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331 - Chapter 340

524 Chapters

제331화 선남선녀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송재이는 설영준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니야. 자기가 준 선물은 다 마음에 들어. 그런데...”외출할 때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중요한 건 너무 눈에 튀었다.박윤찬이 자기에 대한 요해가 깊다고 설영준이 말해서부터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자신과 박윤찬의 사이를 오해한 것이 확실하다.두 사람이 어렵게 재결합했기에 이런 작은 일로 다시 감정을 상하고 싶지 않았고 여기까지 오면서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서러워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듯한 송재이의 표정에 설영준은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애써 누르고 있었다.송재이의 표정 때문만이 아니라 그도 송재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들게 재결합했기에 다시 그녀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바로 이때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정적을 깼다.설영준이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해보니 도 대표의 전화였다.“설 대표님, 남도에 오셨다면서요? 내일 클럽에서 모임을 하려 하는데 참석할 의향이 있으세요?”도경진은 설영준이 일 때문에 자주 연락하는 사업 파트너이다.설영준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있는 송재이를 힐끗 보더니 전화에 대고 말했다.“참석할게요. 하지만 동행이 한 명 있어요.”머리 좋은 도경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얼마든지요.”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도경진은 머릿속으로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저번 파티 때 화려한 복장으로 나타났던 송재이의 모습이 도경진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송재이가 설영준의 옆에 서니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 많은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되었다.설영준이 여자 파트너와 동행하겠다고 주동적으로 말을 했으니 송재이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없을 것이다.도경진과 통화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어 송재이에게 말했다.“방금 내가 한 말 들었지? 내일 저녁 나와 함께 가야 해.”송재이는 방금 설영준이 자기와 박윤찬의 사이를 오해한 일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Read more

제332화 나와 결혼하기 싫어?

파티가 끝나고 송재이와 설영준 사이의 분위기가 어쩐지 무거웠다.직접 운전하고 온 설영준이 갈 때가 되자 갑자기 산책을 제의했다.시계를 보니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두 사람은 달빛과 네온사인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걸었다. 주위의 바람 소리와 차 소리 외에 두 사람의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한참 걸어 다리에 도착하니 불빛에 반짝이는 냇물이 보였다.다리에 도착한 송재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힘들어?”설영준은 송재이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설영준은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어 송재이를 바닥에서 일으키자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냉큼 그의 등에 업혔다.처음으로 설영준의 등에 엎힌 송재이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 턱을 어깨에 괴었다.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줄곧 턱으로 설영준의 어깨를 살살 문질렀다.집에 도착하니 열두 시가 다 되었다.현관에서 설영준은 송재이를 업은 채로 그녀의 신발만 벗기고는 그대로 침실로 걸어가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설영준이 두팔을 짚고 엎드린 채로 한 쌍의 까만 눈으로 송재이를 지그시 바라보자 갑자기 당황했다.눈빛을 피하려고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설영준은 송재이의 곁에 누우면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고 주변에서 풍기는 호르몬 냄새 때문에 송재이도 덩달아 몸이 뜨거워졌다.“움직이지 마.”설영준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송재이는 진짜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샤워하고 싶었지만 설영준의 품에 안기니 저도 모르게 잠이 쏟아지면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당장 꿈나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설영준이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재이야.”“...”“재이야.”갑자기 눈을 뜬 송재이는 설영준이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느꼈다.한참 지나 송재이는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워 설영준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얼굴을 품에 묻었다.그러자 설영준도 이내 두 손으로 송재이를 껴안으며 턱으로 정
Read more

