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581 - 챕터 590

660 챕터

제581화 축복

서유리의 청첩장을 받은 송재이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그녀와 서유리는 비밀 하나도 없는 친구 사이였고 함께 수많은 힘든 시간도 보냈었다.서유리가 박윤찬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 사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러나 현재, 제일 친한 친구가 행복을 찾은 모습을 보니 송재이는 기쁨을 느꼈다.송재이는 서유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서유리의 행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재이 씨. 청첩장 잘 받았어요? 재이 씨가 가장 먼저 저한테 연락해주리라 예상하고 있었어요!”송재이는 미소를 지었다. 서유리의 행복과 기대가 고스란히 그녀에게도 전해졌다.“유리 씨, 정말 축하해요. 드디어 행복을 찾으셨네요. 정말 너무 기뻐요.”서유리는 다소 수줍은 듯하면서도 행복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재이 씨, 꼭 제 결혼식에 와줘야 해요. 재이 씨가 있어야 제가 긴장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송재이는 서유리의 요구에 흔쾌히 대답했다. 그녀는 절친한 친구를 위해 직접 웨딩드레스를 골라주기로 하면서 서유리가 행복해하는 순간을 직접 두 눈으로 보려 했다.며칠 후, 송재이는 서유리와 함께 유명한 웨딩드레스 매장으로 왔다.매장에는 여러 가지 디자인의 웨딩드레스가 진열되었고 전부 예뻐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서유리는 눈을 반짝이며 흥분하면서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드레스를 구경하다가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하나씩 골라보았다.송재이는 서유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서유리가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을 때마다 진심을 담아 평가를 해주며 골라주었다.드디어 서유리는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랐다.서유리가 고른 웨딩드레스는 아주 우아한 것이었다. 밑단 부분엔 레이스가 달려 고귀하고 순결한 서유리의 이미지와 찰떡이었다.거울 앞에 선 서유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송재이는 서유리가 느끼는 행복과 자신감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재이 씨, 저 예뻐요?”서유리는 몸을 빙글 돌며 미소를 지은 채 송재이에게 물었다.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
더 보기

제582화 진상

하객들은 호텔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송재이는 호텔 입구에서 우연히 설영준을 발견했다.설영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송재이를 보았다. 그는 다소 심란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입이 떼어지지 않는 듯했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직 설영준을 마주하기엔 그녀도 심란했다.그녀는 당연히 설영준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박윤찬만 생각하기로 했다.설령 그녀와 박윤찬이 더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설영준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설영준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송재이는 다소 의아하면서도 난감한 어투로 말했다.설영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재이야, 서유리 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와 본 거야. 그런데 여기서 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송재이는 설영준 앞에 서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슬픈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을 계속 묵묵히 지켜본 남자의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송재이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하려 했다.“설영준 씨, 오늘은 아주 좋은 날이에요. 그러니 과거의 일로 좋은 분위기를 망치지 말죠.”송재이는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이 문제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설영준은 다소 괴로운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송재이가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정을 유지하기엔 어려웠다.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침묵을 선택했다.그는 송재이에게 부담을 줄 생각도 없고 마음을 받아달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서유리가 호텔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녀는 송재이와 설영준의 눈빛에서 애정과 괴로움을 읽어냈다.서유리는 송재이가 설영준을 위해 했던 고통스러운 일들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 유산한 일도 말이다.이 일에 대해선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말해주지 않았기에 서유리도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괴로워하는 두 사람을 보니 서유리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그녀는 알고 있었
더 보기

제583화 흔들리는 마음

설영준은 카페에서 나왔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괴로웠다.그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송재이가 이렇게나 큰 고통을 혼자 끌어안고 살아가리라는 것을. 게다가 이 큰 고통은 전부 그가 만든 것이었다.죄책감이 들면서 그는 소홀했던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송재이를 지켜주지 못해 분하기도 했다.내딛는 걸음이 무거웠다. 꼭 자신의 마음을 짓밟는 듯한 기분이었다.머릿속에 서유리가 했던 말이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서유리가 내뱉은 말은 가시가 되어 그의 심장을 찔렀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송재이에게 찾아가 사과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를 위해 뭐든 다 하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설영준은 결의에 찬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더는 현실에서 도피해서는 안 된다.핸드폰을 꺼내 바로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다소 떨림이 느껴지는 송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설영준 씨, 왜 갑자기 전화한 거예요?”설영준은 깊은숨을 들이쉬곤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재이야, 우리 만날 수 있을까? 나 중요하게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승낙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두 사람은 송재이의 아파트에서 만나기로 했다.설영준은 허둥지둥 달려갔다. 긴장과 기대가 가득한 마음으로.그는 초인종을 꾹 눌렀다. 송재이가 문을 열자 강렬한 감정이 몰려왔다.“재이야, 나...”설영준은 멈칫했다.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기 때문이다.송재이는 설영준을 빤히 보았다. 의아하면서도 불안했다.설영준이 긴장하고 있음을 그녀도 느꼈다. 그가 아주 중요한 말을 할 것을 눈치챘다.“영준 씨,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설영준은 송재이의 앞에 서서 긴장과 기대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보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말을 내뱉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질 것을. 어쩌면 송재이를 잃을
더 보기

