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341 - Chapter 350

660 Chapters

제341화 봉변

앞에 서 있는 송재이를 보자 문예슬은 자리에서 일어나 울먹거리며 말했다.“재이야...”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그녀의 품으로 와락 안겼다.순간 깜짝 놀란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문예슬의 등을 토닥였다.비록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내 문예슬을 부축해서 들어갔고, 주방에 가서 물 한 잔을 따랐다.다시 걸어 나왔을 때 거실에 앉아 있는 문예슬은 마치 억울한 일이라도 당해서 크게 상처받은 듯 눈시울이 새빨갰다.송재이는 곁에 앉아 한참이 지나서 입을 열었다.“무슨 일인데?”그제야 문예슬은 서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었고, 심지어 설영준의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대표님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더라면 그런 짓을 왜 했겠어? 이제 문제가 생기니까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돈으로 무마시키려는 작정인가 본데 날 너무 우습게 보고 있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그리고 세상 서럽게 울었다. 그동안 심신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건 사실인지라 결코 연기는 아니었다.설영준에게 틈만 나면 전화도 하고 카톡도 보냈지만 돈만 이체했을 뿐 감정적인 보상은 전혀 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사실 속으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스라이팅해서 설영준이 영원히 죄책감을 느끼게 할 생각이었다. 적어도 예전처럼 찬밥 신세가 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하지만 어디까지나 큰 오산에 불과했다.그에게 자신은 고작 업무의 일종에 불과했다.당시만 해도 나중에 잘 마무리되면 커미션을 두둑이 챙겨주겠다고 분명히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성폭행을 당하는 바람에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돈으로 보상하는 것을 제외하고 해줄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결국 문예슬은 송재이를 붙잡고 고해성사했다.“대표님은 정녕 고작 돈 몇 푼으로 내 결백을 맞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날 밤 있었던 일만 떠올리면 남자가 너무 징그럽고 나 자신이 너무 역겨워. 재이야, 이제 어떡하지...?”송재이는 어리둥절했다.그녀가 성폭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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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당신 탓이야?

기분이 울적한 와중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곧이어 정신이 번쩍 들면서 휴대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며 훌쩍거렸다.이내 박윤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윤찬은 송재이가 울먹이는 낌새를 단번에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요?”하지만 문예슬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말할 수 없는 법이다. 어쨌거나 그녀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지 않은가?“아니에요.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를 봤더니 감동해서 그만...”박윤찬은 반신반의했지만, 송재이의 태도를 보니 딱히 언급할 생각이 없는 듯해서 더는 캐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휴대폰으로 잠시 대화를 주고받았다.“영준 씨 요즘 무슨 일이 있어요? 계속 딴생각하는 것 같던데 둘이 또 싸운 건 아니죠?”그는 설영준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송재이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짚은 게 분명했다.송재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내 문예슬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설령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어쨌거나 성폭행을 당했으니 당사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기에 설영준도 미안하기 마련이다.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때, 어쩌면 이게 바로 문예슬의 진정한 목적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문예슬이 굳이 설영준 때문에 성폭행당했다는 일을 그녀에게 얘기해준 것도 동정심 유발 작전일 가능성이 컸다.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봉변을 듣고 한 귀로 흘러 내보내지는 않을 테니까.송재이는 이마를 짚었다.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며,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그동안 설영준과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 연락을 안 했다.그녀도 전화는커녕 문자조차 보내지 않았다.행여나 한가할 때라도 있으면 문예슬 사건이 생각나서 일부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몰아쳤다.이로 인해 문예슬이 받은 상처와 간접적으로 그런 피해를 준 원흉을 생각하면...‘설영준.’송재이는 속으로 설영준이라는 이름 석 자를 되뇌었다. 게다가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노트에 적기까지 했다.종이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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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아는 사이 아니야?

