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471 - 챕터 480

660 챕터

제471화 사랑해서 보내주는 거야

송재이는 절망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머리가 지끈했다. 하지만 설영준이 설씨 가문 독자로서 가문의 기대와 책임을 혼자 짊어졌다는 것을 송재이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설영준의 미래는 가문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고 오로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없었다.카페를 나선 송재이는 넋이 나간 채 방황했고 찻길로 걸어가다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던 택시에 치일 뻔했다. 아찔한 순간 송재이를 인도로 끌어준 건 다름 아닌 이원희였다. 이원희는 송재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관심해 주고 친절을 베풀었다. 이원희는 낯빛이 창백하고 초점을 잃은 송재이를 부축하며 다급히 물었다.“재이 씨, 왜 위험하게 이러고 있었어요!”송재이는 입만 뻐끔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아봤지만 결국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이원희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고는 근처 백화점으로 들어가서 조용한 곳을 찾아 앉았다.이원희가 송재이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고 겨우 진정한 송재이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원희 씨, 저... 영준 씨를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이원희는 적잖이 놀랐고 보내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눈치챘다. 그러고는 잔뜩 움츠러든 송재이를 다독이며 부드럽게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천천히 얘기해 봐요.”송재이는 오서희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과 자신의 고민을 전부 알려주었다. 설영준이 책임져야 할 것들, 이 감정의 깊이 그리고 난처한 입장까지 모조리 말하자 이원희는 송재이를 꼭 안아주며 위로해 주었다.때때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은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줄 수 없기에 이원희는 송재이를 격려해 주고 응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이원희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난 재이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영준 씨를 많이 사랑하는 건 알지만 재이 씨를 더 사랑해 줘요. 사랑해서 보내준다는 말도 있잖아요.”송재이가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원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갔다. 송재이는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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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시도하다

이원희가 건넨 위로와 격려 속에서 송재이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송재이는 절망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이별을 고하고 싶지 않았다. 오서희의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지만 사랑을 위해 한 번 더 용기 내려고 했다.집에 돌아온 송재이는 오서희가 했던 말을 뒤로 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설영준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고 촛불에 불을 붙인 뒤, 두 사람은 낭만적인 만찬을 즐겼다.청순한 원피스를 입은 송재이는 설영준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함께 산책하러 나가자고 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로수길을 걷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송재이는 설영준의 팔을 꼭 끌어안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려고 일부러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설영준은 달빛에 비친 송재이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재이야, 오늘 밤 달이 유난히 더 예쁜 것 같아. 꼭 너처럼 말이야.”송재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영준 씨, 당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좋아.”두 사람은 조용히 걸었고 맞잡은 두 손에서 서로의 온기가 느껴져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주었다. 이때 설영준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재이야, 요즘 힘들었지? 내가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해.”송재이는 설영준의 손을 꽉 잡고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영준 씨랑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우리 지금처럼 사랑한다면 어떤 시련이 와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설영준은 멈춰서더니 송재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당신은 나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나의 유일한 약점이야. 앞으로 내가 더 잘해주고 당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줄게.”집으로 돌아온 송재이는 클래식 음악을 틀고는 설영준과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았다. 송재이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싶었고 설영준 어깨에 기대 입을 열었다.“영준 씨,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당신 편이야.”송재이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설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송재이의 손을 꽉 잡았다. 두 사람은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송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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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영준 씨를 닮은 아기

송재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거울 앞에 서서 심호흡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었고 설영준이 들어오자 눈을 마주치며 부드럽게 말했다. “물이 뜨거워서 델 뻔했는데 괜찮아졌어.”설영준은 송재이의 빨개진 눈가를 쳐다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송재이를 품에 끌어안고 한참을 다독여 주었다. 설영준한테 안긴 송재이는 온기와 심장박동을 느끼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영준 씨, 정말 노력했는데도 아기가 찾아오지 않으니까 너무 불안해. 하는 일마다 손에 안 잡히고 우울해져서...”설영준은 송재이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재이야,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언젠가는 될 거고 당장 안 생겨도 난 당신 곁에 항상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다음날, 도정원과 도경욱이 송재이를 보러 남도로 왔고 송재이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알고 보니 도정원이 남도에서 송재이 명의로 된 아파트를 구매했던 것이다. 도정원은 송재이의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고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향했다.송재이는 서재로 들어가 도경욱과 마주 앉았고 햇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책상에 비췄다. 송재이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찻잔을 움켜쥐었고 차갑게 식은 차만큼이나 송재이의 마음에도 칼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송재이는 자상한 미소를 짓는 도경욱을 바라보며 고민을 털어놓았다.“아빠, 저는 영준 씨를 닮은 아기를 낳고 싶은데...”송재이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지만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도경욱은 손을 내젓더니 입을 열었다.“재이야, 이 세상에는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주 드물단다. 너랑 영준이의 미래와 행복은 아기한테 달린 것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아.”도경욱의 목소리는 심금을 울릴 만큼 단단하고 차분했다. 송재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이걸로 영준 씨랑 멀어지게 될까 봐 두려워요.”송재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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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파리 여행