제333화 사람을 매혹하는 능력

송재이는 전혀 머뭇거리 않고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돼. 오늘 출근해야 해.”“그럼 몇 시 퇴근해? 데리러 갈게.”설영준이 자진해 말했다.송재이가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혼자 갈 수 있어. 회사 부근에 나타나면 내가 불편해...”그러자 설영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연거푸 거절하는 바람에 설영준이 화 났다는 것을 느낀 송재이는 재빨리 그의 목을 감싸면서 말했다.“오늘 일찍 퇴근해서 내가 밥할게.”두 사람이 함께 있고부터 설영준이 밥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에 송재이가 자진해서 밥하겠다는 건 아부인 셈이다.비록 불쾌함이 풀리지 않았지만 설영준의 얼굴색이 많이 온화해졌다.설영준은 송재이를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그녀의 아래턱을 잡으며 얼굴을 마주 보고 말했다.“만일 우리 부모님이 허락하면 나와 결혼할 거지? 맞지?”송재이는 설영준의 말에 한참 지나서야 반응했고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내가 안 하겠다고 한 적 없어.”그제야 설영준은 기분이 조금 좋아지면서 송재이의 입술에 키스하고나서 그녀를 풀어줬다.설영준의 무릎에 앉아 두 사람이 한참이나 알콩달콩하다 바닥으로 내려왔다.출근하느라고 두 사람이 함께 별장 대문 밖으로 나가면서 송재이가 설영준의 양복자락을 잡았다.그러자 설영준이 눈썹을 찡긋하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내가 가는 게 아쉬워?”“아니. 나 다음 달에 해외로 공연하러 가. 아마 2주 정도 걸릴 거야. 먼저 자기한테 말하느라고...”설영준은 이 말에 다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또 가?”설영준은 송재이가 주기적으로 해외로 공연갔던 것으로 기억되었다. 송재이가 우수해서이겠지만 그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다음 달?”설영준이 묻자 송재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표정을 살폈다.비록 설영준은 애써 담담한 척하려고 했지만 송재이가 아는 설영준은 지금 아주 저기압이다.송재이는 까치발을 들며 설영준의 뺨에 키스했다.살짝 입맞춤한 것뿐인데 설영준이 갑
Read more

제334화 전혀 주저하지 않다

출국하는 날, 송재이는 혼자 공항으로 가려 했으나 설영준이 차로 바래다줬다.가는 동안 설영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송재이는 차 안의 분위기가 갑갑하게 느껴졌다. 요 며칠 두 사람은 껌딱지처럼 붙어있었고 그런 설영준을 두고 떠나려니 송재이도 아쉬웠다.하지만 게이트를 통과할 때 송재이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통과했다.설영준은 등 뒤에서 오래도록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한 번쯤은 송재이가 뒤돌아볼 줄 알았는데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생일에 선물한 억 원 가까이하는 수입 자동차를 송재이는 몇 번밖에 운전하지 않았다.눈에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가능한 저자세를 유지했다.설영준에게 비록 사정을 설명했지만 씁쓸함이 없지 않아 있었고 박윤찬이 자기보다 송재이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비행기에 오른 송재이는 공항에서 작별할 때 설영준이 착잡해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가슴이 아팠다.목적지에 도착한 뒤 그녀는 빠르게 일에 빠져들었다.남도에 온 지 1년밖에 안 되는 사이에 자주 해외 공연을 다녔고 이런 경력은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반달이 지나갔다.송재이는 저녁마다 설영준과 영상통화로 안부를 나눴다.두 사람 사이에 10여 시간의 시차가 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통화했다.이번에 송재이와 함께 출장 온 동료 중에 송재이보다 몇 살 어린 바이올린 연주자가 있었고 그의 이름은 서지석이다.저번에 출장갈 때도 서지석이 있었지만 과묵한 성격인지 항상 모퉁이에 조용히 있었고 따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기에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이번에 호텔 방을 배정받으면서 서지석의 방이 바로 맞은편이라는 것을 알았다.한밤중에 서지석이 갑자기 송재이의 방문을 두드렸다.처음에는 무서워 문을 열지 않았지만 문밖에서 서지석의 가냘픈 구조 목소리가 들려와 외시경을 통해 맞는지 확인하고 문을 열어보니 서지석이 창백한 얼굴로 배를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서 있었다.송재이가 허둥대며 급히 문을 열
Read more

제335화 자기 혹시 질투해?

