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520 챕터

제481화 미묘한 관계

그 시각 설영준은 비행기의 일등석에 앉아 있었다. 창밖의 두터운 구름층은 마치 그의 가슴 위에 얹힌 무거운 돌처럼 느껴졌다.설영준은 손에 든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화면에서는 바로 얼마 전 문예슬이 보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영상 속에서 박윤찬이 송재이를 얼마나 신경 쓰고 걱정하는지가 너무도 뚜렷이 드러났다. 하나하나의 세세한 행동들이 설영준에게 박윤찬이 여전히 송재이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때문에 설영준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다.류지안이 송재이 곁에 있어 준다면 박윤찬의 영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송재이에게는 여성 친구의 위로가 큰 힘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영상 속 박윤찬의 시선과 다정한 행동들, 그 모든 것이 설영준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지금은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라는 것을 설영준은 잘 알고 있었다. 송재이는 지금 그의 강인함과 지지가 필요했다.하지만 그의 이성적이고 자제력 있는 모습으로도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질투와 불안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다.설영준은 다시 한번 그 영상을 재생하며 박윤찬이 송재이에 대해 가진 감정의 깊이를 찾으려 애썼다.이런 행동이 지나치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스스로를 멈출 수 없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송재이를 믿어야 한다는 작은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의 신뢰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비행기가 가볍게 흔들리자 설영준은 그제야 생각에서 벗어나 핸드폰 화면을 끄고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안 돼. 냉철한 정신을 유지해야 해.’남도에 도착하면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었다. 송재이의 병세, 박윤찬의 마음, 그리고 문예슬의 의도까지 설영준이 마주해야 할 문제들은 많았다.눈을 다시 떴을 때, 그의 눈빛은 다시금 결의와 냉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남도의 병원에서 송재이는 류지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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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한계

설영준은 송재이의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병실의 고요함을 깨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설영준은 화면을 확인하더니 발신자가 문예슬임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속에서는 문예슬에 대한 불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하지만 그녀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문예슬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늘 숨겨진 의도가 있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잠시 망설이던 설영준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설 대표님이시죠? 저예요. 문예슬.”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무슨 일입니까, 문예슬 씨?”그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는지라 설영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대표님과 만나야 할 일이 있어요.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문예슬의 목소리에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순간 설영준의 마음은 움츠러들었다. 그녀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직감했으니 말이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설영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내일로 미룹시다. 오늘은 좀 피곤해서요.”그러자 문예슬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내일 봅시다. 기대하고 있을게요.”전화를 끊고 난 후에도 설영준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문예슬과의 만남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그녀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확인하고 다가올 위협에 대비해야 했다.다음 날 설영준은 사람들에게 송재이를 잘 돌봐줄 것을 부탁한 후, 문예슬과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그는 안전을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공개된 장소를 선택했다.약속된 카페에 도착했을 때, 문예슬이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게 보였다. 그녀는 우아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완벽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하지만 설영준은 그녀를 경계하는 마음을 늦추지 않았다.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문예슬은 이 상황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었다. 그녀는 기자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자리를 일부러 선택했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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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배신

설영준이 떠난 후, 문예슬은 그를 뒤쫓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 다시 앉았다.눈물 자국이 사라진 대신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냉정하고 계산적인 표정이 자리 잡았다.문예슬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눈가를 가볍게 닦았다. 마치 방금 벌어진 독백 연기의 여운을 즐기는 듯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페 구석구석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었고 이내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기자를 발견했다. 그는 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도 조금 전 상황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고 기자는 거의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긍정하는 듯한 신호를 작게 보냈다.모든 것이 조용히 진행되었고 주위 사람들은 이들 사이의 교감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문예슬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좋아. 계획이 절반은 성공했어.’자리에서 일어난 문예슬은 기자 쪽으로 걸어가며 놀란 척 인사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장 기자님이시잖아? 여기서 뵙다니 우연이네요.”그러자 장 기자는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문예슬 씨, 정말 우연이네요. 사실 여기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문예슬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도 친구랑 잠깐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이왕 이렇게 만난 김에 잠깐 같이 앉아 얘기할까요?”장 기자는 당연히 이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이어갔다.대화 중 문예슬은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며 장 기자가 자신이 알리고 싶어 하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했다.장 기자도 눈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고 동의했다.이 교묘하게 짜인 만남은 문예슬에게는 원하는 ‘증거'를, 장 기자에게는 훌륭한 기사 소재를 제공해주었다.그렇게 둘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한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카페를 떠났다.하지만 설영준은 문예슬의 의도를 경계하고 있었음에도 그녀가 기자를 이용해 여론을 조성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병원으로 돌아와 송재이를 지키며 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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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축하연

