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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비보

설영준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박윤찬과 류지안의 갑작스러운 재결합이 의아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다른 속셈이 숨어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수시로 송재이를 향하는 박윤찬의 시선을 모를 리 있겠는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눈빛은 전 여친과 다시 만난다고 해서 숨기기 힘들 것이다. 설영준의 마음은 질투로 가득 찼다. 박윤찬이 송재이를 위해 이런 희생까지 감수한다는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박윤찬이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심을 지우려는지 그 의도에 대해 당최 짐작이 안 갔다.

왠지 모르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그는 자존심이 상하고 감정적으로 타격이 컸다.

“재이야, 넌 몰라.”

설영준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박 변호사님은 단지 널 지켜주고, 네가 내 의심받지 않게 하도록 그랬을 뿐이야.”

송재이는 어리둥절했다. 생각지도 못한 설영준의 답변에 눈빛은 의혹으로 가득했다.

“날 지켜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설영준은 속으로 망설였다. 송재이가 박윤찬의 집착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물론 그녀에게 질투로 똘똘 뭉친 자기 모습도 보여주기 싫었다.

이내 입만 벙긋하다가 결국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도로 삼켰다.

“아니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거의 티가 안 났다.

“이만 돌아가자.”

송재이는 설영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물론 미묘한 기분 변화를 눈치챘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어차피 하기 싫은 말을 물어봤자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묵묵히 차에 다시 올라탔고, 두 사람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설영준은 시동을 걸었다. 어두운 밤, 차는 송재이의 집을 향해 천천히 달렸다.

가는 내내 둘을 아무 말도 안 했고,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가로등과 가끔 반짝이는 전조등만이 침묵의 귀갓길에 위로가 되어주었다.

송재이를 집까지 데려다준 다음 그는 지체하지 않고 작별 인사만 건네고는 차를 몰고 떠났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두 사람은 거의 교류도 없다시피 보냈고, 사실상 냉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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