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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당신 탓이야?

기분이 울적한 와중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곧이어 정신이 번쩍 들면서 휴대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며 훌쩍거렸다.

이내 박윤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윤찬은 송재이가 울먹이는 낌새를 단번에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하지만 문예슬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말할 수 없는 법이다. 어쨌거나 그녀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지 않은가?

“아니에요.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를 봤더니 감동해서 그만...”

박윤찬은 반신반의했지만, 송재이의 태도를 보니 딱히 언급할 생각이 없는 듯해서 더는 캐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휴대폰으로 잠시 대화를 주고받았다.

“영준 씨 요즘 무슨 일이 있어요? 계속 딴생각하는 것 같던데 둘이 또 싸운 건 아니죠?”

그는 설영준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송재이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짚은 게 분명했다.

송재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내 문예슬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설령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어쨌거나 성폭행을 당했으니 당사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기에 설영준도 미안하기 마련이다.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때, 어쩌면 이게 바로 문예슬의 진정한 목적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문예슬이 굳이 설영준 때문에 성폭행당했다는 일을 그녀에게 얘기해준 것도 동정심 유발 작전일 가능성이 컸다.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봉변을 듣고 한 귀로 흘러 내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송재이는 이마를 짚었다.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며,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설영준과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 연락을 안 했다.

그녀도 전화는커녕 문자조차 보내지 않았다.

행여나 한가할 때라도 있으면 문예슬 사건이 생각나서 일부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몰아쳤다.

이로 인해 문예슬이 받은 상처와 간접적으로 그런 피해를 준 원흉을 생각하면...

‘설영준.’

송재이는 속으로 설영준이라는 이름 석 자를 되뇌었다. 게다가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노트에 적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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