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491 - 챕터 500

520 챕터

제491화 재결합

다음 날, 비록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송재이는 약속대로 설영준의 사무실 앞에 나타났다.또한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두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될 운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란히 서 있는 거리는 한 뼘에 불과했지만 마음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은 벽에 가로막힌 듯싶었다.설영준과 송재이는 잇달아 사무실을 나섰고, 가는 길 내내 침묵을 지켰는데 심지어 눈빛 교환조차 없었다.송재이는 만감이 교차했고, 설영준의 무심한 태도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둘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운전석에서 차를 몰던 여진도 유난히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끼고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이내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두 남녀를 힐끔거렸고, 불편한 표정의 송재이와 침묵을 유지하는 설영준을 발견했다.설영준의 오른팔로서 페이스를 잃은 상사와 이처럼 쌀쌀맞은 송 선생님의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기에 저도 모르게 걱정이 들었다.차 안은 에어컨을 틀어 시원했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한기 때문인지 송재이는 두 팔을 꼭 껴안으며 조금이나마 체온을 유지하려고 했다.설영준이 무심결에 시선을 돌리자 스스로 껴안은 송재이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도로 삼켰다. 대체 무슨 수로 이 침묵을 깨뜨려야 하지?그렇게 차가 약속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입을 꾹 닫고 있었다.여진은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대표님, 송 선생님, 도착했어요.”차에서 먼저 내린 설영준은 밖에 서서 감정을 추스르는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두 사람이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박윤찬과 류지안도 있었다.눈치 빠른 설영준은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마치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실마리를 찾으려는 듯 번갈아 훑어보았다.곧이어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했고, 주문하는 동안 박윤찬은 류지안을 과하다시피 챙겨주었다.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송재이도 어안이 벙벙했다.레스토랑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수라장을 마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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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상처뿐인 직감

설영준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류지안과 박윤찬은 사전에 합을 맞춰 모든 멘트와 액션을 꼼꼼하게 연습해 디테일마저 자연스럽고 진실하게 보이도록 했다.박윤찬의 손을 살며시 잡은 류지안의 모습은 다정하면서 확신이 넘쳤고, 행복한 표정은 만족감이 묻어났다.이내 설영준을 돌아보며 차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영준 씨, 사람 일은 워낙 모르는 법이에요. 비록 과거에 작은 오해로 헤어진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한층 더 성숙하고 나니 역시나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다행히 박윤찬도 아직 싱글인지라 새로운 기회라고 여기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박윤찬은 옆에 잠자코 있었다. 비록 표정은 어딘가 어색했지만 그녀의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그리고 류지안을 지지한다는 듯 손을 살포시 포갰다. 그와 동시에 부드러운 눈빛으로 마치 설영준에게 둘은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사이니까 거짓말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설영준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이내 박윤찬과 류지안을 번갈아 훑어보며 표정에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찾아내려고 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찰떡 호흡과 진솔한 모습을 보자 속으로 품었던 의심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그제야 한시름 놓게 되었고, 물론 친구로서 류지안과 박윤찬을 지지하고 믿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설영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이게 둘의 결정이라면 존중해 줄게요.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비록 겉으로 수긍하긴 했으나 운전하고 돌아가는 길에 마음속을 가득 채운 의구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차 안의 분위기는 또다시 가라앉았고, 고요함은 무형의 벽처럼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었다.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에 송재이는 왠지 모르게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유는 설영준의 침묵뿐만 아니라 자신을 의심하는 그의 불신 때문이기도 했다.결국 참다못해 한마디 했고, 떨리는 목소리는 단호함이 묻어났다.“설영준, 차 세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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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비보

