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660 챕터

제291화 울고 싶은 마음

설영준은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같은 남자인 여진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설영준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표정 하나로만 뭇사람을 압도하는 매력을 지녔으니까.설영준은 답장을 다 보낸 후 무심코 머리를 들었다.이때 마침 백미러로 자신을 쳐다보는 여진과 시선이 마주쳤다.여진은 뻘쭘한 듯 얼른 눈길을 피했다.한편 설영준은 화내지 않고 불쑥 이런 질문을 건넸다.“여 비서님은 여자친구 있어요?”여진은 화들짝 놀라며 하마터면 핸들을 쥔 손이 미끄러질 뻔했다. 그는 얼른 자세를 다잡고 설영준에게 대답했다.“아직 없습니다.”“그래요. 그럼 얼른 여자친구 찾아요.”설영준은 처음 부하직원인 여진에게 이런 말을 해본다.평소에 그는 타인의 사생활이나 가십거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근데 오늘 웬일인지 방금 카톡을 하고 나서부터 이러고 있다.“대표님, 송재이 씨 유학 가신지 한 달 가까이 됐죠?”여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니나 다를까 설영준의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그는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창가에 머리를 기댔다.그의 눈가에 송재기를 향한 그리움이 잔뜩 묻어났다.“제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와요? 운전이나 해요 얼른!”성영준은 정색하며 여진에게 쏘아붙였다.질책이긴 하지만 그의 옆에서 수년간 일해오면서 여진은 당연히 알아들을 수 있다. 성영준은 사실 너무 단호한 말투는 아니었다.역시 송재이여야만 했다.여진은 다 알고 있지만 굳이 까발리지 않았다....송재이는 설영준의 답장을 받은 후 기숙사로 돌아와 얼른 택배를 불러서 내일 바로 국내에 물건을 부치기로 했다.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소파에 앉아 심심한 듯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그러던 중 우연히 문예슬의 인스타에 들어가 보았다.문정 그룹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녀의 인스타에는 대부분 여행 다니는 사진이거나 최신상 명품백들을 구매한 사진들이었다.하지만 문정 그룹에서 근무한 이후로 피드를 올리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었다.간혹 올린다 해도 전부 자사 제품 광고거나 일부 상업적인 사항이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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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자극받았어요?

니콜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눈물범벅이 된 그녀를 보더니 니콜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대체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니콜은 바짝 긴장해 하며 물었다.송재이는 흐느끼면서 영어로 니콜에게 물었다.“넌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있어?”니콜은 흠칫 놀라더니 머리를 끄덕였다.“당연하지!”“그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널 너무 좋아하지 않거나 또 혹은 말로는 네가 좋다고 하더니 돌아서서 딴사람 좋아하게 된다면 어떻게 단념할 거야?”“그거야 당연히 새로운 연애를 시작해야지!”니콜은 연애 경험이 매우 풍부하다.송재이가 감정 문제로 이토록 처참하게 우는 걸 알고 나니 금세 잠이 확 깼다.그녀는 송재이에게 ‘수업’을 열기 시작했다.“자고로 한 나무에만 매달릴 수 없는 법이야. 여기 앉아서 남자 때문에 울 바엔... 가자, 내가 좋은 곳 데려가 줄게. 너 금방 기분 전환될 거야!”송재이는 얼떨결에 니콜에게 이끌려 소파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화장실로 끌려가 세수를 했다.니콜이 대체 어디로 데려갈지 그녀는 전혀 몰랐다.한 시간 후, 송재이는 드디어 알게 됐다.니콜이 말한 ‘좋은 곳’은 바로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바였다.송재이는 M국에 온 지 어언간 한 달이 되어가는데 줄곧 학업에만 전념하다 보니 일반 유학생들처럼 밤에 나가서 놀지 못했다.하지만 니콜은 자주 드나드는 걸 알고 있었다.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금발의 웨이터가 능숙하게 니콜과 인사했다.니콜은 매우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칵테일 두 잔을 주문했다.“재이 넌 평소에 너무 갇혀있기만 했어. 잘 생각해봐. 바깥세상이 이렇게 큰데 여기저기 잘생긴 남자들 천지잖아...”이날 밤 송재이는 술을 많이 마셨다.설영준이 딴 여자랑 춤을 춘 일로 그녀는 상심이 너무 컸다.하여 니콜이 건네는 술을 거부하지 않고 전부 다 마셨다.옆 테이블에 일여덟 명의 젊은이가 앉아 있었는데 이 근처 의대생인 것 같았다. 그들은 송재이와 니콜에게 함께 놀자고 했다.송재이의 동양적인 외모와 깔끔하고 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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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차라리 개나 줘버려!

