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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유은정

송재이와 설영준의 대화는 결국 말다툼으로 끝났고, 둘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계속되는 추궁과 불신에 송재이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아무 말 없이 박윤찬의 집을 떠났다. 쓸쓸한 밤하늘 아래 설영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일에 몰두한 그녀는 일부러 바쁘게 보냄으로 최대한 다른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

설영준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기회는 피했고, 둘의 관계는 또다시 냉전 중인 상태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인사팀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워낙 허약 체질이라 임신하기 어려웠다.

괜스레 다른 직원에게 사생활까지 드러내고 싶지 않아 건강검진 하는 당일에 휴가를 내서 일부러 빠졌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그날 저녁 설영준이 불쑥 찾아왔다.

그녀의 집 앞에 서 있는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왜 건강검진 받으러 안 갔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의혹으로 가득했다.

송재이는 흠칫 놀랐다. 설영준이 이런 일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내 속으로 만감이 교차했고, 경악하면서도 허탈했다.

“단지 필요성을 못 느껴서...”

송재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설영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재이야, 널 강요할 생각은 없어. 다만 네 건강이 걱정되어서 그랬을 뿐, 안 그래도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데...”

“영준 씨가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 알아.”

송재이가 불쑥 끼어들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한테 스스로 난관을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

설영준은 묵묵부답했다. 착잡한 눈빛은 마치 마땅한 답변을 찾는 듯싶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입을 열었다.

“최근에 나 때문에 힘들어한 걸 알아...”

“사과할 필요 없어.”

송재이는 또다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도 이 화제에 대해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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