제584화 헤어진 이유

결국 다음에 다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다음 날, 설영준과 송재이는 장소를 다시 잡았다. 남도의 유명한 오래된 건축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그들이 만나기로 한 건축물의 역사는 유구했다. 이곳에서 수많은 커플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벽돌 하나하나에 전부 낭만적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남도는 예로부터 번화한 도시였다.설영준은 미리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건축물 그늘에 서서 고개를 젖힌 뒤 점점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보며 기대와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오늘 이 만남이 그와 송재이의 사이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을.송재이도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지라 꼭 그림을 찢고 나온 선녀처럼 우아하고 청순해 보였다.그녀는 사뿐사뿐 걸어왔다. 마치 이 평화를 깨버리기라도 하듯 말이다.송재이가 설영준의 시야에 들어왔을 때 강렬한 감정이 휘몰아쳤다.두 사람은 건축물 앞에서 만났다.설영준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건축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주위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조각상과 벽화는 휘황찬란했던 과거를 알려주는 듯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역사를 느끼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들은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이곳에선 남도 전체를 구경할 수 있으니까.노을빛이 두 사람의 몸에 쏟아져 두 사람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건축물의 제일 높은 곳에 서서 아름다운 남도의 경치를 구경했다. 두 사람 모두 심란했다.설영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곤 용기를 내어 송재이와 대화를 나눠보려고 했다.“재이야.”설영준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알고 싶어, 대체 왜 헤어지자고 한 거야?”송재이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가 언젠가 이 질문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설영준의 시선을 피하며 다소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영준 씨, 그동안 계속 궁금해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설영준
더 보기

제585화 행복하기를

설영준은 송재이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며 묵묵히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나 눈빛에 서린 실망감은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빠르게 평온함을 되찾았다.“재이야, 네가 망설여도 난 이해해. 난 네가 내 선물에 부담을 갖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설영준은 씁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확고했다.“하지만 그냥 네게 알려주고 싶었어. 언제든지 네가 필요하다면 난 얼마든지 네 곁에 있어 줄 수 있어.”송재이는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보았다. 감동에 젖어 다소 촉촉해진 눈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설영준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랬기에 더 감동을 받게 되었고 그의 진심은 더 진귀하게 느껴졌다.“영준 씨, 이해해줘서 고마워요.”송재이는 떨림이 전해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눈빛은 단호했다.“전 우리 관계를 열심히 고민해 볼 거예요. 그리고 제 감정도 진지하게 마주해볼 생각이에요.”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기쁜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송재이의 말은 그에게 희망을 심어주었고 기회가 있음을 의미했으니까.며칠 뒤, 송재이는 일 때문에 해외 공연을 하러 가게 되었다.공연이 끝나고 송재이에게 며칠이라는 휴가가 주어졌다.바닷가로 온 그녀는 모래사장에 철푸덕 누워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았다. 가슴이 벅찬 느낌이 들었다.바닷바람에 파도가 살랑 일렁이며 기분 좋은 편안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송재이는 두 눈을 감고 그 소리를 감상했다. 평온한 분위기에 마음도 편안해졌다.그러나 이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송재이의 머릿속에 갑자기 설영준이 떠올랐다.두 사람이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보낸 즐거웠던 시간, 뜨거운 포옹과 다정한 키스, 전부 떠올랐다.잊고 있었던 감정이 다시 휘몰아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이 설영준을 뼛속까지 사랑한다는 것을, 그가 없이는 못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핸드폰을 꺼낸 그녀는 푸른 바다를 사진으로 찍은 뒤 S
더 보기

