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이와 설영준의 대화는 결국 말다툼으로 끝났고, 둘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계속되는 추궁과 불신에 송재이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아무 말 없이 박윤찬의 집을 떠났다. 쓸쓸한 밤하늘 아래 설영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리고 한 달 동안 일에 몰두한 그녀는 일부러 바쁘게 보냄으로 최대한 다른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설영준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기회는 피했고, 둘의 관계는 또다시 냉전 중인 상태로 돌아갔다.그러던 어느 날, 회사 인사팀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워낙 허약 체질이라 임신하기 어려웠다.괜스레 다른 직원에게 사생활까지 드러내고 싶지 않아 건강검진 하는 당일에 휴가를 내서 일부러 빠졌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그날 저녁 설영준이 불쑥 찾아왔다.그녀의 집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왜 건강검진 받으러 안 갔어?”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의혹으로 가득했다.송재이는 흠칫 놀랐다. 설영준이 이런 일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내 속으로 만감이 교차했고, 경악하면서도 허탈했다.“단지 필요성을 못 느껴서...”송재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설영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재이야, 널 강요할 생각은 없어. 다만 네 건강이 걱정되어서 그랬을 뿐, 안 그래도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데...”“영준 씨가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 알아.”송재이가 불쑥 끼어들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나한테 스스로 난관을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설영준은 묵묵부답했다. 착잡한 눈빛은 마치 마땅한 답변을 찾는 듯싶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입을 열었다.“최근에 나 때문에 힘들어한 걸 알아...”“사과할 필요 없어.”송재이는 또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도 이 화제에 대해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순간, 송재이의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녀는 유은정이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따라서 그동안 설영준과 있었던 갈등과 자신의 고민에 대해 낱낱이 털어놓았다.유은정은 진지하게 듣다가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듯 공감해주었다.그리고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송재이의 처지에 대해 걱정을 표했다.송재이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손을 살포시 잡고 위로를 건넸다.“재이야, 네 마음 이해해. 비록 감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너랑 영준 씨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로 믿어.”송재이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은정은 이성적이고 강한 사람인 만큼 항상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고마워, 은정아. 너라는 친구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유은정이 피식 웃었다.“우린 절친이잖아, 서로 도와주는 게 당연한 일이야. 그나저나 요즘 일은 어때? 새로운 이슈는 없어?”송재이는 미소를 지으며 유은정과 업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둘은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었고,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레스토랑에서 두 여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회포를 풀었고, 덕분에 잠시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송재이의 마음은 한결 편안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은정이라는 절친이 곁에서 응원해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그리고 나중에 기분을 추스른 다음 설영준과 대화를 통해 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유은정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친구로서 당연히 서로 응원해야지 않겠어? 참, 내가 자리는 비우는 동안 문예슬이 애를 꽤 많이 먹였다고 하던데?”문예슬의 이름을 듣자 송재이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이내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더니 속으로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송재이는 문예슬만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거렸다.한동안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설영준 때문에 소원해지고 심지어 서로 등을 돌리기까지 했다.“맞아. 은정아, 그거 알아? 네가 떠난 이후로 문예슬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어.”송재이의 목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박윤찬과 마음을 감추는 송재이로 인해 식탁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면서도 미묘했다.박윤찬은 그의 신사적 품격을 유지하면서 말과 행동으로 변호사의 근엄함과 침착함을 드러냈다.그는 최대한 송재이가 불편해할 화제를 피하면서 일상의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법률 지식을 알려주었다.이는 유씨 집안으로 하여금 더없이 친근하고 유익한 느낌을 받았다.그러나 송재이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치열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송재이는 박윤찬이 자신에게 보내고 있는 관심 어린 눈빛과 조심스러운 말투를 모두 명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모든 행동은 전부 박윤찬이 그녀에 대한 소리 없는 표현들이었다.하지만 송재이의 마음은 이미 설영준을 향해있었고 박윤찬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고마움과 우정일 뿐이었다.“박 변호사, 어린 나이에 이런 성과를 다 얻고 정말 대단하네.”유중건이 박윤찬을 칭찬하며 말했다.박윤찬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과찬이세요. 아저씨, 저 배워야 할 게 아직도 많아요.”송재이는 묵묵히 만두를 먹으며 속으로는 설영준을 생각했다.말이 없는 송재이를 본 유은정은 조용히 송재이의 손을 잡아 주었다. 