도경욱과 송재이는 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들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느긋하게 걷던 송재이는 설영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심호흡한 뒤에야 받았다.“영준 씨,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어. 아빠가 파리 출장 가는데 나도 바람 쐬러 같이 가려고 공항에 왔어.”설영준은 침묵하더니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갑자기 파리라니... 재이야, 우리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이겨내기로 했잖아.”송재이가 부드럽게 대답했다.“영준 씨, 며칠 후면 돌아올 거야. 내가 피곤해 보였는지 아빠가 같이 가서 좀 쉬다가 오자고 하더라고.”설영준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의 마음은 알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래. 내가 어떻게 당신 혼자 해외로 보내?”송재이는 피식 웃었다.“영준 씨, 나 괜찮아. 아빠도 있고 아빠랑 일하시는 분들도 같이 가거든.”설영준은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알아, 아는데... 그냥 당신이 걱정돼.”설영준은 송재이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아기를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었기에 갑자기 해외로 놀러 간다는 말이 달갑지 않았다. 설영준이 투정을 부리려 할 때, 도경욱이 전화를 건네받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영준아, 나야. 네가 재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곁에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여행 간 김에 푹 쉬다가 오면 두 사람한테도 좋을 거야.”설영준은 도경욱의 목소리를 듣더니 공손하게 대답했다.“아저씨,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재이한테 도움이 된다면 저야 너무 좋죠.”도경욱이 미소를 지었다.“이해해 줘서 고마워. 영준아, 재이랑 돌아가면 연락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전화를 끊은 뒤, 설영준은 만감이 교차했다. 송재이가 걱정되었지만 지나친 관심은 곧 집착이 되는 법이었다. 도경욱의 말대로 송재이가 여행하면서 기분이 나아지면 두 사람한테도 좋지만 설영준은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파리에 있는 동안 송재이와 도경욱은 경치 좋은 곳을 둘러보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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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질투하다

이때 도경욱이 입을 열었다.“카를로스 씨, 이것도 인연인데 재이랑 같이 사진 한 장 찍어줄까요? 파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게 너무 신기해서요.”카를로스는 환한 미소를 짓더니 송재이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송재이 씨와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이에요. 낭만의 도시 파이에서 사진 한 장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송재이는 예상치 못한 제안에 당황했지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사진 찍어요.”도경욱은 휴대폰을 꺼냈고 카를로스와 송재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자, 여기 보세요. 두 사람 좀 더 붙어 서고 웃어볼게요! 지금 표정 아주 좋아요.”송재이와 카를로스는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이 섰고 두 사람은 카메라를 보며 웃었다. 도경욱은 이 아름다운 장면을 찍었고 이 사진을 누군가에게 보내려고 마음먹었다.“사진 잘 나왔네. 재이야, 아빠 잘 찍었지?”송재이는 휴대폰을 건네받고는 사진을 보더니 밝게 웃었다.“역시 우리 아빠는 최고예요. 고마워요, 아빠!”도경욱은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설영준만 볼 수 있게 설정해 두었다. 오묘한 심리 게임이 시작되었다. 바다 건너편의 설영준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설영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진 속에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재이가 또 카를로스랑 마주쳤다고?’두 사람은 친구가 아닌 더 깊은 관계처럼 보였고 애틋한 분위기에 질투 난 설영준은 불안한지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설영준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고 안절부절못했다.설영준은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눌렀고 고민 끝에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난 뒤, 송재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영준 씨, 무슨 일로 전화했어? 나 지금 밖에서 재밌게 놀고 있거든.”설영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재이야, 요즘 잘 지내? 파리 음식은 입에 맞고?”송재이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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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너만 있으면 돼