설영준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박윤찬과 류지안의 갑작스러운 재결합이 의아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다른 속셈이 숨어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왜냐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수시로 송재이를 향하는 박윤찬의 시선을 모를 리 있겠는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눈빛은 전 여친과 다시 만난다고 해서 숨기기 힘들 것이다. 설영준의 마음은 질투로 가득 찼다. 박윤찬이 송재이를 위해 이런 희생까지 감수한다는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박윤찬이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심을 지우려는지 그 의도에 대해 당최 짐작이 안 갔다.왠지 모르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그는 자존심이 상하고 감정적으로 타격이 컸다.“재이야, 넌 몰라.”설영준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박 변호사님은 단지 널 지켜주고, 네가 내 의심받지 않게 하도록 그랬을 뿐이야.”송재이는 어리둥절했다. 생각지도 못한 설영준의 답변에 눈빛은 의혹으로 가득했다.“날 지켜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설영준은 속으로 망설였다. 송재이가 박윤찬의 집착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물론 그녀에게 질투로 똘똘 뭉친 자기 모습도 보여주기 싫었다.이내 입만 벙긋하다가 결국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도로 삼켰다.“아니야.”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거의 티가 안 났다.“이만 돌아가자.”송재이는 설영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물론 미묘한 기분 변화를 눈치챘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어차피 하기 싫은 말을 물어봤자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결국 묵묵히 차에 다시 올라탔고, 두 사람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설영준은 시동을 걸었다. 어두운 밤, 차는 송재이의 집을 향해 천천히 달렸다.가는 내내 둘을 아무 말도 안 했고,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가로등과 가끔 반짝이는 전조등만이 침묵의 귀갓길에 위로가 되어주었다.송재이를 집까지 데려다준 다음 그는 지체하지 않고 작별 인사만 건네고는 차를 몰고 떠났다.그리고 일주일 동안 두 사람은 거의 교류도 없다시피 보냈고, 사실상 냉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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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추억

송재이를 바라보는 성수연의 눈빛은 추억에 젖어 들었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듯싶었다.잠시 후, 그녀는 남편과의 러브스토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당시 우리 남편을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죠.”나긋한 목소리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마치 옛날 영화처럼 소박하고 순수한 러브스토리였는데...”송재이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성수연의 말투에 담긴 애틋함과 슬픔이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그리고 둘이 함께 아름다운 시간을 수도 없이 많이 보냈어요.”성수연이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이의 감정도 점점 변해갔죠.”이내 한숨을 내쉬며 착잡한 눈빛으로 말했다.“사소한 일로 다투기 시작하다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점점 사라지더니 결국 좋게 헤어지기로 했어요.”회상에 잠긴 성수연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남편과 함께 보내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싶었다.“우리 남편은 정말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어요.”성수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복잡한 개념도 알기 쉽게 설명해줄 정도로 학문적 조예가 남달랐는데 당시 지식에 대한 열망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남편의 모습에 매료되었던 거로 기억해요.”송재이는 가만히 들어주었고, 성수연이 그나마 추억을 회상하며 위안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남편은 학자일 뿐만 아니라 자상한 남편이기도 했어요.”성수연이 다시 입을 열었고, 목소리에 그리움이 묻어났다.“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시절에 남편은 타고난 지혜와 유머 감각으로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해 주었죠. 설령 나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지긴 했으나 남편과 함께 보냈던 시간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이내 멈칫하더니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그리고 남편에게 특별한 버릇이 있었는데 매번 의견 충돌이 생길 때면 다음 날 항상 꽃다발과 함께 자기 생각과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적은 쪽지를 선물로 주곤 했어요. 이는 본인의 자존심도 지키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남편만의 독특한 화해 방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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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직감만 의지하다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밤바람이 송재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성수연을 향한 동정과 박윤찬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그리고 마침 떠나려는 찰나 문 앞에서 설영준을 마주쳤다.설영준은 그녀를 만날 줄 예상하지 못한 듯 착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위아래로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여기서 기다려.”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무의식중에 한 손으로 어깨를 살짝 짓눌렀다.비록 통증이 밀려왔지만 송재이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제 자리에 잠자코 서서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설영준을 지켜보았다.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만감이 교차했다.물론 설영준도 마음이 마냥 편치 않으리라 믿었고, 침묵으로 일관해도 이해는 갔다.따라서 혼자 묵념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송재이는 박윤찬의 집 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한밤중의 미풍이 불어와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자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이내 시선은 저도 모르게 설영준이 사라진 방향을 향했고 속으로 착잡하기 그지없었다.설영준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무거울 것이며, 박윤찬 아버지의 비보에 비통하고 무기력할 가능성이 컸다.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그를 동정했다. 지금이라도 가서 위로를 건네주고 싶었지만 설영준의 선택을 존중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30분 뒤, 설영준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이내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곁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조용히 손을 끌어당겼다.남자의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갔고, 비록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살벌했다.송재이는 손아귀의 힘과 그가 내뿜는 아우라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설영준이 곧바로 떠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뒤돌아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아버님의 비보는 어떻게 알게 되었어?”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캐물었다.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송재이는 어리둥절하더니 당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지안 씨가 알려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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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유은정

