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591 - 챕터 600

660 챕터

제591화 납치

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허둥지둥 집안의 문을 전부 열어보며 해원을 찾으려고 했지만, 단서도 보이지 않았다.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그녀는 해원이 지금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송재이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문예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예슬은 평온하면서도 차가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재이야, 해원이를 살리고 싶으면 설한그룹 옥상으로 와. 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송재이는 가슴이 쿵쾅 뛰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해원이가 왜 문예슬에게 납치를 당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었고 문예슬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시간도 없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반드시 자신이 가서 해원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문예슬, 대체 원하는 게 뭐야?”송재이는 긴장하면서도 분노로 가득한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문예슬이 픽 웃었다.“송재이, 난 너한테 지금 기회를 주고 있는 거야. 영준 씨야, 해원이야.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해. 일단 와, 와보면 해원이가 어디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다. 송재이는 머리가 어질거렸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간단한 선택이 아니라 문예슬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문예슬의 진정한 목적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반드시 가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송재이는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문예슬이 해원이를 해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반드시 두 눈으로 해원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설한그룹에 도착한 그녀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었다.깊은숨을 들이쉰 그녀는 용기를 내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로 직행한 그녀는 옥상의 버튼을 꾹 눌렀다.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갔다. 송재이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고 긴장과 불안에 휩싸였다.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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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넘어설 수 없는

설영준의 목소리를 들은 문예슬은 더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보며 따져 물었다.“영준 씨, 나랑 결혼해 줄래요? 나랑 결혼해 주면 이 꼬마 놔줄게요.”설영준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것이 함정임을 알고 있었지만, 해원이 다치는 걸 더 원하지 않았다.깊은숨을 들이쉰 그는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래요.”그러나 문예슬은 설영준의 대답을 믿지 않았고 더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말했다.“거짓말하지 말아요! 영준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송재이뿐이잖아요! 그런데 나랑 결혼해 주겠다고요?!”그녀는 말하면서 해원이를 억지로 옥상 변두리까지 끌고 갔다.해원은 공포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버둥거렸지만, 어른인 문예슬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송재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위험한 곳까지 끌려간 해원을 본 그녀는 울부짖었다.“문예슬, 당장 그 손 놔!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우리 해원이를 놔줘!”그러나 이성을 잃은 문예슬은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송재이, 드디어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게 되었구나? 너도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기분을 알게 되었다고!”모든 사람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문예슬은 갑자기 해원을 팔에서 손을 떼더니 옥상 아래로 밀쳤다.해원의 모습은 순식간에 시야에 사라졌다. 송재이는 그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안돼!!!”송재이는 울부짖었다. 문예슬이 해원을 옥상에서 밀어버리는 모습을 그대로 목격하게 되었다.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송재이는 힘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늘이 핑글핑글 돌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설영준과 경찰이 바로 움직였다. 그들은 옥상 끝으로 달려가 해원을 잡아보려고 했다.그러나 늦어버린 후였다. 해원은 이미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문예슬의 행동으로 설영준은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거칠게 문예슬을 잡은 뒤 경찰에게 넘겼다.그러나 문예슬이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해원을 잃은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달래줄 수 없을 것이다.깨어난 송재이는 멘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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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세 번째 고통

송재이는 병실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녀의 두 눈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영혼이 텅 비어버려 오로지 공허함만 남아 있었다.손가락을 들어 부드러운 이불을 만졌다. 그러다가 닿은 차가운 철 침대가 마치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설영준이 그립기도 했지만 정작 그가 눈앞에 있다면 더 극심한 죄책감을 느끼면서 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설영준이 분명 자신을 원망하고 미워하리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 사랑하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송재이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에 손을 들어 올려 움켜잡았다. 숨 쉬는 것조차 그녀에겐 고통이었다.눈을 감으며 이 현실에서 도망쳐보려고 했지만, 꿈속에 나타난 해원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다.나약하고, 공포에 휩싸인 아이의 두 눈, 절망 속에서 그녀를 향해 뻗은 작은 손, 전부 그녀에게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날아와 가슴을 푹푹 찔렀고 영혼이 바스라 들었다.송재이는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니 어느새 베개는 흠뻑 젖어버렸고 그녀의 마음도 눈물 속에 잠기게 되었다.그녀는 점차 자신의 존재를 질책하기 시작했다.만약 그녀만 없었더라면 해원이는 이런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만약 그녀가 더 일찍 위험을 눈치챘다면 이 모든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 아니겠는가?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늦어버렸고 돌일 킬 수 없었다.송재이의 세상이 무너지고 점차 절망의 늪에 빨려 들어갔다.다시 눈을 떴을 때 창문 커튼 사이로 따사로운 햇볕이 흘러들어와 하얀 벽에 쏟아졌다.그녀는 여전히 악몽을 꾸고 있었고, 그 악몽 속에서 깨어나지 않으려 했다.그러나 그녀의 두 눈에 초점이 잡혔다. 놀란 눈으로 옆에 앉아 있는 설영준을 보았다. 그의 모습은 유난히도 선명하게 보였다.그녀의 시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석고 붕대를 감은 그의 팔이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날의 장면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떠올랐다. 해원이가 옥상으로 떨어지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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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그가 없는 일상