첫눈에 송재이는 잘못 본 줄 알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보니 설영준이 확실했고 환각은 아니었다.송재이가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이 어쩐지 어색해 보였다.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설영준의 눈빛에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없어지면서 재빨리 등 뒤에 서 있는 서지석에게 소개시켰다.“제 남자 친구 설영준이예요.”영문을 모르지만 ‘남자 친구’라는 단어를 말할 때 송재이는 일부러 힘을 줘서 말했다.그러더니 서지석이 보는 앞에서 설영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들어 웃었다.그러나 자기 웃음이 얼마나 어색한지 송재이는 몰랐다.설영준도 옅은 미소로 답하며 서지석을 힐끗 쳐다보았다.아무래도 나이가 어린지라 설영준처럼 압도력이 강한 남자를 상대하려니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서지석이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하지만 설영준은 아는 체 하지 않고 송재이를 향해 말했다.“문 열어.”설영준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렸고 송재이에게 몇번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었다.송재이 본인은 정작 이 사실을 몰랐고 방에 들어가 휴대전화를 확인할 때야 배터리가 닳아 전화기가 꺼진 것을 발견했다.“자기가 올 줄 몰랐어...”방에 들어가니 두 사람만 남았다.설영준은 들어서자마자 재빨리 방안을 스캔했지만 남자가 생활했던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고개를 돌려 문쪽을 보면서 설영준이 말했다.“ ‘그 자식’의 방이 저쪽 맞은 편이야?”설영준의 눈빛이 좀 더 깊어지면서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꿰뚫어 보려는 듯 했다.날카로운 눈빛에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싸늘해졌다.하지만 송재이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설영준이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 그녀의 앞에 나타났고 더욱이 그녀의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단지 동료와 식사를 한 것뿐인데 왜 이런 무언의 압박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송재이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만나자마자 다투지 않기로 결심했다.전에 엄
Read more

제336화 송재이 나 정말 가?

송재이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왜 그래?”설영준의 얼굴색이 안 좋아 보였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 또한 위험했다.이런 눈빛으로 바라보니 송재이는 온몸이 굳어지면서 진짜로 자기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아 화가 났다.송재이가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서면서 앉아 있는 설영준을 향해 말했다.“영준 씨,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우리가 재결합했지만 나는 당신 외의 이성 친구가 있으면 안 돼? 그리고 나와 서지석은 일반 동료 사이야. 공연이 끝나고 힘들게 연습했으니 식사하면서 간단하게 경축하는 게 보통 아니야?”송재이가 고개를 쳐들고 당당하게 말하니 설영준은 도리어 배를 움켜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맞아. 호들갑을 떤 내가 이상한 거야. 비록 네가 남자 친구가 있지만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결혼하기 전에 다른 선택을 할 권리가 있어. 미안해.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설영준은 송재이를 이해한다는 뜻으로 말하긴 했지만 그의 얼굴과 말투는 비아냥거리는 게 틀림없었다.송재이는 설영준의 말을 어떻게 맞받아쳐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설영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나 지금 몸이 안 좋아, 아주 아파.’ 라는 표정으로 송재이를 바라보면서 안간힘을 쓰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하느니 가는 게 낫겠다는 뜻인 것 같다.송재이가 다가가 잡으며 말리자 설영준이 두 번이나 손을 뿌리쳤지만 태도가 그다지 강경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강하게 잡으면 설영준이 마지못해 남을 것도 같았다. 송재이는 설영준이 자기와 ‘밀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가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만류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몸이 불편하면서도 억지부리는 설영준의 모습에 송재이는 어이가 없었다.당당한 그룹 대표가 이렇게 유치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 “설 대표님, 진짜 갈 거죠?”문 앞에 서서 문을 열고 한쪽 발을 밖으로 내디디면서 설영준은 송재이가 자신을 완강하게 만류하기를 기다렸지만 갑자기
Read more

제337화 문예슬 씨 어때요?

