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이는 순간 넋을 잃었고, 대체 언제를 얘기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설영준이 입술을 꽉 깨물었고, 눈빛이 점차 싸늘하게 식어갔다.곧이어 설도영이 화장실에서 돌아왔고,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아이스크림 2개도 챙겼다.어차피 형은 단 거 안 좋아하기에 일부러 2개만 샀다.하지만 테이블에 내려놓자마자 설영준에게 빼앗겼다.“재이는 못 먹어.”영문을 알 수 없는 설도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송재이는 미소를 쥐어짜 냈다.“응, 차가운 거 먹으면 안 돼.”이내 말을 마치고 몰래 설영준의 눈치를 살폈다.아직도 생리 터진 걸 기억하고 있다니, 어제 일을 떠올리자 그녀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화끈 달아올랐다.이때, 설영준의 시선도 그녀를 향했다.그리고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도 나한테 화났냐고.”물을 마시던 송재이는 자칫 뿜을 뻔했고, 무의식중으로 설도영을 바라보았다.지금 애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비록 16살이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미성년자이지 않은가?설도영은 여전히 멀뚱멀뚱한 얼굴로 아이스크림만 열심히 먹고 있었다.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송재이는 재빨리 시선을 옮겼고, 곧이어 매서운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호텔 뭐? 이미 잊었어.”“그렇다면 화가 풀린 건가?”설영준은 당황한 그녀가 안중에도 없는 듯 말을 이어갔다.“지난번 박윤찬이 남도에 갔을 때 너랑 밥 먹다가 눈이 빨개진 걸 보고 전날에 분명 울었다고 확신하더니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나 봐. 그래서 경주에 돌아오자마자 찾아와서 막 따졌다니까?”그는 송재이의 반응이 궁금한 나머지 일부러 한껏 부풀려서 말했다.송재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비록 말투는 시종일관 무덤덤했고, 감정 기복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웃는 둥 마는 둥 하는 표정은 은근히 비꼬는 것 같기도 했다.이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너한테 따졌다고?”“응. 박윤찬이... 의리가 꽤 있나 봐.”그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했고, 어떤 표현을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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