를 들었다. 다소 경계하는 눈빛으로 송재이를 볼 뿐 말을 하지도, 손을 잡지도 않았다.송재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해원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 이후로 송재이는 밥 먹듯 보육원으로 와서 해원만 만났다.그녀는 해원에게 장난감과 책을 사주었다. 이것으로 해원과의 거리를 조금 좁혀보려는 생각이었다.그러나 해원은 송재이의 선물에도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묵묵히 받곤 묵묵히 옆에 내려놓았다. 해원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고 거리를 지켰다.송재이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방식으로 해원과 가까워지려고 시도했다.해원이 그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 해원에게 그림을 가르쳤다.그럼에도 해원은 거리를 두었다. 송재이의 가르침에도 무시한 채 묵묵히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만 그렸다.송재이는 여전히 포기할 수 없어 인내심 있게 해원을 기다렸고 해원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칭찬해주기도 했다.점점 해원은 송재이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해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587화 입양

    송재이는 해원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면서 달랬다. 속상한 마음에 자책하기도 했다.해원에게 주는 자신의 사랑이 부족해도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다짐했다. 반드시 해원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만들어주기로. 해원에게도 가족의 따듯함과 엄마의 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송재이는 해원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해원을 위해 아늑한 방도 만들어주고 안에는 아기자기한 장난감과 책도 있었다.해원은 그런 자신의 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행복한 얼굴로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는 아주 즐거운 듯했다.그러나 해원은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웠다.이미 전에 파양 당한 적이 있었던지라 그때의 상처와 괴로움은 여전히 아이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더는 아무도 믿지 않겠다고, 더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송재이는 그런 불안한 해원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지라 섣불리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더 많은 시간을 해원과 보내며 따듯한 관심을 주었다.그녀는 거의 매일 해원의 곁에 붙어 있으면서 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림도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공기 좋은 공원에도 함께 갔다. 그녀의 행동으로 해원은 천천히 그녀를 신뢰하게 되었고 의지하게 되었다.어느 날, 송재이는 해원을 데리고 동물원에 갔다.해원은 귀여운 동물을 보며 즐거운 듯 활짝 웃고 있었다.송재이는 즐거운 해원의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이 살아갈 의미와 의지할 구석을 찾았음을 알게 되었다.동물원에서 나온 뒤 송재이는 해원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려 했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해원의 침대에 앉아 다정하게 손을 잡으며 말했다.“해원아, 너한테 아직 상처가 남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될까?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하거든. 해원이한테 따듯한 집을 주고 싶어. 나는 더는 아이를 낳을 수 없지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너한테 줄 거야. 널 내 진짜 딸로 만들고 싶어. 해원아, 나랑 같이 살면서 내 딸로 있

Latest chapter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60화 포기하면 안 돼

    통화가 종료된 후 설영준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다시 한번 송재이 병실로 가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곤 창백한 얼굴로 고요히 잠든 송재이의 얼굴을 보았다.설영준은 마치 송재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나직하게 말했다.“재이야, 내 말 들려?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미약해진 체온을 느꼈다.“어쩌면 지금 내 말이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설영준은 이내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우리 아직 함께 해보진 못한 일들이 많아. 혹시 기억해?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함께 세계 곳곳에 있는 나라로 여행 가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네가 지금 눈만 떠준다면 난 지금 당장 너랑 함께 그 떠날 거야.”이때 누군가 노크하더니 도정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준 씨, 경찰들이 지금 출동했다고 하네요. 곧 도진욱의 거처로 들이닥칠 거예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았다.“정원 씨,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저 대신 재이 좀 잘 챙겨주세요. 전 누구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 사람이 아마 이 사건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여긴 제가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도 재이를 건들지 못할 거예요.”설영준은 고마운 눈빛으로 도정원을 힐끗 보곤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설영준은 나직하게 송재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재이야, 나 얼른 돌아올게. 그러니까 나 꼭 기다려줘야 해.”송재이의 병실에선 도정원만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은 이미 진상을 찾으러 떠났다.그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친구는 의학 부문에서 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9화 새로운 증거