설영준은 입을 꾹 닫았다.그리고 한 걸음 다가가서 물었다.“너한테 얘기해줬어?”“뭘?”송재이는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게 뻔했다.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고의는 아니었어.”“하지만 당신 때문에 상처받은 건 사실이잖아.”“난 단지...”“이게 다 네 탓이야!”송재이는 이미 문예슬 사건 때문에 한바탕 울었다.그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떠올릴 때마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때, 설영준이 한 걸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비록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남자의 손아귀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새빨개진 그녀의 눈시울을 보자 곧바로 품에 덥석 끌어안았다.설영준의 품에 안기는 순간 송재이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당신 때문에 그런 봉변을 당했는데 고작 돈으로 보상해주다니...”“아니면 뭘 해주길 바라는데?”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재이는 설영준을 확 밀어냈다.지금은 그와 단 한 순간이라도 같이 있기 싫었다.비록 이성적으로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설영준 때문에 문예슬이 봉변을 당한 것도 불변의 진실이었다.설영준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그녀에게 밀려나 문밖에 서 있었다.그리고 문이 눈앞에서 닫혔다.이내 문을 두드리려고 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팔을 내려놓았다.결국 한참 동안 입구를 서성이다가 뒤돌아서 떠나갔다.송재이는 적어도 당분간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당일 점심, 밥 먹으러 내려갔던 송재이는 빌딩 입구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났다.상대방은 누가 봐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빠르게 다가왔다.넋을 잃은 송재이는 잽싸게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아버님?”그는 바로 유은정의 아버지 유중건이다.유은정이 여행을 떠난 이후로 어언 6개월이 넘도록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고 다시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송재이는 가끔 카톡으로 유은정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기분 전환이 많이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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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전부 다

한편, 설한 그룹 사무실.설영준은 소파에 앉아 맞은편에 있는 문예슬을 바라보았다.드디어 온 건가?물론 그녀의 출현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문예슬 씨.”설영준의 표정은 시종일관 무덤덤했고, 눈빛에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자 문예슬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화가 다시금 폭발했다.이내 주먹을 불끈 쥐었다.“대표님이 부탁한 일은 이미 완수했어요.”“알아요. 약속한 보상은 계좌에 입금했을 텐데 만약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더 줄 수도 있어요.”“제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에요!”“글쎄, 미안하지만 돈을 제외하고 생각나는 게 딱히 없네요.”“당신을 원해요!”문예슬이 한껏 격앙된 모습으로 말했고, 고집스러운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반면, 설영준은 피식 웃었다. 마치 농담이라도 들은 듯 이죽거리더니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발끈한 문예슬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가 그를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설영준이 먼저 벌떡 일어섰다.그리고 잽싸게 몸을 피하면서 입구로 걸어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이는 누가 봐도 그녀와 선을 긋겠다는 의미가 다분했다.문예슬은 만약 성폭행당한 적이 없다면 이런 행동을 보고도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만 지금은 문득 자신이 더럽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싶었다.진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별안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저도 모르게 이를 꽉 악물었다.“왜! 대체 왜 나는 안 되죠? 내가 송재이보다 못한 게 뭐예요!”설영준이 문을 연 이유도 회사 사람들이 둘의 사이에 대해 오해를 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문씨 가문의 외동딸이 갑자기 찾아와서 사무실 문까지 꾹 닫고 있으면 외간 남녀가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일지 애먼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그래서 문을 열고 외부에 있는 직원에게 그녀와 전혀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주려고 했다.억울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씩씩거리는 문예슬을 보자 설영준은 피식 웃더니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말했다.“전부 다. 뭐부터 얘기해줘야 할지 모르겠네요.”그는 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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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덫

여진은 눈치 빠르게 문을 닫아주었다.사무실에는 송재이와 설영준 두 사람뿐이었다.설영준의 시선은 시종일관 그녀에게 머물러 있었고, 마치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듯싶었다.송재이는 심호흡하고 용기를 내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현재 직면한 유중건의 상황에 관해 얘기해주었다.설영준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비록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가 일이 있어서 찾아왔을 거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왜냐하면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먼저 꼬리 내리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다만 이유가 무엇이 됐든 간에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체면을 살려주기 마련이다.송재이의 말이 끝나자 설영준은 그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설영준이 인맥을 동원하면 유중건의 물건을 통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그가 통화하는 내내 송재이는 옆에 서 있었다.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은 저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움켜쥐어다가 서서히 힘이 풀렸다.이내 통화가 끝나고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이때, 비웃는 듯한 남자의 코웃음이 들려왔다.고개를 드는 순간 눈에 들어온 남자의 이죽거리는 미소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도 설영준은 마치 다가오라는 식으로 손을 뻗었다.도움을 받은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나 몰라라할 수는 없는 법이니 결국 마지못해 다가갔다.남자의 커다란 손은 온기가 느껴졌고, 피부에 닿은 순간 본능적으로 움찔했다.설영준은 내친김에 송재이를 품에 끌어안았다.다만 반항이 불가한 탓에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송재이는 다소 순종적인 모습으로 얌전히 있었다.지난번에 만났을 때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집 밖까지 쫓아냈는데 지금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신세라니.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나 좀 봐줘.”나지막한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 남자다웠는데 왠지 모르게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얼굴이 화끈거리던 송재이는 이제 귓불까지 새빨개졌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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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함부로 말하지 마