송재이는 설영준이 질투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일부러 짓궂은 장난을 쳤다. 송재이는 잔뜩 신이 난 채 말했다.“영준 씨, 지금 질투하는 거야? 젠틀하고 다정한 카를로스 덕분에 좋은 시간 보내고 있었거든.”설영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솟구쳐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내가 당신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면서도 그 사람이랑 같이 있었어? 나 속 터지는 꼴 보고 싶어?”송재이는 대수롭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어머, 날 걱정했구나. 난 또 영준 씨가 일만 하느라 나를 잊어버린 줄 알았지.”설영준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더는 참을 수 없었다.“재이야, 그렇게 말하지 마. 네가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건 죽기보다도 더 싫어. 특히 카를로스는 더 싫다고!”송재이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장난기를 거두었다.“미안해, 내가 장난이 심했어. 거리 둘 테니까 날 믿어줘.”두 사람이 대화하는 도중에 도경욱이 갑자기 전화를 빼앗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영준아, 나야. 우리 할 얘기가 남은 것 같은데.”설영준은 바짝 긴장한 채 공손하게 대답했다.“아저씨, 잘 지내셨어요?”그러고는 직설적으로 도경욱에게 물었다.“재이랑 카를로스가 같이 찍은 사진을 왜 인스타그램에 올리셨는지 여쭙고 싶었어요. 아저씨가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도경욱이 침묵하자 설영준은 마른침을 삼켰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아저씨, 저는 재이가 걱정되어서 그래요. 재이가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도경욱은 날이 선 말투로 대답했다.“영준아, 내가 내 딸 하나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할 것 같아? 재이는 네 화풀이 대상이 아니야. 재이가 간만에 편하게 쉬는데 이참에 좀 내버려둬.”설영준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아저씨.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도경욱이 차갑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설씨 가문 사모님께 앞으로 아기를 가지는 일로 더는 재이를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고 전해줘. 누구도 재이의 미래와 행복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설영준은 도경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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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열나는 것 같아

세 날 뒤, 송재이와 도경욱은 남도로 돌아왔다. 설영준이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갔고 입꼬리에 귀에 걸려있었다. 송재이가 귀국함으로써 설영준의 마음에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송재이는 또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고 상사의 칭찬을 한 몸에 받으며 연출자 명단에 오르게 되었다. 또한 완벽한 연출을 위해 악착같이 연습했고 가끔 연습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설영준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출장 갔고 두 사람은 자기 전에 꼭 영상 통화하자고 약속했었다. 떨어져 있으면서 애틋한 감정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설영준이 송재이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받지 않았다. 걱정된 설영준은 연거푸 전화를 걸었고 몇 번의 시도 끝에야 송재이가 전화를 받았다.영상통화가 연결되자 설영준은 송재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발견했다.“재이야, 얼굴이 왜 그래? 어디 아파?”송재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영준 씨, 나 열나는 것 같아. 팔에 힘이 안 들어가네.”설영준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당신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송재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영준 씨, 나 괜찮아. 다른 분이 의사를 부르러 갔고 난 연습실에서 기다리는 중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설영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이 아픈데 나라도 당신 곁에 있어야지. 지금 갈 테니까 기다려.”송재이는 미소를 지으며 설영준을 말렸다.“처리할 업무도 많을 텐데 그러지 않아도 돼. 여기에 의사 선생님이랑 동료들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불안해진 설영준은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박윤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윤찬은 설영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두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설영준이 얼마나 불안하고 조급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송재이는 호텔 방에서 휴식을 취했고 잠깐 눈 붙인 사이에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다. 송재이가 힘겹게 전화를 받자 박윤찬의 목소리가 들렸다.“재이 씨, 저 박윤찬이에요. 영준 씨가 저한테 직접 재이 씨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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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위기를 기회로