    그러자 보안 요원이 말했다.“여긴 병원 CCTV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영상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설영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전 송재이 씨 약혼자입니다. 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보안 요원은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설영준은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송재이가 쓰러지기 전 도진욱은 물잔을 송재이에게 건넸다. 그 순간 설영준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같은 시각 도정원은 병실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엔 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약물의 이름과 사용량이 적힌 쪽지였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바로 설영준에게도 알렸다.두 사람은 각자 발견한 것을 공유하곤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도진욱이 송재이에게 건넨 물잔과 쪽지 위에 쓴 약물의 명칭을 보았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닫게 되었다.송재이가 검사실로 들어간 뒤 설영준과 도정원은 각자 단서를 찾으러 움직였기에 설영준은 다시 돌아와 송재이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도정원은 쪽지에 적힌 약물 이름을 보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초조한 얼굴로 검사실 밖에서 송재이를 기다렸다.“재이야, 꼭 버텨야 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설영준은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송재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송재이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말이다.설영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재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가 그때 엄청 찬란한 미소를 지었었어. 네 찬란한 웃음이 온통 어둠뿐이던 내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었지. 그때 널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바로 이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 설영준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재이는 어때요?”“저희가 최선을 다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독에 중독된 거라 독 분석하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8화 단서

    송재이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도정원과 도진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수사관이 빠르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저희가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도정원은 빠르게 긴급 호출 벨을 누르면서 송재이를 부축한 채 옆에 있던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의자에 앉히자마자 도정원은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재이야, 조금만 버텨줘. 의사가 금방 도착할 거야.”도진욱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송재이를 보았다. 속으로 뭔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독에 중독됐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예리한 수사관은 그런 도진욱의 상태를 눈치채고 바로 심문했다.“도진욱 씨,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하세요. 송재이 씨가 왜 갑자기 중독된 거죠?”도진욱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전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왜 제 조카를 죽이겠습니까?”바로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송재이를 살펴보았다.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급하게 검사받으러 갔다. 도정원과 도진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수사관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에 이미 사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도정원이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도진욱은 홀로 구석으로 간 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안에 있는 핸드폰만 불안한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나야. 일이 복잡하게 됐어. 송재이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서 경찰이 개입하게 되었어. 나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하지만 우린 지금 반드시 움직여야 해.”전화기 너머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군요. 일단 절대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나게 되니까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7화 중독

    화가 난 도정원은 이를 빠득 갈았다.“그게 무슨 의미죠? 설마 아버지 병이 당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정체 모를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곧 알게 될 거야. 참, 도진욱. 가문의 이익을 위해 네 동생 행복을 희생했었지? 이젠 네가 희생할 차례야.”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고개를 돌려 도진욱을 보며 설명을 바랐다.그러자 도진욱이 말했다.“난... 난 정말 몰랐어. 그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전부 가문을 위해서였어.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한 적 없다고.”송재이는 무력감이 들었다.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이 가족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절망에 빠진 송재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예요?”도정원도 다소 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셨다고요. 우리 도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익에만 눈멀어 가족을 버리는 가문이 된 거죠?”도진욱의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힘이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아, 그땐 내 잘못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내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더 힘이 있는 가문이 될 줄 알았고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난... 난 정말 미안하구나.”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는 막막하면서도 불안했다.“두 사람은 전부 제 가족이에요. 전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얼굴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당신들이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도정원과 도진욱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진상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조사라는 것을“네, 협조하겠습니다.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6화 충격적인 사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짙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도진욱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단다. 네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관한 얘기란다.”도정원과 송재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의아하면서도 초조했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도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도착하니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꾸나. 이 일은 내가 너희들 얼굴을 보면서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전화를 끊은 후 도정원과 송재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도진욱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고 도진욱이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욱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과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와 도정원의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모르는 사실은 더 많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요?”“그래, 그때 당시 나와 네 엄마는 확실히 그런 사이였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 나중에 난 그 삼각관계에 빠지기로 했고 네 엄마랑 네 아빠를 이어주기로 했었지. 그때의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도 말이야.”송재이와 도정원은 충격받은 얼굴로 도진욱을 보았다. 그가 꺼낸 얘기는 도경욱이 꺼낸 얘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큰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그러셨어요?”“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아직 살아 있을 때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구나.”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는 긴급 호출 벨이 울렸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병실로 달려왔고 송재이와 도정원도 얼른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들을 보더니 고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5화 마지막 오늘