설영준은 이를 악물더니 이젠 가기 싫어도 가야 했다.올 때는 송재이와 함께 귀국하려고 타산했지만 결국 혼자 경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것도 두 사람이 한 발짝 간격으로 비행기만 따로 타고 경주에 도착했다.기내에서 설영준은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송재이가 적어도 전화는 할 거로 생각했는데 정작 아무것도 없었다.10여 시간 동안 비행해야 했다.갈 때 얼마나 설렜으면 돌아올 때는 그만큼 비참했다.경주 공항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되었고 곧바로 별장으로 돌아와 씻자마자 잠이 들었다.기분이 상당히 불쾌했다.세상에서 설영준에게 이런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송재이뿐일 것이다.이튿날 설영준은 문예슬에게 전화를 걸었다.설영준의 이름이 휴대전화에 뜨자 문예슬은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휴대전화를 잡은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가 물었다.“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문예슬은 현재 문정 그룹에서 자그마치 대표 이사직을 맡고 있어 일할 때는 퍼그나 카리스마가 넘쳤다.하지만 설영준의 앞에만 서면 마치 갑옷을 벗어버린 듯 소녀 감성으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한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문예슬이 급급히 약속 장소로 달려오면서 보니 설영준이 통창 옆자리에 앉아 넋이 나간 듯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잘생긴 옆모습과 우뚝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오니 갑자기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문예슬은 입술을 깨물더니 웃으면서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문예슬이 온 것을 보고 설영준은 살짝 고개를 까딱했고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상기된 문예슬은 수줍게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전에 방현수가 남도에 갔을 때 문예슬 씨가 방현수보고 송재이를 찾아가라고 했어요? 그리고 백화점 앞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고 먼 곳에서 사진 찍게 한 게 맞죠?”설영준은 문예슬과 인사치레도 없이 바로 주제로 돌입했다.설영준의 한마디 말에 빨간 홍조를 띠며 기대에 차 있던 얼굴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리면서 놀란 눈으로 앞에 앉아 있는 설영준을 보더니 반사적으로 부인했
Read more

제338화 나를 기억하는 게 중요해

속으로는 엄청나게 실망했지만 문예슬은 티를 내지 않고 입술을 깨물면서 몸을 숙이더니 맞은편에 앉은 잘 생기고 귀티 나는 남자를 보면서 물었다.“제가 뭘 해주길 원해요?”그러자 설영준은 자신의 계획을 문예슬에게 알려줬다.설영준이 알아본 데 의하면 지민건이 요즘 어렵게 재기하여 큰 오더를 따냈다고 한다. 추세를 봐서는 크게 한바탕 해볼 타산인 것 같다.설영준이 문예슬에게 내린 주문은 아주 간단했다. 지민건의 계획을 깨버려 다시 주저앉히는 것이다.문예슬이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지민건은 배경도 인맥도 없고 옥살이도 했던 사람으로서 단지 먹고살자고 하는 노릇인데 설영준의 지위와 신분으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설영준은 쉽게 지민건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단지 송재이 때문일까?송재이가 설영준에게 이토록 중요한 사람인가?워낙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예슬의 마음은 칼로 도려내듯이 아팠다.눈빛이 어두워진 문예슬이 갑자기 물었다.“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설영준은 전혀 문예슬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뜻이 없었기에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마침 문예슬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설영준의 귀찮아하는 모습을 못 보고 입을 열었다.“지금 재이와 떨어져 지내는데 만일 송재이가 남도에서 진짜로 지민건과 함께 밖에 나갔거나 혹은 다른 남자와 그렇다고 해도 재이 가질 거예요?”말하고 나서 고개를 들자 차갑고 날카로운 설영준의 눈빛과 마주치면서 등골이 싸늘해졌다.“송재이예요.”차갑게 한마디만 하고는 더는 이 문제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마치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것처럼.그녀는 송재이이고 설영준의 여자이다.설영준이 송재이를 믿는다고 하기보다 자기 눈을 더 믿는 것 같았다.이 점에 대해서는 문예슬같은 외부인이 질의할 자격이 없었다.문예슬은 설영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를 느끼자 감히 더 깊이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이내 문예슬이 물었다.“그럼 제가 어떻게 지민건의 계획을 깨버릴까요? 여색으로요?”
Read more

