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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심심해서 연락해 봤어

문예슬이 대답하기도 전에 설영준은 펜꽂이에서 볼펜을 집어 들고 수표 앞에 내려놓았다.

뜻인즉슨 앞으로 먹고 떨어질 만한 액수를 쓰라는 것이다.

문예슬의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비록 야속한 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은 어쩔 수 없었다.

...

저녁이 되자 설영준은 일찍 퇴근했다.

그리고 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디저트 가게에 가서 케이크를 샀다.

하지만 송재이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집이 텅 비었다.

이 시간에 어디로 간 거지?

설영준은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10분 뒤, 결국 기다리다가 지쳐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남자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영준 씨?”

설영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윤찬 씨가 왜...?”

박윤찬은 태연자약한 말투로 대답했다.

“오늘 남도에 왔는데 볼일 보고 시간이 남아서 재이 씨랑 밥먹으러...”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화장실에서 돌아온 송재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전화 왔어요.”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있는 박윤찬을 보자 송재이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준 씨에요.”

박윤찬은 이내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아마도 발신자에 설영준의 이름이 떠서 어차피 친구라는 생각에 대신 받아 줬을 가능성이 컸다.

워낙 자연스러운 표정에 송재이도 의심을 지우고 미묘한 기분을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말했다.

“고마워요.”

곧이어 전화를 받았다.

설영준은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듣고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케이크를 내려다보더니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내 송재이에게 물었다.

“어디야?”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송재이는 설영준의 말투가 유난히 쌀쌀맞게 느껴졌다.

결국 잠시 망설이다가 레스토랑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알았어. 지금 갈게.”

그리고 송재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설영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간 다음 입구에 있는 휴지통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이내 손에 든 케이크를 미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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