제586화 해원

그날 후로 송재이는 설영준이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진 것처럼 살았다. 더는 그의 문자에 답장을 해주지도 않았고 그의 연락처는 전부 차단해 버렸다.설영준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자 그제야 송재이의 결정을 눈치채게 되었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너무도 아팠지만,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고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송재이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았고 자주 보육원에 들락거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그녀는 현실에서 도피해보려고 했다.보육원에서 그녀는 해원이라는 여자아이를 알게 되었다.처음 해원이를 보았을 때는 보육원의 운동장에서였다.해원이는 혼자 구석에 있는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저 조용히 그네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다른 애들과 달리 해원이는 어딘가 음침하고 암울해 보였다.송재이는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해원에게 손을 내밀었다.“해원아, 안녕. 나는 송재이라고 해. 해원이랑 같이 놀아도 될까?”해원은 고개를 들었다. 다소 경계하는 눈빛으로 송재이를 볼 뿐 말을 하지도, 손을 잡지도 않았다.송재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해원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 이후로 송재이는 밥 먹듯 보육원으로 와서 해원만 만났다.그녀는 해원에게 장난감과 책을 사주었다. 이것으로 해원과의 거리를 조금 좁혀보려는 생각이었다.그러나 해원은 송재이의 선물에도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묵묵히 받곤 묵묵히 옆에 내려놓았다. 해원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고 거리를 지켰다.송재이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방식으로 해원과 가까워지려고 시도했다.해원이 그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 해원에게 그림을 가르쳤다.그럼에도 해원은 거리를 두었다. 송재이의 가르침에도 무시한 채 묵묵히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만 그렸다.송재이는 여전히 포기할 수 없어 인내심 있게 해원을 기다렸고 해원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칭찬해주기도 했다.점점 해원은 송재이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해
더 보기

제587화 입양

송재이는 해원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면서 달랬다. 속상한 마음에 자책하기도 했다.해원에게 주는 자신의 사랑이 부족해도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다짐했다. 반드시 해원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만들어주기로. 해원에게도 가족의 따듯함과 엄마의 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송재이는 해원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해원을 위해 아늑한 방도 만들어주고 안에는 아기자기한 장난감과 책도 있었다.해원은 그런 자신의 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행복한 얼굴로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는 아주 즐거운 듯했다.그러나 해원은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웠다.이미 전에 파양 당한 적이 있었던지라 그때의 상처와 괴로움은 여전히 아이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더는 아무도 믿지 않겠다고, 더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송재이는 그런 불안한 해원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지라 섣불리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더 많은 시간을 해원과 보내며 따듯한 관심을 주었다.그녀는 거의 매일 해원의 곁에 붙어 있으면서 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림도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공기 좋은 공원에도 함께 갔다. 그녀의 행동으로 해원은 천천히 그녀를 신뢰하게 되었고 의지하게 되었다.어느 날, 송재이는 해원을 데리고 동물원에 갔다.해원은 귀여운 동물을 보며 즐거운 듯 활짝 웃고 있었다.송재이는 즐거운 해원의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이 살아갈 의미와 의지할 구석을 찾았음을 알게 되었다.동물원에서 나온 뒤 송재이는 해원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려 했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해원의 침대에 앉아 다정하게 손을 잡으며 말했다.“해원아, 너한테 아직 상처가 남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나 한 번만 믿어주면 안 될까?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하거든. 해원이한테 따듯한 집을 주고 싶어. 나는 더는 아이를 낳을 수 없지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너한테 줄 거야. 널 내 진짜 딸로 만들고 싶어. 해원아, 나랑 같이 살면서 내 딸로 있
더 보기

제588화 비참한 기분

설영준은 송재이가 왜 해원을 입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머릿속에 의문만 가득했다.그는 예전에 송재이가 인터뷰에서 혼자 사는 생활이 편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해원을 입양한 후로 송재이는 친구들과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게 되었다.송재이는 SNS에 해원과 찍은 사진으로 도배했다. 핸드메이드를 하든 외출을 하든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 올렸다. 사진 속에서 해원을 향한 모성애와 행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SNS에 관심에 없던 설영준은 자주 게시물을 올리는 송재이로 인해 점차 매일 SNS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그는 묵묵히 송재이가 공유한 일상을 보았고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지 않았다. 행여나 그가 송재이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되면 침묵하거나 더는 일상을 공유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설영준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부터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가끔 비참한 기분도 들었다.박윤찬은 문턱에 서서 묵묵히 송재이와 해원의 모습을 보았다.송재이는 바닥에 앉더니 인형을 들며 천천히 해원에게 설명했다.“해원아, 이 곰돌이를 봐. 얘 이름이 브라우니래. 이걸 밤마다 꼬옥 끌어안고 자면 우리 해원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대.”해원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곰 인형을 만졌다. 아이의 두 눈은 빛나고 있었고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요? 브라우니가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거예요?”송재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매일 밤 꼬옥 안고 자면 이 브라우니가 우리 해원이를 나쁜 꿈에서 포근하고 따듯하게 지켜줄 거야.”박윤찬은 두 사람의 모습에 미소가 그려졌다. 조용히 송재이와 해원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재이 씨, 해원이를 준비한 방이 정말로 아늑하고 예쁘네요.”송재이는 고개를 들어 감격의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윤찬 씨. 윤찬 씨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예쁘게 꾸미지 못했을 거예요.”박윤찬은
더 보기