제339화 오산

문예슬이 몇 번이나 지민건과 방현수를 이용해 송재이와 설영준의 사이를 이간질했다.방현수가 벨기에로 떠났기에 문예슬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지민건밖에 없었다. 설영준은 그들끼리 내란을 일으키는 기회를 타 지민건을 무너뜨리려고 했다.문예슬을 놓고 말하면 이 일은 유일하게 설영준에게 당당하게 연락할 수 있는 기회이다.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번연히 알지만 그래도 문예슬은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설영준의 사무실로 오면서 문예슬은 치장에 퍼그나 신경을 썼다.문소리가 들리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설영준은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솔직히 말하면 문예슬의 얼굴과 몸매는 아주 괜찮았으며 남자들이 좋아하는 글래머 스타일이다.문예슬도 자신의 강점을 알고 있었다.설영준의 눈빛은 차가웠고 공적인 태도였으나 문예슬은 기죽지 않고 입술을 깨물면서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어제 말씀하신 일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제가 할게요.”그러고는 용기를 내어 설영준의 등 뒤로 다가갔다.설영준이 움직이지 않자 손을 내밀어 설영준의 어깨를 다치려는 순간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설영준은 키가 상당히 컸고 분위기가 날카로웠다.오랫동안 고위직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습관적으로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이런 눈빛은 오히려 더 강하게 문예슬을 유혹했다.문예슬은 그런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어릴 때부터 신분이 높은 남자들도 많이 봤지만 설영준처럼 치명적인 설렘을 느끼게 하는 남자는 없었다.설영준이 쌀쌀하게 대할수록 문예슬은 설영준에 대해 더욱 큰 흥미를 느꼈다.설영준이 뒤로 한 발 물러서면서 차갑게 말했다.“이미 동의했으니 그럼 계획을 다시 정리해 보죠. 지민건의 오더를 망가뜨리기만 하면 오더 금액의 30%를 보수로 줄게요. 어때요?”솔직히 상당히 많은 금액이었다.하지만 문예슬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고 가지고 싶은 건 따로 있었지만 설영준이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슴이 아팠다....이튿날 아침 문예슬은 서주
Read more

제340화 전과 달라

문예슬의 통곡 소리에 설영준은 귀가 따가워 급히 휴대전화를 멀리 잡았다. 문예슬이 서주에서 당한 봉변을 듣더니 설영준의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한낱 공장 대표가 문예슬에게 그런 일을 할 줄은 생각 못 했다.휴대전화를 잡고 문예슬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가 호텔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문예슬은 절망감과 동시에 이상한 흥분감을 느끼면서 조용히 호텔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호텔방 번호를 설영준에게 발송했다.하지만 밤이 되어 도착한 건 설영준이 파견한 두 명의 여의사와 생활을 보살펴줄 도우미 한 명이 도착했다.여의사가 도착해서 먼저 문예슬의 몸을 샅샅이 검사한 뒤 피임약을 복용하게 하였고 그리고서 심리치료를 시작했다.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 문예슬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설 대표님은 안 오세요?”심리 의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그녀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면서 말했다.“설 대표님은 일이 바빠 저희한테 부탁했어요.”그 말을 들은 문예슬은 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다.설영준을 위해 이렇게 큰 봉변을 당했는데 정작 본인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설영준은 이런 방식으로 문예슬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도리는 다했고 상처받았다고 절대 감정으로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억지로라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명확히 보여줬다.의사들이 가고 난 뒤 문예슬은 혼자 방에 앉아 있었다.하룻밤이 지나고 이튿날 아침 문예슬은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잠결에 문예슬은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보니 지민건이 서 있었고 급히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문예슬은 지민건의 기세에 놀라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이내 잡혀버렸다.“문예슬,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얼마나 어렵게 따낸 오더인데 네가 왜 망가뜨려? 대체 왜?”지민건은 문예슬이 당한 봉변을 모르기에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계약이 코앞까지 와서 이 여자 때문에서 엎어졌다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문예슬의 두손이 지민건에게 잡혀 꼼짝할 수가 없게 되자 그제야 자신이 두
Read more
PREV
1
...
3233343536
...
5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