보충수업이라니?송재이는 전혀 짐작이 안 갔다. 어리둥절한 그녀의 모습을 보자 설영준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그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양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 내용을 듣고 나서야 설영준이 말한 ‘보충수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양은서한테 마사지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려는 것이다.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진심 아니지?”양은서와 통화를 마치고 설영준은 휴대폰을 내려놓더니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왜? 실력도 없으면서 배우지도 않으려고?”물론 자신을 놀리려고 일부러 한 말인 줄 알고 있었다.왜냐하면 전에 집에서 쫓겨나서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기에 지금은 복수하려고...송재이는 이를 악물고 뒤돌아서 떠나려고 했지만 설영준이 다시 그녀를 끌어당겼다.결국 튼튼한 허벅지에 주저앉게 되었고 두 사람의 거리는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이글거리는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를 연상케 했다.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는 설영준은 비록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시선만으로 사람을 꿰뚫어 볼 것처럼 발가벗은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볼이 서서히 달아올랐다.“마사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딜 도망치려고? 계속해.”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며 송재이는 눈을 내리깐 채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스킬이 영 별로라고 했잖아.”분명 반박하려고 내뱉은 말이지만 입을 열자마자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마치 그가 놓은 덫에 걸려든 것 같았다.이내 고개를 번쩍 들었고, 남자의 시선을 마주친 순간 역시나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그럭저럭 나쁘지 않은데? 앞으로 좀 더 노력해.”설영준은 마치 양아치처럼 건들거리는 말투로 한마디 보태더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안 그래도 여자를 유혹하는데 도가 텄는지라 평소에 단지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가끔 매력 발산할 때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송재이는 허벅지에 앉은 채 설영준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그녀가 일어서려고 버둥거렸지만 넓은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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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연루될까 봐 걱정돼

송재이는 답장하지 않았다.누가 봐도 양은서와 설영준은 한패인지라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공항을 빠르게 나섰다.그리고 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며칠 뒤 유중건이 카톡을 보내 물건이 무사히 통관되었다고 했다.게다가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남기면서 설영준에게 부탁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언제 해결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유중건은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해 정확하게는 몰랐고, 단지 설영준에게 송재이가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나중에 설 대표랑 결실을 보게 되면 아저씨가 축의금을 두둑이 챙겨줄게.]유중건이 보낸 문자를 보고 송재이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결실을 보다니?이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자신의 미래에 대해 본인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유중건을 도와주려고 그녀는 타협을 선택했고, 당시 설영준은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깊은 밤, 여전히 잠들지 못한 송재이는 괴로움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설영준과 기 싸움에서 그녀는 철저한 패배를 당했다.하지만 이때, 하필이면 설영준의 카톡을 받게 되었다.[은서가 수업을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마사지 스킬을 업그레이드 안 할 거야?]업그레이드는 개뿔.송재이는 문자를 읽씹했다.이내 침대에 엎드려 화가 스멀스멀 나서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다.그러나 방 안에 혼자 있는지라 누구를 욕해야 할지 몰랐다.휴대폰 진동음이 또다시 울렸다.그녀는 설영준인 줄 알고 무시했지만 한참이 지나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카톡을 확인했다.상대방은 생각지도 못한 문예슬이었다.[잠깐 만나서 얘기하자. 기분이 너무 꿀꿀해.]마침 송재이도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하지만 심기 불편한 이유에 관해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문예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송재이가 입술을 깨물고 망설이는 와중에 휴대폰이 울렸다.이번에 그녀는 아예 전화를 걸었다.결국 짜증 섞인 손짓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문예슬이 전화로 커피나 마시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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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다시는 나타나지 마

송재이는 마치 저도 모르게 삼각관계에 휘말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스레 씁쓸했다.그래도 한동안 절친한 친구였는데, 한 남자 때문에 두 여자가 경쟁하는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저속한 막장 드라마가 연상되었다.문예슬은 송재이의 표정 변화를 단번에 캐치했다.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효과는 있었고, 이내 손을 덥석 붙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송재이는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문예슬의 손아귀에 오히려 힘이 점점 더 들어갔다.눈앞의 여자는 분명 청순가련한 모습이었지만 눈빛에 독기가 서려 있는 느낌이 들었다.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만약 경찰에 신고하고 싶으면 내가 도와줄게. 그 어떤 여자도 이런 일을 당하면 심리적으로 힘들기 마련이야. 기분이 풀릴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맞아.”그리고 말을 마치고 종업원을 불러 계산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서 떠났다.문예슬은 송재이의 뒷모습이 카페 입구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이를 악물더니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사실 그녀에게 일부러 스트레스 주려고 한 말이긴 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 된 이상 혼자 죽을 생각은 없었다.카페를 나선 송재이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 우뚝 멈춰 섰고, 마치 가슴에 돌덩이가 얹혀 있는 듯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택시를 타는 대신 거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4km 정도를 도보로 가려고 했다.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뒤에서 따라오는 검은색 승용차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설영준은 남도에 도착하자마자 송재이와 문예슬이 카페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나중에 송재이가 걸어 나왔을 때, 차에 앉아 의기소침한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지금 어떤 기분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아마도 문예슬 때문일 가능성이 크겠지. 대체 무슨 소리를 했기에 어깨가 저렇게 축 처졌단 말이지?그는 송재이를 쫓아가는 대신 차에서 문예슬에게 전화를 걸었다.밖에서 보자고 하면 괜히 착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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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심심해서 연락해 봤어

