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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바람끼 많은 여자

설영준과 손재이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사자 외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원희와 박윤찬뿐이었다.

박윤찬이 알게 된 것도 단순히 우연에 불과했다.

그날 저녁, 술에 취한 설영준은 화장실에서 돌아오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같은 룸에 함께 있던 박윤찬의 멱살을 잡았다.

두 사람은 긴 세월을 함께 해온 오랜 친구로서 둘 다 이성적이고 절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탓에 단 한 번도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다.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 황급히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뒤늦게 술이 깼을 때는 설영준이 그 일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다행히 박윤찬도 깊게 따지지 않았지만 그 일 이후로 두 사람의 연락이 줄어들었다.

송재이는 쭉 남도에 머물렀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경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와 설영준의 관계는 이렇게 끝나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밤, 송재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아파트 아래에 익숙한 벤틀리가 주차된 게 어렴풋이 보였다.

주변 가로등이 너무 어두웠던 탓에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생각했다.

송재이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늦추었다.

설영준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훤칠하고 당당한 모습은 알아보기 너무 쉬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희미한 불빛 때문에 송재이는 자신이 잘못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영준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라보던 그 설영준의 눈빛은 이상할 정도로 어딘가 낯설었다.

손재이의 기억 속에서 설영준은 항상 당당하고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저런 피곤할 얼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손재이는 설영준과 2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계속 침묵만 유지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설영준은 지금 그녀가 먼저 다가가 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손재이가 먼저 다가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둘은 이미 헤어진 연인 사이였다.

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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