송재이는 그 스토리를 올릴 때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버렸다.아침에 깨나서 어젯밤에 했던 일을 떠올린 후 재빨리 그 스토리를 삭제했다.자극받은 거냐고 묻는다면 부인할 수도 없다.그녀는 확실히 설영준에게 자극받았으니까.그래서 니콜과 함께 바에 가서 실컷 술을 마셨고 몇몇 잘생긴 남자애들이랑 신나게 놀았다.사진을 찍을 때 뒤에 있던 잘생긴 남자가 그녀에게 미리 어깨에 손을 올려도 되냐고 물었었다.그때 송재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취기에 흐릿해진 눈빛으로 그 남자를 쳐다보며 머리를 끄덕였다.“당연하지!”설영준은 정아현을 안고 춤을 추는데 그녀라고 왜 딴 남자가 어깨에 손도 못 올리게 할까?그녀는 지금 자유의 몸이고 오직 본인만 위해서 살면 그뿐이다.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스토리는 전체 공개여서 남도 사립예술학교의 동료들과 교장까지 전부 볼 수 있었다...설영준을 무시할 순 있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었다.한편 피드를 삭제하자마자 카톡이 울렸다.[정말 그토록 외로운 거라면 그 도시의 관광지나 둘러봐봐. 수요되면 가이드도 소개해줄게.]그건 바로 설영준이 보낸 카톡이었다.송재이는 어리둥절해졌다. 이 남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다만 첫 마디에 그녀에게 ‘외로운 거라면’이라고 말했다.송재이는 추측에 나섰다. 설영준은 아마도 어젯밤에 그녀가 취기에 올린 피드를 보고 허전해서 바에 가 잘생긴 남자들과 놀고 온 줄로 착각하나 보다.그래서 이런 ‘제안’을 하며 선심 쓰듯 가이드까지 소개해주겠다고 한 것이다.‘웃겨 정말!’송재이는 달랑 물음표만 하나 보냈다.‘본인이 뭐라도 된 줄 아나 봐?’‘네가 내 상사야? 선배야? 아니면 인생 멘토라도 돼?’해외까지 나왔는데 아직도 그녀에게 삿대질하고 있다니!설영준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가이드 필요해?]송재이는 이를 악물고 단답형으로 말했다.[필요 없어!]‘이 여자가! 나한테만 사납게 굴고 그 외국인들 앞에선 배시시 웃으며 신나게 놀아?’‘완전 앞뒤가 다른 여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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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쌀쌀맞은 태도

이날 박윤찬은 마침 로펌에 있었다.송재이와 전화한 지 1시간도 채 안 돼 그녀가 로펌으로 찾아왔다.박윤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크고 작은 쇼핑백을 한가득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며 박윤찬이 물었다.“아니...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요?”송재이는 방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 그의 책상 위에 물건을 올려놓았다.그리고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이 셔츠랑 재떨이는 윤찬 씨 거고 가죽 지갑은 도영이 거예요. 나중에 도영이 만나거든 잊지 말고 전해줘요.”박윤찬은 그녀가 머리를 숙이고 물건을 꺼내는 모습을 보더니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그녀를 만나서 반가운 것도 있고 챙겨온 선물 중에 본인 것도 있어서 너무 기뻤다.“설영준 씨 거는요? 직접 전해주게요?”박윤찬이 무심코 물었다.이에 송재이가 손을 움찔거리며 대답했다.“안 샀어요. 그 사람은 뭐가 부족하겠어요?”박윤찬은 멍하니 넋 놓고 말았다.“영준 씨 선물은 아무것도 없다고요?”“필요한 것도 없잖아요 영준 씨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설영준이 문 앞에 떡하니 서서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필요한 게 있는지 없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송재이는 화들짝 놀랐다.‘이 인간이 여길 왜 왔지?’그녀의 놀란 두 눈을 본 설영준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는 송재이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책상 위에 놓인 한 무더기 선물을 쭉 둘러보았다.송재이는 이 선물들을 가지런히 배열해놓았다.그도 방금 문밖에서 그녀가 한 말을 다 들었다.설영준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없었다.‘아주 잘났어 송재이!’“내 약은 어디 있어?”설영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송재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정신을 다잡았다.“아 그건 원래 영준 씨한테 부치려다가 나중에 까먹었어. 올 때 함께 챙겨오려고 했는데 룸메가 요즘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해서 그냥 줬어.”송재이는 아무렇지 않게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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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사고

