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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영준 씨를 닮은 아기

송재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했다. 거울 앞에 서서 심호흡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었고 설영준이 들어오자 눈을 마주치며 부드럽게 말했다.

“물이 뜨거워서 델 뻔했는데 괜찮아졌어.”

설영준은 송재이의 빨개진 눈가를 쳐다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송재이를 품에 끌어안고 한참을 다독여 주었다.

설영준한테 안긴 송재이는 온기와 심장박동을 느끼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영준 씨, 정말 노력했는데도 아기가 찾아오지 않으니까 너무 불안해. 하는 일마다 손에 안 잡히고 우울해져서...”

설영준은 송재이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

“재이야,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언젠가는 될 거고 당장 안 생겨도 난 당신 곁에 항상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날, 도정원과 도경욱이 송재이를 보러 남도로 왔고 송재이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알고 보니 도정원이 남도에서 송재이 명의로 된 아파트를 구매했던 것이다.

도정원은 송재이의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고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송재이는 서재로 들어가 도경욱과 마주 앉았고 햇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책상에 비췄다. 송재이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찻잔을 움켜쥐었고 차갑게 식은 차만큼이나 송재이의 마음에도 칼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송재이는 자상한 미소를 짓는 도경욱을 바라보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빠, 저는 영준 씨를 닮은 아기를 낳고 싶은데...”

송재이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지만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도경욱은 손을 내젓더니 입을 열었다.

“재이야, 이 세상에는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주 드물단다. 너랑 영준이의 미래와 행복은 아기한테 달린 것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아.”

도경욱의 목소리는 심금을 울릴 만큼 단단하고 차분했다. 송재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걸로 영준 씨랑 멀어지게 될까 봐 두려워요.”

송재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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