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Chapter 311 - Chapter 320

524 Chapters

제311화 같이 살자

“나쁜 자식? 난폭? 너한테 내가 그리 형편없는 남자였어?”설영준도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지라 저도 모르게 유치한 말을 내뱉었다.송재이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아예 외면했다.“내가 싫어?”설영준이 문득 물었다.순간 송재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행히 얼굴이 창문을 향하고 있는지라 설영준은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느릿느릿 대답했다.“그걸 몰라서 물어?”새침한 목소리는 억울함 때문인지 화가 묻어났다.그녀는 설영준이 단지 떠보고 있다고 생각했다.이때, 등 뒤로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설영준은 담배를 물고 힘껏 빨아들였고, 마치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싶었다.이내 차 안에 담배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순간 남자의 손이 턱을 움켜쥐었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빨개진 눈시울은 억울한 듯 보호 본능을 자극했고, 마치 공중에 매달려 있는 유리처럼 손대면 깨질 듯 위태위태했다.“엄마가 준 10억을 진짜 받은 거야? 고작 돈 때문에 평생 날 외면하겠다고?”“그래, 나 원래 돈에 환장하잖아.”“괜한 객기 부리지 마.”설영준은 그녀가 홧김에 일부러 오서희의 돈을 받은 걸 알고 있었다.그제야 송재이는 어떤 사람인지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왜냐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니까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었던 것이다.하지만 박윤찬과 다정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질투심을 감추지 못했다.물론 이런 기분은 결코 처음이 아니었다.박윤찬과 같은 책을 읽고, 두 사람이 찍은 셀카, 그리고 친구의 소송 때문에 박윤찬을 찾아간 걸 알게 되는 순간에도...그러나 둘은 단지 친한 친구에 불과했고, 박윤찬도 송재이에게 관심이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따라서 꼬투리를 잡을 거리가 없어 왠지 모르게 더욱 화가 났다.용암처럼 부글거리는 감정은 오로지 혼자서 삭여야만 했다.이내 그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출발했다.내부는 유난히 조용했고 송재이가
Read more

제312화 지옥 훈련

다음날 송재이는 교장실에 불려갔고, 교장은 그녀에게 해외 공연에 다녀오라고 추천해줬다.학교에서 총 5명의 음악 선생님이 뽑혔는데 그중에 그녀가 있었다.지난번에 교환 학생으로 유학 보내더니 이번에는 오케스트라 공연하러 다시 출국하게 되었다.학교에 취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기회가 벌써 몇 번째인가?사실 교직원 사이에서 이미 그녀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물론 송재이도 알고 있었다. 만약 눈총받기 싫으면 너무 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다만 워낙 관심이 많았던 해외 공연인지라 설령 동료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더라도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결국 오후에 교장이 건네준 신청서를 작성했다.공연 일정이 보름 가까이 되기에 과연 설영준한테 얘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어젯밤만 해도 차 안의 분위기가 미묘했고, 새집 키까지 건네주었다는 건 다시 동거하자는 뜻과 다름없었다.그 뒤로 연락을 못 받았기에 아마도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듯싶었다.저녁이 되자 설영준의 문자가 도착했다.[이사는 좀 생각해봤어?]송재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답장했다.[학교에서 해외 공연 다녀오라고 해서 보름 정도 나가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다시 알려줄게.]설영준은 샤워하고 나와서 그녀의 카톡을 확인했다.그리고 휴대폰을 쥔 채 화면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또다시 떠난다는 말에 갑자기 마음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사실 이런 기분은 그녀가 출국한다고 했을 때 이미 경험해 본 바가 있었다.가끔은 인연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매번 이렇게 어긋나냐는 말이다.결국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답장했다.[공연 잘해.]물론 [기다릴게]라는 말은 끝내 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 거라 굳게 믿었다....경주 오케스트라에서 송재이는 항상 수석이었다.그 당시에도 늘 오케스트라를 따라 공연하러 다니고는 했었다.나중에 남도에 와서는 이런 대형 행사에 자주 참석하지는 않았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Read more