송재이는 경주에 하루만 있고 그날 밤으로 남도에 돌아갈 예정이었다.이때 뜻밖에도 서유리가 또 선뜻 공항까지 배웅하겠다고 했다.송재이는 거절하지 않았다.서유리가 운전하고 송재이는 조수석에 앉았다.공항으로 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신나게 웃고 떠들었다.그녀들 뒤에서 차 한 대가 말없이 한동안 따라붙은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차가 공항 입구에 세워졌다.송재이가 먼저 내리고 서유리는 주차하러 가겠다고 했다.서유리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백미러로 뒤에 있는 승합차를 발견했는데 안에서 건장한 청년 세 명이 내려왔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송재이도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따라서 미간을 구겼다.고개를 돌리자 건장한 체구의 청년 중 한 명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재이 씨!”서유리가 소리쳤다.“으악!”송재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 청년에게 강제로 끌려서 차에 올라탔다.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서유리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멀쩡한 대낮에 바로 그녀의 눈앞에서 송재이가 납치를 당한 것이다.난생처음 겪는 일이라 서유리는 한참 동안 넋이 나갔다.그녀는 겨우 정신을 다잡고 가장 먼저 경찰에 신고했다.하지만...신고하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이 안 놓였다.이때 서유리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그녀는 고민 없이 바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윤찬 씨 저에요...”그녀는 휴대폰을 꽉 잡고 울상이 되어 겨우 말을 이었다....설한 그룹.설영준은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봤다.여 비서가 노크하자 그는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여 비서는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보고했다.“대표님 휴대폰이 꺼져 있어서 박윤찬 씨가 연락이 안 된다고 하셔서요.”박윤찬은 설영준에게 연락이 안 닿으니 하는 수 없이 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왜요? 무슨 일 있어요?”설영준은 여진의 표정을 보더니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전화를 받자 박윤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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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화끈하게 해줄게

그 시각 승합차 안에서 송재이는 두 손이 끈에 묶인 채 눈가에 검은 천으로 가려져 아무것도 안 보였다.대충 짐작해보니 이 차가 지금 40분 남짓 달리고 있었다.주변 환경이 점점 더 조용해졌다.분위기가 고요해질수록 더 섬뜩해지는 법이다.드디어 차가 멈춰 섰다.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차 문을 열고 그녀를 안에서 끌어냈다.송재이는 걸음을 휘청거리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박았다.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이 온몸에 쫙 퍼져 흘렀다.“이년 몸매 좋네. 이 허리며 다리까지...”“쯧쯧, 벌써 고픈 거야? 이따가 너 실컷 따먹게 해줄 테니까 급할 거 없어!”“어떻게 안 급해! 지금 이미 경찰에 찍혔을지도 모르잖아 우리!”“꺼져! 재수 없게 쯧쯧! 우리 이런 일 한두 번이야? 언제 실패한 적 있어? 그리고 고용주가 돈까지 다 보내왔는데 돈 받고 일을 안 하면 룰에 어긋나는 거야. 앞으로 누가 감히 우릴 찾아주겠어?”몇 사람들의 대화가 송재이의 귓가에 고스란히 들렸다.그녀는 속으로 묵묵히 생각했다.‘거 참 투철한 직업 정신이네. 납치범 짓거리나 하면서도 신용을 지킨다는 거야?’그녀는 참지 못하고 속으로 비아냥거렸다.그와 동시에 몇 가지 정보를 추측해냈다.예를 들어 이 사람들은 어떤 고용주의 위탁을 받고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니 아마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건 아닐 듯싶었다. 단지... 그녀를 망가뜨리고 싶은 거겠지.송재이는 대체 어디서 누구랑 이런 극심한 원한을 맺은 걸까? 도통 납득이 가질 않았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팠다.방금 납치돼서 차에 탄 후 그녀는 줄곧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건장한 사내들 중 한 명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안 씻었는지도 모를 손수건을 꺼내더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순간 약 냄새가 그녀의 코를 확 찔렀다.그때부터 머리가 무겁고 붕 뜬 기분이 들면서 온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아무래도 이 인간들이 약을 탄 모양이다...“다들 대체 뭐 하는 인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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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대표님도 엄청 걱정하셨어요