설영준은 화가 난 눈빛이었다. 결국 분노가 터지고 말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분노와 고통을 꾹 눌러 참는 목소리로 말했다.“송재이, 그래 네 말이 맞아. 난 영원히 네가 느끼는 고통이 어떤지 모를 거야. 하지만 잊었어? 그 두 아이도 내 아이야! 너는 나라고 마음이 편한 줄 알아? 나도 매일매일 고통스럽고 절망스럽다고. 만약 그때 내가 조금 더 잘 대처했다면, 그랬다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잖아!”송재이는 터진 설영준의 분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의 눈빛엔 고통이 가득했다. 그녀는 그제야 괴로움과 절망에 사는 사람이 그녀 혼자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설영준도 그녀와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도 가슴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그는 심호흡한 뒤 감정을 갈무리했다.송재이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설영준이 참았던 분노를 터뜨릴 때부터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설영준이 진심을 말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가 느끼는 고통도 느끼고 있었다. 점차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자신이 그동안 설영준의 감정과 기분을 전부 무시하고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설영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목소리는 아까보다 온화해졌다.“재이야, 난 여기 있어. 네 곁을 떠나지 않아. 우린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어.”흐느끼는 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지며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눈물이 줄 끊어진 진주처럼 똑똑 흘러내렸다.설영준은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꼈다.그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두 팔을 뻗어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끌어안았다.그의 품은 따듯하고 견고했다. 꼭 피난처처럼 송재이에게 안정감과 위로를 주었다.송재이의 흐느끼는 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설영준의 품에서 진정하게 된 그녀였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옷을 적셔버렸지만, 그녀는 진정된 듯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송재이의 울음소리는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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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도피

송재이가 떠난 후 설영준은 혼자 서재에 앉아 있었다. 서재에 흐르는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보았다. 글씨를 끄적인 흔적이 있는 것을 보아 누군가 사용했던 것 같았다.휴지통 안을 보았다. 그 안에는 구겨버린 종이가 가득했다.설영준은 손을 뻗어 휴지통에서 꺼내 천천히 펼쳐보았다. 송재이의 글씨였다.[서로 사랑하는데 이루어질 수 없네.]그녀가 쓴 이 한마디가 설영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알고 있었다. 이 한마디는 송재이가 그와의 부부관계가 끝나 고통스러움에 쓴 한 마디라는 것을. 이 한마디에 그녀의 슬픔과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설영준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절망을 느끼게 되었다.눈빛이 공허해지며 손에 든 종이가 바윗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져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의자 등받이에 등을 털썩 기댄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후회했다.송재이가 이 한마디를 어떤 심정으로 끄적였을지 상상이 갔다. 분명 느껴지는 괴로움과 슬픔에 버둥거리다가 결국 그의 곁을 떠나야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설영준은 무력감이 들었다. 그는 대체 어떻게 그녀와의 관계를 되돌려야 할지 몰랐고, 또 어떻게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상처를 지워야 할지도 몰랐다.세상에서 하나뿐인 보물을 잃은 사람처럼 그는 공허한 눈빛으로 천장을 보았다. 너무도 쓸쓸했다.시선이 다시 그 구겨진 종이에 닿았다. 글자 하나하나가 그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을 했지만, 운명의 장난에 결국 헤어져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설영준의 두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나왔다. 더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요한 서재에서 설영준은 혼자 송재이가 쓰다가 버린 그 한마디를 맞이해야 했고 이 비참하고 슬픈 마음을 느껴야 했다.그는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쳐 설영준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었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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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광기