문예슬이 대답하기도 전에 설영준은 펜꽂이에서 볼펜을 집어 들고 수표 앞에 내려놓았다.뜻인즉슨 앞으로 먹고 떨어질 만한 액수를 쓰라는 것이다.문예슬의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비록 야속한 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은 어쩔 수 없었다....저녁이 되자 설영준은 일찍 퇴근했다.그리고 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디저트 가게에 가서 케이크를 샀다.하지만 송재이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집이 텅 비었다.이 시간에 어디로 간 거지?설영준은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10분 뒤, 결국 기다리다가 지쳐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남자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흘러나왔다.“영준 씨?”설영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윤찬 씨가 왜...?”박윤찬은 태연자약한 말투로 대답했다.“오늘 남도에 왔는데 볼일 보고 시간이 남아서 재이 씨랑 밥먹으러...”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화장실에서 돌아온 송재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전화 왔어요.”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있는 박윤찬을 보자 송재이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영준 씨에요.”박윤찬은 이내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아마도 발신자에 설영준의 이름이 떠서 어차피 친구라는 생각에 대신 받아 줬을 가능성이 컸다.워낙 자연스러운 표정에 송재이도 의심을 지우고 미묘한 기분을 애써 외면했다.그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말했다.“고마워요.”곧이어 전화를 받았다.설영준은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듣고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케이크를 내려다보더니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이내 송재이에게 물었다.“어디야?”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송재이는 설영준의 말투가 유난히 쌀쌀맞게 느껴졌다.결국 잠시 망설이다가 레스토랑의 이름을 알려주었다.“알았어. 지금 갈게.”그리고 송재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설영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간 다음 입구에 있는 휴지통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이내 손에 든 케이크를 미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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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마음에 든 여자

설영준이 심심하다고 연락한 적이 과연 있었나?설령 사이가 제일 좋았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하물며 냉전 중인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딱히 태클을 걸지 않았고, 대충 상황을 무마시켰다.설영준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려 박윤찬을 바라보았다.“어머님이 최근에 소개팅을 주선해 줬다고 하던데 어땠어요?”박윤찬은 흠칫 놀라면서 당황한 듯 고개를 저었다.“간단하게 밥만 먹었죠, 뭐.”“음... 마음에 안 들었다는 거네요? 아니면 마지막 연애 때문에 받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가요?”뜬금없이 소개팅을 언급하더니 자연스럽게 마지막 연애까지 폭로하는 설영준이 과연 실수였을지 그 의도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만약 송재이가 박윤찬에게 마음이 있다면 실망하기 마련이다.하지만 정작 흑심을 품은 사람은 따로 있었다.박윤찬은 아무 말 없이 어두운 얼굴로 물을 한 모금 마셨다.“박 변호사님, 소개팅하셨어요?”순식간에 돌변한 주변 분위기를 아직 눈치채지 못한 송재이는 샘물처럼 맑은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네, 뭐...”박윤찬이 다소 모호하게 대답했다.“어떤 여자예요? 몇 살? 사진 있어요?”비록 박윤찬과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송재이는 그가 참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예전에 서유리가 한창 대시했지만 아쉽게도 잘 안되었다.대체 어떤 여자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은근히 궁금하기도 했다.박윤찬은 고개를 들고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냈다.“밥만 먹고 헤어졌는데 사진은 무슨...”“또 마음에 안 든 거예요?”송재이는 속으로 눈이 참 높은 남자라고 저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찼다.박윤찬이 아무 말 없이 옆에서 구경 중인 설영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는 마치 이미 목적을 달성한 사람처럼 눈빛에 비아냥거림과 조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박윤찬의 얼굴에 자조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사실 설영준이 굳이 훼방을 놓지 않아도 자신을 향한 송재이의 감정이 기껏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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