몇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그중에서 키가 제일 큰 한 명이 쪼그리고 앉아서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송재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날 화끈하게 해준다며? 난 이렇게 어두컴컴한 게 싫거든...”그녀는 역겨움을 꾹 참고 제 뜻을 완전히 어긋난 채 그들과 시간을 끌고 있었다.“어쭈, 이거 진짜 XX년이네...”그 남자는 한없이 추악한 말들을 내뱉었다. 이에 송재이는 이를 악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그녀는 또다시 억지 미소를 쥐여 짜냈다.“그러니까 얼른 안대 좀 풀어!”“형, 안대 푼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어차피 이년 두 손 다 묶여있잖아.”뒤에 있던 부하 두 명이 그에게 말하자마자 앞으로 다가가 송재이의 안대를 풀었다.그녀는 갑작스럽게 비친 눈 부신 빛에 참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잠시 적응한 후에야 다시 떴다.곧이어 눈앞에 서 있는 세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지켜봤다.그들에게 이끌려 차에 탈 땐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러웠다.이제야 느끼하고 옹졸한 면상을 보게 되니 실로 역겨울 따름이었다.방금 그들의 대화로 들어볼 때 이 인간들은 전문 납치범으로 이전에도 몇 번 이딴 짓을 한 듯싶다.이는 무심코 송재이에게 지금 처한 상황이 위험 지수가 더 높아졌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이때 불쑥 카톡 알림 소리가 울렸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더니 누런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형, 입금됐어!”“오케이. 넌 일단 문 앞에서 망보고 있어. 내가 먼저 맛 좀 봐야지, 우리 예쁜 아가씨...”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말하며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한편 옆에 있던 부하는 휴대폰을 꺼내서 이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두려는 듯싶었다.송재이는 두목에게 발목이 잡힌 채 그의 몸 아래로 질질 끌려갔다.이때 그녀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변하더니 몸을 홱 돌리고 손에 묶었던 끈도 어느샌가 칼로 잘라버렸다.송재이는 침착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그 남자가 감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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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병 치료

서유리의 마지막 그 한마디는 팩트이긴 하지만 그녀의 사심을 담고 있기도 했다.송재이가 사고를 당한 후 설영준이 얼마나 애타게 걱정했는지는 지나가는 멍청이도 다 알아볼 지경이었다.그가 이토록 초조하게 송재이를 걱정하는 걸 봐서 서유리는 측은지심이 발동해 몰래 그를 도와줬다.서유리의 말을 들은 송재이는 고개를 돌리고 설영준을 쳐다봤다.이때 경찰이 다가와 현장 상황을 기록하려 했다.송재이가 이제 막 협조하려 하는데 설영준이 덥석 가로챘다.“재이 지금 상처가 심해서 병원부터 가봐야 해요...”“잠시만요.”차 문을 닫으려 할 때 방금 팀을 이끌고 돌진해오던 형사팀 팀장이 앞으로 다가와 납치범한테서 수색한 휴대폰을 꺼내 두 사람에게 보여줬다.“두 분 이 사람 알아요?”“주현아??”“주현아...”설영준과 송재이는 거의 동시에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송재이는 좀 전에 납치됐을 때 납치범들이 고용주와 연락했던 일이 떠올랐다.그러니까 그들이 연락한 사람이 바로 주현아였단 말인가?송재이는 설영준을 힐긋 쳐다봤다.설영준은 사색이 된 채 이를 악물었다.어쨌거나 그의 전 약혼녀였으니 지금 과연 무슨 느낌일까?‘근데 주현아 씨 해외 나간 거 아니었어?’‘언제 돌아왔대?’‘왜 오자마자 나한테 이런 짓을 벌이는 거냐고?’송재이가 묵묵히 생각했다. 옆에 있던 설영준은 안색이 섬뜩하리만큼 짙어지고 지나가는 파리 새끼도 그가 내뿜는 한기에 얼어 죽일 기세였다.지금 이 순간,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송재이는 납치를 당한 피해자로서 경찰에게 자신의 납치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다른 사람들은 전부 옆에서 기다리며 그녀가 진술하는 섬뜩한 납치 과정을 듣고 있었다.진술을 마치고는 곧장 병원으로 실려 갔다.다행히 전부 외상이라 붕대를 감고 찰과상에 바르는 약과 소염제를 챙겨서 병원을 떠났다.“일단 경주에서 몸 회복해.”돌아가는 길에서 설영준이 갑자기 한 마디 내던졌다.“아니, 괜...”송재이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따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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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강하게 나올 수밖에!