송재이의 마음이 복잡하다는 걸 유은정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저녁이 끝난 후 송재이는 유은정을 도와 설거지를 하며 주방에서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재이야, 너랑 박윤찬 사이에 별일 없는 거지?”유은정이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송재이는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없어,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이야.”유은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됐어, 난 또 너희 둘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송재이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은정아,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게.”저녁이 다 되어 유은정의 집에서 나온 송재이는 기분은 조금 나아졌지만, 마음 한편에 차지한 당혹감과 불안감은 여전했다.송재이가 집으로 들어서자 설영준은 마침 통화 중이었기 때문에 송재이가 왔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듯했다.설영준은 피곤하면서도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영준은 송재이에게 방금 통화 내용에 대해 해명하고 싶었다.유산 문제가 물론 현실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설영준이이 송재이에 대한 사랑은 그 어떤 외적인 요인에도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 진심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송재이가 방금 박윤찬을 만났고, 송재이에 대한 박윤찬의 감정을 알고 있는 설영준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그의 맘속에서는 질투심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상심이 큰 박윤찬이 지금 필요한 건 위로와 응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 박윤찬을 동정하며 위로해주는 송재이가 그에게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될까 봐 설영준은 걱정스러웠다.이런 의심과 불안감은 설영준을 더욱더 초조하게 만들었다.송재이에 대한 진심과 박윤찬에 대한 질투로 하여 기분이 엉망이 된 설영준은 자기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불만과 걱정은 줄어들지가 않았다.“재이야, 너 착한 거 알아. 그래서 박윤찬을 돕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아.”설영준은 목멘 목소리로 애써 담담한 척 말했다.“하지만 이런 일 때문에 우리 관계가 영향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송재이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설영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영준아, 박윤찬은 그냥 친구로서 보러 간 것 뿐이야. 그게 우리 사이랑 무슨 상관인데?”설영준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고고 질투와 불안감으로 더는 침착해질 수가 없었다.설영준의 말투는 날카로워지기 시작했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송재이의 마음속에 비수로 꽂히기 시작했다.“재이야, 넌 참 천진난만해.”설영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비아냥거림이 담겨있었다.“정말 박윤찬이 널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아? 박윤찬이 널 보는 눈빛 하며,너한테 잘해주는 거 하며, 진짜 너는 박윤찬이 뭘 원하는지 몰라?”설영준의 가시 돋친 말에 송재이는 기분이 언짢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설영준, 너 너무 억지 아니야?. 박윤찬은 지금 힘들 때잖아.그는 지금 친구의 이해와 응원이 필요할 뿐이야.”안색이 더욱 어두워
얼굴빛이 살짝 변한 송재이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맞아요. 우리 사이에 조금 문제가 생겼어요. 설영준 씨가 나와 박윤찬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여러 번 설명하려고 했지만 듣고 싶지 않나 봐요.”송재이의 억울함과 슬픔을 알 수 있었던 성수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재이 씨, 나는 재이 씨 사람 됨됨이를 믿어요. 재이 씨와 박윤찬은 친구일 뿐이잖아요. 설영준도 알 거예요.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하겠죠.”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견고한 눈빛으로 대답했다.“저도 설영준씨가 이해 할거라고 믿어요. 다만 조금이라도 빨리 의심을 풀고 예전처럼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에요”두 사람은 식사하면서 각자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송재이는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애썼다.그는 설영준한테도 시간이 필요하고 자신한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점심 식사 후 송재이와 성수연은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며 수다를 떨었다.송재이는 여전히 우울했지만 성수연의 관심과 응원을 느낄 수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송재이와 성수연이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송재이는 궁금증을 안고 문어 구로 향했다.문을 연 송재이는 문밖에 서 있는 설영준을 보고 어리둥절해졌고,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영준아, 여긴 어쩐 일이야?”이런 상황에 설영준을 만날 줄 몰랐던 송재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설영준은 겸연쩍으면서도 기대를 담은 눈빛으로 대답했다.“재이야, 나... 너랑 할 얘기 있는데.”송재이는 고개를 돌려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성수연을 쳐다보았다.성수연은 싱긋 웃으며 들어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깊은숨을 들이마신 송재이는 어쩌면 이것이 둘 사이의 오해를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를 집으로 들여보낸 후 문을 닫았다.둘 사이의 문제는 둘이 해결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성수연은 방을 정리해야 한다는 핑계로 설영준과 송재이만 남겨둔 채 거실을 나갔다.둘만 남은 거실 분위기는 한