송재이가 뭔가를 마음에 걸려 한다는 것을 설영준은 느꼈다.그래서 손에 든 도시락을 내려놓고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 있어? 뭔가 봤거나 들은 거라면 나한테 말해줘.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네 옆에 있을 거야.”송재이는 망설였지만 결국 설영준 앞에서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핸드폰을 꺼내어 아까 본 기사를 설영준에게 보여주었다.핸드폰을 받아 화면을 쓱 훑어보던 설영준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그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빛이 서렸고 마음속에는 분노와 실망이 뒤섞였다. 문예슬이 이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했을 거라 직감했지만 이렇게까지 계산된 행동을 할 줄은 설영준도 몰랐다.“이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야.”설영준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더니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진지하게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나도 알아, 영준 씨.”송재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속엔 여전히 설영준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그냥... 좀 속이 답답했어.”송재이가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싶어 설영준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 일은 내가 처리할 거야. 문예슬이 우리에게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할 테니까 나만 믿어줘. 알겠지?”그러자 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영준에 대한 의지와 신뢰를 다시금 확인했다. 그녀는 그가 모든 일을 잘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곧 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는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예요, 설영준. 문예슬 문제 처리해요. 다시는 어떤 매체에서도 내 이름과 그 여자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지 않도록 하세요.”전화를 끊고 난 후, 그는 다시 침대 옆에 앉아 송재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할 일은 잘 쉬고 몸을 회복하는 거야. 다른 모든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전화 속 상대는 설영준의 비서인 여진이였다.지시를 듣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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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경고

설영준은 하나하나의 댄스 파트너를 거절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이는 그에게 있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그의 걸음걸이는 당당하고 품위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다. 매번 회전할 때마다 풍기는 여유로움은 설영준의 기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연회장 안의 조명이 얼굴을 비추자 그의 신비로운 매력이 더해졌다.그 와중에 문예슬은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녀의 존재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그녀는 단정하고 우아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는 단순하게 뒤로 묶어 올려 격식을 차린 모습이었다.문예슬은 설영준이 모든 여성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살짝 당황하며 생각에 잠겼다.점차 부드러운 음악으로 바뀌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결단을 내린 듯 설영준에게 다가갔다.대리석 바닥을 딛는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흔들림 없었다.“대표님, 저도 춤 한 곡 청할 수 있을까요?”문예슬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지만 완벽한 포커페이스 상태였다. 그녀는 설영준에게 예의를 표하면서도 과도하게 아첨하지 않았다.곧 문예슬 쪽으로 몸을 돌리던 설영준의 눈에는 순간 알 수 없는 빛이 번뜩였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영광입니다.”그렇게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문예슬의 춤동작은 가벼웠고 둘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길을 내어주었고 두 사람은 연회장의 중심이 되었다.춤을 추던 중, 설영준이 갑자기 문예슬의 귀에 속삭였다.“그쪽이 한 짓 다 알고 있어요.”이 말은 아주 조용히 전해졌지만 문예슬의 마음속에선 마치 천둥처럼 울렸다.심장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곧 감정을 다잡고 평정심을 되찾았다.“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제가 뭐라도 했나요?”차갑고 예리한 눈빛을 한 채 설영준이 낮고 강렬한 목소리로 말했다.“문예슬 씨, 우리 서로 속이지 맙시다. 당신도 내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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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본능적으로