송재이는 단순히 1층 거실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아서 2층으로 올라갔을 뿐이다.그녀는 지금 기분이 별로였다.좀 전에 납치되고 난 이후로 그녀를 납치범의 손에서 구해준 것도 설영준이고, 교장에게 대신 휴가를 신청받은 것도 설영준이니 한순간 어떻게 그를 마주해야 좋을지 몰랐다.두 사람은 분명 헤어진 사이인데 왜 항상 깔끔하게 끝내지 못한 기분이 들까?생각만 해도 우울할 따름이었다.애초에 이곳에서 이사 나갔을 때 이미 모든 물건을 챙겨가서 지금 방 안에는 설영준의 옷밖에 안 남았을 것이다...적어도 송재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하지만 옷장을 대충 열어보았는데 뜻밖에도 안에는 설영준의 셔츠와 정장 바지가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만 아니라 여자 옷도 꽤 많이 걸려 있었다.전부 이 시즌에 맞는 최신상 옷들과 치마, 심지어... 속옷까지 들어 있었다.그녀는 살짝 못 믿겠다는 듯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설영준이 만약 정말 집안에 여자라도 숨겼다면 감히 송재이를 데리고 별장에 들어올까?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절대 없다!“뭐해?”이때 뒤에서 불쑥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송재이는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그녀는 오늘 설영준이 어떻게 자신이 납치당한 줄 알고 현장까지 찾아왔는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토록 급박한 순간에 사람들을 거느리고 와주니 마음속으론 너무 고맙고 감동스러울 따름이었다.둘은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닌데 설영준이 여전히 위험한 순간마다 나타나 주니 어찌 됐든 그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옷장에 가득 찬 여자 옷들을 본 순간 마음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아니야 아무것도.”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옷장 문을 닫은 후 머리를 푹 숙이고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설영준은 그녀가 기분 상한 걸 바로 알아챘다.직감이 말해주길 오늘 발생한 일 때문은 아닌 듯싶었다.그는 방금 송재이가 닫았던 옷장 문을 힐긋 보더니 가까이 다가가 다시 열었는데 안에 여자 옷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설영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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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너무 오래 집착했어

이제 막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되살아나려 했는데 순식간에 수포가 되었다.이 남자는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는 타입이다.설영준은 어디서 그 많은 힘이 남아도는지 그녀를 번쩍 들어서 어깨에 둘러업었다.송재이는 머리가 아래로 향해서 그가 드디어 놓아주자 머리카락도 잔뜩 헝클어지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왜 이래 정말? 나 집에 갈 거라고!”한편 설영준은 그녀를 떼쓰는 어린애처럼 힐긋 쳐다보며 말했다.“꼼짝 마. 약 바르게.”송재이는 흠칫 놀랐다.방금 2층에 올라간 이유가 그녈 위해 약상자를 가지러 간 거라고?송재이는 다시 고개를 들어 이 남자의 한없이 짙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그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해 안달이네 아주? 옛 감정이 되살아날까 봐 두려운 거야? 네가 원한대도 내 쪽에서 좀 더 고민해봐야 하거든.”설영준은 느긋하게 말했지만 이걸 들어야만 하는 송재이는 울화가 굴뚝 치밀었다.“설영준 씨, 착각하지 마! 스읍...”‘이 남자가 지금 일부러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그는 면봉으로 그녀의 팔꿈치에 난 상처를 닦아줄 때 힘을 좀 더 가했다.송재이는 너무 아파서 이를 꼭 깨물었다.“진짜 이러기야?”“그래. 아파봐야 정신 차리지.”송재이는 본능적으로 손을 빼내려고 했다.하지만 그가 워낙 세게 잡고 있다 보니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설영준은 그녀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잔뜩 정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 한없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살살할게.”“...”그의 변덕스러움에 송재이는 입이 쩍 벌어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계속 말했다.“약 다 바르면 진짜 갈 거야. 여기 안 있어.”“위층에 있는 여자 옷 때문에 그래?”설영준이 약을 발라주며 머리도 안 든 채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아니.”송재이가 고집을 피우며 대답했다.설영준은 또다시 그녀를 힐긋 보더니 은은하게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야유했다.“고집 피우긴!”“이 손 놔. 너 필요 없어...”“그 옷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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