제313화 빈틈

문예슬도 이번에 송재이가 공연 때문에 출국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따라서 리허설에 매진해야 하기에 굳이 방까지 찾아가서 귀찮게 하지는 않았다.물론 가끔 밤에 야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설령 매번 냉대를 당해도 송재이의 기분 따위 안중에도 없는 듯 셰프에게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챙겨왔다.“요즘 고생하고 있는 걸 아니까 체력 보충해. 이거 먹어 봐, 단백질이 듬뿍 들어 있거든.”문예슬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그녀의 앞접시에 덜어주었다.사실 오늘 송재이는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온종일 계속된 리허설로 인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앞접시에 놓인 깐 새우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손을 뻗어 입을 틀어막더니 정말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문예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 가는 송재이를 빤히 쳐다보았다.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화장실에 다가갔다.한편, 양치를 마친 송재이는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았고, 빨갛게 충혈된 두 눈을 발견했다.“너 혹시 임신했어?”문예슬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송재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송재이가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며칠 전에 생리가 왔는데...”이내 멈칫했다. 물론 이틀 만에 끝나기는 했지만...그러다가 며칠 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댓글이 문득 생각났다. 어떤 여자가 생리가 온 줄 알았는데 이틀 만에 끝나고 나중에 하혈까지 동반해서 병원에 검사를 받았더니 그제야 자연 유산되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댓글을 떠올리는 순간 송재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그녀도...?갑자기 돌변한 송재이의 안색을 보고 문예슬이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행여나 문예슬이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챌까 봐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숙여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 손을 닦았다.“아니야.”‘이상한데?’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송재이를 보
Read more

제314화 임신했어?

설영준은 미팅이 끝나고 카톡을 확인하게 되었다.오늘 송재이의 공연 날인 걸 알고 카톡이 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어쩌면 공연이 끝나고 그에게 연락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송재이는커녕 엉뚱한 사람한테서 문자를 받을 줄이야.문예슬도 출국한 건가? 게다가 송재이를 만났다니?설영준은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문예슬은 마치 송재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갈 기세였다.만약 그에게 고백한 적이 없었더라면 사실 송재이를 좋아하는 건 아닌지 싶었다.이내 문예슬이 보낸 카톡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임신이라니?지난번 송재이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생리하는 중이지 않았는가?비록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 만한 여건이 아니었고, 아무 일도 없는데 임신이 웬 말이지?게다가 카톡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문예슬이며, 이간질한 게 어디 한 두 번뿐이었는가?문예슬의 의도 따위 설영준은 단번에 간파했다.그리고 콧방귀를 뀌더니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송재이가 몸이 안 좋다는 말까지 지어낼 정도는 아닌지라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결국 저도 모르게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송재이는 공연이 끝난 뒤 곧바로 오후에 귀국하는 항공권을 끊었다.그리고 남도에 도착하자마자 설영준한테서 카톡을 받았다.[어디야?]송재이는 흠칫 놀랐다. 설영준이 공연하는 날짜와 그녀가 귀국하는 시간까지 꿰차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내 재빨리 답장했다.[남도에 막 도착했어.]곧이어 마침 교장의 연락을 받게 되자 별생각 없이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그러고 나서 캐리어를 끌고 교장과 통화하는 바람에 설영준이 나중에 보낸 문자는 보지 못했다.전화를 끊고 나서는 짐을 아파트에 두고 곧장 학교로 향했다.이번 공연은 학교에서도 매우 중요시했기에 성과 보고가 필요했다.공연에 다녀온 다른 선생님과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몇 시간 동안 회의를 이어갔다.한편, 설영준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결국 남도로 향하는 제일
Read more

제315화 맥박

송재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 아니야!”대체 어디서 전해 들었단 말이지?설영준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복도를 지나 발코니로 향했다.“문예슬이 카톡 보냈는데 네가 자꾸 구역질한다고 했어. 몸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임신한 거야?”또 문예슬이라니!송재이는 문예슬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려 저도 모르게 관자놀이를 눌렀다.매번 그녀를 마주칠 때면 꼭 무슨 일이 터졌다.겉으로 아무리 다정하고 살뜰하게 대하는 척해도 단지 방심하게 하려는 속임수에 불과했다.실상은 틈만 나면 바가지를 씌우지 못해 안달이었으니까.빌어먹을 여자 같으니라고!“임신 안 했어. 해외 일정이 빠듯해서 스트레스 때문에 구역질이 났을 뿐, 입덧은 아니야.”그녀는 말하면서도 무의식중으로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살짝 붉혔다.설영준은 아무 말 없이 그윽한 시선으로 송재이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며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했다.결국 참다못해 등골이 오싹한 나머지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곧이어 다시 설영준에게 붙잡혔다.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한 뼘에 가까웠다.설영준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엉겁결에 뒷걸음질 치는 송재이를 다시 앞으로 끌어당겼다.코앞에서 뜨거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남자 때문에 분위기가 금세 미묘하게 변했다.비록 야외에 훤한 대낮이지만 마치 이 세상에 둘만 남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설영준을 보자 송재이는 괜스레 쑥스러웠다.이내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이 지나서야 나지막이 말했다.“진짜 임신 아니야.”하지만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만약 임신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지난번에는 그에게 미처 알리지도 못하고 아이를 지웠다.이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로 남았다.한편, 설영준도 그녀와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살짝 어두워진 얼굴로 침묵을 유지했다.그리고 송재이의 손을 덥석 잡고 밖으로 나갔다.“나랑 같이 병원 가자.”송재이는 어리둥절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이미 차
Read more