풀려난 문예슬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송재이가 입양하려던 아이를 잃은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송재이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유가 전혀 이해가 안 됐다.문예술의 세상에서 아이는 수단에 불과하다. 아이를 거래 목적으로 사용하는 그녀는 당연히 아이가 어머니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이날 문예슬은 송재이를 찾았다. 그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비웃었다.“난 이해가 안 돼. 입양하려던 애를 잃었을 뿐이잖아. 왜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오바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문예슬을 바라보는 송재이의 눈빛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직 깊은 슬픔만 있을 뿐이다. 그녀는 문예슬의 무지함과 냉정함에 슬펐다. 문예슬은 영원히 그녀의 기분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넌 모를 거야.”송재이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너한테 아이는 도구일 뿐이잖아. 하지만 나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혈육이야. 내가 직접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똑같아. 똑같이 살점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파.”이 말을 들은 문예슬은 웃음을 터뜨렸다. 광기 서린 웃음이었다. 그녀는 비정상적으로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너 진짜 놀랍다. 그걸 느끼는 네가 대단하게 느껴지지? 모성애, 뭐 그런 건 줄 알지? 웃겨.”송재이는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문예슬의 도발을 받고도 평온하기만 했다.문예슬의 광기는 전적으로 그녀의 문제다. 송재이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으므로 광기에 영향받고 싶지 않았다.“웃음으로 악행이 지워질 것 같아? 넌 모성애를 몰라. 아이를 잃은 고통도 모를 거야. 이건 네 문제야. 내가 아니라.”“악행?”문예슬의 미소는 천천히 굳었다. 그녀의 눈빛도 점차 예리해졌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랑 악행을 운운해? 넌 깨끗한 줄 알아? 네가 한 일은 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줄 아냐고!”송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문예슬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이성 잃은 사람과 다퉈봤자 입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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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고통

송재이는 잘 알았다. 문예슬과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계략과 인내가 필요했다.다음 신경전에서 그녀는 더욱 치밀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녀는 SNS를 이용하여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문예슬이 고립감을 느끼도록 말이다.그녀는 신경 써서 만든 글들을 올렸다. 모든 글에 행복한 느낌이 가득 담겼다. 회식 자리에서 환히 웃고 있는 그녀의 미소도 아주 아름다웠다.그 뒤에는 일부러 남자와 다정하게 있는 사진도 올렸다. 남자의 모습이 희미해서 상상의 공간이 아주 많았다.이 글들을 보면 그녀가 아주 행복한 생활을 한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생활 속에는 사랑과 우정과 성공으로 가득했다.그녀가 작성한 문구에도 현재에 대한 열정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올린 글은 문예슬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나 너보다 잘 살아.”송재이는 문예슬이 이 글들을 볼 것을 잘 알았다. 심지어 그녀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이 악문 모습도 상상되었다.송재이의 목적이 바로 문예슬의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녀는 문예슬이 통제권을 잃고 불안해하기를 바라봤다.며칠 후, 송재이는 공개적인 활동에서 ‘우연히’ 문예슬과 마주쳤다. 그녀는 일부러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문예슬을 향해 걸어갔다.“오랜만이야, 예슬아.”송재이는 쉽게 알아챌 수 없이 비꼬며 말을 이었다.“너 요즘 심심해 보이더라? 내가 올린 글 봤어? 난 되게 보람차게 지냈어.”문예슬의 안색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녀는 당연히 송재이가 올린 글을 봤다. 모든 글과 사진이 그녀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이런 거로 나한테 영향 줄 수 있을 줄 알았어?”문예슬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벌써 떨리기 시작했다.송재이는 피식 웃었다. 계획이 성공했음을 직감했던 것이다.“영향? 아, 네가 오해한 모양이구나.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 물론 넌 내 인생에서 아웃됐지만.”송재이의 계획에는 작은 허점이 있었다. 불필요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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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방해

