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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덫

여진은 눈치 빠르게 문을 닫아주었다.

사무실에는 송재이와 설영준 두 사람뿐이었다.

설영준의 시선은 시종일관 그녀에게 머물러 있었고, 마치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듯싶었다.

송재이는 심호흡하고 용기를 내어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현재 직면한 유중건의 상황에 관해 얘기해주었다.

설영준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비록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가 일이 있어서 찾아왔을 거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왜냐하면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먼저 꼬리 내리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다만 이유가 무엇이 됐든 간에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체면을 살려주기 마련이다.

송재이의 말이 끝나자 설영준은 그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설영준이 인맥을 동원하면 유중건의 물건을 통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가 통화하는 내내 송재이는 옆에 서 있었다.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은 저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움켜쥐어다가 서서히 힘이 풀렸다.

이내 통화가 끝나고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이때, 비웃는 듯한 남자의 코웃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드는 순간 눈에 들어온 남자의 이죽거리는 미소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도 설영준은 마치 다가오라는 식으로 손을 뻗었다.

도움을 받은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나 몰라라할 수는 없는 법이니 결국 마지못해 다가갔다.

남자의 커다란 손은 온기가 느껴졌고, 피부에 닿은 순간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설영준은 내친김에 송재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다만 반항이 불가한 탓에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송재이는 다소 순종적인 모습으로 얌전히 있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집 밖까지 쫓아냈는데 지금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신세라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

“나 좀 봐줘.”

나지막한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 남자다웠는데 왠지 모르게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던 송재이는 이제 귓불까지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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