송재이와 설영준의 대화는 결국 말다툼으로 끝났고, 둘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계속되는 추궁과 불신에 송재이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아무 말 없이 박윤찬의 집을 떠났다. 쓸쓸한 밤하늘 아래 설영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리고 한 달 동안 일에 몰두한 그녀는 일부러 바쁘게 보냄으로 최대한 다른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설영준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기회는 피했고, 둘의 관계는 또다시 냉전 중인 상태로 돌아갔다.그러던 어느 날, 회사 인사팀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워낙 허약 체질이라 임신하기 어려웠다.괜스레 다른 직원에게 사생활까지 드러내고 싶지 않아 건강검진 하는 당일에 휴가를 내서 일부러 빠졌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그날 저녁 설영준이 불쑥 찾아왔다.그녀의 집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왜 건강검진 받으러 안 갔어?”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의혹으로 가득했다.송재이는 흠칫 놀랐다. 설영준이 이런 일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내 속으로 만감이 교차했고, 경악하면서도 허탈했다.“단지 필요성을 못 느껴서...”송재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설영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재이야, 널 강요할 생각은 없어. 다만 네 건강이 걱정되어서 그랬을 뿐, 안 그래도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데...”“영준 씨가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 알아.”송재이가 불쑥 끼어들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나한테 스스로 난관을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설영준은 묵묵부답했다. 착잡한 눈빛은 마치 마땅한 답변을 찾는 듯싶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입을 열었다.“최근에 나 때문에 힘들어한 걸 알아...”“사과할 필요 없어.”송재이는 또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도 이 화제에 대해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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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조언을 구하다

순간, 송재이의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녀는 유은정이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따라서 그동안 설영준과 있었던 갈등과 자신의 고민에 대해 낱낱이 털어놓았다.유은정은 진지하게 듣다가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듯 공감해주었다.그리고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송재이의 처지에 대해 걱정을 표했다.송재이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손을 살포시 잡고 위로를 건넸다.“재이야, 네 마음 이해해. 비록 감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너랑 영준 씨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로 믿어.”송재이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은정은 이성적이고 강한 사람인 만큼 항상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고마워, 은정아. 너라는 친구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유은정이 피식 웃었다.“우린 절친이잖아, 서로 도와주는 게 당연한 일이야. 그나저나 요즘 일은 어때? 새로운 이슈는 없어?”송재이는 미소를 지으며 유은정과 업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둘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었고,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레스토랑에서 두 여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회포를 풀었고, 덕분에 잠시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송재이의 마음은 한결 편안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은정이라는 절친이 곁에서 응원해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그리고 나중에 기분을 추스른 다음 설영준과 대화를 통해 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유은정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친구로서 당연히 서로 응원해야지 않겠어? 참, 내가 자리는 비우는 동안 문예슬이 애를 꽤 많이 먹였다고 하던데?”문예슬의 이름을 듣자 송재이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이내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더니 속으로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송재이는 문예슬만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거렸다.한동안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설영준 때문에 소원해지고 심지어 서로 등을 돌리기까지 했다.“맞아. 은정아, 그거 알아? 네가 떠난 이후로 문예슬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어.”송재이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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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이익 부팅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박윤찬과 마음을 감추는 송재이로 인해 식탁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면서도 미묘했다.박윤찬은 그의 신사적 품격을 유지하면서 말과 행동으로 변호사의 근엄함과 침착함을 드러냈다.그는 최대한 송재이가 불편해할 화제를 피하면서 일상의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법률 지식을 알려주었다.이는 유씨 집안으로 하여금 더없이 친근하고 유익한 느낌을 받았다.그러나 송재이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치열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송재이는 박윤찬이 자신에게 보내고 있는 관심 어린 눈빛과 조심스러운 말투를 모두 명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모든 행동은 전부 박윤찬이 그녀에 대한 소리 없는 표현들이었다.하지만 송재이의 마음은 이미 설영준을 향해있었고 박윤찬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고마움과 우정일 뿐이었다.“박 변호사, 어린 나이에 이런 성과를 다 얻고 정말 대단하네.”유중건이 박윤찬을 칭찬하며 말했다.박윤찬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과찬이세요. 아저씨, 저 배워야 할 게 아직도 많아요.”송재이는 묵묵히 만두를 먹으며 속으로는 설영준을 생각했다.말이 없는 송재이를 본 유은정은 조용히 송재이의 손을 잡아 주었다. 송재이의 마음이 복잡하다는 걸 유은정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저녁이 끝난 후 송재이는 유은정을 도와 설거지를 하며 주방에서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재이야, 너랑 박윤찬 사이에 별일 없는 거지?”유은정이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송재이는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없어,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이야.”유은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됐어, 난 또 너희 둘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송재이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은정아,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게.”저녁이 다 되어 유은정의 집에서 나온 송재이는 기분은 조금 나아졌지만, 마음 한편에 차지한 당혹감과 불안감은 여전했다.송재이가 집으로 들어서자 설영준은 마침 통화 중이었기 때문에 송재이가 왔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듯했다.설영준은 피곤하면서도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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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질투