    송재이는 얼른 도경욱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도정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 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저 일정한 의료 기기 소리만 들려오며 시간이 흘렀다.도경욱은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아쉬움과 죄책감만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미약한 목소리지만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재이야, 내 딸.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네 출생의 비밀과 네 엄마에 관한 얘기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엄마가 왜요?”도경욱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깊이 숨겨둔 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때 네 엄마, 그러니까 서지원의 약혼 상대는 내 형이었단다. 네 큰아버지지.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쳤지. 서지원이... 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나였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도정원도 놀란 표정인 것을 보아 처음 알게 된 사실인 것 같았다.도경욱은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다. 난 지원이를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었어.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때는 이런 추문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지.”송재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감정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아빠, 그럼 대체 왜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도경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4화 마지막 만남

    박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때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아주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지.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머니가...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셨어.”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왜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박정후가 대답했다.“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의 난 분명 어머니가 그 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또 어쩌면 내가 사랑놀이에 푹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박윤찬은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어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하실 분은 아니야.”박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그 여자는 성이 임 씨였어. 임씨 가문은 우리 성씨 가문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있었지. 이 원한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거라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어. 두 가문의 후대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어.”박윤찬은 놀란 모습이었다.“난 임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머니도 나한테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다고.”박정후가 말했다.“어머니는 이 원한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길 바라셨던 거야. 하지만 사실상 잊히지 않았지. 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지난 세대에서도 심각한 충돌이 있었어. 두 가문은 사업 경쟁을 벌이다가 더 틀어지게 되었지.”박윤찬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 경쟁이라니?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그래, 하지만 지난번 경쟁에서 임씨 가문은 파산당하게 되었지. 그 가문 어르신도 결국 그때 세상을 뜨게 되신 거야.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성씨 가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벌여 그런 비극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3화 떠난 이유

    박정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겨 버렸다.그는 나직하게 말했다.“제가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건 저와 윤찬이 사이에... 오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랑 윤찬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윤찬이 곁을 떠났죠. 하지만 혈연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거잖아요.”묵묵히 박정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송재이는 박정후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송재이가 말했다.“가족 사이에 확실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죠.”설영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정후 씨는 정의를 위해, 동생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했으니 윤찬 씨도 이해해줄 거예요.”장주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정후 씨가 한 모든 것을 박윤찬 씨가 알게 된다면 분명 아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박정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확고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윤찬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윤찬이와 화해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들을 도와준 정체 모를 인물은 바로 박정후였다.그는 마음이 너무도 복잡했다.이번 일로 동생과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다.박정후가 말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윤찬이가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형으로서 책임을 다할 거예요.”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윤찬과의 거리감을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꼭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전 반드시 윤찬이한테 찾아가야 해요.”박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찬이가 저를 만나고 싶어 하든 말든 상관없이 알려주고 싶어요. 전 단 한순간도 윤찬이를 포기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송재이는 박정후의 손을 잡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2화 그의 정체

    설영준과 송재이는 서도재의 비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본 뒤 도망칠 길이나 반격할 기회가 없는지 파악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조용히 숨어서 행동을 개시하려고 했다.설영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서도재, 이러면 네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전부 드러났어. 밖엔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서도재의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빠르게 다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찰이 깔려 있다고? 넌 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거로 보이나 봐? 이 아지트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송재이는 설영준이 방 한구석에 있는 창문에 힐끗 본 것을 발견하곤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녀는 일부러 서도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우린 여기서 그쪽과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겠네요. 그쪽 아지트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밖에 경찰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지 한 번 지켜보자고요.”서도재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꺼지더니 어둠이 내려앉았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확성기로 말했다.“꼼짝 마!”설영준과 송재이는 어둠 속에서 빠르게 창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설영준은 있는 힘껏 발로 창문을 깨버렸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깥엔 이미 에어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서도재는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불빛이 다시 켜졌을 땐 설영준과 송재이는 이미 사라졌다.그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쫓아가! 반드시 두 사람 내 앞에 잡아 와!”그러나 서도재의 부하들이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이미 밖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미리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경찰은 확성기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모두 들으세요.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당장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