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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상처뿐인 직감

설영준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류지안과 박윤찬은 사전에 합을 맞춰 모든 멘트와 액션을 꼼꼼하게 연습해 디테일마저 자연스럽고 진실하게 보이도록 했다.

박윤찬의 손을 살며시 잡은 류지안의 모습은 다정하면서 확신이 넘쳤고, 행복한 표정은 만족감이 묻어났다.

이내 설영준을 돌아보며 차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준 씨, 사람 일은 워낙 모르는 법이에요. 비록 과거에 작은 오해로 헤어진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한층 더 성숙하고 나니 역시나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다행히 박윤찬도 아직 싱글인지라 새로운 기회라고 여기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박윤찬은 옆에 잠자코 있었다. 비록 표정은 어딘가 어색했지만 그녀의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류지안을 지지한다는 듯 손을 살포시 포갰다. 그와 동시에 부드러운 눈빛으로 마치 설영준에게 둘은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사이니까 거짓말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설영준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이내 박윤찬과 류지안을 번갈아 훑어보며 표정에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찾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찰떡 호흡과 진솔한 모습을 보자 속으로 품었던 의심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한시름 놓게 되었고, 물론 친구로서 류지안과 박윤찬을 지지하고 믿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영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게 둘의 결정이라면 존중해 줄게요.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비록 겉으로 수긍하긴 했으나 운전하고 돌아가는 길에 마음속을 가득 채운 의구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차 안의 분위기는 또다시 가라앉았고, 고요함은 무형의 벽처럼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었다.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에 송재이는 왠지 모르게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유는 설영준의 침묵뿐만 아니라 자신을 의심하는 그의 불신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참다못해 한마디 했고, 떨리는 목소리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설영준, 차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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