설영준은 송재이에게 방금 통화 내용에 대해 해명하고 싶었다.유산 문제가 물론 현실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설영준이이 송재이에 대한 사랑은 그 어떤 외적인 요인에도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 진심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송재이가 방금 박윤찬을 만났고, 송재이에 대한 박윤찬의 감정을 알고 있는 설영준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의 맘속에서는 질투심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상심이 큰 박윤찬이 지금 필요한 건 위로와 응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 박윤찬을 동정하며 위로해주는 송재이가 그에게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될까 봐 설영준은 걱정스러웠다.이런 의심과 불안감은 설영준을 더욱더 초조하게 만들었다.송재이에 대한 진심과 박윤찬에 대한 질투로 하여 기분이 엉망이 된 설영준은 자기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불만과 걱정은 줄어들지가 않았다.“재이야, 너 착한 거 알아. 그래서 박윤찬을 돕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아.”설영준은 목멘 목소리로 애써 담담한 척 말했다.“하지만 이런 일 때문에 우리 관계가 영향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송재이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설영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영준아, 박윤찬은 그냥 친구로서 보러 간 것 뿐이야. 그게 우리 사이랑 무슨 상관인데?”설영준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고고 질투와 불안감으로 더는 침착해질 수가 없었다.설영준의 말투는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송재이의 마음속에 비수로 꽂히기 시작했다.“재이야, 넌 참 천진난만해.”설영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비아냥거림이 담겨있었다.“정말 박윤찬이 널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아? 박윤찬이 널 보는 눈빛 하며,너한테 잘해주는 거 하며, 진짜 너는 박윤찬이 뭘 원하는지 몰라?”설영준의 가시 돋친 말에 송재이는 기분이 언짢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설영준, 너 너무 억지 아니야?. 박윤찬은 지금 힘들 때잖아.그는 지금 친구의 이해와 응원이 필요할 뿐이야.”안색이 더욱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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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난 오직 너뿐이야.

얼굴빛이 살짝 변한 송재이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맞아요. 우리 사이에 조금 문제가 생겼어요. 설영준 씨가 나와 박윤찬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여러 번 설명하려고 했지만 듣고 싶지 않나 봐요.”송재이의 억울함과 슬픔을 알 수 있었던 성수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재이 씨, 나는 재이 씨 사람 됨됨이를 믿어요. 재이 씨와 박윤찬은 친구일 뿐이잖아요. 설영준도 알 거예요.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하겠죠.”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견고한 눈빛으로 대답했다.“저도 설영준씨가 이해 할거라고 믿어요. 다만 조금이라도 빨리 의심을 풀고 예전처럼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에요”두 사람은 식사하면서 각자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송재이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애썼다.그는 설영준한테도 시간이 필요하고 자신한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점심 식사 후 송재이와 성수연은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며 수다를 떨었다.송재이는 여전히 우울했지만 성수연의 관심과 응원을 느낄 수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송재이와 성수연이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송재이는 궁금증을 안고 문어 구로 향했다.문을 연 송재이는 문밖에 서 있는 설영준을 보고 어리둥절해졌고,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영준아, 여긴 어쩐 일이야?”이런 상황에 설영준을 만날 줄 몰랐던 송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설영준은 겸연쩍으면서도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대답했다.“재이야, 나... 너랑 할 얘기 있는데.”송재이는 고개를 돌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성수연을 쳐다보았다.성수연은 싱긋 웃으며 들어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깊은숨을 들이마신 송재이는 어쩌면 이것이 둘 사이의 오해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를 집으로 들여보낸 후 문을 닫았다.둘 사이의 문제는 둘이 해결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성수연은 방을 정리해야 한다는 핑계로 설영준과 송재이만 남겨둔 채 거실을 나갔다.둘만 남은 거실 분위기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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