제589화 찬 바람이 부는

40분 뒤, 박윤찬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설영준은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금방 나온 것인지 따듯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있었다. 아직 마시지 않은 듯 잔 주위가 깨끗했다.박윤찬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친 뒤 자리에 앉았다.“말해 보세요, 영준 씨. 무슨 고민이 있는 거죠?”박윤찬은 직설적으로 물었다.설영준은 고개를 들었다. 막막한 눈빛이었다.“윤찬 씨, 전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재이가 왜 해원이를 입양했는지. 재이는 전부터 아이 갖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재이는 왜 절 받아주지 않는 걸까요?”박윤찬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영준의 고민에 대충 두어 마디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그는 설영준을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영준 씨, 재이 씨가 해원이를 입양한 건, 해원이에게 엄마가 필요해 보여서 그랬을 거예요. 재이 씨는 해원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거든요. 그리고 두 사람의 일에서 감정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에요. 재이 씨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야죠.”커피잔을 든 설영준은 침묵했다.깊은숨을 들이쉰 설영준은 용기를 내어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꺼냈다.“윤찬 씨, 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재이가 유산 두 번이나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말이에요. 게다가 의사 선생님이 재이에게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송재이와 해원이의 사이는 끈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송재이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설영준을 받아주지 않는 송재이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갔다.설영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전, 재이가 해원이를 입양한 게 의지할 곳, 마음 붙일 곳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아이를 잃은 슬픔을 해원이를 입양하는 거로 달래는 거죠.”박윤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이해했다.“어쩌면 그럴 수도 있죠. 해원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공허해진 마음도 채우려고 한 것일 수도 있죠.”설영준은 자신과 송재이는
더 보기

제590화 사라진 해원

설영준은 다소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송재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특히 문예슬과는 더욱.그의 목소리가 차가워지고 거리감도 선명하게 느껴졌다.“문예슬 씨, 제가 말했을 텐데요, 그 부분에 관해선 얘기하지 말자고요.”문예슬은 차가워진 설영준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설영준의 마음을 알아보려고 했다.“영준 씨, 전 영준 씨가 송재이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있는지 알아요. 하지만 송재이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영준 씨도 이젠 새로운 삶을 가야 하잖아요.”설영준은 들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잔뜩 엄숙해진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어투는 아주 단호했다.“예슬 씨, 저를 걱정해준 건 고마운데, 저랑 재이의 일은 문예슬 씨가 함부로 말할 만큼 간단하지 않아요.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라고 했죠? 그건 제가 알아서 할 거예요. 그러니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말아요.”문예슬은 영원히 설영준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포기가 되지 않았다. 설영준이 떠나려고 할 때 문예슬은 그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어딘가 사악한 눈빛이었다.설영준의 뒷모습을 보니 이렇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더 강렬하게 들었다.그녀는 자신의 미모와 뛰어난 지혜로 유혹하기만 하면 넘어오지 않을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매력이 흘러넘쳤으니까.그러나 설영준의 차가운 모습과 단호함에 그녀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실패감을 느끼게 되었다.눈빛이 악랄하게 변한 그녀는 속으로 다짐했다. 어떻게든 설영준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리라고.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설영준이 여전히 송재이를 사랑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에게 송재이는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은 나쁜 여자였다. 애초에 설영준은 자신의 남자였어야 했으니까.문예슬은 레스토랑에 앉아 설영준이 떠난 곳을 빤히 보았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벽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손을 움켜쥐며 냅킨을 구겼다.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손가락이 하얘질 정
더 보기
이전
1
...
5758596061
...
6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