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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배신

설영준이 떠난 후, 문예슬은 그를 뒤쫓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 다시 앉았다.

눈물 자국이 사라진 대신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냉정하고 계산적인 표정이 자리 잡았다.

문예슬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눈가를 가볍게 닦았다. 마치 방금 벌어진 독백 연기의 여운을 즐기는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페 구석구석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었고 이내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기자를 발견했다. 그는 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도 조금 전 상황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고 기자는 거의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긍정하는 듯한 신호를 작게 보냈다.

모든 것이 조용히 진행되었고 주위 사람들은 이들 사이의 교감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문예슬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좋아. 계획이 절반은 성공했어.’

자리에서 일어난 문예슬은 기자 쪽으로 걸어가며 놀란 척 인사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장 기자님이시잖아? 여기서 뵙다니 우연이네요.”

그러자 장 기자는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문예슬 씨, 정말 우연이네요. 사실 여기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문예슬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친구랑 잠깐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이왕 이렇게 만난 김에 잠깐 같이 앉아 얘기할까요?”

장 기자는 당연히 이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이어갔다.

대화 중 문예슬은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며 장 기자가 자신이 알리고 싶어 하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했다.

장 기자도 눈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고 동의했다.

이 교묘하게 짜인 만남은 문예슬에게는 원하는 ‘증거'를, 장 기자에게는 훌륭한 기사 소재를 제공해주었다.

그렇게 둘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한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카페를 떠났다.

하지만 설영준은 문예슬의 의도를 경계하고 있었음에도 그녀가 기자를 이용해 여론을 조성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병원으로 돌아와 송재이를 지키며 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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