설영준의 마음이 한순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설영준은 어머니와의 통화가 송재이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수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그 통화에서 어머니가 유산과 손자에 대해 언급했을 때 송재이는 설영준이 아이를 원한 이유가 재산 상속 때문이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송재이, 몇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아.”설영준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으며 표정은 유난히 심각했다. “예전에 어머니와 통화한 내용을 네가 오해했을 수도 있어. 아버지와 나는 오래전에 갈라섰고 아버지의 재산이 손자에게 상속되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중점이 아니야.”송재이는 설영준을 바라보며 약간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설영준, 네 말은…”설영준은 송재이에게 다가가 송재이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아버지의 재산이 없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충분하다는 뜻이야. 나는 유산에 기대지 않아.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너뿐이고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해.”송재이의 마음은 따뜻해졌지만, 송재이의 눈에는 여전히 망설임이 어렸다. “설영준, 나는 네가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내가 네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아.”설영준은 단순한 말로는 송재이의 마음을 완전히 풀어주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설영준은 자신의 다짐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했다.갑자기 설영준은 송재이를 들어 올렸다. 송재이는 놀란 나머지 설영준의 목을 끌어안았다.“설영준, 뭐 하는 거야?”송재이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당황함이 묻어났다.설영준은 대답하지 않고 송재이를 꽉 안은 채 그대로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송재이는 설영준의 굳은 결의와 결단력을 느꼈고 송재이의 마음도 차츰 평온해졌다.집 밑으로 내려온 후 설영준은 송재이를 조심스럽게 차 옆에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설영준은 송재이를 그들의 함께 사는 집으로 데려갔다. 집 안은 여전히 익숙하고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들의 감정은 마치 억눌려 있던 화산처럼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저녁이 되자 송재이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설영준이 아직 깨어 있고 설영준의 시선이 계속 송재이를 따라오는 걸 느꼈다.송재이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박윤찬에게 전화를 걸어 초대에 응답할 준비를 했다.설영준은 송재이 옆에 앉아 조용히 듣고 있었고 설영준의 눈빛에는 심사숙고하는 듯한 느낌이 엿보였다.전화에서 송재이는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박윤찬의 초대를 수락하며 저녁 식사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송재이는 설영준을 바라보며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과 불확실성을 담아 물었다. “설영준, 내일…너도 갈 거야?”설영준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넌 내가 가기를 바라는 거야?”송재이는 잠시 망설였고 설영준의 눈빛에는 기대와 걱정이 섞여 있었다. 송재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바래.”설영준의 입가에는 냉소적인 미소가 떠오르고 설영준의 목소리에는 확고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안 가. 나는 가지 않을 거야.”송재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영준이 이렇게 답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송재이가 말을 하려던 순간에 설영준은 송재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난 일부러 가지 않을 거야. 네가 윤찬 씨와 단둘이 있을 때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송재이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올랐다. 설영준의 질투가 다시 작용하고 있음을 송재이는 느꼈다.송재이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가라앉히려 했다. “설영준, 왜 이렇게 해야 해? 나는 윤찬 씨와 그냥 친구일 뿐이야.”설영준은 차갑게 웃으며 눈에 경멸의 기운을 담았다. “송재이, 너는 너무 순진해. 윤찬 씨와 지안 씨의 재결합은 그저 형식에 불과해. 사실 윤찬 씨의 마음속에는 항상 네가 자리를 잡고 있어.”설영준의 주장에 송재이는 의심하였지만, 믿으려하지 않았다. 송재이는 박윤찬의 우정이 진실하다고 생각했으며 설영준이 말하는 그런 감정이 있을 리 없다고 믿었다.설영준은 송재이가 믿지 않자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았다. 설영준은 송재이가 박윤찬과의 관계를 오해하
송재이는 레스토랑에서 박윤찬과 저녁을 함께하고 있었으며 밖에서의 이상함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하지만 박윤찬은 이미 레스토랑 외부에 정차해 있는 차량과 그 안의 인물을 알아차렸다. 박윤찬은 그 사람이 설영준의 비서인 여진임을 알아봤다.박윤찬의 눈빛에는 약간의 무력함이 담겨 있었고 박윤찬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송재이는 박윤찬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찬 씨, 무슨 일이에요? 몸이 안 좋으신가요?”박윤찬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외부 상황을 굳이 알리지 않기로 했다. 송재이가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었다.박윤찬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재이 씨. 잠시 옛 생각에 잠겼을 뿐이에요.”송재이는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다.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박윤찬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박윤찬은 송재이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짓고는 대화의 화제를 바꾸었다. “재이 씨, 창밖을 봐요. 저 차, 누구의 것일까요?”박윤찬은 차분한 목소리로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송재이는 박윤찬이 가리키는 창밖을 따라 눈길을 주었고 곧 익숙한 차와 그 안의 인물을 알아차렸다.송재이는 그 사람이 설영준의 비서인 여진인 것을 알아보았다.송재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연준이 자신을 감시하려고 사람을 보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윤찬 씨, 저…저 사람은 영준 씨의 비서 여진 씨예요.”송재이의 목소리에는 불확실함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감정이 배어 있었다.박윤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맞아요. 저도 한참 전에 알았어요. 영준 씨는 재이 씨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송재이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고 설연준의 불신이 송재이를 실망하게 했다. “윤찬 씨, 저는...”송재이가 설명하려는 순간에 박윤찬이 송재이를 가로막았다.“재이 씨,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재이 씨와 영준 씨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