제316화 영준 씨 덕분에

생리 불순을 제외하고 송재이는 면역력도 약한 편이라 양은서는 처방전에 따라 그녀에게 약을 잔뜩 지어주었다.글씨가 빼곡한 처방전을 보며 송재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약을 달이는 건 처음인데...”이내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이때, 등 뒤에서 설영준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송재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이사 와서 나랑 같이 살자고 했잖아. 고민 좀 해봤어?”뜻인즉슨 이사 오면 마침 자기가 약을 달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예전에도 밥해준 적이 있는지라 송재이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맞은편의 양은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녀가 알고 있는 설영준은 호의호식하는 도련님으로서 남의 시중을 든 적이 없었다.하지만 송재이의 모습을 보니 마치 설영준이 자주 챙겨주는 듯 무덤덤하기만 했다.양은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을 넌지시 건넸다.“영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에요. 그 여자가 역시나 재이 씨가 맞았네요!”송재이는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 말도 안 했다.둘이 다시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니고, 적어도 자신은 아직 동의한 적이 없지 않은가?하지만 설영준의 일거수일투족은 마치 이미 자기 여자를 대하는 듯싶었다.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설영준을 향해 말했다.“오늘 고마웠어. 먼저 가볼게.”말을 마치고 나서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고, 단호한 발걸음은 일말의 미련도 없었다.양은서는 홀로 덩그러니 남은 설영준을 바라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뭐야? 이미 사귀는 줄 알았더니 아직도 작업 중이었어?”심기 불편한 설영준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그녀를 힘껏 째려보았다.헛기침으로 무마하려는 양은서는 사실 속으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송재이를 위해 약을 달여주는 건 물론 그녀의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신세라니?...설영준의 아파트로 이사 가서 동거하는 일에 대해 송재이는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았다.왜냐하면 앞으로 설영준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다시 같이 살게 되었다가
Read more

제317화 차단해

사실 송재이는 오서희에게 10억을 돌려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설영준이 갑자기 찾아오는 바람에 그만 새까맣게 잊고 카톡을 보고 나서야 문득 기억이 났다.그리고 계좌에 있는 10억을 그대로 다시 보내주며 재빨리 답장했다.[돈은 이미 돌려드렸어요. 그리고 영준 씨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는 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다시 말해서 설영준이 계속해서 매달리면 그녀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이는 상대방한테도 사뭇 도발적인 말이었다.결국 화를 주체하지 못한 오서희는 휴대폰에 대고 연신 욕설을 퍼부었다.무려 60초가 되는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자 송재이는 머뭇거리다가 클릭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악의적인 공격과 경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물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의아함이었다.어떻게 보면 오서희도 재벌 사교계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일원으로서 상류층 인사들만 접촉할 텐데 어찌 몰상식한 여자처럼 무지막지하게 굴 수 있단 말이지?비록 고상하고 도도한 겉모습과 달리 또 다른 이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무려 설영준의 어머니가 이런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는 인품과 교양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과연 설영준은 어머니의 본성을 이미 꿰뚫어 봤는지 궁금했다.카톡을 확인한 송재이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이원희와 밥을 먹은 다음 한약까지 마셨다.다시 휴대폰을 봤을 때는 오서희가 보낸 메시지가 몇 통이나 더 있었다.대부분 그녀가 손윗사람의 문자를 읽씹해서 되레 교양이 없고 무례하다는 비난들로 가득했다.송재이는 할 말을 잃었다....이번에는 그녀도 참지 않고 음성 메시지를 문자로 타이핑해서 설영준에게 보냈다.물론 그가 이미 경주로 돌아간 줄 모르고 아직 남도 지사에 있다고 생각했다.공항 로비를 막 벗어난 설영준은 차에 올라타서 휴대폰을 켜자 송재이가 보낸 카톡을 발견했다.사실 오서희가 송재이를 늘 적대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악의가 다분한 내용은 심기가 불편해지기 마련이었다.이내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에
Read more

제318화 너무 착한 거 아니야?

레스토랑.송재이는 자신을 훑어보는 민효연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으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최근에 이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 게 바로 오서희이지 않은가?설영준과 얽힌 이후로 항상 이러한 평가하고 관찰하는 상황에 놓이는 듯싶었다.어쨌거나 손윗사람인지라 그녀도 굳이 따질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손에 든 포크를 내려놓고 민효연을 바라보았다.“우선 축하드려요, 사모님.”민효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축하라니? 왜요?”송재이가 피식 웃었다.“주승아 씨 말이에요. 아직 살아있지 않나요?”큰딸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민효연은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맞아요.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회복에 전념하라고 딸아이도 지킬 겸 외부에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했죠. 결국 기적이 나타나 진짜 다시 깨어날 줄은 몰랐어요.”“부모로서 자식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사모님의 표정을 보니 그리 기쁜 편은 아닌가 봐요?”송재이는 뻔히 알면서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시간이 흐르고 나서 되돌아보니 민효연도 예전처럼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신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심지어 눈앞의 송재이마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유가 흘러넘치지 않는가?설영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분명 그녀만의 색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반면 그러한 신분과 지위를 지닌 사람을 상대하기에 본인은 역부족이었다.이내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비록 깨어나긴 했으나 실력 있는 의료진의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죠. 현아가 몹쓸 짓을 워낙 많이 해서 우리 집에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승아는 송 선생님께 폐를 끼친 적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만약 가능하다면, 혹시라도...”“네?”송재이가 되물었다.“영준한테 부탁해서 승아에게 더 좋은 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없는지 물어봐 주면 안 될까요?”민효연의 말을 듣자 송재이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영준 씨랑 아
Read more