박윤찬은 송재이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더니 피곤했는지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고요한 방에 갑자기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송재이는 고열에 시달렸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겨우 침대에서 내려온 송재이는 휘청거리며 거실로 나가 박윤찬을 찾았다.“윤찬 씨,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요...”얼굴이 창백한 송재이는 목소리마저 떨려왔고 이마에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윤찬은 재빨리 일어나더니 다급히 물었다.“재이 씨, 괜찮아요? 같이 병원으로 가요!”송재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윤찬은 송재이를 부축해서 밖으로 나갔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 도착한 뒤, 박윤찬은 송재이를 휠체어에 앉히고는 응급실로 향했고 복도의 코너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다.“아!”부딪힌 사람은 문예슬의 비서 김소희였다. 최근 들어 실수가 잦아지고 업무 시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사퇴 위기에 놓여있었다. 마음이 급한 박윤찬은 송재이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못했기에 그대로 지나치고 말았다.김소희는 어깨를 매만지며 화내려 하는데 박윤찬을 보고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저 사람 송재이잖아? 무슨 일로 여기까지...”김소희는 문예슬이 송재이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걸 알기에 문예슬한테 잘 보이면 사퇴 당할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여겼고 조용히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박윤찬과 송재이가 혹여나 눈치챌까 봐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회를 엿보았다. 이때 박윤찬은 응급실 앞까지 도착했고 의사와 간호사가 송재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박윤찬은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고 있었다.김소희는 박윤찬이 세심하게 송재이를 보살피는 모습, 응급실로 들여보낸 뒤의 불안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긴박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과 표정이 박윤찬의 마음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 김소희는 이 영상을 문예슬에게 전송했다.이런 ‘특급 정보’는 문예슬의 인정을 받을 기회였다. 한편, 문정 그룹의 회의실에서 문예슬과 문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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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특별한 감정

응급실에서 한창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송재이의 상태는 점점 회복되었고 열이 내렸으며 심박수와 호흡도 안정되었다. 박윤찬은 응급실에서 나온 의사의 말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김소희는 구석에서 이 광경을 몰래 관찰하고 있었다. 문예슬의 인정을 받기 위해 송재이를 감시했고 승진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히죽 웃다가 문예슬이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지 못한 후과에 두려워하기도 했다.한편, 문정 그룹 회의실.회의를 끝마친 뒤, 문예슬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성호한테 말했다.“오빠,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문성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문예슬은 회의실을 나서면서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이 영상을 손에 넣은 한, 중요한 시점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병원 내부는 조용했고 간호사의 발걸음 소리와 환자의 기침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박윤찬은 응급실 밖의 의자에 앉아서 설영준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송재이를 걱정하는 설영준한테 부담을 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박윤찬은 설영준이 송재이의 상황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꺼냈지만 배터리가 다 나간 상태였다. 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송재이는 응급실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 설영준과 행복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고 송재이는 미소를 지었다. 이때 갑자기 음습하게 돌변하더니 주현아와 지민건이 송재이의 아기를 마구 괴롭히는 장면이 나타났다. 절망과 고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송재이는 식은땀을 흘렸다. 거친 호흡과 함께 악몽에서 깨어났고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침대맡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재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박윤찬이었다. 송재이는 이럴 때 친구가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겼고 더는 외롭지 않았다.박윤찬이 다급히 물었다.“재이 씨, 괜찮아요? 불편한 곳은 없어요?”송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악몽을 꿨어요.”박윤찬이 잔에 물을 떠 오며 위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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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설영준의 부탁

설영준은 심호흡하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송재이와 박윤찬이 함께하면서 설영준을 불안하게 했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설영준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고 남도로 돌아가는 일정을 배정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류지안 생각이 났다.한편, 박윤찬은 병원 의자에 앉아 응급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재이의 상태를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응급실에 오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책했다.박윤찬은 송재이 곁에 설영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감정의 끈을 놓지 못했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발신자는 설영준이었다. 설영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윤찬 씨, 재이 좀 어때요?”박윤찬이 고개를 숙이고는 대답했다.“안정을 취한 상태지만 의사 선생님이 계속 지켜봐야 한다더라고요.”설영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일 남도로 돌아갈 거예요. 재이 곁에 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박윤찬은 설영준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설영준이 얼마나 송재이를 사랑하는지 깨달았다.“영준 씨가 올 때까지 제가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전화를 끊은 뒤, 박윤찬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영준이 돌아오면 송재이를 직접 보살펴 주지 못할 것이고 미묘한 신경전도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송재이가 하루빨리 낫는 것이다.침대에 누워있던 송재이는 머리가 점점 맑아지는 것 같았다. 박윤찬이 건네준 잔을 꼭 쥐고는 미소를 지었다. 박윤찬한테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다.박윤찬의 표정에서 송재이에 대한 감정이 드러났기에 송재이는 설영준의 여자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때 류지안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잠에서 금방 깬 송재이는 류지안을 보더니 눈을 비비고는 다시 크게 떴다. 흐릿했던 초점이 확대되면서 류지안과 마주하게 된 송재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류지안 씨,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송재이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류지안은 침대맡으로 다가가 송재이를 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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