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80화 설영준의 부탁

설영준은 심호흡하고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송재이와 박윤찬이 함께하면서 설영준을 불안하게 했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설영준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고 남도로 돌아가는 일정을 배정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류지안 생각이 났다.

한편, 박윤찬은 병원 의자에 앉아 응급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재이의 상태를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응급실에 오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책했다.

박윤찬은 송재이 곁에 설영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감정의 끈을 놓지 못했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발신자는 설영준이었다. 설영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윤찬 씨, 재이 좀 어때요?”

박윤찬이 고개를 숙이고는 대답했다.

“안정을 취한 상태지만 의사 선생님이 계속 지켜봐야 한다더라고요.”

설영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일 남도로 돌아갈 거예요. 재이 곁에 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박윤찬은 설영준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설영준이 얼마나 송재이를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영준 씨가 올 때까지 제가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화를 끊은 뒤, 박윤찬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영준이 돌아오면 송재이를 직접 보살펴 주지 못할 것이고 미묘한 신경전도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송재이가 하루빨리 낫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있던 송재이는 머리가 점점 맑아지는 것 같았다. 박윤찬이 건네준 잔을 꼭 쥐고는 미소를 지었다. 박윤찬한테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다.

박윤찬의 표정에서 송재이에 대한 감정이 드러났기에 송재이는 설영준의 여자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때 류지안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잠에서 금방 깬 송재이는 류지안을 보더니 눈을 비비고는 다시 크게 떴다. 흐릿했던 초점이 확대되면서 류지안과 마주하게 된 송재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지안 씨,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

송재이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류지안은 침대맡으로 다가가 송재이를 눕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