이튿날 아침.문예슬은 일찍이 설영준의 회사 아래로 왔다. 설영준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걸 알았기에, 이 기회에 어제 일어난 일을 설명하려고 했다.하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바쁘게 설영준의 지시로 출입금지 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대는 한순간 사라지고 말았다.그런데도 문예슬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사무실 밖에서 기다렸다. 언젠가 설영준이 생각을 바꿀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 그녀는 동상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오가는 사무실 직원들은 궁금하고도 동정하는 시선을 보내왔다. 그래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렸다.여진은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문예슬의 존재와 그녀의 뚝심이 느껴졌다.그는 설영준의 성격을 잘 알았다. 그가 결정한 일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끈질기게 기다리는 문예슬을 바라보며 마음이 약해졌다.결국 여진은 참지 못하고 설영준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대표님, 문예슬 씨가 밖에서 한참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용건이 있는 모양입니다.”설영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기분이 복잡했다. 문예슬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건 알았지만, 지금은 전혀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는 너무나도 피곤했다. 지금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설영준이 대답 없는 것을 보고 여진이 말을 보탰다.“대표님의 마음은 알지만 정말 급해 보여서 그럽니다. 무슨 일로 왔는지라도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설영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그래요, 들어오라고 해요.”설영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진은 머리를 끄덕이고 나가서 문예슬에게 말을 전했다.이 말을 들은 문예슬은 다시 희망을 품었다. 그녀는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심호흡하더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설영준은 책상 앞에 앉아서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 차가운 얼굴에는 피곤함이 서렸다.“무슨 일로 왔어요?”문예슬은 설영준의 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 그녀에게는 기회가 별로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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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새롭게 시작

문예슬은 설영준의 사무실에 가만히 서 있었다. 마음속에는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용기를 내서 설영준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과거는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설영준은 차갑게 거절해 버렸다.“싫어요.”이 세 글자는 비수처럼 문예슬의 심장에 꽂혔다.안색이 창백해지는 것도 잠시 금방 부끄러운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설영준의 거절은 그녀의 고백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그녀는 거칠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동시에 분노가 서렸다.말없이 입술을 깨문 그녀는 몸을 돌려서 밖으로 나갔다....요즘 송재이는 오로지 일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꿈은 음악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인재로 배양하는 곳으로 말이다.그녀는 이 계획에 열정이 가득했다. 그래서 매일 여러 사람을 만나며 투자금을 모았다.오늘도 그녀는 회의실에 앉아서 핸드폰을 꽉 잡았다. 눈빛에는 긴장과 기대로 가득했다. 이때 핸드폰이 드디어 울리고 그녀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장 대표님. 저 송재이예요.”“아, 재이 씨. 안녕하세요.”“장 대표님, 전에 말씀드렸던 투자 건 다시 얘기하려고 하는데요. 저희 쪽에서 서류와 계획서를 전부 준비했어요.”“저도 그 일 때문에 연락했어요. 참 미안하게 됐네요. 우리 회사에 요즘 전략적 조정이 있었어요. 전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것도 철회해야겠어요.”“네? 대표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자료도 다 준비했는데요? 그리고... 그리고 스튜디오 준비도 이미 시작했어요.”“충격적인 소식이란 거 알아요. 저희도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에요. 재이 씨가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은 아주 높이 평가해요. 하지만 도무지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네요.”송재이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장 대표님. 저희도 빨리 계획을 조정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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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감당

신재명의 시선은 설영준의 얼굴에 맴돌았다. 궁금한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설영준은 쉽게 감정을 내비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송재이와 무언가 있는 게 분명한데도 말이다.신재명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송재이 씨는 아주 유능한 사람이에요. 혹시... 친한 사이인가요?”설영준은 고개를 돌려서 신재명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는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그건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조금... 복잡한 일이라서요.”신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촉하지 않고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한참 침묵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호기심은 점점 더 커졌다.설영준은 이런 식으로 사심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소 하지 않는 일도 하는 걸 봐서 송재이와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안 그래도 복잡해 보이더라고요. 두 분 사이가.”설영준은 고개를 들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이제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신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인간관계가 다 그렇죠. 그리고 송재이 씨의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투자자로서만 그런 거 아니죠?”설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재이는 재능이 뛰어나요. 투자할 가치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설영준이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길래 신재명도 계속 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스튜디오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계획서는 전부 다 봤습니다. 생각이 아주 새로워요. 음악에 대해서도 남다른 견해가 있는 것 같아요. 투자금만 있으면 분명히 성공할 프로젝트예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투자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테니 꼭 성공하게 해주세요.”“네, 설 대표님 덕분에 저도 든든하네요. 앞으로 계속 송재이 씨랑 연락할게요. 준비되는 대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알았어요. 그럼 수고해요.”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설영준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카페에서 나간 그는 시원한 공기를 마셨다. 하지만 마음속은 아직도 답답했다. 송재이가 떠오른 것이다.송재이는 그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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