설영준은 문예슬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그녀가 연회장을 서둘러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하지만 그리 큰 승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이 연회는 설영준에게 그저 사회적 의무에 불과했으며 진정한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문예슬과의 대결은 잠시 마무리되었을지 몰라도 그녀의 퇴장은 끝을 의미하지 않았다. 되레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설영준은 잘 알고 있었다.자신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문예슬이 촬영하도록 시켰다는 것을 설영준은 직감할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되레 이런 일은 송재이에게 먼저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녀가 괜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문예슬은 무도장을 떠나지 않고 한쪽 구석에 숨어 설영준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여러 계획들이 떠오르고 있었다.문예슬은 자신이 촬영한 이 영상이 새로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적절하게 언론에 유출한다면 설영준의 대중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말이다.그녀의 생각은 간단했다. 설영준의 사생활이 복잡해질수록 자신이 그와의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는 판단이었다.생각이 복잡하게 꼬여있어 피곤해진 설영준은 자리로 돌아가 잠시 머리를 꾹꾹 눌렀다.문예슬의 위협을 다시 한번 평가하고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이 게임은 설영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고 그녀의 모든 행동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그 시각, 송재이도 연회장에 도착했다.하지만 그녀는 설영준이 알아차리지 못한 곳에 조용히 있었다.송재이는 우연히 이런 연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설영준이 아마 자신에게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그녀는 내내 설영준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그가 문예슬과 춤추는 모습을 보았고 떠날 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문예슬의 모습도 놓치지 않았다.송재이는 눈물을 참으며 음료 코너로 향해 술을 한 잔 들었다.연회는 계속되었지만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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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회피

송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물이 저절로 흘러 베개를 적셨다.그러자 설영준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돌려 마주 보게 했다.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목소리마저 조금 무게감이 있었다.“송재이, 왜 울고 있어?”송재이는 눈물을 머금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남자가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즐기는데 난 울 자격도 없다는 거야?”순간 설영준은 심장이 덜컹했다.그는 박윤찬이 송재이를 바라볼 때의 그 애정이 어린 눈빛을 떠올렸다. 그 눈빛은 자신 앞에서도 숨김이 없었고 그때마다 질투가 피어올랐다.복잡한 감정이 설영준의 마음을 휘감았다. 송재이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단지 춤춘 것뿐인데 이렇게 심하게 반응할 일이야?”설영준의 목소리에는 냉소가 담겼다.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송재이는 더욱 크게 울었고 목소리도 떨렸다.“그게 단지 춤춘 거라고? 그 여자들이 영준 씨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얼굴이 굳어진 채 설영준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설영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그는 일부러 냉담하게 굴어 송재이에게 자신이 느꼈던 질투와 불안을 느끼게 하려는 듯했다.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요동쳤고 박윤찬에 대한 질투와 송재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얽혀 있었다.송재이는 그의 말을 듣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떨리는 목소리에서마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영준 씨, 난 영준 씨가 나를 이해하고 나를 믿는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렇게 날 몰아붙이다니... 우리 관계가 이것밖에 안 되는 거였어?”설영준은 자신에 송재이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걸 알았지만 자존심과 질투 때문에 쉽게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고통스러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그는 다시 냉담한 표정을 되찾았다.“널 믿지 않는 게 아니야. 그냥...”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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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너 박윤찬 좋아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송재이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뉴스와 SNS를 습관적으로 둘러보았다.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한 화면에 멈췄다.설영준이 다른 여자와 춤을 추는 영상이 각종 사이트에 퍼져 있는 것이었다.송재이는 떨리는 손으로 그중 하나를 눌렀다.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 문예슬과 설영준이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었다.마음이 복잡한 채로 송재이는 계속해서 영상 밑의 댓글들을 읽어 내려갔다.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춤을 칭찬하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천생연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질투일까, 실망일까, 아니면 설영준에 대한 배신감일까?복잡한 감정들이 마음속에 휘몰아쳤다.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외부의 소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안 되겠어. 영준 씨랑 제대로 얘기 나눠봐야겠어.’곧 송재이가 설영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음성 메시지뿐이었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설영준의 방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다시 전화를 걸자 이번엔 방 안에서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방에 없구나...’의문과 불안을 가득 품은 마음으로 송재이는 발길을 돌렸다.회사로 가서 설영준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그녀는 그에게서 무슨 설명이든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회사를 향해 가는 길, 송재이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다.어젯밤의 다툼과 설영준의 냉정한 태도가 계속해서 떠올랐고 그녀는 점점 불안해졌다.설영준이 합당한 설명을 해줄지 아니면 자신이 그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송재이는 곧바로 설영준의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설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송재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설영준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엔 서류가 쌓여 있었다. 마치 밤새 잠을 자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송재이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영준 씨,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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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죽여버릴 거야

