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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직감만 의지하다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밤바람이 송재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성수연을 향한 동정과 박윤찬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 떠나려는 찰나 문 앞에서 설영준을 마주쳤다.

설영준은 그녀를 만날 줄 예상하지 못한 듯 착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위아래로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

“여기서 기다려.”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무의식중에 한 손으로 어깨를 살짝 짓눌렀다.

비록 통증이 밀려왔지만 송재이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제 자리에 잠자코 서서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설영준을 지켜보았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만감이 교차했다.

물론 설영준도 마음이 마냥 편치 않으리라 믿었고, 침묵으로 일관해도 이해는 갔다.

따라서 혼자 묵념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송재이는 박윤찬의 집 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한밤중의 미풍이 불어와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자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이내 시선은 저도 모르게 설영준이 사라진 방향을 향했고 속으로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설영준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무거울 것이며, 박윤찬 아버지의 비보에 비통하고 무기력할 가능성이 컸다.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그를 동정했다. 지금이라도 가서 위로를 건네주고 싶었지만 설영준의 선택을 존중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30분 뒤, 설영준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이내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곁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조용히 손을 끌어당겼다.

남자의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갔고, 비록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살벌했다.

송재이는 손아귀의 힘과 그가 내뿜는 아우라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설영준이 곧바로 떠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뒤돌아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버님의 비보는 어떻게 알게 되었어?”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캐물었다.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송재이는 어리둥절하더니 당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안 씨가 알려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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