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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문전박대

송재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정아현과 설영준이 어떤 관계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설영준의 어머니인 오서희가 정아현을 이용해 송재이와 설영준의 사이를 이간질한 적은 있었다.

어쩌면 정아현이 설영준의 진짜 첫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봤자 이미 송재이와 설영준은 헤어진 사이였다.

그가 어떤 여자와 어울리든 이제 송재이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가 버튼을 눌렀다.

설영준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정아현의 전화나 받고 있겠지.

송재이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

정말 웃긴 일이었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설영준은 조금 전 송재이의 태도로 그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노에 가득 차 내뱉었던 “줏대 없는 여자”라는 말이 송재이의 밑바닥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

지금이라도 같이 올라가봤자 냉대만 당할 뿐, 딱히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설영준은 다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정아현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벨 소리가 몇 번이나 더 울렸지만 설영준은 받지 않았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에 결국 설영준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놓았다.

이 세상이 드디어 다시 조용해졌다.

그는 입술에 물고 있던 담배 필터를 짓씹으며 한창 실랑이를 벌일 때 송재이가 지었던 표정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분명한 거부와 혐오감이었다.

그리고 설영준이 만지려던 찰나에 정확히 그의 손길을 피하던 송재이의 모습까지.

모든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설영준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이미 불이 켜져 있는 위층의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깊고도 복잡한 눈빛에는 도무지 읽어낼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설영준의 머릿속에서는 송재이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던 말만 계속 맴돌았다.

“우리 이미 헤어졌잖아.”

헤어졌다.

맞다, 지금 둘은 헤어진 사이다.

하지만 설영준은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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