송재이는 설영준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갑자기 박윤찬에 대해 물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라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그녀의 눈빛에는 혼란스러움이 스쳐 지나갔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설영준은 송재이가 당황한 모습을 보자 마음이 급격히 무거워졌다.그는 이것이 송재이의 마음이 약해진 증거이며 자신이 원치 않는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꼈다.순간 얼굴이 창백해진 채 설영준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실망이 가득 찼다.설영준은 갑자기 몸을 돌려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를 들고 박윤찬의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충동적인 그의 손길은 떨리고 있었다.“박윤찬, 죽여버릴 거야!”설영준의 목소리는 분노와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곧 폭발 직전이었다.송재이는 설영준의 의도를 즉각 알아차렸다. 이대로 두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하여 송재이는 서둘러 달려가서 설영준의 손에서 전화기를 힘껏 빼앗았다.“영준 씨, 진정해!”걱정이 담긴 다급한 목소리에는 설영준이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히 보였다.설영준은 몸이 굳어졌다.그는 돌아서서 분노에 찬 눈으로 송재이를 바라보았다.“송재이, 왜 그 자식을 감싸는 거야? 혹시 너 정말 그 자식 좋아하는 거야?”송재이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답답함을 느꼈다.이대로라면 오해가 더 깊어질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반드시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영준 씨가 오해하고 있는 거야.”송재이는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박윤찬 씨는 그냥 친구일 뿐이야. 그 사람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내가 영준 씨를 막은 이유는 영준 씨가 충동적으로 후회할 일을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설영준은 송재이의 말을 듣고 차츰 분노가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는 자신의 행동이 송재이에게 상처를 줬을 뿐만 아니라, 박윤찬과의 우정에도 금이 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송재이 역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마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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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그렇게 싫어?

류지안의 눈빛에 단호함이 스쳤다.“내 말은 우리가 예전처럼 사귀는 척하자는 거야. 그렇게 하면 설 대표님도 네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줄 아실 거고 너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겠지.”그러자 박윤찬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굳건한 목소리로 말했다.“류지안,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어떻게 그런 방법으로 영준 씨를 속일 수 있겠어.”하지만 류지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약간 도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너 남자라며? 그게 이렇게 주저주저할 일인가? 나랑 엮이는 게 그렇게 싫어?”박윤찬은 쓴웃음을 지었다.“너도 알잖아. 그런 뜻은 아니야. 다만 그렇게 하는 게 떳떳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그러나 류지안은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지금은 특수 상황이야. 우리가 평소에 하던 방식대로만 할 수 없잖아. 난 내 명예 따위 신경 안 써. 근데 넌 왜 그렇게 신경을 써?”박윤찬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여 그는 한숨을 내쉬며 약간 체념한 듯 물었다.“정말 이렇게 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해?”그러자 류지안은 확신에 찬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야. 우리는 그냥 잠시 사귀는 척만 하면 돼. 진짜로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설 대표님 화가 가라앉으면 그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면 돼.”잠시 고민한 끝에 박윤찬은 결국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한편, 설영준은 책상 위를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사무실의 고요를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설영준은 전화를 받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시죠?”“영준 씨,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해요. 어제 일에 대해 말입니다.”박윤찬의 목소리는 평온하면서도 단호했다.그러자 설영준은 살짝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물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송재이 씨와 관련된 오해가 있어서 그걸 풀고 싶어요.”이 말에 설영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대답했다.“좋아요. 나갈게요. 근데 재이도 같이 갈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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