제319화 흑역사

민효연과 헤어진 이후로 송재이는 아파트로 돌아갔다.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고, 아주머니가 앞치마를 두른 채 다가와 그녀에게 얼른 식사하라고 했다.방금 민효연과 일식 레스토랑에 가서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작은 접시에 코딱지만큼 나와서 전혀 배부르지 않았다.게다가 온종일 학교에서 수업하느라 힘든 탓에 배가 꼬르륵거릴 지경이었다.아주머니가 만든 먹물 파스타를 보는 순간 식욕이 확 돋았다.이원희는 식탁 맞은편에 앉아 그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의자에 앉자마자 송재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반쯤 먹다가 방금 민효연과 만났을 때 그녀가 부탁했던 일이 떠올랐다.이내 곰곰이 생각하더니 결국 휴대폰을 꺼내 설영준에게 카톡을 보냈다.[왜 아직도 주승아 보러 안 간 거야? 그리고 더 좋은 의료진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던데 혹시 도와줄 수 있어?]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 다시 코 박고 파스타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누구한테 카톡 보낸 거예요?”이원희가 능글맞은 말투로 물었다.송재이는 고개를 들고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설마 또 무슨 낌새라도 눈치챈 건가?이원희는 웃으면서 말했다.“얼굴에 모든 감정이 드러나 있다니까? 방금 카톡을 보낼 때 표정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아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죠.”송재이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정말 그렇게 티가 나는지 의아했다.곧이어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먹물 파스타를 계속 먹었다.결국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설영준은 답장이 없었고, 송재이는 그가 바빠서 못 봤을 거로 생각했다.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다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볼 때 문득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제목은 다음과 같았다.[경주 대표님의 만행?! 3년 동안 만난 여친이 임신하자 바로 내팽개치다?]경주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송재이는 무심결에 링크를 열어보았다.기사에 비록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구구절절 재벌 설영준을 가르키고 있었다.심지어 그가 최근에 남도 지사를 설립한 이유도 여자를 더 편하게 만나기 위해서
Read more

제320화 먹이 사슬

도경진은 설영준의 여자에 대해 사뭇 궁금했다.그러다 갑자기 제안했다.“참, 조만간 자리 한 번 마련하려고 하는데 그때 가서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거예요. 혹시 베일에 싸인 여자 친구분도 모셔 와서 소개할 생각은 없어요?”설영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여자가 아무한테나 보여줄 그런 사람인가?”도경진은 본인의 가벼운 말투 때문에 설영준이 심기 불편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한편으로 그가 여자 친구를 꽤 아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얼굴이나 익히는 거죠. 나중에 마주치더라도 대표님의 여자 친구분이라는 걸 알고 나면 서로 배려해 주기 마련이잖아요.”설영준은 눈을 내리깔고 곰곰이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송재이가 같이 가겠다고 할 확률은 희박했다.남도에서 일도 하고 있는지라 바쁠 텐데 굳이 모임에 참석하려고 경주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다.비록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추측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녀에게 거절당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예전 같았으면 그는 이런 고민 따위 안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이때, 문득 송재이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약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물론 본인은 끝까지 부정하고 싶지만 진실은 변치 않는 법이다.언제부터인지 이 사랑싸움에서 그는 점점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사업가로서 일방적인 열세는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하지만... 힘들어도 달갑게 받아들이는 건 또 뭐냐는 말이다.“됐어요. 자기 여자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안 가요, 어차피 데려 갈 생각도 없으니까.”그녀에게 거절당하기 전에 설영준이 먼저 선수를 쳤다.어떻게 보면 체면은 지킨 셈이다....설영준은 도경진과 헤어진 이후에 송재이의 카톡을 보게 되었다.그리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민 사장님 만났어? 주승아에 관한 일을 왜 너한테 대신 전달하라고 시키는 거지? 본인은 입이 없대?]송재이는 샤워를 마치고 나서 설영준의 답장을 확인했다.이내 빠르게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Read more
PREV
1
...
3031323334
...
5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